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졌다는 소식에 얹어 그런 추락은 취임 후 이날까지 고작 다섯 손가락 안에나 꼽을 정도로 드문 일이라는 덧말이 붙은 기사를 본다. 그러나 그런 소리가 객쩍은 한담으로 여겨지는 것은 까짓 여론조사라는 것이 그간 보여준 허무맹랑한 행태도 행태려니와 그 허랑한 야뱌위질에 속절없이 휘둘린 '시선'에 대한 자조 때문이기도 하다.

▲ 홍창신 / 자유기고가

최순실 등 권력 이용한 부패·추문 '한심'…

백남기 농민 부검 비상식적 강행 '분노'

이 정부 들어서의 '지지율'이란 대통령이 비행기 트랩에 오르거나 북에서 미사일을 쏴 올리거나 하면 덩달아 오르는 물색없는 헛것이었다. 반등 요인인 그 두 가지 변통을 보는 것조차 그다지 희귀한 일도 아니다.

전용기를 타거나 위성에 탑재하지 않더라도 전통시장에 나가 소라과자를 맛보거나 휴전선 향해 딱총 몇 발만 쏴도 비슷한 성과는 얻는 것이니 말이다. 권력의 심부에서 꼬리를 물고 터져 나오는 추문과 이를 덮으려는 전방위적인 몸부림으로 하루도 조용할 날 없음에도 그것과 무관하게 지지율 추이는 종래의 그래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군인들이 물러간 후 취임한 대통령들은 모두 식솔들과 관계된 돈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그런 면에서 미혼인 박근혜 대통령은 측근 비리 같은 사고 위험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것이라 여겼었다. 그러나 아나 콩콩이다. 엉뚱하게도 타성바지 부부의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며 정권 후반부가 되우 어지럽다. 충성심 가득한 친위들이 몸 바쳐 이를 덮어 보느라 용을 쓰지만 스멀스멀 꼬리를 물고 새어 나온다.

정부 여당은 오로지 '차단'에만 혈안이 된 탓인지 아니면 정말로 국민을 개돼지로 여기는 것인지 두드려 막는 품이 마구잡이다. 봉쇄에는 장문을 걸거나 날일 자 눈목 자로 느슨히 죄어야 함은 하수의 깜냥으로도 보이는 '수' 아니던가. 야당과 언론의 공세로부터 우병우 최순실을 방어하기 위해 터뜨리는 '시선 빼앗기'의 정략이 당대표 이정현의 단식 '쑈'에까지 이르니 참으로 놀랍단 말밖에 달리 이를 말이 없다.

그래 그런 짓 모두가 권력의 유지 연장과 획득을 향한 쟁패 놀음이니 그런 눈꼴 시린 행각 모두를 정치 행위라 치부하고 넘어갈 수 있다. "선거 때 보자"라는 흰소릴 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도저히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이는 일이 백남기 선생의 주검에 관한 문제다.

"시위 중이던 사람이 경찰이 조준해 쏜 고압의 물대포를 맞고 실신했다. 병원에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317일간 뇌사상태로 있다가 끝내 깨어나지 못하고 사망했다."

이게 전모이고 이 과정 모두는 거의 온 국민이 지켜본 사실이다. 경찰이 부검을 하겠다고 영장 신청을 했을 때만 해도 경찰로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국가 기관으로서 한 생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를 어떤 식으로건 변명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턱도 없는 요구가 관철될 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서울대병원은 사망원인을 '병사'로 판정한 진단서를 발급하고 법원은 부검 영장을 발부했다. 대명천지에 이래도 되는가.

2005년 시위 농민 두 사람이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사망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관련자 처벌과 피해자 가족에 대한 국가배상을 약속하고 대국민 사과문에서 준거가 될 말을 남겼다. "공권력은 특수한 권력입니다. 정도를 넘어 행사되거나 남용될 경우 국민에게 미치는 피해가 치명적이고 심각하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도 냉정하고 침착하게 행사되도록 통제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나 이 정부는 무서운 얼굴로 '법과 원칙'을 되뇌며 부검의 당위를 말한다. 시민들은 그의 주검을 경찰로부터 지키느라 영안실에서 진을 치고 있다. 이제 가을의 초입에 들어서는데 일각이 여삼추인 시절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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