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주시민들 사이에 논란의 중심에 있는 문제점인 시민의 '시청사출입통제시스템'에 관해 답변자에게 본질적 질문을 던지고 싶다. 진주시 청사의 존재이유, 공무원의 존재이유, 시의원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관해 묻고 싶다.

진주시 청사는 35만 명의 시민을 위한 민원서비스와 행정 처리를 담당하는 곳이다. 시청사는 시민을 위한 시설물이며, 서비스와 행정의 대상은 시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입을 통제한다는 것은 밀실행정 내지는 탁상공론의 행정을 하겠다는 의미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출입마저 자유로이 할 수 없는 진주를 행복도시라고 할 수 있을까? 진정한 행복도시는 규제가 덜하고 시민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요즘의 사회와 대입해도 별 무리가 없을 2500년 전 춘추전국시대 맹자의 한 구절을 인용해보자.

제나라 선왕이 맹자에게 물었다. "주나라 문왕의 사냥터는 사방 칠십 리라고 들었는데, 그렇소." 이에 맹자가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하지만 백성들은 너무 작다고 여겼습니다." "과인의 사냥터는 사십 리밖에 안 되는데 백성들은 오히려 크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요?" "문왕의 사냥터는 사방 칠십 리였지만 풀 베는 사람과 땔나무를 하는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고, 꿩과 토끼를 잡는 사람들도 들어갈 수 있게 개방돼 있습니다. 문왕은 백성들과 함께 즐거움을 누린 것입니다. 백성들이 작다고 생각한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제가 제나라에 들어오면서 제나라의 중요 금지령을 물어보고 들어왔습니다. 사방 사십 리가 되는 왕의 사냥터에 백성들이 들어가 사슴을 잡으면 살인죄와 동일하게 다스린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사실이라면 사방 사십 리 사냥터가 백성들에겐 나라 안에 파 놓은 큰 함정이나 다름없습니다. 그 때문에 백성들이 지나치게 크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맹자는 제나라 왕에게 지나친 규제는 결국 저항에 부딪치고 만다는 것을 설파했던 것이다. 출입의 규제로 시민의 불편사항에 눈을 감고 선별 행정으로 일관한다면 어느 누가 진주시를 신뢰할 수 있겠는가. 시민과 함께 하는 진주시가 되기 위해서는 다름의 인정과 인간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출입규제를 철폐하고 마음을 열고 시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행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서번트 리더의 자세이고 길이다.

모든 갈등의 근원은 소통 부재

진주시 청사출입통제와 맥을 같이 하는 또 다른 문제가 대두된 것이 형평운동기념탑 이전 문제의 논란이다. 지난 달 28일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서은애 시의원과 이창희 시장의 설전 동영상은 시민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자기중심적 사고와 소통과 배려의 부재가 불러오는 비극의 종말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알려주는 장자의 우화가 있어 소개한다.

마치 장자 <내편>에 나오는 '바닷새' 이야기와 흡사해 몹시 씁쓸해진다. 노나라 임금이 바닷새를 종묘로 불러 맛있는 술과 안주를 대접했으나, 바닷새는 굶어죽고 말았다는 이야기다. 바닷새가 좋아하는 것은 술과 안주가 아닌데 임금은 자기중심적으로 새에게 술과 안주를 접대한 것이 새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이창희 시장의 발언은 진주시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진주대첩은 진주와 인근의 고을 백성들이 한마음으로 지켜내고자 싸운 임진란 4대 대첩 중 하나이다. 그야말로 사농공상과 천민을 가리지 않고 싸워 장렬히 전사한 격전지였다. 그곳에 형평기념탑이 있다고 해서 무엇이 문제가 된다는 말인가.

▲ 박홍서(50·진주시 신안동)

한 사람의 생각이 정의가 될 수는 없다. 사회적 갈등은 다름이 존중되지 않고 편견과 편협한 시각으로 대상을 혐오하거나 소외시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시민의 원성을 듣게 될 것이다. 흐르는 물을 막으면 제방을 무너뜨리듯, 시민의 입을 막는 행정은 선거를 통한 투표로 심판 받게 될 것이다.

이처럼 규제와 소통의 문제는 시민을 대표하는 지역의 인사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시행되어야 한다. 뒤늦게라도 잘못된 것을 알고 재검토할 수 있는 것도 리더의 용기 있는 행동이다. 리더의 냉철한 판단력과 결단력으로 시민의 원성을 잠재울 수 있는 결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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