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영화제 프리뷰1-[품행]

[품행]
드라마 | 쿠바 | 108분 | 2014년
감독 : 에르네스토 다라나스

주최 : 지식문화공간 노리터
4월 8일 수요일 저녁 7시
무비토크 : 정진상 교수(경상대 사회학과)
관람료 : 무료
장소 : 진주시민미디어센터

“아이 상처?...진보좌파의 저급한 감성 논리”

최근 어떤 높으신 분께서 하신 말씀이다. ‘진보좌파’라는 말처럼 어떠한 표상이 곧 낙인이 되는 경우가 우리사회에서 흔하다. 지방사람, 고졸, 페미니스트, 동성애자, 외국인 등 그 ‘존재 자체’가 ‘문제’라는 낙인이 되고는 한다.

그런 존재들에 대한 사회문화적 맥락이 제거되었을 때 그러한 개인들과 약자들의 사회적 관계들은 끊어지고, 파편화되어 결국 ‘극단’이라는 유일한 선택을 하는 경우를 우리는 흔히 본다. 그것이 자해든, 가해든.

사회주의 국가인 쿠바를 배경으로 한 영화 [품행]에서도 이러한 모습은 여실히 드러난다. 찰라는 학교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정도의 말썽꾸러기다.

찰라는 약물중독자인 엄마가 유일한 혈연이자 법적인 보호자지만 실질적으로 그 역할을 해주지는 못한다. 이러한 현실 속에 미성년자인 찰라는 가정을 부양하기 위해 불법개싸움에 참여하면서 돈을 번다. 하지만 설상가상으로 동료 학생에 대한 폭행, 교사에 대한 반항 등으로 교정시설에 보내질 위기에 처해지면서 학교에서 공식 ‘문제아’로 찍히게 된다.

찰라에게는 혈연과도 같은 실질적 보호자인 담임교사인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원로교사 카멜라가 있다. 찰라가 유일하게 마음을 열고 대하는 어른이기도 하다. 카멜라가 찰라를 둘도 없이 아끼는 것에 대한 화답으로.

카멜라는 찰라를 교정시설로 보내지 않기 위해 안간 힘을 쓴다. 자신을 찾아온 사회복지사는 “불행하게도, 찰라에게는 교정시설이 최선”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그러한 말에 카멜라는 “불행하게도, 정작 본인에게는 선택권이 없고, 그런 것들은 아이들을 주변화시킬 뿐”이라고 대답하며 평행선을 달릴 뿐이다.

“하루라도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날이 없다면 나는 그 날로 학교를 떠날 겁니다.”라며 찰라를 절대 교정시설로 보내지 않겠다며 카멜라는 완강하게 대답한다.

교육당국과의 끊임없는 마찰과 갈등 속에 원로교사인 카멜라는 교사로서의 양심을 지켜나가기 위한 안간 힘을 쓴다. 교육당국은 그러한 카멜라를 귀찮은 원로교사로 취급하고, 교단에서 나가길 바라며 압박을 넣는다.

관료주의와 사회적 통제와 속에서 사회적 존경을 받던 원로교사 카멜라도 방황하는 ‘불온교사’가 되고 만다. 찰라에게 사회가 ‘문제아’라는 딱지를 붙였듯이. 이러한 카멜라와 찰라는 쿠바에만 있는 것일까.

“나는 세상에서 가장 멋있게 생겼다.”
“나는 뭐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세상에 두려울 게 없다.”
“이 세상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
"나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서울에서 14건의 절도, 폭행 등 범죄를 저질러 소년 법정에 섰던 전력이 있었고 보호관찰 기간 중에 오토바이를 훔쳐 무거운 형벌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 재판에서 이러한 외침으로 형벌을 대신했다고 한다.

판사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는 이 소녀가 작년 초까지 어려운 가정환경과 집단폭행을 당한 뒤부터 시작된 일탈과 비행을 감안해서 내린 결정이었다고 한다.

"이 소녀는 가해자로 재판에 왔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삶이 망가진 것을 알면 누가 가해자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 아이의 잘못의 책임이 있다면 여기에 앉아있는 여러분과 우리 자신입니다. 이 소녀가 다시 이 세상에서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잃어버린 자존심을 우리가 다시 찾아주는 것입니다."

이러한 말로 판사는 판결을 마무리했다고 한다. 우리들은 여기의 ‘찰라들’에게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소위 ‘진보적’이고, ‘좌파적’이라고 자처하는 이들도 ‘문제아’라는 ‘사람’들에게는 ‘개인의 문제’로만 떠넘기며 혐오하는 모습을 많이 본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는 말처럼 ‘찰라들’의 가능성을 애초부터 거세하고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하기에만 급급하다면, 종북이니 진보좌파니 타령에 바쁜 어떤 괴물과 다르다고만은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우리는 찰라의 존엄과 카멜라의 양심을 지켜줘야 할 모두의 책무가 있는 것이다.

이번 지식문화공간 노리터에서 기획한 ‘방황하는 영화제-다른 나라의 나를 만나다’는 어떤 방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단순히 타인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임을 자각하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영화제이자 문화행사다.

그런 의미에서 방황하는 영화제는 방황하는 청소년과 교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찰라와 카멜라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과거 청소년이었던 사람들도, 예비교사들도 와서 편히 이야기하고, 방황하는 모든 사람들이 함께 와서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고 방황하는 자들의 연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귀중한 자리가 될 수 있으면 한다.

이번 영화는 특별히 자제자막 제작과 함께 쿠바와 쿠바교육을 연구한 경상대 사회학과 정진상 교수님이 무비토크로 함께하는 자리로 흔치 않은 자리이니 꼭 참여하면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구덕기 시민기자 (지식문화공간 노리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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