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권력에 눌리지 않고 '정의'바란다면…한탄만 말고 올곧은 지역언론 구독부터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 결코 반갑지 않은 봄 손님의 진원지가 바로 중국 마오우쑤 사막이다. 아주 작은 생명의 기운조차 허락하지 않는 거친 모래바람이 부는 그곳에 전설 같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한때 푸른 초원이기도 했던 그곳은 사람들의 무차별적인 벌목과 양떼, 기온상승 등으로 사막이 된 곳이다. 어떤 사람은 절망하고 어떤 사람은 분노하고 또 다른 사람은 새 땅을 찾아 고향을 떠났다. 하지만 거친 모래바람을 뚫고 생명을 거부하는 모래언덕에 올라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는 여인이 있었다.

▲ 서성룡/ 단디뉴스 편집위원

인위쩐. 모두가 '무모한 짓'이라 손가락질 했지만 그녀는 멈추지 않았다. 풀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고, 먼 곳에 있는 물을 길어다 부었다. 매일같이 계속된 힘겨운 노동에 스무 살 꽃다운 여인의 손과 발은 고목나무처럼 갈라지고 부르텄다. 보드랍고 앳된 얼굴은 뜨거운 햇볕에 까맣게 그을렸고, 까맣던 머릿결엔 어느새 하얗게 서리가 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결코 '무모한 짓'을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푸석한 모래바람만 불던 사막이 조금씩 길들여지기 시작했다. 모든 걸 포기하고 떠났던 마을 사람들도 하나둘 돌아오기 시작했다.

20년이 흐른 뒤 풀들은 모래를 움켜쥐었고, 나무는 안정된 땅에 뿌리를 내리고, 마침내 꽃이 피기 시작했다. 지금 그곳에는 800만 평에 달하는 숲과 농경지가 생겨났고, 80호의 주민이 정착해 마을을 이루고 있다. 이는 전설이 아니라 실제 있었던 일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 우리가 살고 있는 곳에도 쉬지 않고 풀씨를 뿌리는 인위쩐 같은 사람들이 있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가 판치고 돈과 힘을 가진 자가 권력을 대물림하는 보수정치의 텃밭이라 불리는 곳. 독재자의 딸이 내민 손길에 눈물 흘리고, 정치는 광주학살을 지휘한 전두환처럼 해야 한다는 말이 횡행할 정도로 민주주의가 단말마를 내쉬는 땅.

이곳에서 꿈꾸기를 포기한 가난한 사람들 마음과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 목소리를 맑은 우물물처럼 매일 길어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돈과 권력에 눌리지 않고, 거만한 관료들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정의를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올곧은 지역언론을 만들고 이끌어 가는 사람들이다. 굳이 지목하자면 창원의 경남도민일보와 진주의 인터넷 언론 단디뉴스다.

언론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다. 돈과 권력 눈치를 보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하며 스스로 권력이 된 언론들이 있다.

그러한 언론은 사람들이 언제나 대규모 토목 사업과 지역 개발에 목말라 한다고 말한다. 이미 오를대로 오른 집값 땅값은 더 올라야 하고, 도로를 내고 산을 밀어 대형 아파트와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발전이라 말한다. 경제가 살아야 사람이 살고, 학벌 좋은 사람이 큰일을 하고, 기업이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고 말한다.

그러나 제대로 된 언론은 말한다. 사람이 살아야 경제도 살고,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모든 일이 훌륭하며, 노동자가 살아야 기업의 미래도 있다고 말한다. 무엇이 진정한 발전인지 물음표를 던지고 지역민에게 의견을 묻는다.

거드름 피우는 정치인, 호령하는 관료들의 아름다운 거짓말이 아니라, 솔직하고 거친 삶의 숨소리를 담는다. 새벽버스를 타는 보통 사람들의 소망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의 고민과 사는 이야기를 싣는다.

경남의 미래, 진주의 미래가 어둡다고 한탄만 하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다. 사막을 숲으로 바꾼 사람들처럼 우리도 지금 이 땅에서 뭔가 해야 하지 않겠냐고. 한 줌 풀씨를 뿌리고 한 동이 물을 긷는 일은 다름 아닌 올곧은 지역언론을 구독하고 키우는 일 아니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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