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산탈춤과 수영야류, 가산오광대의 공통점은? 당대의 지배층인 ‘양반놈’의 허위의식을 풍자하고 그들의 이중적 행태를 조롱하며 끝내는 그들을 연희(演戲)라는 무기로 까부수는 민중의 서사(敍事)가 그 줄거리라는 데 있다.조선 8도 어디에도 탈춤이 없던 곳은 없었으며 ‘양반놈’들도 기분은 매우 지저분했으되 웬 만큼의 희롱은 분을 삭이며 마지못해 허용했다. 노골적인 패설(悖說)에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으면 가끔은 잡아다 볼기를 치기도 했지만 마당에서 한 번 놀도록 한 뒤 밥은 먹여서 보냄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를 후환(後患)에 대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인상률에 8,350원으로 확정됐지만,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또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갈등의 골이 좀체로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편의점 주인들을 비롯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의 가장 큰 문제는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바람에 실제적인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라는 단어조차 없는 세상. 어디 없을까. 노동자와 사용자가 알아서 임금을 결정하는 세상. 노동자가 부르는 값에 “그거 받아서 살겠느냐”며, 노동자의 마음 씀씀이에 미안해하며 임금을 더 올려주려 애쓰는 사용자는 어디 없을까. 사용자가 부르는 값에 “그렇게 많이 주면 회사가 굴러가겠냐”며 손사래를 치는 노동자는 어디 없을까. 최저임금을 시행하는 이웃 나라를 비웃으며 ‘노동’과 ‘자본’이 아니라 ‘인간’과 ‘인간’이 하는 일인데 그렇게 법에만 의지해서야 인생살이 팍팍해서 살맛이 나겠냐고 되묻는 노동자와 사용자, 어디 없을까.
노동은 일단 힘들다. 근육을 써야 하고 머리도 써야 한다. 단순노무직도 마찬가지이다. 하다못해 망치질 하나에도 망치의 무게와 손잡이의 길이를 감안하는 머리가 필요하고, 타점을 정확히 계산해야 하며, 내려치는 각도도 치밀하게 재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바위는 깨지기는커녕 단단한 가슴으로 망치를 튕겨 보냄으로써 노동을 무위로 돌린다. 따라서 우리는 그 어떤 노동과정에서도 근육과 머리를 함께 쓴다. 근육과 머리를 함께 쓰느라 모두들 힘들 때 근육도 최소한으로 움직이고 머리는 아예 멈춘 일군의 무리가 있어서 허리둘레를 늘리고 뱃살을
공영방송의 이사진 선임시기(KBS와 MBC는 8월 말, EBS는 9월 말)가 다가오면서 해묵은 숙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의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사들을 어떻게 뽑아야 할 것인가의 문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명박과 박근혜 등 2명의 전직 대통령 시절만 돌아봐도 정치권의 공영방송에 대한 인식은 ‘정권의 전리품’ 수준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언제든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 내용을 생산해낼 수 있는 ‘말 잘 듣는 심부름꾼’을 사장과 시사, 보도부문의 수장 자리에 앉혀놓아야 안심해 온 것이 역대 정권의 생
*** 전교조 하면 떠오르는 분들이 계신다. 지난 89년 일신의 안위를 버리고 교육민주화, 사회민주화 투쟁에 누구보다 앞장서셨고 이에 따른 해직의 고통을 오랜 세월 감내하셨던 선생님들이다. 진주지역에서는 당시 16명의 선생님들이 해직되셨는데 글을 늘어뜨리는 걸 편집장이 싫어하는 관계로 몇몇 분들만 간략히 소개하면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이호진 선생님선생님은 진주상고(현 경남정보고)에서 89년 전교조 출범과 함께 해직되셨다. 무슨 과목을 맡으셨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호리호리한 체격에 강단 있는 외모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김춘수, 꽃)“그의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줄여서 ‘조선’이었다. 48년부터 조선이었으니 오래도 되었다. 같은 민족인 우리를 제외한 모든 나라들이 조선이라고 부르는데 80년대 초반까지 우리만 북괴((北傀)라 칭했다. 위에서 끈을 달아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북쪽의 꼭두각시라는 뜻이었다. 위는 소련, 꼭두각시는 조선. 우리는 어린 나이에 그렇게 배우며 나이를 먹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자기네 구역에 들어왔다
사법농단 의혹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자 대법원의 대응이 어째 처음부터 수상하다. 대법원은 마치 범죄피의자 당사자인 양 해명자료를 내놓으면서 의혹의 실체를 부인하고 나섰다. 그것도 검찰이 법원행정처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통째로 달라고 대법원에 요청한 다음날 말이다.올 초부터 숱한 논란을 빚은 끝에 검찰 수사로 방향이 잡힌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 의혹’은, 그간 사법부 내부의 의견수렴을 이유로 시간을 끌어 오다가 이번 주부터 수사가 시작됐다. 대법원이 내놓은 해명자료는 ‘케이티엑스(KTX) 여승무
