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유근종]
[사진 = 유근종]

 

봄에 물이 올랐다. 내가 들은 수많은 음악들 중 봄에 관한 음악들을 한참이나 찾았지만 이전에 연재한 음악을 빼고 나니 소개할 만큼 아는 음악이 없어 진전이 없었다.

하지만 꼭 봄 음악이 아니라도 되겠다 싶어 이제야 하나 골랐다. 오늘 고른 음악은 학교 음악 시간에 들은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중 한 사람인, 본업은 화학자였던 알렉산드르 보로딘의 오페라 이고르 공중의 폴로베츠인의 춤이다.

이 곡을 알게 된 건 1994년 나온 대우자동차 아카디아의 광고를 통해서였다. 고급차를 광고하며 뭔가 강력한 인상을 남기기 위해선 영상미도 중요하지만 음악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폴로베츠인의 춤중 세 번째 곡 알레그로는 그런 의미에서 탁월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광고에서 이 곡을 듣고 이 곡이 뭔지 몰라 정말 답답했다. 그냥 느낌만으로 추측해 여러 곡들을 찾아서 들어보았지만 그 곡이 아니라 답답했다. 요즘이야 인터넷으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 당시는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 봐도 모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방송국에 연락하고 수소문해 광고대행사에 전화까지 했었다. 그렇게 해서 알게 된 음악이라 어찌나 기쁘던지... 담당자가 자세히 알려준 덕에 이 음반을 레코드점에 주문해 무턱대고 사게 됐다.

이 음반을 사 와 트레이에 넣고, 광고에 나온 음악이 나올 때까지 숨죽이며 기다리던 그 전율은 지금도 잊지 않았다.

보로딘의 이고르공은 원래 미완성 작이지만 러시아 국민악파 5인조 멤버 중 알렉산드르 글라주노프가 보로딘과 같이 피아노로 연주했던 부분을 기억해 내 재구성하고 오케스트레이션의 달인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편곡으로 완성됐다고 한다.

오늘 소개한 음악이 폴로베츠인의 춤인데 여기서 폴로베츠는 역사 속의 돌궐(튀르크)족이다. 굳이 이 음악을 꺼낸 것은 한껏 움츠린 이 진주의 봄날에 기지개 한 번 크게 켜보자는 뜻이다.

이 음악이 나온 광고의 아카디아처럼 코로나 없는 아카디아(낙원)가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이기도 하다. 광고에 나온 부분은 (아래 링크의) 520초 쯤부터 나오지만 다 좋으니 처음부터 들어도 좋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ReH-6HbgHO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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