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학생들만 잘못아냐...학교와 교사는 방치가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

대한민국의 대부분 학생들은 학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고등학생들의 경우 9시간에서 길게는 13시간까지 학교에서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학교에 왜 갈까? 물론 공부 때문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학교에서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 ‘학교에 잠 자러 오나?’라는 농담을 던질 정도로 수업시간이나 자율학습시간에 잠 자는 학생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은 10명 중 7~9명이 수면 부족이라고 한다. 공부만 시키는 학교에서 공부가 싫은 학생들, 또는 수업시간 도통 이해가 되질 않고 몰라서 어쩔 수 없이 잠을 청하는 학생들도 있다. 하지만 많은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잠자는 시간의 절대적 부족이 잠자는 교실의 가장 큰 원인으로 꼽을 것이다.

실제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걸까?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는 정 모(18·여) 양은 최소 4명부터 최대 10명이상이 수업시간에 잔다고 말했고, 일반계 남고에 다니는 이 모(17.남) 군도 최소 3~4명이 잠을 자고 최대 15명이 이상이 잠을 잘 때도 있다고 얘기 한다. 또 일반계 여고에 다니는 최 모(17.여)양도 최소 5명, 최대 10명 이상이 수업시간에 잔다는 말을 전했다.

오후 수업 시간 식곤증으로 인하여 잠시 졸고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지만 문제는 아침부터 대놓고 잠자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교사들은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려고 노력한다. 잠자는 학생이 있으면 해당 학생을 지적하거나 교실 뒤편에 서서 타임 아웃(Time-out)을 통해 잠을 깨우기도 한다. 일부 학생의 경우, 깨우려는 교사에게 대들거나 교사의 지시를 무시하고 그냥 잠을 자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진도를 나가야 하는 부담이 있고 잠자는 학생들을 깨우는 과정에서 학생들과 실갱이를 벌이면서 감정을 소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 문제로 학생들과의 관계가 깨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잠자는 학생을 묵인하게 되고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난다.

학생들은 대개 밤 12-1시 사이에 잠이 들고 아침 6-7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이 통계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이 5~6시간 정도 잠을 자고 학교에서 생활한다고 볼 수 있다. 잠자는 학생은 공부 못하는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학교나 학원에서 늦게 까지 공부하다가 잠이 들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학생들은 TV 시청, 온라인 게임, SNS 활동, 아르바이트 등 늦은 밤까지 활동을 한다. 그 이유야 어찌되었든 간에 밤늦게 잠을 자고 일찍 일어나다 보니 학교 생활에 임하는 학생들은 절대 수면 부족으로 만성 피로 상태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잠자는 이유 중 하나는 수업 내용이 잘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고학년일수록 학습 무기력 현상이 심각하다. 초등학생과 중학생 시기에는 학습 격차가 벌어져도 어느 정도 노력하면 그 격차를 줄일 수 있겠지만 고등학생 시기에는 이미 격차가 심해져서 일시적으로 열심히 노력한다고 해서 바로 성적 향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결국 많은 학생들은 수업을 포기하게 되고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시간으로 수업 시간을 활용하게 된다.

교사의 수업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 내용 전달식, 암기식 수업의 한계가 있다. 일제 학습, 강의식 수업으로만 수업을 운영하게 되면 잠자는 학생이 나올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고교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만 관심이 있고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는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내신에 유리할 수 있도록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을 정도다.

잠자는 교실이 과연 학생들만의 책임일까? 공부 못하는 학생, 수업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학교는 얼마나 관심이 있는가? 학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잠들지 않고 참여할 수 있는 수업 방법을 얼마나 고민하고 있는가? 학교는 학생들을 학교 담장 안에 가두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위해 공부 못하는 학생들을 들러리 세우는 수업을 하고 성적을 관리하는 것이 교사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다. 학생들이 하루 이틀도 아니고 10대의 그 아까운 시간을 엎드려 잠자기 위해 학교를 향하게 해선 안 된다.

물론 학생들 또한 고민해 봐야 한다. 잠은 잠 잘 시간에 자야 한다. 새벽까지 잠 자지 않고 게임과 SNS활동 등으로 수면 부족을 습관화해선 곤란하다. 그것이 교실에서 잠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수업시간등 모든 학교에서의 시간은 우리 학생들의 것이다. 미래를 준비할 나의 소중한 시간이 잠들어 있다면 그 미래는 보나마나 아닐까? 힘들더라도 깨어 있자. 할 수 있는 것을 찾으려 한다면 잠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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