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될 무렵 폭염도 같이 시작되더니 늘어지는 장마 덕에 살인적인 더위는 주춤합니다. 그 사이 유럽에서는 40도가 넘는 폭염으로 산불까지 나서 생활 자체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왜 아니겠습니까? 연중 고른 날씨와 고른 강수량을 자랑하는 지역인만큼 모든 생활이 거기에 익숙해져 있겠지요. 심지어 에어컨이 없는 가정이 대부분이라는데, 40도가 넘는 폭염에 어찌 견뎌내는지 먼 나라에서도 염려스럽습니다.반대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의 날씨는 4계절이 뚜렷하고, 계절 따라 강수량의 차이가 커서 또 거기에 따른 삶의 방편들이 많습니다.
내 몸에 비늘 같은이은래사직서 낸 유부장과 소주 한잔하자고횟집을 갔네수족관 물고기들늙은 개처럼 엎드려 있거나벽을 따라 꿈틀거리고 있었네물고기도 꿈을 꾼다면젖은 몸을 말리고 있을까내 꿈은 몸을 덮고 있는비늘 하나하나 지폐가 되는 것이라네허허 소주잔을 채울 때욕망은 역겨운 냄새를 풍기고 있었지만헛된 꿈으로 하루 살아갈 힘을 삼는이 좁아터진 수족관뜰채에 담겨서야 수족관을 벗어나비늘 다 벗겨내고조각조각 맑은 살점으로소주잔 옆에 앉는***** 솔직히 회는 비싸다. 특히 고급회는 더 비싸다. 회를 좋아하지만 비싼 가격에 늘 망설이게 되어 기껏
콜라와 사이다, 더운 여름날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음료가 둘 뿐이라면 어떨까. 각양각색의 기호를 가진 사람들의 입맛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다. 환타나 웰치스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이온음료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으니까. 지역정치도 마찬가지이다. 선택지가 많아야 사람들의 다양한 기호가 충족될 수 있다. 전국적으로 유통되는 막걸리와 지역적 특색을 갖춘 막걸리가 어우러진 ‘막걸리 시장’처럼 말이다.지역정치 무대가 콜라, 사이다만 남은 독점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양당정치가 강화되다 못해, 양당의 지역의회 독점이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밥+찬+국에서 밥과 찬이 합쳐져 비빔밥이 된다. 밥이 고정되어 있는 상수이고 국 역시 선짓국 콩나물국 장국 등 좁은 폭에서의 선택 사항이다. 가정식 비빔밥에서는 국이 생략되기도 한다.결국 비빔밥은 찬에 해당하는 것이 주된 변수가 된다. 찬은 크게 3가지로 이루어진다.첫 번째가 나물이다.콩나물 숙주나물 해초나물 미나리 시금치 고사리 도라지 송이버섯 표고버섯 오이 등이 그것이다. 밥과 함께 비빔밥의 중심이 된다. 나물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 음식에서 비빔밥이란 ‘장르 탄생’이 가능했다.두 번째는 양념이다.고추장 간장 강된장 보탕국 양념장
수학계의 노벨상이라는 상을 우리나라 사람이 수상했다고 뉴스마다 보도한다. 그 보도를 보면서 나는 수능 1등, 대학 수석 합격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빈번하게, 그리고 가장 문제시되는 ‘일반화의 오류’를 염려한다.7월 1일 자로 민선 8기 지방정부 그리고 교육감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당선된 사람들이 내세운 공약을 다시 보게 된다.교직에 있는 나의 관심은 당연히 교육감의 선거 공약이다. 경남 교육감의 대표 공약은 미래 교육을 위한 빅 데이터 – AI 기반 프로젝트다.사소한 의문이 없지는 않다. 현장에 있는 교사의 한 사람으로 교실 수업
얼마 전 끝난 반 클라이번 콩쿠르가 끝나고 한참 동안 정말 뜨거웠다. 2004년생인 순수 토종 한국 피아니스트 임윤찬이 콩쿠르 역사상 최연소 우승한 것이다. 결선에서 연주한 곡은 영화 의 내용에서처럼 미치지 않고서야 연주할 수 없다는 러시아 작곡가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이었다. 이 결선 연주를 몇 번이나 돌려봤는데 현존하는 그 어떤 피아니스트도 이렇게 연주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했다.얼마나 뛰어난 연주였으면 이때 지휘한 마린 알솝이 연주가 끝나고 눈물을 훔치는 장면까지 나왔다. 콩쿠르에 우승하
75번째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신작 '헤어질 결심'을 보았다. 바위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한 이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으며 나아가는 이 영화는 '복수는 나의 것'처럼 잔인하지도, '올드보이'처럼 불편하지도, '박쥐'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처럼 추상적이지도 않다.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는 정치 메시지나 감독의 주장을 배제하고 배우의 연기와 카메라 샷이라는 최소한의 영화적 구성 요소만으로 '고전적이고 우아한 사랑 이야기'를 노린 로맨스스릴러 또는
