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청 한방약초축제가 열리는 동의보감촌을 찾아

휴~. 숨 한번 돌릴 때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을 이겨낸 열매들이 여물대로 알차게 여문 요즘 부지런히 내달려온 나와 아내를 특별히 위로하기 위해 특별한 동네, 산청군 특리에 있는 동의보감촌을 10월 3일 찾았다. 9월 30일부터 시작해 10월 10일까지 ‘산청 한방약초축제’가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 <산청 한방약초축제>가 펼쳐지는 동의보감촌.

산청읍 내를 지나 금서면 특리로 가는 굽은 길가에는 들국화라 불리는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바람에 일렁이며 반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의보감촌으로 타박타박 두 손 잡고 걸었다. 비가 내렸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비를 피했다. 비가 그치자 다시 근처 산 좋고 물 좋다는 산청에서 난 약초들이 풍성한 약초시장을 둘러보았다. 향긋한 약초 향내에 거니는 동안 기분마저 상쾌하다.

 

▲ <산청 한방약초축제> 약초시장

“내가 직접 키운 기라. 유정란아이가. 급하게 삶고 여 온다꼬 찬물에 안 당갔다.”

삶은 달걀을 파는 할머니 앞에서 1개에 500원 하는 유정란을 사서 껍질을 벗겨 먹는데 잘 벗겨지지 않아 하소연하는 손님들에게 미안하다는 말 속에도 자신이 키운 농산물에 자부심이 엿보인다. 삶은 고구마와 달걀을 먹었다. 목이 멘다. 물을 찾는다고 목맬 필요는 없다. 근처 다른 부스에 있는 약초로 만든 차를 마셨다.

 

▲ 몸에도 좋은 다양한 먹거리에 축제장은 찰박한 정이 흐른다.

여기저기 권하는 차에 어제 마신 술이 깨는 듯 개운하다. 오곡으로 만든 빵을 2개 샀다. 맛있다. 맛있는 게 몸에도 좋다니 기분은 더 좋다. 약초시장을 가볍게 한 바퀴 돌고 난 뒤 우리 부부는 가을에 걷기 좋은 길을 걸었다. 올라가는 길에서 아이와 아빠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며 한 걸음 두 걸음 옮긴다.

 

▲ 한 걸음 풀벌레 소리와 인사 나누고 한 걸음 하얀 구절초들과 눈길 나누며 우리를 만나는 동의보감촌 ‘허준순례길’

구절초 무리들이 하얗게 핀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섰다. 동의보감촌 내 허준순례길을 걸었다. 바람소리, 물소리가 함께한다. 한 걸음 풀벌레 소리와 인사 나누고 한 걸음 들꽃들과 눈길 나누며 우리를 만나는 길이다.

▲ 동의보감촌 내 구절초가 하얀 비밀 정원처럼 우리를 안내한다.


국화과 여러해살이 풀로 땅속의 뿌리줄기가 옆으로 뻗으면서 번식하는 구절초(九節草)는 5월 단오에는 줄기가 다섯 마디였다가 음력 9월 9일(중양절)이면 아홉 마디가 된다 해서 이름 붙여졌다고 한다. 음력 9월9일 꽃과 줄기를 함께 잘라 부인병 치료와 예방을 위한 한약재로 이용한 데서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다. 딸을 출가시킨 친정어머니들은 예로부터 음력 9월이면 갓 피어난 구절초를 채집하여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딸이 해산하고 친정에 오면 달여 먹였다고 한다. 구절초를 신선이 어머니들에게 준 약초라는 뜻의 선모초(仙母草)라 부르기도 한다.

▲ <산청 한방약초축제> 중에서 펼쳐지는 큰들의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

흔들의자에 잠시 앉았다. 구절초가 하얗게 붓질한 가을 수채화 풍경에 맞잡은 손은 더욱 따뜻하다. 기분 좋은 흥얼거림이 절로 난다. 자연과 하나 되듯 우리도 하나가 되었다. 약초정에 올라 잠시 선비인 양 주위 풍광을 구경하는데 앳된 소녀들이 흐르는 계곡 물에 발을 담그고 구절초와 더불어 기념 사진을 찍는다.

 

▲ <산청 한방약초축제>가 열리는 동의보감촌에는 큰들문화예술센터의 마당극이 10월 8일까지 매일 열린다.

온갖 좋은 기운이 함께한다는 기 바위에서 이미 체험을 한 사람들이 서둘러 내려간다. 무슨 일인가 싶어 우리도 따라갔다. 곰 광장에서 마당극 ‘오작교 아리랑’이 곧 시작이다. 큰들문화예술센터 단원들이 펼치는 마당극에 웃고 웃었다. 4일은 ‘백의종군 이순신’이 열리고 5일부터 8일까지는 ‘허준’이 반갑게 맞은 예정이란다.

 

▲ 좋은 기운을 체험하기 좋은 동의보감촌.

마당극 한편 재밌게 보는 것만으로도 원기를 충전하기 딱이다. 즐겁게 마당극을 본 뒤 본무대 주위 베트남홍보관 등을 둘러보다 항노화산업관에 들렀다. 한방으로 만든 화장품이며 다양한 항노화 체험에 사람들로 북새통이었다. 밖으로 나오자 하늘은 파란 속살을 드러냈다.

 

▲ ‘항노화 산업관’에서 즐겁게 체험하는 아이들.

지금 산청은 가을 천지삐까리다. 파도처럼 나른하게 일렁이는 하얀 구절초가 그렇고 산청지역 약초가 뿜어내는 향내가 또한 그렇다. 1984년 창단한 큰들문화예술단체의 인정 넘치는 마당극이 가을을 닮았다. 무방비로 찾아온 방문객들이 숨 한 번 돌리고 가을에 취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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