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10일 안산 단원고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유족들을 만나다

단원고는, 별보다 밝은, 샛노랗고 화사한 빛깔을 눈부시게 빚으면서, 빛을 낸다.

세월호의 진실을 찾기 위한 모임이 매월 첫 째 토요일, 진주 시내 차 없는 거리에서 열리고 있고, 매달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 서로가 위로의 말을 주고받는다.

10일 그 모임원들이 기획한 안산 단원고 방문을 함께 했다. 10여 명과 함께  안산에 도착하여 4.16기억저장소와 단원고를 방문했고 분향소를 끝으로 하여 진주로 내려왔다.

다녀 온 후에도 슬픈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현장에 직접 발을 들이니 여전히 수많이 남아있는 진실의 길을 헤쳐나가야 할 그 길이 더욱 아득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밝혀져야 할 문제들 중에서 여태껏 밝혀진 단 하나의 진실은 정부, 여당이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희생자 부모, 형제, 자매, 생존자들, 안산 시민,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600일이 넘도록 지속된 시련 속에 있다. 대통령은 세월호 진상규명보다 위기 국면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고 어느 정도 먹힌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또 잊은 것 같아 보일 뿐이지 절대 잊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유족들의 상황을 판단컨대, 그들은 권력의 압박부터 해서 사람들의 손가락질 등에 의해 궁지로 몰린 상황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유족들이 직면한 상황 중 하나가 바로 단원고 교실 문제이다. '돌아오라'와 '기다리겠다'라는 메시지들로 가득 채워져있는 교실들을 신입생이 쓸 수 없다는 이유로 경기도 교육청은 단원고 주변으로 이전하자는 제안을 유족들에게 했고 유족들은 진상규명과 인양 등의 상황이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에 제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유족들은 많은 상처를 받고 있다. 재학생 부모들의 불만 토로와 논의에 불성실한 학교 측의 태도 등에 가슴에 대못이 한 개 더 박히는 상황인 것이다. 대안을 제시해도 모른 체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그들의 마음은 또 얼마나 부서지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내 가슴도 먹먹해진다.

단원고 2학년 10개 교실은 아이들을 기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다. 유족들에게는 그 공간이어야만 의미를 가진다. 그 공간을 포기하라는 말은, 부모로서 위기에 빠져있던 아이들에게 아무 것도 해준 게 없다는 자책감으로 가득찬 그들에게 다시 아이를 포기하라는 말과 같은 말로 들릴 것이다.

또한 그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있으라'는 말을 철썩같이 믿게 만든 것은 죽은 교육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일반 교실로 만들어 같은 교실에서 또 다시 죽은 입시 교육을 배우게 하는 건 가당치 않은 일이라 생각한다.

혹자는 현실적으로 10개의 교실을 그대로 둔다는 게 어렵다는 말을 덧붙이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러한 인식에 단호히 반대한다. 10개의 기억 교실은 현실에 가장 강력한 처방전이 될 산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이 교실들은 수 백 수 천명의 아이들을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교실 존치는 별들이 된 아이들이 더 빛날 수 있게 해주는 일이다.

사실 이러한 효과들은 교육자들, 즉 교육청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청은 교실 존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진정으로 불가피하지 않을 때 선택하는 ‘재현’은 역사 박제이고 왜곡이다. 교실을 더 짓는 등의 융통성을 보이지 않고 유족의 제안도 외면하는 교육청의 비정상적 태도는 사실상 부당 권력의 냄새를 맡게끔 할 뿐이다.

세월호로 한국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 사회를 바꿀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유가족들은 기존 미디어들의 부당한 보도에 저항하여 끊임없이 1인 언론이 되어 직접 전국을 뛰어다니며 국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의 목적은 언론에 나오지 않는 사실 관계와 상황을 국민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서였다. 국민들은 반응을 했고 나는 그들로 인해 한국 사회가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우리를 바꾸었지만 아직 안바뀐 자들(정부, 여당의 권력자들)이 있다. 그들은 우리가 바꾸어 내야 한다.

이에, 우리들이 광장에 나와 이야기할 수 있게 해주는 세월호 진실 찾기 모임의 소중함은 이루 말 할 수 없고 앞으로 그 자리에서 더욱 허심탄회하게 세월호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종관 정의당 진주위원회(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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