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Angelo의 Untitled (How Does It Feel)

친한 사람들은 나를 보고 재미삼아 백수라고 부른다. 나도 그 말에 크게 부정할 수가 없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1인 프로젝트 팀 ‘우주인 프로젝트’에서 작곡, 작사, 노래, 프로듀서, 엔지니어 등을 맡아 1집 앨범 [From 61Cyg]를 발표한 활동명 ‘우주인’인 음악가(?)이다.

앨범을 만드는데 4년이란 세월이 훌쩍 흘러버렸지만(개인적인 사정으로 하던 일을 그만두고 음악에 올인한 것은 1년 4개월 정도였다.) 이번 앨범의 판매 수익금은 30여 만원. 연봉 약 8~9만원을 꼴을 받고 음악을 만들었으니 백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들어간 물질적 비용, 시간 비용 등을 따지자면 순수익 마이너스를 자랑하는 적자인생의 음악가이다.

음반 작업을 하면서 음원 유통시장의 문제점 등등 할 말은 어마어마하게 늘었지만 이야기하자면 매우 길어질 것 같아서 각설하고. 내 나이 또래에 직장인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연봉 2천쯤 받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은데 음악가는 아무리 고생을 해도 먹고 살기 힘들다는 건 좀 서글픈 일이다. 물론 그것을 바라고 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인디 음악가들이 겪는 삶이란 풍족하지가 않다. 금전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그 오랜 시간의 결과물이 며칠 내로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잊혀진다는 사실은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

음악을 만들면서도 ‘행복했는가?’ 라고 누군가 물어온다면 딱히 그렇게 말할 처지도 못된다. 아주 먼 길을 돌고 돌아 꿈을 찾아왔기에 음악을 하면 행복할 줄 알았는데 싱어송라이터 범주를 벗어나 아예 배경지식이 없었던 엔지니어의 영역에 속하는 작업까지 혼자 도맡아 하다 보니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이것이 정말 내가 원하는 꿈이 맞는지 의문을 가진 시기도 찾아왔었다. 거기다 당연한 생각이겠지만 결과물에 크게 만족할 수도 없었고 만들어 놓고 발표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도 꽤 길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범을 발표한 이유가 있다면 누구도 자기가 한 것에 100%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는 구모형의 조언과 어느 것도 내 뜻대로 제대로 마무리 한 것이 없다는 자기 반성에 의지가 더해졌다. 그리고 자신의 일도 아닌데 자신의 일인마냥 도와준 여러 지인들이 없었다면 용기를 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을 다 헤쳐 나가도 마지막으로 부딪치는 거대한 마음의 벽이 있었다. 완벽주의를 지향하던 나에게 내려놓는다는 것은 치부를 드러내놓는 일과도 같은 끔찍한 일이었고, 스스로 만족하지 못하는 내 자신을 드러낸다는 것은 내 세계의 균열을 일으키는 중대 사건 중 하나였다. 그 모든 마음의 동요를 딛고 용기를 내고 도전하고픈 마음을 가진다는 것, 꽤 고통스러운 시간들이었지만 꿈이었기에 가능하였으리라고 본다.

꿈을 꾸었지만 도전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현실주의를 지향하는 많은 이에게 이상을 현실로 만들면 현실이 된다는 메시지도 남기고 싶었다. 치러야할 고통과 주위의 시선과 인내의 비용은 어마하겠지만 말이다.

대망의 첫 곡. 여러 곡이 떠올랐지만 이 곡을 선정했다. 동네 음악가이긴 하지만 백수로 불리는 ‘타이틀 없는 나’를 기념하면서 D’Angelo의 2000년작 [Voodoo]란 앨범에서 Untitled (How Does It Feel)을 골라봤다. 가사 내용은 전혀 상관없는 약간 선정적인 내용의 곡이지만 제목만 끼워 맞추기 식으로다가….D’Angelo의 [Voodoo] 앨범은 정말 처음에 들으면 소화가 힘들지 모르겠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끈적거림에 중독되는 소울 앨범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네오 소울이라고 해서 사운드는 굉장히 실험적이고 난해하고 독특하지만 노래의 감성은 소울 감성인 스타일의 여러 앨범이 나왔었는데 그 중에서 대표작으로 꼽히는 음반 중 하나다. 사운드도 아주 예술로 잘 뽑혔다는 느낌이 든다. 그 중에서 첫 싱글로 히트했던 곡이 Untitled란 곡이다. 그리고 D’Angelo도 The Vanguard란 밴드와 함께 무려 14년 만에 새 정규 앨범을 가지고 돌아왔다니 기념도 할 겸. / 서웅교 시민기자 (싱어송라이터)

 

*지구인명 : 서웅교. 우주인 프로젝트(E.T. Project)란 1인 프로젝트 팀에서 우주인이란 이름으로 활동중입니다. 61Cyg(61시그니)라는 별에서 온 우주인입니다. 2015년 2월 4일, 1집 앨범 [From 61Cyg]를 발표하였습니다. 장르 구분없이 다양한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 듣습니다.

 

저작권자 © 단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