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진주] 에나레코드 전속 뮤지션 1·2호, 서찬우와 마승우를 만나다

음악을 하고 싶지만 진주에서 딱히 공연에 나설 곳을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한 줄기 빛과 같은 구원이 있다. 에나뮤직이 문화공간 the 공감에서 열고 있는 오픈마이크가 그것.

그리고 여기서 만난 사람들이 지금은 <에나레코드>라는 인디레이블을 만들어 자신들의 음악을 더욱 다듬고 있다. 에나레코드 전속 뮤지션 1·2호 서찬우(26), 마승우(26), 두 사람을 만났다.

▲ 호탄동 부에나비스타에서 공연 중인 마승우(왼쪽)와 서찬우(오른쪽) /사진=에나레코드

♬ 두 사람은 어떤 음악을 하고 있을까?

서 : 어쿠스틱 같은 거. 보통 내 얘기인 거 같아요. 아직까진 최대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얘기들을 많이 쓰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랑 노래는 몇 개 없는 건가…. (웃음)

마 : 마찬가지로 어쿠스틱인데, 굳이 장르로 따지자면 포크, 포크 감성이에요. 주로 제 이야기, 주변 사람들 이야기나 살아가는 이야기를 노래로 쓰기도 하죠.

♬ 에나뮤직은 어떻게 알게 됐을까?

마 : 후배의 남자친구가 밴드를 한대서 우연히 오픈 마이크를 관람을 하게 됐는데, 거기서 사회자가 혹시나 방에서 혼자 음악하고 있는 사람 있으면 무대에 누구나 오르라고 하더라고요. 그 계기로 알아가게 됐죠.

서 : 예전에는 저랑 아예 동떨어진 곳이라고만 에나뮤직을 알고 있었거든요. 저기는 오픈 마이크를 하고, 저는 비슷한 시간대에 여기서 버스킹(busking; 거리공연)을 하니까 ‘같이 가기 힘들겠다, 만나기 힘들다’라고 생각했죠. 근데 에나뮤직 대표님이 버스킹 보러 오실 때도 있었고, 다음에 같이 공연하자 그러기도 하고. 아마 다들 오픈 마이크가 인연이 됐을 거예요.

▲ 에나레코드 전속 뮤지션, 마승우와 서찬우.

두 사람 모두 자작곡을 쓰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됐다. 음악을 한 지 오래된 편이 아니었다. 그리고 음악을 하기로 했지만 처음부터 취미의 단계를 바로 뛰어넘을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그들은 에나뮤직을 만나면서 본격적인 음악을 시작할 수 있었다.

♬ 칠암동 소소책방이 자리를 옮기면서 신생 인디레이블인 에나레코드는 빈 공간 중 일부에 연습실을 만들었다. 새로운 공간은 어떤가?

마 : 원래는 저희 공간 따로 없이 경상대 뒤쪽 문화공간 the공감에서 기생을 하고 있었죠.

서 : 거기가 아지트 겸 연습실 겸 했다가 작년 말쯤에 우리 공간이 있었으면 해서 알아보던 차에 운 좋게 여기 들어왔죠.

마 : 작년에 7월에 떠나줄라이(떠나July)라고 버스킹 여행을 갔는데, 같이 거기서 다독여지고, 그때 두 사람 앨범 얘기도 했었거든요, 처음으로. 그때 에나레코드 만드는 얘기가 약간 좀 윤곽이 드러났죠.

▲ 무대에 선 서찬우. /사진=에나레코드

마승우 씨는 상반기에는 데모 앨범을 내보고, 하반기에는 앨범을 내겠다고 했다. 서찬우 씨는 지금까지 쓴 10곡 중에서 한 곡을 이번에 싱글 앨범으로 먼저 선보이고, 연말에 여러 곡을 모아서 앨범을 만들 계획이다.

두 사람에게 서로 친하냐는 말에 그저 웃다가 아리송하다는 듯 “…, 친하죠? (웃음)” 이랬다. 그들만의 공간이 생겼으니 요즘 얼굴은 매일같이 본다.

젊은 사람들이 자신들만의 공간을 마련해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니 요즘 한창 신이 난 모양이다. 각자의 일을 하더라도 매일 출근하듯 모여 있다. 친구들도 자주 찾아 북적북적할 때가 많다.

서 : 집에는 잠만 자러 들어가는 거 같아요. 집은 춥고, 여기가 더 따뜻하고.

마 : 저도 밥을 잘 안 해먹어서. 여기 와서 밥을 얻어먹죠.

▲ 부에나비스타에서 공연 중인 마승우. /사진=에나레코드

♬ 꿈꾸는 20대 음악가들의 사생활도 물었다. 연애 사업들은 어떤가?

마 : 네, 저는 하고 있죠. 음악하는 친구랑.

