갖가지 궂고 음습한 현안에 검사 연루
"현실이 영화를 이겨버린" 그 말에 공감

뻥을 좀 치자면 세상이 온통 사람 반 검사 반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셋이 나와 겨루다 그중 하나가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만을 두고 말함이 아니다. 갖가지 궂고 음습한 현안에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검사 명색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각축하는 여야 대통령 후보가 서로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는 두 개의 사건에 등장인물 거의가 전·현직 검사다. 의당 모두 검찰 손으로 넘어갔으니 수사가 진행되면 대선 판이 검사 처분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질 지경으로 가고 있다. 그 구덩이 또한 검사 알알이 네 편 내 편으로 갈래를 지어 서로를 못 미더워하니 더 특별한 검찰을 꾸려 맡겨야 한다는 것으로 옥신각신 실랑이질이다. 그뿐도 아닌 것이 뉴스에 쉼없이 오르내리는 검사들 행태는 자못 가관이다. 돈 먹은 검사, 술 먹은 검사, 추행한 검사, 수사받기 직전 휴대전화 폐기한 검사, 비밀번호 내놓지 않고 수사 방해하는 검사, 방역 수칙 어긴 검사에다, 시민을 고소하는 검사, 야당과 편먹고 생사람 잡으려는 검사, 도대체 기억 안 나는 검사 등 별의별 검사를 다 본다.

홍창신 칼럼리스트
홍창신 칼럼리스트

윤태호의 만화를 극화해 대박을 터뜨린 영화 <내부자들>은 재미로 치자면 으뜸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탄탄한 영화다. 빈틈없이 쫀쫀한 서사구조를 바탕으로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이 영화는 단역부터 주역까지 출연 배우 모두 연기력이 하나같이 눈부시다. 잔혹함에도 유머가 배어있고 야비함에도 빛나는 언어가 있으니 그 촌철살인 대사는 두루 회자하는 명언으로 등극하고 이병헌, 조승우, 백윤식은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오래 기억될 필모그래피를 더했디.

"<내부자들>이라는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그리고 영화를 촬영하면서 너무 재미있었는데 또 한편으로는 영화니까 너무 과장된 것이 아닌가, 너무 어떤 현상들과 사회를 극단적으로, 극적으로 몰고 가려고 애쓰지 않았나 싶어서 약간은 과장된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촬영했어요. 근데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지금은 현실이 <내부자들>을 이겨버린 것 같은 그런 상황이란 생각이 들어요." 주연을 맡은 이병헌이 201611월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남긴 수상소감이다. OTT에 걸린 그 영화를 내려받아 재탕 삼탕으로 우려 맛을 봐도 싱겁지 않은 까닭이 "현실을 이겨버린" 그 리얼리티에 있음을 공감한다. 시방 사방에서 벌어지는 소동을 보며 "영화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란 말이 실감난다. 또 하나의 영락없는 <내부자들>을 찍고 있는 것이다.

"부장님이 물라면 물고 놓으라면 놓고 조직을 위해 개처럼 살았습니다"라는 검사 조승우의 대사가 들리고 "어떠어떠하다고 보기 힘들다. 이런 말 많이 하잖아요? 검찰에서 피의자 조사할 때도 그렇고 언론에서 기사 작성할 때도 자주 쓰곤 하죠. 그런데 이런 게 다 보카시(경계를 흐리게 함) 장난이란 거 알아요?"라는 신문사 주필 백윤식의 대사가 들려오는 듯하다.

어찌 보면 기소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기소를 유예해도 충분할 것 같은 사건일수록 검사 권한은 커진단다. 그 누구든 가둘 수 있고 풀어줄 수도 있는 권한이 쥐여진 손이란 얼마나 두려운 연장인가. 무소불위가 된 검찰이 정치를 비틀 지경에 이르니 그 힘을 분산하려는 역대의 시도는 무산되고 좌절됐다. 외려 앞장섰던 법학자는 삭탈관직에 멸문지화의 지경에 빠졌다. 만약 위의 저 잘난 검사들을 교수 조국의 일가를 손보듯 탈탈 털면 과연 살아남을 자 있을까.

 

이 기사는 [경남도민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