듣다 보면 ‘빡치거나’ 혹은 의아해 할 만한 이야기가 있다. 지난주 진주시청에서 있었던 일이다.

좋은세상 진주시협의회가 위촉식 및 제3차 정기총회를 열었던 지난 29일 수십 명이 들어간 시청 문화강좌실의 문이 잠겼다. 실수로 잠긴 건 아니었고, 행사 지원을 나왔다는 시청 직원이 취재 나온 기자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잠근 것이었다.

그날 좋은세상 진주시협의회 정기총회에 앞서 진행된 위촉식에 기자가 문화강좌실에 들어가 그 자리에 준비된 총회 자료를 집어 훑어보기 시작했다. 신분을 묻는 시청 직원은 소속 언론사를 밝힌 기자에게 “이거 내부 자료라 가지고 가시면 안 돼요”라 말하고는 기자 옆에 서서 감시를 시작했다. 잠시 머뭇머뭇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직원은 자료를 보는 기자에게 “이거 읽으시면 안 돼요”라고 말을 바꾸며 2015-2016 진주시협의회의 사업에 관해 아예 읽는 것조차 제지하더니 결국 자료집을 억지로 회수했다.

그 후 위촉식이 끝나고 잠시 전화통화를 위해 자리를 비웠던 기자는 총회를 취재하지 못하고 잠긴 문 밖 복도에서 수십 분 동안 그저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안에 있던 그 직원이 2개 있는 문을 모두 잠가버렸기 때문이었다.

▲ 문은 총회 내내 잠겨 있었고, 기자 외에도 다른 몇몇 사람들이 몇 차례 손잡이를 돌리고 노크를 했지만 직원은 결코 이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시청에서 연일 쉬지 않고 홍보하고 있듯 ‘좋은세상’은 진주시 시책으로 운영되는 복지서비스다. 진주시협의회뿐만 아니라 읍면동협의회에서 이웃의 코만 닦아줘도 진주시는 보도자료를 낼 만큼 좋은세상의 활동을 일일이 챙긴다. 그런데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 사업을 결정짓는 그 중요한 자리를 취재하겠다는 기자에게 그 직원은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저 내부행사이기 때문이랬다. 원래 비공개냐는 기자의 질문에도 직원은 내부행사라는 말만 반복했다. 정작 본인도 협의회 소속이 아닐 텐데 내부행사라는 이유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진행되는 시책 사업 운영을 자의적으로 비공개로 결정한 것이었다.

기자는 그날 정기총회에서 다룬 사업내역은 정보공개청구대상이 되는 것으로 기자가 아니라도 모든 국민이 얻을 수 있을 만한 자료라고 생각했다. 또한 지역사회의 후원을 많이 받았다면 자랑이고, 복지사업을 했다 그래도 숨길 이유가 없을 텐데 우선 덮어놓고 내부행사라 비공개라니 기자는 납득할 수 없었다.

출입이 막힌 것도 이해 못 할 일이었지만 자료 회수해 갈 때 직원이 했던 말도 마음에 걸렸다. 계속 열람하게 해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직원은 좋은세상 진주시협의회에는 진주시의 예산이 쓰이지 않아 정보공개청구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 직원은 자신이 행사 지원을 나오고 그 소식까지 일일이 써대는 동안의 임금을 나라로부터 지급받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을까.

게다가 진주시는 그저 간혹 있는 행사지원만 하는 것도 아니다. 좋은세상 진주시협의회 업무를 맡는 진주시청 직원도 있다. 읍면동협의회는 면사무소나 동 주민센터에서 챙기고 있다. 시협의회 홈페이지는 진주시에서 제공하고, 대표 연락처로 전화하면 시청 직원이 받는다. 도로 뺏어간 총회자료를 제작한 사람이 누군지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 진주시가 본 좋은세상 진주시협의회 위촉회 및 정기총회 풍경. 기자와 시민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제공=진주시


하지만 일단 가려두고 자기 입맛대로 언론과 시민들이 보고 듣기를 바라는 '밀실' 행정의 모습을 드러내니 기자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시청출입기자가 아니라 일반 시민이 구경 와도 행사를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시청직원은 무슨 권한으로 이를 막아설 수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봐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공·사를 막론하고 공익을 위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며 투명성을 중시하는 스웨덴 사회에 대한 TV 다큐멘터리를 며칠 전 봤는데, 그건 역시 말 그대로 먼 나라 이야기구나, 기자는 생각했다.

행사 이튿날인 30일, 진주시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좋은세상 제3기 출범과 함께 전국적 확산 다짐'했다고. 일부 언론사는 이것을 그대로 받아 보도했다. 물론 이날 행사에 참석한 기자는 없었다. 

▲ 행사 다음날 진주시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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