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곱하기 2는 뭐야?”

“4”

“그럼 위에 2를 적고 밑에 4를 적어야지. 그 다음엔 뭘 해야 돼?”

“.......”

“5에서 4를 빼줘야지..”

“.......”

방안에서 깜빡 잠든 사이 아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 둘째딸 가영이 수학숙제를 도와주고 있었다. 두자릿 수 나눗셈을 가르치는데, 아내가 어지간히 열 받은 모양이다. 듣자니 50을 2로 나누는 셈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연신 한숨 쉬는 소리가 들린다. 옆에서 지켜보던 첫째는 자기 방식대로 동생에게 설명하랴 한숨 푹푹 내쉬는 엄마 진정시키랴 더 바빠 보였다.

“안되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열심히 했으니까 됐다. 휴~”

자리에 누워 반쯤 눈 뜨고 듣던 나도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따로 학원을 보내거나 공부를 시키지 않은 탓이 크겠지만, 둘째는 유난히 셈법이 둔하다.

슬며시 나가서 가영이 옆에 앉았다. 최근 시작한 수학 학습지 연습문제집을 들춰보았다. 한자리 숫자 덧셈 문제만 빼곡이 적힌 두툼한 숙제노트.

“왜 이리 같은 문제를 반복시키지?”

“반복해서 덧셈 뺄셈을 숙달시키려는 거지”

뒤늦게 나와 관심 보이는 척 하는 남편이 야속한 듯 퉁명스럽게 아내가 말을 던진다.

일주일 동안 밀린 숙제 하느라 바빴는지, 지루한 반복 연산에 지쳤는지 한자릿 수 덧셈 문제도 틀린게 많이 보였다. 짝수끼리 연산은 대부분 맞는데 홀수가 들어있는 연산은 유난히 많이 틀렸다.

“홀수가 있는 덧셈은 많이 틀리네?”

둘째가 하소연하듯 외쳤다.

“4 더하기 3은 너무 어려워”

순간, 유난히 연산이 느렸던 어린 시절 내 모습이 떠올랐다. 고백하자면 나는 초등학교 6학년이 되어서도 ‘4더하기 3’을 한번에 계산하지 못해 머리 속에서 손가락을 짚었다. 또 하나 ‘8 더하기 7’도 마찬가지.

몇몇 한자릿 수 덧셈은 연산하는 게 느려 나중엔 자주 틀리는 몇가지는 그냥 외워서 기억했다.

“4 더하기 2는?”

“6”

“4 더하기 4는?”

“8”

“에이, 그것들은 너무 쉬워.”

역시나, 짝수 연산은 아주 쉽게 풀었다.

“아빠도 어릴 때 4 더하기 3이 너무 어려웠어.”

“정말? 나는 ‘7’이 너무 싫어. 이상해. 8은 부드럽고 꽉찬 느낌인데 7은 힘이 없는 것 같아”

그러고 보니 ‘7’에 대한 내 느낌도 그랬다. 맛있는 포도를 먹다가 씨가 걸리는 느낌. 배고플 때 밥 한숫갈 입에 넣었는데 돌을 씹은 느낌.

아마도 나누어 떨어지지 않는 소수(정의: 1과 자신만이 약수인 수)라 그럴 것이다. 무의식 중에 나는 모든 숫자를 2로 나누려는 성향이 있다. 내 아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것은 아마도 어릴 때 음식을 형제 자매와 나누어 먹은 경험 때문이리라.

언제나 배 고프던 시절. 어머니는 장독에 새파란 떫은감을 넣고 재와 소금물로 담그셨다.

보름쯤 지나면 감들은 떫은 기를 잃고 혀끝을 알싸하게 자극하는 노란 단감으로 변했다.

감을 고르게 나눈 다음 마지막 한 개가 남았을 때 동생 누나들과 함께 좁은 항아리 속으로 경쟁하듯 손을 밀어 넣었다. 순간, 감을 집은 누군가가 손을 꺼내면서 함께 딸려 나온 내 손등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날카롭게 깨진 독 입구에 손등이 길게 찢어진 것이다. 내 왼손 등에는 그때 패인 자국이 아직 남아있다.

 

자리에 누워 가영이와 함께 좀전에 풀던 나눗셈 문제 이야기를 꺼냈다.

“언니가 라면을 끓였는데, 열 젓가락이 나와. 둘이 나눠 먹으면 몇 젓가락씩 먹지?”

“다섯 젓가락”

“근데, 50 젓가락이 나와. 그럼 몇 젓가락씩 먹어?”

“아빠 근데, 라면 젓가락 마다 양이 틀리는데 어떻게 똑 같이 나눠?”

“그것도 그렇네.. 그럼 꼬깔콘 50개로 하자”

“안돼. 자꾸 먹을 것으로 하니 배 고프잖아. 집중이 안돼.”

“그럼... 그렇지. 엄마 아빠가 가영이 머리에서 이를 잡는데 50마리가 나왔어...”

“에이 더러워... 내 머리에는 요즘 이가 없어. 냄새 나는 똥 이야기도 안돼”

“그럼 그냥 용돈으로 하자. 아빠가 5천원을 줬어. 언니와 나누면 얼마지?

“2천5백원”

“우와 방금 가영이가 세자리 숫자를 암산으로 나눴다.”

“500원으로 나누면 얼마씩이지?

“250원”

나눗셈 할 때 한번에 다 나누지 못하기 때문에 200원씩 나눠 가진 다음 남은 100원으로 다시 나눠서 50원씩 더 갖는다고 설명 했다. 그러자 백자리를 나눈 다음 빼기를 하는 이유도 이해하는 듯 했다. 마지막으로 처음 문제로 돌아갔다.

“그럼 아빠가 50원을 줬어. 그걸로 언니와 나눠봐”

“뭐어 50원? 에이 아빠. 그걸로 뭐하게. 살 수 있는 게 없어. 그냥 언니 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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