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향교…400년 넘은 은행나무 가득, 그 짙은 향기 속으로

윗지방에서 눈 소식이 전해졌다. 아직 가을을 붙잡고 있는데 성큼 겨울이 와 버린 듯하다. 며칠 전 노란 물결의, 혹은 금빛 카펫을 사뿐히 밟으며 가을을 만끽했던 기억이 머쓱해졌다. 우수수 떨어지는 은행잎 속에서 연방 카메라를 눌러대던 모습은 머나먼 추억이 돼버린 것 같다.

전북 전주시에 있는 전주향교(전주시 완산구 향교길 145-20)는 우리나라 향교 중 보존이 가장 잘 돼 있는 곳이다. 향교는 조선시대 지방 양반 자제의 교육을 담당하려고 나라에서 세운 학교이다.

전주향교는 세종 23년 경기전(태조의 영정이 봉안되어 있는 누전) 근처에 지었다가 전주 서쪽의 화산 기슭으로 옮겼다. 그러나 향교가 전주성 밖에 있어서 다니기가 불편하자 선조 36년 전라감사 장만이 다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단다.

경내에는 공자 등의 위패를 모신 대성전, 공자 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계성사, 중국과 우리나라의 훌륭한 유학자의 위패를 모신 동무·서무 유학을 가르치던 명륜당, 그리고 학생의 기숙사로 사용한 동재와 서재 등 많은 건물이 남아 있다.

▲ 전주향교 은행나무.

무엇보다 만추의 이때, 전주향교를 찾은 이유는 400년을 훌쩍 넘긴 은행나무들이 뿜어내는 진한 가을의 기운 때문이다. 향교에 은행나무를 심은 것은 벌레가 잘 안 생기는 은행나무처럼 유생이 바른 사람으로 성장하라는 의미가 있다고 전해진다.

몇 년 전 방영된 KBS2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촬영지로 유명해지면서 늦가을 향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마당 전체를 덮은 은행 나뭇잎들을 지르밟으며 명륜동 앞에서 잠시 머물러 망중한을 즐긴다.

끝 간 데 없이 뻗은 은행나무는 프레임에 가두기엔 너무나 웅장하다. 은행나무에서 아무리 멀어져도 렌즈 안에 그 웅장한 모습을 담기는 역부족이다. 닿으면 노랗게 물들 것 같은 샛노란 세상이다. 기와집에 소복이 쌓인 은행잎 물결과 금빛 길은 탄성을 자아내게 할 뿐이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 그저 눈으로, 발끝으로 감상할 수밖에.

전주에 오면 한복 입은 젊은이들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또 하나의 볼거리다. 울긋불긋 만추를 꽉 채운 단풍과 은행나무와 색색의 한복이 조화를 이룬다.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전주 한옥마을에서 한 발짝 떨어진 이곳은 조금 더 여유가 있다.

전주향교를 지나 자만벽화마을로 오른다. 허름한 골목에 아기자기한 그림들이 생기를 불어넣고 있다. 전주향교에서 겨울의 길목으로 향하는 가을을 붙잡고 자만벽화마을에서 동심을 만난다. 이제 오목대로 오른다. 오목대에 올라 전주 한옥마을을 내려다보면 또 다른 운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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