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제주도에 갔다. 3박4일 짧은 여행을 떠나면서도 준비하는 내내 가족들 눈치 보느라 안절부절이었다. 하필이면 이번 주는 주중인데도 연일 민박손님이 많아 내게 특히 미안해하는 눈치다. 카페 보는 며느리를 대신해 손녀를 봐주어야 할 때가 더러 있는데 그 일을 돕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미안해 며느리 대하는 눈치도 달랐다. 이런저런 반찬을 만들어 냉장고 가득 채워놓고, 일일이 반찬목록을 만들어 주고 아내는 떠났다. 나는 그저 전기밥솥에 밥이나 하고, 찌개나 국물 따위를 데워서 반찬통과 함께 내놓으면 될 일이다. 가을걷이도 거의 끝냈고
가 진주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을 찾아가는 기획을 마련했다. 큰 유명세를 떨치지 않아도 지역에서 묵묵히 문화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을 찾아 작품 세계와 생각을 듣는 것이 기획의도이다. 첫 번째 순서는 연극 분야이다. 현재 3살 아이 아빠로 육아가 연극만큼 힘들다는 연극배우 최동석씨를 만났다.진주에서 이미 유명인이던데?나는 아니고(웃음), 극단 현장이 전국에 있는 극단 중에서 유명한 것은 사실이다. 수상도 했고, 42년 역사를 가진 극단은 전국에 드물다.진주 극단 현장은 작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강목발
지리산 너머 먼 바다로 태풍이 지나가나보다. 알록달록 물든 나뭇가지가 세찬 바람에 하염없이 흔들리고, 팥을 베는 손길에 부쩍 힘이 더해지는 오후. 남쪽으로 많이 기운 햇살이 아직은 따뜻하다.들깨를 터는 이웃 할머니 밭에서 도와드린답시고 오전 한나절을 보냈다. 새참으로 싸온 홍시와 메마른 떡조각을 앞에 놓고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가늘게 중얼거렸다. ‘아이고, 영감 거기 누웠지만 말고 날 좀 도와주소.’ 할머니의 눈길이 머무는 밭 언저리엔 석물 하나 갖추지 못한 조그만 무덤이 하나 있고, 할머니가 죽
가을이다. 좋은 계절이지만 농부에겐 힘든 철이다. 그렇잖아도 저녁잠은 늘고 새벽엔 일찍 깨는데 들일에 지친 가을엔 그게 더하다. 밥숟갈 놓고 방바닥에 몸을 뉘면 그냥 잠들기 일쑤다.잠시 잠들었다 눈을 떠 일어나 양치질하고 다시 쓰러지듯 드러눕는 나날이다. 아내는 텔레비전을 보느라 잠이 늦다. 그래서 늘 '몸도 안 좋으면서 잠이라도 많이 좀 자지... 텔레비전은 무슨...' 자다 일어나 화장실에 가면서 약간은 퉁명스럽게 중얼거리곤 했다.어제는 아내도 밭에서 한나절을 지냈다. 고구마를 캐려고 고구마줄기 예초작업을 하는데
- 진주문화예술재단 최용호 이사장 댁 명절만 다가오면 주부들은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피 한 방울 나누지 않은 신랑 친척들과 오랜 시간 부대껴야 하는 부담은 그나마 가볍다. 얼굴도 모르는 남편 조상을 위해 하루 종일 차례 음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색 나물 삶아 무쳐내고, 부추전도 수십장 부쳐야 한다. 온갖 재료에 반죽을 입혀 기름 냄새 질리도록 튀김을 만들고, 물고기도 종류별로 쪄내야 한다.명절 차례상 준비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 때문에 명절을 앞둔 주부들은 두통과 소화불량을 소호한다. 스트레스를 넘어 ‘명절 증후군’이라는
눈을 뜨자 빗소리가 세차다. 어둠이 짙은 새벽,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를 혼자 듣고 있는데 아내도 깨어 있었는지 '빗소리가 참 좋다'며 혼잣말처럼 속삭인다. '그래 좋네. 새벽 빗소리 참 오랫만이다.' 나지막한 목소리로 답을 해주었다.아내도 나처럼 어둔 천정을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살아온 날들과 살아갈 날들에 대한 생각이 거미줄처럼 얽혀 심란할 것이다. '우리 고구마는 언제 캘라고?' 뜬금없이 고구마 이야기다. 좀 더 낭만적인 이야기도 있으련만 살아갈 일이 더 크게 다가오는 모양이다
‘당신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당신의 소망이 이루어지도록 도와줍니다.(When you want something, the whole Universe conspiresto help you realize your desire.’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 경남 의령 의병박물관 특별전시실에서 흑백으로 펼쳐졌다. 김도주 마애불 사진전1월 15일까지 의령 의병박물관에서 열려2017년 한 해가 시작되고도 십여 일이 지난 13일. 새해를 맞아 새롭게 결심을 하면서도 정작 지난해 정작 다사다난
