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진이 잦아지고 있다. 지진을 모르고 살아왔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지진이 나면 집이 무너질 수도 있고 전기·수도·가스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여러 가지 걱정이 있겠지만 아마 사람들이 제일 많이 걱정하는 것은 원자력발전소일 듯하다.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겠지만 폭발하지 않더라도 방사선 또는 방사능 물질이 새어나오면 그 피해는 어마어마해진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경주 인근은 전 세계에서 원자력발전소가 가장 밀집된 곳이기 때문에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다. 뉴스에서는 원전은 문제없다고 하지만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일을 철저하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이라는 나라에서도 원전 사고가 났다는 점, 그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 원전에 비리가 많았다는 점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원전이 일본 원전보다 안전하다고 말하는데, 그 근거는 일본 원전은 대부분이 비등 경수로 방식인데 우리나라는 가압 경수로 방식이기 때문이다.

원전은 핵분열의 에너지로 물을 끓이고 그때 나오는 수증기의 힘으로 발전기를 돌리는 방식의 발전소이다. 일본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인 비등 경수로는 원자로 안에서 발생한 수증기가 발전기의 터빈을 돌린다. 비등이라는 말은 물이 끓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가압 경수로는 원자로 안과 밖의 물이 분리된 방식이다. 연료봉이 안의 물을 가열하고 안의 물이 바깥의 물을 가열하는데(섞이지 않으면서), 원자로 안의 물이 끓어서 기화되지 않도록 가압을 하기 때문에 가압 경수로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압 경수로는 원자로 안과 밖의 물이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비등 경수로에 비해 효율이 낮지만 방사능 유출이 적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방식이므로 지금은 모든 원자로가 가압 경수로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가압 경수로는 지진 등에 의한 사고의 경우에도 원자로 자체만 깨어지지 않는다면 방사능 유출은 적다.

후쿠시마의 원자로는 비등 경수로 방식이고 우리나라의 원자로는 후쿠시마의 원자로보다 덜 위험한 가압 경수로 방식이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다는 것이지 안전하다는 것은 아니다. 원전에 대해 걱정하는 더 큰 이유는 한 번 사고가 나면 복구가 안 된다는 것이다. 30년 전에 원전 사고가 일어났던 체르노빌 지역은 지금도 아무도 살 수 없는 지역이 되어 있고 앞으로 언제까지 그럴지 알 수 없다.

원자력 발전을 하면 필연적으로 폐연료봉이 생긴다. 폐연료봉은 발전을 할 정도의 열량이 나오지 않고 발생하는 방사선 양도 사용하기 전보다 줄어들어 있는 상태가 된다.

하지만 줄어들어 있는 양도 인체에는 치명적이다. 폐연료봉이 인체에 영향을 주지 않을 때까지는 10만 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10만 년이면 인류가 생존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정도의 긴 시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폐연료봉은 발전소 내의 임시 보관소에 저장하고 있는데, 지진으로 이 보관소가 타격을 받는다면 원자로에 문제가 없더라도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아직은 지진이 우리나라 원전에 피해를 주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언제까지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원전을 만드는 이유는 전기를 얻기 위해서이다. 마구 써대는 전기를 감당하려면 원전 이외에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편리하게 살려고 위험한 짓을 하는 셈이다.

이제 전기뿐만이 아니라 모든 에너지와 자원을 아껴 써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인간들이 자연 앞에서 더 겸허해져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