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알츠하이머 치료제 상용화 위한 새로운 길 열어
“국가 R&D 치매전략센터 단장 맡고 싶다”
“국가 경쟁력 제고 위해 기초과학 분야 연구개발 집중해야”

김명옥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
김명옥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교수.

[단디뉴스=이은상 기자] 기억력을 포함한 인지기능이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퇴행성 뇌 질환, ‘알츠하이머’. 우리가 흔히 아는 치매의 한 종류로 불리는 이 병은 근본적인 치료방법이 개발되지 않아 인류가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로 꼽혀왔다.

경상국립대 김명옥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연구팀이 최근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길을 열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쓰일 수 있는 천연단백물질에서 유래한 9개의 펩타이드 신물질을 개발한 것이다.

알츠하이머는 주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응집, 신경세포의 에너지대사 저하 등으로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병이 진행되면 인지기능의 저하를 비롯해 우울증, 수면 장애 등이 발생한다. 그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거론된 물질은 신경전달물질의 분해를 억제하는 방식에 그쳐, 병의 근본원인을 제어하지 못했다.

김명옥 교수 연구팀은 이번에 개발한 신물질이 알츠하이머병에서 나타나는 비정상적인 단백질 응집의 완화, 신경세포의 인슐린 저항성 회복, 시냅스 및 인지 기능 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것을 확인했다. 해당 연구결과는 지난 13일 세계적인 학술지, ‘분자 신경퇴화(Molecular Neurodegeneration)’에 발표됐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셈이다.

<단디뉴스>27일 김명옥 교수를 만나 이와 관련된 내용을 들어봤다. 김 교수는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생쥐에 (이번에 개발된) 치료물질을 투여해 증상이 개선되는 효과를 확인했다치료물질은 체내에 존재하는 세포 구조와 비슷해 인체에 무해하며, 기존 물질과 달리 혈액뇌장벽을 손쉽게 통과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독성이 없는 체내 단백질 가운데,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아디포넥틴 단백질에 주목했다. 뇌 조직에 존재하는 아디포넥틴 수용체와의 특이적 결합으로 작용하는 이 단백질은 신경세포의 아디포넥틴 신호전달을 활성화해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기전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체내 단백질을 정제해 치료물질로 활용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컸다.

김 교수는 이에 아디포넥틴과 동일한 효능을 가지면서, 크기를 줄인 대체 신물질을 이번에 개발한 것이라며 이 물질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뿐 아니라 당뇨 등 대사질환 개선효과도 있다. 체내 투여 펩타이드 농도를 조절하면 향후 치매 예방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물질은 합성이 용이해 경제성도 뛰어나다고 했다.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연구실에서 김명옥 교수 연구팀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연구실에서 김명옥 교수 연구팀이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새롭게 개발된 치료물질은 국내를 비롯해 미국, 중국, 독일, 프랑스, 영국 등에서 특허로 등록됐다. 치료물질의 원천기술이 확보된 만큼 알츠하이머 치료제 상용화가 가속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향후 유럽 등에서 임상실험을 거쳐 치료제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알츠하이머병은 인류가 풀어야할 영원한 숙제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 인류에 공헌하고 싶었다. 팀원들과 함께 주말과 낮밤을 가리지 않고 6년간 연구에 매진해온 결과 이 같은 성과를 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김 교수는 경상국립대를 졸업한 후 같은 대학 교수에 임용돼 치매제어 기술개발 융합연구단 단장, 뇌신경극복 면역제어연구단장 등을 거쳤다. 또한 2018년 학술부분 올해의 여성과학기술인상 수상, 2019년 국가연구개발 성과평과 대통령 표창상 수상 등 최근 5년간 치매 연구 관련 논문 110여 편을 출간하고, 47건의 특허를 등록하는 성과를 냈다.

그는 인터뷰 말미에 그간 지방대학에서는 연구비 등을 충분히 지원받지 못해 장기 연구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앞으로 대규모 연구 프로젝트인 국가 RD 치매전략센터의 단장을 맡아 모교인 경상국립대에서 더 많은 연구 성과를 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를 지탱하는 힘은 기초과학분야에서 비롯된다. 기초과학분야를 양성하기 위해 연구논문 발표, 특허를 통한 원천기술 확보, 기술이전 및 상용화 등의 과정을 거쳐 국가 차원의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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