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1호기 당장 폐쇄해도 문제없어 / -한수원, 해체 부담금 물어야

이번 탈핵 강의를 페이스북에 홍보하며 썼던 말 중에 하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핵발전소를 곁에 두고 불안에 떨며 사는 것이 과연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일인가”였다.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말은 솔직히 수사적 표현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는 현실이고 어쩌면 당장 내일 일어날 수도 있다는 걸 느꼈다.

인간이 쌓은 모든 지식은 퇴색되거나 새로운 것으로 대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어릴 때 뇌리에 박힌 지식은 평생을 간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원자력에 대한 지식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원자력이 첨단 기술인 걸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원자력 발전’이라는 기술은 이미 후진국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는 반핵단체가 내린 결론이 아니다. 일본에서 40년간 원전 분야에서 일한 미 제너럴일렉트릭(GE) 기술자 나카 유키테루씨가 솔직하게 고백한 평가이다.

진주환경운동연합과 진주같이, 진주녹색당,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지난 21일 오후 현장아트홀에서 ‘탈핵과 에너지 전환은 가능하다’라는 주제로 지구의날 맞이 시민강좌를 열었다.

강연자로 초빙된 김해창 교수(경성대 환경공학과)는 현재 부산시원자력안전대책위원회 위원과 탈핵에너지 교수모임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핵발전의 안전성 문제에 관해서는 베크(Beck) 법칙이라는 것이 유명하다. 이는 1965년 미국의 베크 박사가 과거 원전 사고 기록을 분석해 발표한 것이다. 첫째, 상상 가능한 사고는 일어난다. 둘째 사고시 안전장치가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셋째 사고는 예상치 못한 때, 예상치 못한 원인으로 일어나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김해창 교수는 “이러한 법칙들이 후쿠시마 사고에서 모두 그대로 들어맞았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는 전세계에 크나큰 재앙과 충격을 안겨주었다. 더구나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대로 된 방재를 못하고 있고, 계속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이 사고 이후 독일은 2022년까지 자국 내 모든 원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스위스도 2034년까지 탈핵을 추진 하겠다고 밝혔다. 초기에 원자력 발전을 주도했던 미국도 핵발전 비중을 점차 줄여나가고 있다.

선진국들이 앞 다투어 탈핵을 결정하고 있는 이유는 안전성 문제도 있지만, 경제성이 낮기 때문이다. 발전 단가 외에 폐로 비용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비용, 사고시 피해 배상 비용까지 감안하면 기존 화석 연료에 비해 결코 싸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명박 정부 시절 원전 설비를 크게 늘릴 것을 계획해 지금까지 그 정책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눈앞에 떨어진 탈핵 이슈는 고리 1호기 폐쇄 문제이다. 지난 1978년 상업가동을 시작해 설계 연한 30년을 다하고도 2007년 10년의 수명 연장에 들어갔다. 박근혜 정부는 최근 월성 1호기 재가동을 결정했다. 따라서 사용 연한을 다한 고리 1호기도 또다시 수명 연장할 것이라 우려되고 있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고리 1호기를 폐쇄하면 전력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 걱정하지만, 사실은 폐로를 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단언했다.

고리1호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은 587메가와트(약 160가구가 1년간 쓸 수 있는 전기)이다. 하지만 2012년 준공한 신고리 2호기의 경우 약 2배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모든 원전설비가 비슷한 전력을 생산할 것이라는 일반의 생각과는 큰 차이가 난다.

김 교수는 “고리원전은 우리나라 전력생산량의 0.5%에 지나지 않는다. 이미 수많은 사고가 발생한 고물 원자로를 당장 폐쇄해야 된다”고 밝혔다.

원자력 발전과 관련한 또 하나의 큰 오해는 원자력 발전이 우리나라 전력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20~40% 정도만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는 석유와 석탄, 천연가스(LNG), 수력 등이 감당하고 있다.

김 교수는 탈핵과 관련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방재대책을 수립하는 것”이라 꼽았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반경 5킬로미터 안에 살고 있는 주민 동의만 구하면 원전설비를 마음대로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원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직접적인 피해 지역이 반경 30킬로미터 안이다.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났을 경우 부산시민 248만명이 직접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김 교수는 “노후 원전 재가동 여부는 직접 피해지역인 반경 30킬로미터 안에 사는 주민들에게 의견을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한 실질적인 방호 방재 훈련이나 응급 대비 시설이 전혀 없다.

김 교수는 “‘원전안전이용부담금’이나 ‘원전해체부담금’과 같은 원전 사후 처리 비용을 법적으로 신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탈핵을 위한 발걸음에 진보와 보수, 지방과 서울을 막라해 많은 단체와 개인이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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