‘보수’가 ‘몰락’했다고 한다. ‘궤멸’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자유당이 ‘자멸’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TK지역과, 경남의 TK라 일컫는 진주와 서부경남을 제외하고 모든 선거구에서 ‘참패’했으니 ‘몰락’이 맞다. ‘참패’는 싸움의 결과이다. ‘참패’ 뒤에 ‘궤멸’이 이어진다. 드디어 역사에서 사라지면 우리는 이를 ‘몰락’이라고 부른다. 문제는 그들(바른미래 포함)이 싸움을 하지 않고 그냥 무너진 데 있다. 따라서 ‘참패’가 아니라 ‘자멸’이다.그들이 보수였다면 애초에 몰락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 국면에서 패배하고 권토중래하고
이제 딱 하루 남았다. 지난 두 주간 거리를 빨노초파 형형색색으로 물들이고 동네 골목마다 엎드려 지지를 ‘호소’하던 후보들의 간절한 목소리가 오늘 저녁 일몰과 함께 잦아들 것이다.후보를 포함한 선거운동원들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선거운동 기간 시민들도 참 고생이 많았다. 눈과 귀를 때리는 현란한 춤과 음악들, 시야를 가리는 현수막의 고딕체 문구들에 우리는 충분히 시달렸다.정당과 후보자들이 내건 구호와 공약들로도 모자라 한쪽에서는 유권자의 발걸음을 투표장으로 이끌기 위한 호소와 협박성 문구들이 내걸렸다.‘정치에 대한 무관심의 대가는 가
지방선거가 다음주로 다가왔다.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으로 누구를 뽑아야 할까. 정치인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다. 당연히 시대적 과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는 후보를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으로 뽑는 것이 맞다.오늘 우리 사회 최대의 과제는 무엇인가. 소득 불평등 문제 해결이고, 그 핵심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다. 고용이 불안정하고 보수가 열악한 비정규직이 전체 노동자의 약 절반에 달한다. 우리나라 비정규직은 세계 다른 나라들에 비해 특이하다. 첫째, 선진국 비정규직들이 자신의 사정
강원도 영월군. 싸리재 넘어 어느 덕대(하청) 탄광촌의 골목을 검은 노을이 지도록 누비며 우리는 어깨를 겯고 노래했다. 미 미미솔 미레도 미미미솔 미레도 미 솔솔 도도도. “어림없다 엄정주, 택도 없다 태완선, 장하다 장승태!!” 마지막 도는 한 옥타브 올려 외치느라 목이 쉬는 줄도 몰랐고 배가 고픈 줄도 모르던 그 시절. 우리의 얼굴은 탄가루를 조금 뒤집어 써 거무튀튀했을 것이고 점심을 굶은 빡빡머리에 감자 한 알로 우물가에서 한 끼를 몰래 때운 상고머리가 드문드문 섞여 있는, 때는 67년. 조밥 벤또(도시락)와 간드레(카바이드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방선거 지원유세 포기를 선언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지방선거에 나선 후보들이 포기하게끔 만들었다. 홍 대표가 지원유세를 한 지역의 후보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얼굴조차 비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른바 ‘홍준표 패싱’이다. 지원이 필요없다고, 안 오는 것이 도와주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치는데 어거지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제1야당 대표가 선거를 불과 열흘 남겨놓고 현장의 거부로 지원유세를 포기한 것은 정치사상 초유의 사태다.이렇게 된 것은 홍 대표의 일련의 정제되지 않은 막말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감
"양승태가 책임자로 있던 대법원은 고등법원까지 계속 승소해온 KTX 승무원 관련 판결을 이유없이 뒤집어 10년 넘게 길거리를 헤매어 온 해고 승무원들을 절망의 나락에 빠뜨렸습니다. 그로 인해 승무원 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까지 벌어졌으니 누가 이 억울한 목숨과 승무원들의 불행을 책임질 수 있습니까?"비정규직 차별철폐를 요구하며 12년간 길거리와 법정에서 싸워온 KTX 승무원들이 29일, 대법원에서 기자들에게 쏟아낸 호소다. 지난 2006년 3월 1일, '선로 위의 스튜어디스'라 불리던 승무원 280명이 총