집을 나서면 으레 걸쳐야 하는 마스크 너머로 드러낸 눈초리들에선 경계의 기미가 역력했다. 잔기침 소리라도 들릴라치면 단박 분위기 서늘해졌다. 차마 드러내놓고 으르렁거리는 건 아닐지라도 모두 적의를 품은 듯 두리번거리던 참담한 세상이었다. 사람 얼굴에 장치된 근육이 80여 개고 그 힘살로 지어내는 표정이 7000~8000개라더라. 그중 8할깨나 천으로 덮여 가린 꼴이니 그 삼엄한 차단이야말로 감염의 불안에 못잖던 이태 동안이었다. 그 막바지에 갈린 정세로 TV 명색엔 눈짓도 꺼려지는 세상이 도래했지만 트인 곳에선 마스크를 벗어도 되는
세계경제가 물가상승 속에 경기침체가 진행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감세와 규제 완화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새정부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되었다.미국 5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보다 8.6% 급등했다. 1981년 12월 이후 최대폭 상승이다. 미국 내에서 생산·소비되는 에너지의 80%가 여전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47.5%였고, 그 영향으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1.2%를 기록했다.한국도 5월 소비자물가 상승이 5.4%를 기록한 데 이어 7∼8월 중
사립문 앞으로 봇짐을 진 한 무리 사람들이 짐을 풀었다. 봄이 저물 무렵이었을까. 말씨가 다른 그들은 우리집 사랑채에 며칠 묵으며 동네 밥상을 고쳐주고 갔다. 작은 술상에서 밥상, 좀 더 큰 교잣상까지 부러진 다리를 끼우고 찍혀 나간 상 모퉁이에 조각을 감쪽같이 붙여 카슈칠을 하고 말려서 새것으로 만들어놓는 재주, 서너 사람이 죽이 척척 맞아 온 동네 밥상을 다 고치고 나서야 그들은 길을 떠났다.할아버지 주무시는 사랑채방 한쪽에 칼잠을 자며 객지에서 돈벌이했던 그 사람들은 우리 식구랑 밥도 같이 먹고 마루에서 쉬기도 하고 일을 마치
마늘가격이 제법 비쌉니다. 농산물이 비싸면 농민들의 기분이 하늘땅만큼 좋을까요? 아 물론 좋기는 합니다. 농사도 망쳤는데 가격까지 바닥이면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 죽을 맛이겠지요. 지독한 겨울가뭄에 이어 수확기 봄가뭄까지 겹쳐서 마늘 씨알이 작아도 너무 작아 수확량이 반토막난 집들이 많아진 것입니다. 과일이나 채소도 그렇고 심지어 뱃속 아기도 막달에 무럭무럭 큰다고 하지요? 그런데 수확기에 봄가뭄이 계속되었으니, 마늘 논밭에 물을 댄다고 해도 비를 맞은 만큼 작물이 제 힘껏 크지 못한 것입니다.어쨌거나 가격이 고공행진을 해서 최
국수 먹는 날 입안이 까끌까끌 거칠고밥이 물리는 날은국수를 삶습니다양파 땡초 마늘 홍합을 다져 넣고진한 멸치 육수를 만들어호박, 숙주, 부추를 족두리처럼 올리고깨소금, 계란, 고춧가루를 고명으로 얹으면새색시같이 음전한 국수가 됩니다십여 명 모인 지인들과 국수를 먹습니다고달픈 일상사를 주거니 받거니뽀득뽀득 씻겨서 후루룩 찹찹 후루룩 찹찹술술 넘어가는 국수 면발처럼꽉 막힌 그이 사업도 매끄럽게 풀렸으면제수씨 국수가 세상서 제일 맛있다는 칭찬에어깨 각이 빳빳이 서고갈수록 배가 빵빵 불러오는세상 부러울 거 없는 날입니다*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관심은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물론 그는 광고나 뮤직비디오 제작과 시대극도 연출하였다. 그러나 주된 관심은 사회복지가 닿지 않는 곳이고, 거기에는 어린이(또는 유아)가 있다. 그리고 정상 가족이 아닌 이른바 ‘유사 가족’에 방점을 둔다.올해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역시 ‘버려진 아기’를 앞세운다. 그리고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이야기이며 한국의 배우들이다. 그리고 그 배우들 거의는 이른바 ‘톱스타’들이다. 2018년 으로 칸에서 황금종려상
우리 식단의 기본은 '밥+국+찬'이다.'밥+국'은 국밥이 된다. 그래서 국밥에는 '찬'이 따라 나온다. 그리고 '밥+찬'은 비빔밥이 된다. 그래서 비빔밥에는 콩나물국, 선지국 등 '국'이 따라 나온다.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견해에 따르면 생태 환경적 조건에 따라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요리하기 쉬운 음식이 '먹기 좋은 음식'이 된다. 먹기 좋은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자주 먹다보면 '생각하기 좋은 음식'이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 생각하기 좋은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된다. 음식의 대중화란 이런 것이다.비빔밥이나 국밥은
