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의 자본주의 너머 여행기- 두번째]

안녕하세요 여러분 ! 툴루즈편 여행기 두번째 이야기 입니다.

지금까지 함께 하신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제 여행기는 여행기간 동안의 시간흐름에 따른 여행기입니다. 그러한 시간 경과의 지표로서 제가 보유한 사진 자료의 순서를 차용해 왔으나. 지난 포스팅 부터는 그렇게 하기가 참 힘들군요.

이유를 한가지 들자면 현재 연재되고있는 포스팅의 주된 주제가 스쾃이기 때문입니다.

"스쾃(squatting, 무단거주)은 버려지거나 빈 건물이나 공간을 점거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보통 주거가 목적이다."

지금과 같은 현대사회는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 명확해지고 토지의 소유와 관계된 모든 절차는 자본의 유무에 따라 진행되고 결정되는 사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토지 또는 공간에 대한 일정한 댓가를 지불하지 않고 무단점거하는 사람들은 해당 정부나 민간기업에 의해 퇴거 당하고 맙니다.

이번 여행기의 주된 주제가 스쾃이긴 하나 저는 어디까지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곳에서 만난 자본주의의 이면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그들중에는 그러한 삶의 방식을 '선택' 한 사람들도 있었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삶을 선택한 사람들 역시 저마다 다른 동기와 삶의 방식이 있었으며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사람들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최근 시리아 관련 난민 문제가 국내 언론에도 크게 시사됐던걸로 기억합니다.
제가 만났던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이러한 문제의 희생자들 이었습니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자본주의 이면의 삶을 살게된 사람들은 대부분 미디어의 횡포에 대해 잘 알고있었습니다. 미디어와 정치의 관계와 그 사이에서의 무분별한 결속은 파시즘으로 이어지기 굉장히 쉬운 법이죠.

이들에게 파시즘이란 학문적 연구의 문제가 아닌 실생활과 맞닿아 있는 문제입니다. 쫓겨나고 쫓겨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이에 대항하여 싸우는 사람들에겐 미디어가 창과 방패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양날의 검과 같은 문제에 직면해 이들과 함께 생활할땐 저와 같은 미디어 중독자는 조심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

▲ 사방을 둘러봐도 주변엔 들과 포도밭 뿐입니다.

이날도 스쾃에서의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날그날 유동적인 공동노동을 소화하고 저와 창원은 이방인으로서의 때론 감당하기 벅찬 자유를 한껏 만끾하며 여기저기 쏘다닙니다. 그래봤자 들과 밭이 전부지만요.

이곳에서의 노동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 집니다.
내가 먹고 싶으면 요리를 하고 내가 방이 필요하면 방을 만들고. 내가 필요하면 무언가를 만듭니다. 모든 일을 진행하는 주체는 바로 나 자신이 되어 그날그날의 과업을 소화합니다.

이러한 노동개념이 스쾃에선 Autonomy 즉 자주권 또는 자율성으로 통용되고 있습니다. 나를 위해서 내가 스스로 일하되 상대방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타인과 함께 일을 할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동노동은 이러한 원칙 하에서 이뤄집니다. 서로가 합의하는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위해선 공동노동을 하는 것이지요.
그런 일들은 대부분 농사와 건축 등. 공동의 의식주에 관련된 일들입니다.

이러한 자율성에 입각해 이때까지도 저흰 밴드투어라는 본분을 잊지 않고 공동의 가치에 해를 가하지 않는 선에서 저희만의 작업을 해 나갑니다. 이 당시 저희 프로젝트는 '이곳에서 곡 한곡은 꼭 만들자!'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거 해도 돼? 저거 해도 돼?'

이곳 사람들은 대부분 이럽니다.

'니가 하고 싶으면 해'

'니가 하고 싶을 때 해'

