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남강유등축제, 가림막을 걷어치우고 시민 축제가 돼야

진주시와 유관기관들이 한자리에 모여 ‘남강유등축제’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시민들의 집회를 원천봉쇄할 방법들을 진지하게 연구했다고 한다.

이날 책임 있는 공무원들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듣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놀랍다. 집회를 못하도록 차도를 막거나 시설물을 설치하자는 주장, 음악과 홍보방송을 크게 틀어 집회를 훼방놓자는 주장, 진주성 관리과장에게 물어 집회 신고를 내주자는 초법적인 이야기도 나왔다. 여기에 훈수라도 하듯 진주경찰서 경비교통과 관계자는 ‘사전에 다른 집회 신고를 내서 신고 자체를 막으라’고 귀뜸한다. 노골적으로 허위 집회 신고를 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 지난해 남강유등축제 기간 중 가림막 틈새로 남강에 뜬 유등을 구경하고 있는 시민.

행여 남들 듣지 않는 술자리에서 나와도 안될 말들이 백주대낮 공개된 장소에서 나왔다는 게 놀랍고, 그 내용이 고작 ‘시민들 입 틀어막는 비책’이었다는 게 한심하다.

우리는 이들의 대화를 통해 평소 관료들이 시민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들이 판을 벌여 놓으면 시민들은 돈 내고 와서 즐기다가 조용히 돌아가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그들 눈에는 생각을 표현하고 앞장서 외치는 시민들이 축제를 방해하는 한낱 '성가신 존재들'일 뿐인가. 행여 시위자를 통제하고 방해하는 것이 자신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책무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러한 시각을 일컬어 ‘관료주의’라 부른다.

그들 스스로가 관료사회의 하수인이 아니라 민주사회의 일꾼이 되려면 가장 먼저 시민의 목소리에 귀를 열고 시민들의 마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시민들이 집회를 하면 먼저 그 배경을 알아보고 행정의 잘못은 없는지 돌아보는 것이 올바른 순서다. 

더구나 책임자급 관료들이 한데 모여 ‘유등축제 발전방안’을 찾는다면서 지난 축제에 대해 객관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나 시민 여론조사 한 줄도 없이 주먹구구로 진단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축제가 열리는 동안 유등축제 홈페이지 게시판이 가림막 설치에 항의하는 글로 도배된 것만 봐도 성난 민심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시민들에게 나눠준 무료 관람권이 절반도 돌아오지 않은 사실은 누구보다 진주시가 가장 잘 알 것이다.

▲ 진주남강유등축제 개선방안을 논의하는 실무토론회에 참석해 시민들의 집회신고를 막을 방법을 제안하고 있는 경찰관.

불빛에 물든 아름다운 남강과 촉석루를 바라보지 못하도록 꽁꽁 싸맨 흉물스런 가림막은 누가 뭐래도 지난 축제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축제에 대한 평가와 발전 방안은 그것을 먼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할 수 있다.

이미 가림막 설치를 추진한 이창희 진주시장은 지난해 ‘10월 축제 종합 평가보고회’에서 “가장 큰 옥에 티가 가림막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축제란 무엇인고 왜 하는지 다시 한번 물어야 한다. 세상에는 다양한 축제의 모습과 기원이 있지만, ‘돈벌이’가 목적이 돼서야 진정한 의미의 축제라 할 수 없다. 더 이상 행정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과시하듯 보여주는 ‘쑈’가 되어서도 안 된다.

세계 유명 축제는 한결같이 그곳에 사는 주민이 주인공이 되어 그들 스스로 먼저 참여하고 즐기는 잔치판이다. 개천예술제의 원형 ‘영남예술제’가 진주 인근 농민들이 농번기를 끝낸 뒤 한판 걸판지게 노는 자리였듯이, 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도 시민들이 먼저 참여하고 즐길 수 있도록 나름의 이유와 자부심을 얼른 회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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