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활동 시간 채우기용, 억지 봉사활동으로 무엇을 얻을까

"겨울방학인데 아직도 봉사활동 시간 못 채운 학생들은 최대한 빨리 방학 중으로 다 채워서 보내라!"

학교에서 방학 때면 들을 수 있는 선생님들의 말씀이다. 의무봉사활동 시간이란 것이 있다. 학교에서 주는 봉사시간 외에 따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기관에 신청해야 한다. 이 봉사시간 때문에 애를 먹고 있는 학생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하면 대학 갈 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말 때문에 항상 방학만 되면 봉사활동이 스트레스 아닌 스트레스가 되어 버린다. 학기중에는 따로 시간을 내어 봉사활동을 하기가 너무 힘들고 시험 때문에 자꾸 뒤로 미루기 일쑤다. 당연히 많은 학생들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학생들을 괴롭게 하는 봉사활동은 왜 생긴 것일까?

▲ 모 고등학교의 학생 봉사활동 실적 집계 자료.

교육당국에서 의무 봉사활동시간을 넣은 이유는 현재 입시위주의 교육제도에서는 청소년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 참여가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의무적으로 봉사활동을 시행함으로서 청소년의 도덕성을 높이고 실질적인 인성교육을 진행, 동시에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배양, 현장체험을 통한 자기성장등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이런 의도와는 다르게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그렇게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일부 학생들의 경우, 학교에는 봉사활동을 한다고 하고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해당 시설에 이름을 올려두고 실제로는 봉사활동을 하지 않은 채로 시간만 받아가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봉사활동을 왜 하는지도 모른 채 무작정 봉사시간을 주는 곳을 찾다보니 봉사활동을 하러가서도 많은 문제가 생긴다. 복지원에서 안정을 취하시는 병실에 가서 친구들끼리 시끄럽게 떠든다거나, 청소를 시켰는데 청소는 뒷전이고 친구들끼리 장난치고 놀기에 집중한다거나, 할아버지 할머니께 대놓고 먹을 것이나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많은 수의 학생들이 함께 오기 때문에 관리하는 사람들에게도 학생들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한다. 제대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게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학생들의 잘못된 행동에도 즉각적인 대응이나 조치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봉사활동 예약을 해두고 학생 대신 부모님이 가서 봉사활동 시간을 받아간다던가, 대충대충 1시간만 하고 2시간을 달라고 응석을 부리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런 식의 의무 봉사활동이 과연 필요할까? 대학을 갈 때 의무봉사활동이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선생님과 부모님은 억지로라도 시키려 하고, 학생들은 봉사활동을 왜 하는지 모른 채 시간만 때우는 봉사활동 이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봉사라는 것은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다. 봉사활동의 참된 의미를 학생 스스로가 깨달아야 한다. 지금과 같은 봉사활동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인성이 길러지고 공동체의식이 생기길 기대하는 건 무리다.

정작 기사를 쓰고 있는 나도 아직 봉사의 참된 의미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로 인해 분명 얻는 것이 있기 때문에 봉사활동을 하는 것일 것이다. 적어도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것일지라도 학생들이 가졌으면 하는 자세는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거야“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있을 거야“ 라며 그 시간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주는 것이다. 그 시간을 다른 사람을 위해 쓰겠다는 다짐이 봉사활동시간을 허투로 사용하지 않게 할 것이고 자신에겐 봉사활동 시간이 아닌 진정한 봉사의 기분좋음이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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