중앙정부의 여야가 바뀌더니 지방정부도 그 영향이 미치는 형국이다. 교육감 선거는 이른바 보수라고 참칭하는 자들이 제법 영역을 넓혔다. 이리하여 2021년 말부터 대중에게 휘몰아치던 정치적 바람은 공식적으로 멈췄다.그리고, 이 땅의 기층 민중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고난이다. 역병으로 풀린 천문학적인 돈과 선거비용으로 풀린 역시 천문학적인 돈이 시장을 흔드니 물가와 이자율은 오를 것이고 더불어 인민들의 삶은 辛酸(신산)해질 것이다.며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다녀왔다. 늘 그곳에 가면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불안하고 무
오늘은 음반 대신 최근에 나온 클래식 음악 관련 책 소개다.나는 고등학교 졸업하던 그 해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들을 예정이다.처음 클래식 음악을 들을 무렵에 볼 수 있는 책은 클래식에 문외한이었던 내게 벽이 좀 높았다.그래서 내가 음악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 건 주로 라디오를 통해서였다.라디오를 듣다 좋은 음악이 나오거나 궁금한 내용이 나오면 메모해 두었다가 책을 사보기도 하고 레코드 가게에 가서 물어보기도 했었다.그러다 음악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점차 어려운 책들도 사 보고, 듣는 음악 장르
제철 채소가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막상 채소만 먹으려니 심심하다. 이럴 땐 다른 식재료와 섞거나 다른 요리에 첨가한다. 이번 시간에는 요즘 제맛인 백다다기오이를 다뤄볼 것이다. 백다다기오이는 수분이 많고 쓴맛이 덜해 아삭한 식감을 살리는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5~6월이 제철인 다다기오이는 눈마다 열매가 '다다귀다다귀' 열린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백오이, 조선오이라고도 부른다.90% 이상이 수분인 오이는 칼로리가 낮아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단, 조리법에 따라 비타민C가 파괴될 수 있어 가열하거나 식초를 넣어야 하는
절미운동이 한창일 무렵 동네 아지매들이 농사일 없을 때 부업을 했다. 동네 서당골띠 큰 아들이 장갑 짜는 기계를 들여와 사업을 했는데 마무리하는 과정에서는 사람 손이 필요한 단계라 집집마다 한 자루씩 들고와서 일명 "시야기(마무리)"작업을 했다. 완성품 켤레 수에 따라 돈을 쳐주었다. 우리집도 그 작업을 했다. 기계에서 막 짜낸 벙어리 장갑 원판은 납작하게 짜여졌고 가장자리에는 코바늘 작업을 할 수 있게 편물코가 죽 늘어져 있었다.짙은 남색, 검정색 벙어리 장갑이 어머니 손끝에서 마무리되면 기계에 살짝 올을 피워 무슨 앙고라 스웨터
지난달 말에 좀 값진 활동을 했습니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협약하여 먹거리 취약 청소년들에게 전달할 꾸러미를 싸는 작업이었습니다. 대충 보자면 불우이웃돕기의 이름으로 흔하게 진행하는 사업이다만,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우리가 농사짓고 잡은 농수산물로 김치를 담그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고, 반찬을 만든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불우이웃돕기의 이름으로 우리 자신을 도운 것입니다. 그러니 연대사업이라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멋진 일인 것입니다.일의 규모나 과정으로 보자면 엄청난
PUBG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 의 새로운 맵을 홍보하기 위해 김지용 감독이 단편영화 를 만들었다. 9분 정도의 분량인 이 영화는 마동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소재는 교도소 폭동사건이고 마동석은 혼자서 맨주먹으로 수십 명을 제압한다. 이제 마동석 배우는 자신이 곧 하나의 ‘장르’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로 데뷔한 이상용 감독은 에서 조감독을 했다. 그러니 라는 영화의 성격과 특징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한 마동석, 확실한 액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