국립공원 제1호인 지리산(천왕봉)을 올해 1월1일부터 지금까지 53회나 오른 사람이 있어 화제다.그 주인공은 산청읍 출신으로 현재 고향에서 모 산림 사업 대표로 재직하는 최수덕(62) 씨다.최 씨가 이처럼 지리산을 찾은 이유는 민족의 영산인 지리산이 최 씨에게 있어서는 삶의 원동력이요 정신적 지주이기 때문이다. 최씨가 처음 지리산에 오른 것은 그의 나이 14살 때인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였다.최 씨는 고등학교를 다니던 둘째 형님이 방학 때가 되면 지리산에 자주 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 보다 중학교 1학년 여름방학을 맞아 특별한 준
[왼 어깨] 작사/곡 김일두마주보는 밤 등대 도시의 작위적인 불빛들그 빛보다도 빠른 독한 술 함께여도잠이 오질 않는 고독한 방가부좌를 틀고 담배 연기와 붉고 푸른 그 별 지나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붉고 푸른 그 별 지나 설레었던 마음 담배 연기와수평선 위 작은 배들나의 왼 어깨와 춤을 추었고뒷산 마을로 가는 첫 삼거리 나무에 기대어늙은 여인의 굽은 등을 보다 나도 모르게 주저앉았네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붉고 푸른 그 별 지나 낯설지만은 않은 그 품으로 록밴드 '지니어스(Genius)'의 리더
학교밖으로 나간 청소년, 그들이 간 곳은?“김00(19세)은 얼마 전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얻었다. 한부모 가정의 김00은 중학교에 입학하고 적응을 하지 못했다. 급기야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서는 학교를 나오지 않았는데 그런 김군을 찾아 간 사람은 담임교사와 학교 교육복지사이다. 결국 김군은 1년 동안 교육복지실의 지원으로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했지만 입학식은 커녕 오리엔테이션 한 번 참석하고 그 길로 학교를 나가지 않아 퇴학 처리가 되었다. 김 군은 고등학교에서 중도탈락하고 학교 밖 청소년이 되었다.
한 시내버스 정류장.“할머니 그거 들고 타시면 안돼요“ “아니 우리는 어떻게 다니라고..”시장을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르던 시민 A씨는 승차 거부를 당했다. 그 이유는 손수레였다. 손수레는 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구매자들, 또 난전에서 물건을 판매하는 상인들 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흔한 운반도구고 그들에겐 꼭 필요한 존재다. 그런 손수레가 승차 거부의 이유가 되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무분별한 승차거부는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갑자기 승차 거부를 당한 A씨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네? 아침에도 탔는데, 무슨~”이라며
"햅쌀 80㎏ 12만 원대 폭락…농민, 수입 중단·재고미 처리를"벼농사를 짓는 이들의 삶이 그 어느 해보다 팍팍하다. 문제의 중심엔 쌀값 폭락이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밝힌 2016년 햅쌀 가격(80㎏ 기준)은 12만 9628원. 햅쌀 가격이 13만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1년 만이다.고성군농민회 이태영회장 "쌀값 폭락 원인으로 무분별한 밥쌀 수입과 정부의 쌀 재고관리 실패때문"27년째 벼농사를 짓는 농민이자 고성군농민회장인 이태영(57) 씨를 농업인의 날(11월 11일)을 앞두고 만났다. 이 회장은 쌀값 폭락
[떠난 이의 향기]애국지사 정규섭 선생 타계진주서 중학생 때 광명회 결성, 부산형무소서 9개월 옥고 치러생존한 도내 애국지사 2명 중 1명인 정규섭 선생이 7일 타계했다. 향년 88세.정 선생은 1943년 쯤 진주공립중학교 재학 중 하익봉, 김상훈, 강필진 등과 광명회(光明會)를 조직했다. 광명회는 독서서클로 우리 역사를 공부, 토론하고 일제에 저항할 수 있는 투쟁을 전개하기로 결의한 단체였다. 이들은 평소 절친한 친구 사이로, 특히 박노근의 아버지와 하익봉의 삼촌이 독립군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7살 때부터 부모가 경제동화책을 읽게 하여 저축에 관심을 가진 뒤 아끼고 근검절약하고 저축하는 습관을 몸에 익혀왔던 진주중앙중학교 박준영 학생은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수상하게 되었다. 단순히 절약하는 습관을 넘어 나눔에도 동참하는 마음도 지닌 박준영 학생은 기특한 절약왕 짠돌이로 불린다”진주중앙중학교(교장 정호경) 박준영(1학년) 학생은 지난 10월 25일 금융위원회에서 주최한 제 1회‘금융의 날’행사에서 금융위원장 표창장을 수상했다. 올해부터 ‘저축의 날’이 아닌‘ 금융의 날’로 바뀐 이번 기념행사에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추천하여 선
