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연말을 보내는 방법

2013년 12월 10일. 약 2년 전, 고려대학교에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었지요.

철도 민영화, 불법 대선 개입, 밀양 주민 자살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청년들에게 '여전히 안녕한지'를 묻는 대자보였습니다. 가벼운 안부 인사였지만,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뜨거움을 선사했었습니다.

이와이 슌지의 영화 '러브레터'에서 히로코는 애인 이츠키를 잃고 상실감에 시달리죠. 결국 사고 지역을 찾아간 히로코는 애인의 영혼이 묻혀있는 설산을 향해 가슴속 말을 거듭 토해냅니다. 그것은 "잘 지내시나요"를 뜻하는 "오겡끼데스카"였습니다.

▲ 영화 'Love Letter', 1995

영화 '파이란'에서도 그랬지요. 외딴 산에서 외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는 중국 처녀 파이란은 위장결혼을 해준 건달 강재에게 편지를 보내죠. 그때 그 편지는 다름 아닌 그의 안부를 확인하는 말이었습니다.

건배는 술을 나눠 마심으로써 독이 없다는 걸 확신하기 위해, 악수는 빈손을 맞잡으며 서로 해칠 의도가 없다는 걸 확인하기 위해 생겨난 고대 관습이라지요. 그때 건배와 악수는 생존을 위한 필수 방편이었겠지요. 

결국 인사란 것은 가장 짧은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을 묻기 위한 수단이 예절로 굳어진 게 아닐까요. 먹고사는 것이 힘들었던 시절에 "식사 하셨어요?"라고 묻고, 평안히 지내기 쉽잖은 세상에서 "안녕하세요?"라고 말 건네는 것. 그리고 엄혹한 무관심의 시대에서 고려대 학생의 “안녕들 하십니까”같은 간단한 안부가 가슴을 치는 건, 단순하지만 중요하며 수더분하지만 가장 절실하게 와 닿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한가롭고, 심드렁하게 들릴지라도 가장 절절한 말은 결국 안부를 묻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젊은 대학생의 외침에 우리 사회가 뜨겁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고, 떠나간 사람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히로코는 "잘 지내시나요"라고 외칠 수밖에 없었으며, 파이란은 자신의 삶을 한국과 연결해 준 단 하나의 끈인 강재를 향해 가장 흔한 안부의 말로 감사를 표시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소중한 사람을 만났을 때, 우리가 진정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면, 안부 외에 다른 그 무엇이겠습니까. 어느덧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연말, 소중한 사람에게 따뜻한 안부 어떠신지요. 비록 짧은 인사지만 진심은 언제나 전해지는 법이니까요.

여러분도, 잘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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