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정 명인 "시중 진강장은 원래 의미의 진간장이 아냐" 상술 지적
진주텃밭, 2014년 세월호 유가족 도운 데 이어 경남지역 위안부피해할머니 밥상 책임져

전통방식으로 직접 담가먹는 장의 각별함뿐만 아니라 시중 간장의 이면을 짚은 발효음식 전문가 고은정 명인의 알찬 강연과 '위안부' 피해할머니를 위한 관심과 애정으로 더욱 빛나는 체험행사가 있었다. 진주 우리먹거리 협동조합 진주텃밭(이하 진주텃밭)이 25일 진주여성농업인센터 들꽃어린이집에서 열었던 장 담그기 행사가 그랬다.

▲ 메주를 세척하고 있는 진주텃밭 회원들.

진주텃밭은 회원 20명 정도가 참가한 장 담그기를 위해 지역 할머니들과 미리 계약·구매한 메주를 준비했다. 오전 10시라는 이른 시각 먼저 도착한 한 참가자는 “대부분 아파트에 사니까 숙성시키고 담그기가 각자 가정에서 힘들다. 하지만 된장과 간장은 밥 다음으로 중요한데 정작 만드는 법을 몰랐다”는 아쉬움을 표현하며 직접 만드는 체험행사에서 한수 배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메주를 씻고 난 뒤 자연발효음식 전문가로 온 사단법인 끼니 이사이자 맛있는 부엌 대표인 고은정 명인이 강연을 맡았다. 그는 간장과 된장을 담그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을 전달했다.

이날 고 명인은 특히 “시중에 파는 진간장은 저가 비발효 화학혼합 간장에 이름을 따로 붙인 것이지 원래 의미의 진간장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그는 “옛날에는 같은 간장을 발효 정도에 따라 햇장, 진간장, 중장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렀다. 하지만 지금 가장 많이 팔리는 ㅅ사의 진간장은 7% 양조간장에 93% 사분해간장을 섞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어쩔 수 없이 직접 못 담가먹는 경우 어떤 간장이 좋으냐”는 한 참가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이었다.

▲ 이날 강연에서는 질문에 질문이 이어졌다. 고은정 명인은 메주를 만드는 방법부터 장을 담그는 것까지 빠짐 없이 꼼꼼하게 설명했다.

이어 고 명인은 “일제강점기 때 사분해간장 방식이 국내에 들어왔기 때문에 우리는 이걸 ‘왜간장’이라고 불렀다. 조선간장에 국간장, 왜간장에 진간장 이름이 붙어 마치 용도가 제한된 것처럼 알려진 것은 일종의 마케팅 수법”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분해간장이란 염산을 통한 분해 방식으로 빠르게 제조한 간장을 말한다.

▲ 고은정 명인, "이게 잘 뜬 메주예요. 너무 뜬 거지."

또한 고 명인은 “말(馬)날, 손 없는 날, 맑은 날에 담가야 된다는 등 금기가 많았다. 이것은 1년 음식 맛을 결정하는 장에 대해 특히 선조들이 신경 썼던 걸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주면서 “염려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해 여러 참가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도 했다.

강연을 마친 후 고 명인의 지도 아래 진주텃밭 회원들은 장 담그기를 체험했다. 만들어진 장은 체험에 참가한 회원들이 각자 나눠가진다. 또한 그동안 경남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군위안부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진주텃밭 꾸러미’로 식탁을 책임져 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진주텃밭은 간장과 된장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위안부할머니들을 위한 마창진 시민모임에서도 참석해 장 담그기를 도왔다.

▲ 세척한 뒤 건조 중인 메주를 다루고 있는 진주텃밭 회원들.

진주텃밭 소희주 상무는 “재작년 특별나눔기획사업으로 세월호 유가족을 위해 안산에 직접 가서 300집에 제철채소와 반찬을 전달하기도 했다. 작년부터는 매달 꾸준히 조합에서 만든 꾸러미를 보내 위안부피해할머니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만든 장 2말(20되) 분량은 할머니들에게 전달되기로 정해졌다.

또한 장 담그기 과정을 구경 온 인파들로 어린이집 마당이 북적거렸다. 인근에 있는 금산면 산새어린이집 아이들이 단체로 와서 메주를 넣은 항아리에 소금물을 붓는 모습을 감상하며 신기한 일이라며 크게 웃음 지었다.

▲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소금물 붓기를 지켜보는 아이들. 항아리 속을 들여다 보는 일만 해도 아이들에게는 큰 재미로 여겨졌을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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