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어송라이터 구채민, '어슴푸레' 공식 발표

[어슴푸레] 작사/ 곡 구채민

어슴푸레 해가 지고
빌딩 너머 긴 어둠이
어설픈 내 얘기도
서투른 내 몸짓도 희미해지고
뿌연 거리 위에 춤추듯 헤매는 사람
서성이는 발길 따라
아쉬움만 깊어가네
환한 불빛 속에
초라한 내 모습은 희미해지고
누구든 붙잡고서 긴 내 얘길 해볼까
가슴만 내민다고 내 손을 잡아줄까
흐릿한 환상일 뿐 흐릿한 환상일 뿐
긴 그림자만 늘이며 걸어가는 밤
가슴만 내민다고 내 손을 잡아줄까
흐릿한 환상일 뿐 흐릿한 환상일 뿐
긴 그림자만 늘이며 돌아오는 밤

 

싱어송라이터 구채민의 첫 싱글 앨범 ‘어슴푸레’가 지난 3월 9일,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됐다. 지난해 12월 27일 동성동 ‘다원’에서 열린 ‘구채민 쇼’라는 공연에서 선보였던 ‘어슴푸레’가 약 3개월의 작업 끝에 공식 발표된 것이다. 첫 싱글 발매 후,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했다.

 

1.

처음으로 기타를 잡은 건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본격적으로 음악을 시작한 건 대학교에 입학한 후예요. 제가 경상대학교 86학번인데, 교내 동아리 록밴드 ‘베이비 스트링스’에 가입을 하고, 87년 강변가요제에 나가서 본선에 올랐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그 덕에 라디오 생방송에서 라이브 연주도 해보고, 그해 강변가요제 음반에 저희 밴드의 노래도 담겼었어요.

2.
‘어슴푸레’를 처음 만든 건, 좀 오래전이에요. 군에서 제대한 후였습니다. 당시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며 떠오른 생각을 정리해서 만든 노래였습니다. 20대에 느꼈던 ‘삶의 외로움’을 쓴 거죠. 이 순간 20대를 보내고 있는 많은 친구들도 그 시절의 저처럼 ‘외로움’을 느끼겠죠. ‘소통에 대한 욕구’ 같은 것 말이죠. 그런데 사실 이제는 좀 편해요. 그때는 그렇게 막막하고 어렵게 보이던 것들이 요즘엔 쉽게 다가오더라고요. ‘외로움’이란 결국 인간의 숙명이란 걸 받아들였거든요. 20대에만 느끼는 것이 아니라 결국 우리가 죽을 때까지 가지고 갈 수밖에 없는 숙명.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이란 근원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나니, 마음이 편해지더군요. 우리는 모두 외로운 존재예요. 받아들이면 돼요. 그러면 편해져요.

 

3.
지난 12월에 ‘다원’에서 손정일, 권정애, 박원희 씨와 함께 공연을 하고 난 후, 급작스럽게 이번 앨범 작업이 진행됐습니다. 손정일 씨가 기타와 베이스를 연주해 주었어요. 그가 운영하는 라이브 바 ‘우산’에 있는 악기와 장비들로 녹음을 마쳤고, ‘우주인프로젝트’의 서웅교 씨가 믹싱과 마스터링 작업을 맡아주었습니다. 앨범 재킷 사진은 ‘다원’의 배길효 씨가 기꺼이 도와주었고요. 이렇게 지인들의 도움으로 짧은 기간에 진행된 결과물이 ‘어슴푸레’ 싱글이에요. 5월초에는 ‘어슴푸레’를 비롯하여 5곡이 수록된 EP 앨범도 발매할 예정입니다.

4.
군에서 제대한 후에 주로 혼자서 통기타를 들고 여기저기서 노래를 부르며 활동을 했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거리 공연’(버스킹)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재미있어요.
저는 거리에서 노래를 하고, 사람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보고 듣고 느끼죠.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도, 연극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일상이 예술이고, 문화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삶을 살면 좋겠어요. 우리 진주가 그런 곳이 되길 바랍니다. 누구나 예술인이 되고, 누구나 문화인이 되는 거죠.

 

5.
진주의 대중음악 문화가 대략 10년간은 맥이 끊겼던 것 같아요. 제가 대학 다니던 80년대나 90년대까지만 해도, 진주에서 대중음악 활동을 하는 밴드나 뮤지션이 꽤 있었습니다. 그런데 노래방 기계와 반주기가 일상으로 들어온 이후, 밴드 문화와 대중음악 문화가 쇠퇴한 것 같아요. 거의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진주에선 대중음악 문화가 사라졌던 거죠.
그런데 최근 진주에서 음악 활동하는 후배들이 하나둘 등장하는 걸 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고맙다는 생각이 들고요. ‘푸엘푸엘라’의 경우엔 고등학교 때부터 거리 공연을 하고 지금도 열심히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많은 후배들이 활발히 공연을 하거나, 앨범을 준비하는 걸로 압니다. 좋은 현상이에요. 제가 그들에게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저 같은 사람도 앨범을 내는데, 재능이 뛰어난 후배들이 못할 이유가 없잖아요. (웃음)

6.
앞으로의 계획이요? 구체적인 계획은 없어요. 어차피 이번 싱글도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나온 건 아니거든요. 그냥 재미있겠다, 즐겁겠다 싶은 대로 살고 있어요. 연극도 그랬고, 미술도 그랬고, 지금 음악도 그렇게 하는 거예요. 즐겁게 살아야죠. 재미있는 것,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살면 돼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겁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