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똥을 연구한 사람이 있었다.

"육식을 주로 하는 서구인은 곡물과 야채의 섭취량이 적어서 대변의 양이 적으며 따라서 변비와 대장암에 많이 걸린다. 반면, 아프리카인은 곡물이나 야채 위주의 식사를 하기 때문에 대변의 양이 많고 변비와 대장암도 적게 발생한다."

똥과 식이섬유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데니스 버킷의 말이다.

아일랜드에서 태어난 버킷은 어릴 때 한쪽 눈을 다쳐서 애꾸눈이 되었다. 외과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는 우여 곡절 끝에 자격증은 땄지만 애꾸눈 외과 의사를 받아주는 병원도, 애꾸눈 의사의 칼에 몸을 맡기겠다는 환자도 없었다.

▲ 건강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싸는 것이다.

낙담하던 그는 의료봉사로 평생을 보내기로 하고 선교의사의 자격으로 아프리카에 간다. 거기서 그는 원주민들이 영양실조나 감염병 등은 있어나 변비, 치질, 심장마비, 심혈관병, 당뇨병, 소화기병 등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원주민 똥의 양이 서구인들에 비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서양인들은 평균 하루 100g, 동양인들은 150g 정도의 똥을 누는데 아프리카 원주민은 400-500g의 똥을 눈다.

그는 직관적으로 서양인들에 많은 질환들이 원주민들에게는 없는 이유가 똥의 양과 관련이 있다고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똥의 크기와 양을 결정하는 것이 섬유질이라는 것도 알게 된다.

결국 식재료를 가공, 정제하여 섬유질을 제거하고 남은 정제탄수화물만을 먹는 서양인의 식생활이 변비, 치질, 대장암, 심혈관질환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산업혁명의 결과, 식재료의 가공 변형(도정 정미 등)을 통해 섬유질을 제거하고 백미, 밀가루 등 정제 탄수화물을 대량 소비하면서 이러한 질병들이 급격히 증가하게된 것이다.

음식재료의 가공변형으로 섬유질이 제거됨으로 건강상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버킷의 주장은 정제탄수화물을 주로 사용하는 제과산업과 식품산업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버킷 박사를 'Fiber man'이나 '똥박사'라고 놀리고 깎아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버킷박사의 주장은 사실로 밝혀지고, 노벨상까지 수상하게 되자, 이제는 대중들도 버킷 박사의 주장을 상식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식이섬유란 사람이 소화 분해시키지 못하는 음식 중에 포함된 섬유질을 말한다.

▲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으로 알려진 고구마와 김치.

식이섬유는 정상적인 배변활동에 필수적이다. 식이 섬유가 부족하면 변비와 치질에 걸린다는 말이다. 우리는 똥을 통해서 독성물질, 발암물질과 콜레스테롤 또는 유해균의 독소를 배출한다. 그런데 배변활동이 정상적이지 못하고 변비증상이 있으면 이러한 물질들이 배출되지 못하고 장시간 머무르거나 혈액 속으로 흡수되어 과민성 장염, 대장암, 심혈관질환 등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식이섬유는 장으로 내려가 프로바이오틱스(유익균)의 먹이가 된다. 그로인해 번성하고 활성화된 유익균이 장 점막을 건강하게 하고, 유해균(독소 생성)을 억제하며, 유기산을 생성하여 칼슘 마그네슘 등의 미네랄 흡수를 촉진시킨다.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는 영양성분이 천천히 소화, 흡수되도록 조절하는 역할도 한다. 그런데 식재료의 가공정제로 인해 식이섬유가 제거되면 탄수화물의 급격한 소화흡수, 혈당의 급격한 상승, 급격한 하강을 반복하게 된다. 이것은 심혈관질환과 정서 불안의 원인이 된다.

건강의 기본은 잘 먹고 잘 싸는 것이다. 잘 싸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한다. 잘 먹는 다는 것은 자연 그대로의 음식, 가공과 변형이 덜된 음식, 상품화되지 않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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