요즘 노동자들의 화두는 단언컨대 최저임금이다. 2차례에 걸친 남북정상회담도 아니고 조만간 있을 북미정상회담도 아니다. 촛불혁명에 힘입어 겨우 7천 원 대에 턱걸이했던 최저임금이 시행 5개월 만에 일대 위기를 맞았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동시에 위기의 초입에 들어섰다. 생각해 보라. 소득이 없는데 무슨 ‘소득주도 성장’인가. 오르기 전으로 다시 돌아가는데 무슨 ‘최저임금 인상’인가.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돼 가는지 어쩌다가 일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정작 최저임금의 당사자들은 하루하루 노동하고 하루하루 연명하느라 상황
千辛萬苦천신만고 끝에 여기까지 왔다. 일제의 폭압과 분단, 골육상쟁과 기진맥진, 마지막 냉전과 산업화의 그늘을 거쳐 ‘백두와 한라는 내 조국’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여쁜 생령들이 쉬임 없이 스러져 갔고 잉여농산물이 강토를 초토화 시켰으며 독재와 시달림의 긴 세월을 거쳐 비록 일그러진 형상이나마 우리는 근대화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 흘린 눈물이 얼마였던가. 더 이상 이러지 말아야 한다는 자각이 남북에 공히 생기면서 우리는 드디어 ‘도보다리’를 보게 되었다.立志모든 일에는 뜻이 필요하다. 뜻을 세우려면 지난 날을 분석하고 평가해야
이른 봄 가지 끝에 올라오는 두릅순이나 엄나무순을 따다보면 가시에 찔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겨울동안 배곯은 산짐승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만들어 낸 식물의 작은 저항이다. 하지만 순을 훔치는 짐승이나 사람의 손길을 막아내기엔 역부족이다. 간단히 목장갑만 끼고 훑어도 우두두 떨어지고 만다.보드라운 새끼고양이 발톱도 그렇다. 약한 짐승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무기는 강자의 폭력 앞에서 보잘 것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강대국의 일방적인 국경 선언으로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서 쫓겨나야 할 운명에 놓인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사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을 집행유예로 풀어주는 판결을 내림으로써 국민의 분노를 샀던 정형식 서울고법 형사13부 부장판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정형식을 파면하라는 국민청원 답변 내용을 청와대가 대법원에 전달한 것을 두고 말이다. 이에 대해 ‘비판 성명’을 내야한다는 의견이 각 지역 판사들의 모임인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전말을 따져보자.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이재용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석방되자, 정형식을 파면하라는 국민청원운동이 벌어졌다. 사흘 만에 20만 명을 넘어서자 청와대는 지난 2
나라를 통째로 넘기시겠습니까.그러렵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말이지요.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신들이 전패하면 그렇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되는데 당신들에게는 그 순간 좀 안 된 일이겠지만 당신들이 전패함으로써 나라가 그 어떤 곳으로 통째로 넘어간다면 그건 당신들까지도 포함해 모두에게 좋은 일이지요. 오매불망 좋은 일이지요. 수 천 년 투쟁의 역사에서 끝내 이루지 못 한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되는 것인데 안 좋을 게 뭐 있습니까. 당신들조차도 원점에서 새롭게 제대로 시작할 수 있으니 좋은 일이지요. 그야말로 남강물이 춤을 추고 진주성 비탈의 나
행여 놓칠세라 손을 굳게 잡은 두 사람이 발길을 돌려 낮은 담장을 다시 한 번 넘었다 돌아오는 장면에서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울컥’ 감정 선이 무너졌다. 나는 본래 통일에 대한 열망이 크거나 남다른 민족애가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남북 동포들이 ‘한반도기’를 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두 뺨을 눈물로 적셔도, 이산가족이 상봉을 마치고 돌아가는 버스 창에 얼굴을 맞댄 채 석별의 정을 나누는 장면을 볼 때도 동화되기 보다는 불편한 마음이 앞섰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고 고향을 잃은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다시 끄집어내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