아님말고

죽어도 이거 하지말라 저거 하지말라 하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설사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사항이 있더라도 '안돼. 하지마' 등과 같은 명령어조를 쓰는 이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흔히 한국에서 암묵적으로 쉽게 일어나는 '좋은 게 좋은거지~' 식의 날치기 의사결정은 이런 곳에선 기대 할 수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론 이 세상 어디에도 기대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만. 좋고 나쁨의 가치를 규정할 수 있는 인간은 이 세상에 그 누구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 이곳에선 매일같이 해질녘의 고즈넉함을 한껏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말많고 생각 많은 하루하루가 지속됩니다만. 하늘은 푸르고 노을은 붉습니다.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그대로 행동하는 것이 어쩌면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행동으로 빚어진 결과에 대해선 그것이 좋고 나쁘든 외면할 수 없는 나날들이 이어집니다. 어쩌면 좋고 나쁨을 판단 할 수 없다는 가정이 부여되었을 때에야 비로소 정직과 진실이라는 가치가 빛을 발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개 대부분의 진실이라 불리는 것들은 모순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진실을 말하고 있다는 정치인들을 믿을 수 없습니다. 무규칙과 혼란속에서 진실은 그저 우연히 발견 될 뿐인것 같습니다. 그 누구도 단 한마디로 진실을 규정 할수는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시각에서 보면 자연의 이치는 진실과 상당히 닮아 있는것 같습니다.

말 역시도 그러합니다. 뱉어서 파괴하는 말이 있고 뱉어서 피어나게 하는 말이 있기 마련입니다. 어쨌던지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고 속담에서 그럽니다만.

아래로 내려가 봅시다.

▲ 이건 공동노동 시간에 경작을 하며 만들었던 씨앗폭탄입니다.

Guerilla Farming. 게릴라 파밍. 저 흙덩이들로 씨앗을 감싸 여기저기 던지는.

말 그대로의 씨앗폭탄이라고 불리는 게릴라 전술의 농사법입니다.

던져서 파괴하는게 아니고.
던져서 피어나게 합니다.

대부분의 진실이란게 눈에 보이지도 않고 규정될수도 없다면 그것을 느끼는 방법 중에 하나는 이러한 농사처럼 '피어나게 하는 방법'이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제가 눈에보이지 않는 것들에 매료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군요.

저 씨앗속에 생명이 없다는 사실을 누가 규정할 수 있을까요?

손바닥으로 하늘을 다 가릴순 없는 법입니다.

하하 왠지 점점 약팔고 싶어지는 멘트들이 작렬하니

계속 약좀 신명나게 팔아보겠습니다.

▲ 스쾃에서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유일한 기차역 입니다.

말은 신명나게 한다고 합니다만. 사실 이 기간 저희는 내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다름아닌 새롭게 다가왔던 자본주의 이면의 삶의 방식이 저희와 같은 초보 스쾃터(스쾃을 하는 사람)들에겐 꽤나 벅찼기 때문입니다. 생각나는 예를 하나 들자면..

솔직히 고기를 먹고싶고! 고기도 매우 먹고싶고! 고기가 정말 먹고싶고!
계속 채식을 하고 있었으니 고기생각이 많이 났나 봅니다.
(모든 스쾃이 채식을 하는건 아닙니다)
저 역시도 채식에 대한 철학을 부정하는건 아니지만. 전 채식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사상적으론 채식을 지향하지만 몸은 아니었습니다.

역시 아닌건 아닙니다. 몸은 정직합니다.

고기 말고도 문명사회와의 괴리에서 느껴지는 단절감으로 인해 힘이 들었던걸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주변 기차역에서 슬금슬금 배회하기도 하고 막 그럽니다.

'야 ! 저거 타면 응? 툴루즈 시내로 가서 고기도 먹고! 응? 고기도 먹고! ? '

 

▲ 대부분의 남는 시간엔 주변을 떠돌아 다녔습니다.

"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

to you. all my friends.

"떠도는 모든 사람들이 길을 잃은건 아니라더라."

내 모든 친구들에게 고함 !

때론 감당하기 힘든 압도감에 암말도 하지 못하게 될때가 있더라. 
내가 생각하고 믿어왔던 세상이 한순간 먼지처럼 가벼워 질때도 있고.

이러나 저러나 우린 그래도 아름답게 저마다 다른 먼지가 아니냐 ㅎㅎ 요즘따라 이런 생각이 너무 피부로 와닿는것 같아
한마디 남겨보고 싶었다 친구들 !

떠도는 모든 사람들이 길을 잃은건 아니라더라

 

그 당시 문명사회를 향한 목마름으로 인터넷을 정말 거의 해킹하다시피 간절히 연결해서 페이스북에 접속했습니다. 뭔가 한마디 하고 싶어서. 저런 말을 적었었습니다.

조금 더 적으려고 했는데 아랫집에서 고기 구워먹나 봅니다. 향기폭격입니다. 고기고기했더니. 고기 먹고 싶습니다. 배가 고픕니다.

요기 좀 하고 다음 여행기로 찾아뵙겠습니다 그럼..

다음편에 계속 ! (이 여행기는 총 5파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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