봄을 대표하는 개나리가 겨울처럼 쌀쌀한 시월의 마지막 날 노란 꽃을 피웠다. 지리산 둘레길이 지나는 경남 산청 성심원 경호강 언저리에 핀 개나리의 샛노란 빛은 찬바람이 불며 기온이 뚝 떨어져 초겨울 같이 찾아온 추위를 잊게 한다. 산청 경호강 언저리에 핀 개나리에 따르면 ‘꽃은 스트레스의 산물’이라고 한다. 책에서는 개나리, 산수유, 매화, 목련은 급상승하는 기온에 민감해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데 한겨울에도 날씨가 따뜻해지면 스트레스를 받아 꽃을 피운다고 한다. 식물이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
"산청서 난 약초·쌀로 지친 몸과 마음 치유"약초 곤 물에 엿기름 섞어 자연스러운 단맛 자아내보통 '엿기름'이라고 하면 식혜(단술)를 떠올린다. 엿기름은 보리나 밀의 싹을 틔워 말린 것으로, 녹말을 당분으로 바꾸는 효소를 함유하고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질금'이라고도 한다. 식혜는 엿기름을 우린 웃물에 쌀밥을 말아 더운 방에서 삭히면 밥알이 뜨는데, 요즘은 주로 전기밥솥을 이용해 밥알을 삭힌다. 거기에 설탕을 넣고 끓여 차게 식혀 먹는다. 여기까지가 일반 가정에서 하는 엿기름 활용이다. 이 엿기름
"할머니들에게 명예를, 아픈 역사를 기록하자!" 진주지역에서 기림상을 건립하자는 움직임과 함께 지난 5월 24일 추진위가 발족하였다. 시민단체와 시민들이 제안, 참여하고 서도성(진주교육사랑방 대표), 박영선(진주YWCA 총장), 강문순(전 진주여성민우회 대표) 세 명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5개월이 지난 현재 진주지역 기림상 제정 진행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28일(금) 단디뉴스 사무실에서 강문순 공동대표를 만났다. 강 대표에게 추진위원회의 향후 활동 계획은 무엇이며 참여를 희망하는 진주시민은 어떻게 함께 할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하루는 멀어지고] 정연모 작사/곡노을빛이 아름다워 지친 내 마음에 내리네흔들리고 넘어지고 바다 같은 도시의 하루하루참 바쁘게 달리고 뒤돌아보지 않고사랑의 마음 전하는 말가슴에 묻은 채 달리는 버스멍하니 앉아 이루지 못한 사랑과다가오지 않는 내 꿈들이 불빛에 아른거려용서도 잊어버리고 나누지도 못하고뜨거운 사랑의 마음 한줄기 어디에 흘렸나노을빛이 아름다워 도시의 불빛보다 바쁘기만 한내 꿈들 불빛에 아른거려 1집 앨범 ‘똑같은 하루’ 쇼케이스 펼친, 가수 정연모오랜 기간 진주에서 활동하며 현재는 후진을 양성 중인 뮤지션 ‘정연모’가 첫
진주시 금산면에 살고 있는 세 아이 엄마인 정혜경씨가 셋째 아이의 돌을 기념하여 의미있는 곳에 기부를 하고 싶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진주지역 기림상 건립추진위원회에 기부를 하며 마음을 담은 편지글입니다. 자신의 아이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기억되는 역사, 그리고 이어지는 우리들의 역사를 위해 함께 마음을 내어주셨습니다. - 편집자 주 얘들아, 우리 다섯 식구 전주 한옥마을에 놀러갔었지? 저녁에 도착해서 근처 시장으로 밥을 먹으러 가는데 단발머리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상을 보고는 너희가 이게 뭐냐고 물었던 기억
대한민국 실질 문맹율 OECD국가 중 꼴찌우리나라의 문맹율은 2%가 채 안 된다. 가히 세계 최고의 압도적 수준이다. (2009년 1월 국립국어원 발표→1.7%) 그리고 거기다 교육열을 어떤가? 한국의 대학진학율은 70%를 넘는다. 이 역시 지구상에서 견줄 만한 나라가 흔치 않다. 그런데 실질문맹율이 꼴찌라고 한다. 충격이 아닐 수 없다. OECD국가 22개국 중 꼴찌. 실질 문맹율은 문서해석능력을 알아보는 것으로 한마디로 글을 읽고도 이해를 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실제 현재 청소년들의 경우 글을 읽고 난 후 이해하는 능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