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선 "양기 부족" 배꼽 아래 장기 허한 탓…항이뇨호르몬 문제약물·경보기 등 치료

최근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잇따라 밝혀지며 사회를 충격에 빠뜨리고 있다. 그중 평택 원영이 사건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모가 아이를 학대했다고 진술했고, 청주 4살 여아 사건에서도 아이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해 욕조에서 학대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이에 누리꾼들은 "아이니까 당연히 대소변을 못 가릴 수 있는 것 아니냐" "학대로 인한 심리적 영향으로 더 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됐을 것" 등의 댓글들을 달았다.

아직 신체 발달이 미숙한 아이라면 흔히 실수할 수 있는 '오줌싸개'. 원인은 무엇이고, 어떠한 경우 질환으로 진단해 치료해야 할까.

창원 의창구 활기찬경희한의원 윤상현 원장과 대한의학회의 도움말로 소아 야뇨증에 대해 알아본다.

◇야뇨증이란

대한의학회에 따르면 소아 야뇨증은 최소 만 5세 나이의 아이가 밤에 자다가 오줌 싸는 증상이 1주일에 2회 이상,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상태를 말한다.

6개월 이상 소변을 잘 가리다가 다시 가리지 못하는 이차성 야뇨증도 있지만, 출생 후 한 번도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일차성 야뇨증이 훨씬 많다. 또 밤에만 오줌을 가리지 못하는 단일 증상성 야뇨증이 있고, 낮에 요실금이나 빈뇨 등이 동반되는 다증상성 야뇨증이 있다.

소변이 차오르면 방광이 확장해 방광의 신호가 척수신경을 거쳐 뇌로 전달된다. 그러면 뇌에서 각성효과가 생겨 운동신경 경로를 통해 방광으로 신호가 전달, 방광이 수축하고 괄약근이 이완되면서 소변이 나온다.

이에 따라 야뇨증은 뇌의 각성, 신장이나 방광 이상과 관계가 있다고 본다.

특히 소변량을 조절하는 항이뇨호르몬은 낮보다 밤에 2~3배 많이 나와 소변량을 감소시키는데, 소아 야뇨증 환자는 야간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충분하지 않아 밤에 소변 보는 횟수와 양이 많아지게 된다. 많은 야뇨증 환자에게서 항이뇨호르몬 분비 이상에 의한 야간 다뇨가 나타난다고 한다. 이 경우는 항이뇨호르몬 투여로 치료할 수 있다.

이외에도 야간에 방광 용적이 감소하거나, 유전적 요인, 심리적 요인 등이 영향을 미친다.

치료는 자기 전 물 마시는 것을 삼가는 등 생활습관을 고치거나 칭찬 등 가족들의 도움, 약물이나 야뇨 경보기 등의 특수치료를 할 수 있다.

◇한방에서 보는 야뇨증

한의학에서는 야뇨증의 원인을 조금 다르게 본다. 윤 원장은 <동의보감> '소변문' 편을 소개했다.

'소변불금' 항목에 보면 '유뇨'란 오줌이 저도 모르게 나오는 것이라 했다. 신장과 방광이 다 허약하면 방광 속 기운이 충실하지 못하므로, 방광이 저절로 열려 오줌이 많이 나오는데 색이 뿌옇다는 것이다. 이것은 밤에 더 심해진다고 한다.

윤 원장은 "하초, 즉 신장과 방광 등 배꼽 아래 장기가 허하고 차가워 수액을 따뜻하게 해주지 못하면 오줌이 나오는 것을 참지 못 한다"며 "아이가 오줌이 나오는 것을 모르거나 나오는 것을 참지 못하는 것은 방광이 차거나(한증), 타고난 양기가 부족하기 때문(허증)"이라고 설명했다.

'허하다'는 것은 기운이 없는 것을 말한다.

윤 원장은 "극기 훈련을 다녀오더니 야뇨가 생긴 아이가 있었는데, 이는 고생을 하고 기운을 써서 허약해졌기 때문"이라며 "차가운 것이 원인이 되므로 겨울철 야뇨가 더 심해지기도 한다. 차가운 것이 심한 아이는 사계절 가리지 않고 야뇨가 있지만, 이 경우에도 여름에는 덜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심리적인 원인도 야뇨증 원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도 윤 원장은 한의학적 관점에서 설명했다.

윤 원장은 "사람의 정서적인 부분에는 '희노우사비공경'이라는 '7정', 즉 7가지 정서가 있다. 각각 우리 몸에 기운 변화를 일으킨다. 그중 '공'의 감정은 사람의 기운을 떨어뜨리고 차가워지게 만든다. '공'이란 놀람이나 공포를 말한다"며 "무더운 여름 납량특집으로 공포물을 보는 것도 한기를 느끼고 더위를 가시게 하려는 것이고, 놀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으며 몸이 싸하게 한기가 든다는 것도 이러한 작용 때문"이라고 말했다.

'희'는 기쁨, '노'는 화냄, '우'는 걱정, '사'는 생각, '비'는 슬픔, '경'은 놀람을 뜻한다.

◇몸 데워주는 약재 도움

허약하거나 찬 것이 질병 원인이라면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 치료법이 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인삼과 황기 등을 주 약재로 사용하는 '삼기탕'을 야뇨증에 처방한다.

가정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으로 윤 원장은 인삼이 들어가는 삼계탕을 추천했다.

또 계피와 생강도 몸을 따뜻하게 하므로 수정과나 구운 생강, 말린 생강을 권했으며, 채소 중에서는 부추가 좋다고 했다.

윤 원장은 "아이에게 동생이 생기면 엄마의 사랑을 뺏기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야뇨증이 생기기도 한다"며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고 아이를 다그치기보다는 원인을 잘 파악해 아이의 불안과 공포를 없애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윤상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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