서 : ……. (큰 웃음) 연애 그렇게 필요성을 못 느끼겠네요. 주위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별로 외롭지도 않고….

마승우 씨는 택배 물류센터에서 물품 하차 아르바이트를 주 6일 한다. 창원에서 온 물건을 진주 전역에 배송하기 전 물건을 내리는 일이다. 힘이 들어서 매일 관두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

하지만 매일 일찍 일어나 일을 하니 생활도 잡아주고 고향인 통영을 떠나 진주에서 사는 생활비도 필요하다. 아직은 음악만으로 형편이 넉넉하기는 어렵다. 지금은 몇 곳에서 기타 강습도 하고 있지만 예술로 먹고 산다는 길은 녹록지 않다.

마 : 경상대 졸업하고서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때 마침 대표님을 만났어요. 그때는 과도기적이랄까 좀 애매한 게 있었어요. 그냥 취업하고는 싶지 않았고.

▲ 마승우와 서찬우는 다른 밴드와 함께 '리빙고(LivingGo)'라는 이름으로 프로젝트 팀을 만들어 '2015 버스킹 라이징 스타'에서 결선 무대까지 진출했다. /사진=리빙고프로젝트 공식페이지

서찬우 씨는 진주에서 나고 자라 가족과 함께 살기 때문에 자취하는 마승우 씨보다는 당장 생계가 급하진 않다. 그는 호탄동 부에나비스타에서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까지 주 5일 일했지만 지금은 음악에 더 집중하고 싶어 출근일수를 줄였다고 한다.

♬ 그동안 공연을 해오면서 관객들의 호응은 어땠을까?

마 : 제 노래가 신나거나 빠른 비트의 음악은 별로 없거든요. 눈 감고 생각하면서 들을 수 있는 노래라서. 음, 잘 모르겠네요. 제 생각에는 집중해서 듣는 거 같은데, 이게 지루해하는 건지 어떤 건지 잘 모르겠어요. (웃음)

서 : 저도 비슷한 거 같아요. 빠른 비트 노래도 두어 곡뿐이고. 예전에는 억지로 관객 호응을 이끌어내려고 애썼는데, 부질없는 짓 같더라고요. 제가 관객 입장이 돼 보니까 좋으면 알아서 호응할 텐데 싶기도 했고. 지금은 “박수 치면서 들으시면 더 즐겁습니다” 같은 팁 정도만 드리지 무리하게 호응을 유도하진 않아요. 집에 안 가는 거 보면 괜찮은 거니까, 앉아 계시는 거 보면 제 노래를 잘 들어주시는구나 하죠.

♬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마 : 저는 군대에서 처음 기타를 배웠는데 그게 인연이 돼 가지고 여기까지 온 거죠. 학교 다닐 때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거 좋아했거든요. 어느 날 후배가 자작곡은 있냐고 묻던데, 노래 막 부르고 다니는데 정작 내 이야기는 안 부르고 다닌 거예요. ‘아, 나도 곡을 써야겠다. 내 얘기를 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조금이라도 젊을 때 도전해야지 생각했습니다.

서 : 처음에는 버스킹이 좋았어요. 그리고 경상대학교에서 가요제가 있었는데, 자작곡으로 1년에 2번씩 3년 동안 도전해서 떨어졌거든요. 근데 4년째 되던 때 1등을 한 거예요. 그때 1등한테 앨범 만들어준다고 그래서 눈이 뒤집혔죠. ‘나도 되겠다, 앨범 만들면.’ 생각을 했는데, 회사가 어려웠는지 미뤄지고 하다가 연락이 끊기더라고요. 이미 마음은 돌이킬 수 없는 곳까지 와버렸으니 혼자서라도 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그때 에나뮤직에서 해볼래 얘기가 나왔어요.

♬ 이들은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할 생각일까?

마 : 누군가 제 노래를 들었을 때, ‘어, 이건 마승우다.’ 싶게 저만의 색깔이 있는 음악을 해서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지금은 아직은 이렇다 할 만한 게 없어요. 제 정체성이나 차별성이 다른 가수와 다른 모습이 부족한 거 같아요. 내적으로는 내 색깔을 찾고, 외적으로는 많이 알려지는 게 필요하겠죠. 음악을 생계수단으로 해서 길게 가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서 : 어렵네요. 저도, ‘딱 이거 들으면 서찬우다.’ 싶은 게 아직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중에 언젠가는 그런 소리를 듣게 되는 게 최종 목표가 되겠지만 저는 이것저것 다 해보고 싶습니다. 어쿠스틱을 한다고는 했지만 다른 장르도 해보고 싶고 여러 가지를 다 손대보고 싶어요. 그냥 생활 속에 있는 노래를 만들고 싶다고 해야 되나. 걷거나 샤워를 하다가 흥얼거리는 그런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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