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먹는 날 입안이 까끌까끌 거칠고밥이 물리는 날은국수를 삶습니다양파 땡초 마늘 홍합을 다져 넣고진한 멸치 육수를 만들어호박, 숙주, 부추를 족두리처럼 올리고깨소금, 계란, 고춧가루를 고명으로 얹으면새색시같이 음전한 국수가 됩니다십여 명 모인 지인들과 국수를 먹습니다고달픈 일상사를 주거니 받거니뽀득뽀득 씻겨서 후루룩 찹찹 후루룩 찹찹술술 넘어가는 국수 면발처럼꽉 막힌 그이 사업도 매끄럽게 풀렸으면제수씨 국수가 세상서 제일 맛있다는 칭찬에어깨 각이 빳빳이 서고갈수록 배가 빵빵 불러오는세상 부러울 거 없는 날입니다*경제가 어려워지면서
다큐멘터리 영화로 시작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관심은 복지의 사각지대이다. 물론 그는 광고나 뮤직비디오 제작과 시대극도 연출하였다. 그러나 주된 관심은 사회복지가 닿지 않는 곳이고, 거기에는 어린이(또는 유아)가 있다. 그리고 정상 가족이 아닌 이른바 ‘유사 가족’에 방점을 둔다.올해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 배우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역시 ‘버려진 아기’를 앞세운다. 그리고 일본이 아니라 한국의 이야기이며 한국의 배우들이다. 그리고 그 배우들 거의는 이른바 ‘톱스타’들이다. 2018년 으로 칸에서 황금종려상
우리 식단의 기본은 '밥+국+찬'이다.'밥+국'은 국밥이 된다. 그래서 국밥에는 '찬'이 따라 나온다. 그리고 '밥+찬'은 비빔밥이 된다. 그래서 비빔밥에는 콩나물국, 선지국 등 '국'이 따라 나온다.인류학자 마빈 해리스의 견해에 따르면 생태 환경적 조건에 따라 식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거나 요리하기 쉬운 음식이 '먹기 좋은 음식'이 된다. 먹기 좋은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자주 먹다보면 '생각하기 좋은 음식'이 된다. 그리고 결국은 그 생각하기 좋은 음식을 많은 사람들이 즐기게 된다. 음식의 대중화란 이런 것이다.비빔밥이나 국밥은
중앙정부의 여야가 바뀌더니 지방정부도 그 영향이 미치는 형국이다. 교육감 선거는 이른바 보수라고 참칭하는 자들이 제법 영역을 넓혔다. 이리하여 2021년 말부터 대중에게 휘몰아치던 정치적 바람은 공식적으로 멈췄다.그리고, 이 땅의 기층 민중들에게 다가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고난이다. 역병으로 풀린 천문학적인 돈과 선거비용으로 풀린 역시 천문학적인 돈이 시장을 흔드니 물가와 이자율은 오를 것이고 더불어 인민들의 삶은 辛酸(신산)해질 것이다.며칠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다녀왔다. 늘 그곳에 가면 느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의 불안하고 무
오늘은 음반 대신 최근에 나온 클래식 음악 관련 책 소개다.나는 고등학교 졸업하던 그 해부터 지금까지 30년 넘게 클래식 음악을 듣고 있으며 앞으로도 들을 예정이다.처음 클래식 음악을 들을 무렵에 볼 수 있는 책은 클래식에 문외한이었던 내게 벽이 좀 높았다.그래서 내가 음악에 대한 지식을 얻게 된 건 주로 라디오를 통해서였다.라디오를 듣다 좋은 음악이 나오거나 궁금한 내용이 나오면 메모해 두었다가 책을 사보기도 하고 레코드 가게에 가서 물어보기도 했었다.그러다 음악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점차 어려운 책들도 사 보고, 듣는 음악 장르
제철 채소가 몸에 좋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런데 막상 채소만 먹으려니 심심하다. 이럴 땐 다른 식재료와 섞거나 다른 요리에 첨가한다. 이번 시간에는 요즘 제맛인 백다다기오이를 다뤄볼 것이다. 백다다기오이는 수분이 많고 쓴맛이 덜해 아삭한 식감을 살리는 샐러드와 잘 어울린다.5~6월이 제철인 다다기오이는 눈마다 열매가 '다다귀다다귀' 열린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백오이, 조선오이라고도 부른다.90% 이상이 수분인 오이는 칼로리가 낮아 다양한 요리에 쓰인다. 단, 조리법에 따라 비타민C가 파괴될 수 있어 가열하거나 식초를 넣어야 하는
절미운동이 한창일 무렵 동네 아지매들이 농사일 없을 때 부업을 했다. 동네 서당골띠 큰 아들이 장갑 짜는 기계를 들여와 사업을 했는데 마무리하는 과정에서는 사람 손이 필요한 단계라 집집마다 한 자루씩 들고와서 일명 "시야기(마무리)"작업을 했다. 완성품 켤레 수에 따라 돈을 쳐주었다. 우리집도 그 작업을 했다. 기계에서 막 짜낸 벙어리 장갑 원판은 납작하게 짜여졌고 가장자리에는 코바늘 작업을 할 수 있게 편물코가 죽 늘어져 있었다.짙은 남색, 검정색 벙어리 장갑이 어머니 손끝에서 마무리되면 기계에 살짝 올을 피워 무슨 앙고라 스웨터
지난달 말에 좀 값진 활동을 했습니다. 지역의 시민단체와 협약하여 먹거리 취약 청소년들에게 전달할 꾸러미를 싸는 작업이었습니다. 대충 보자면 불우이웃돕기의 이름으로 흔하게 진행하는 사업이다만, 좀 더 자세히 보자면 우리가 농사짓고 잡은 농수산물로 김치를 담그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만들고, 반찬을 만든 것이므로 궁극적으로 불우이웃돕기의 이름으로 우리 자신을 도운 것입니다. 그러니 연대사업이라는 것이 적절하겠지요. 누군가를 일방적으로 돕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멋진 일인 것입니다.일의 규모나 과정으로 보자면 엄청난
PUBG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 의 새로운 맵을 홍보하기 위해 김지용 감독이 단편영화 를 만들었다. 9분 정도의 분량인 이 영화는 마동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소재는 교도소 폭동사건이고 마동석은 혼자서 맨주먹으로 수십 명을 제압한다. 이제 마동석 배우는 자신이 곧 하나의 ‘장르’가 되는 운명(?)을 맞이하게 됐다.로 데뷔한 이상용 감독은 에서 조감독을 했다. 그러니 라는 영화의 성격과 특징을 누구보다 잘 파악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한 마동석, 확실한 액션이
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하 RATM)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처음 접했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1963년 6월11일,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 고 딘 디엠의 불교 탄압에 맞선 틱꽝득 스님. 마치 전태일처럼, 제자들이 가솔린을 뿌린 곳에 가부좌를 튼 그의 분신자살 모습을 커버로 선택한 RATM의 음악은 그 자체로 분노(rage)와 혁신이었다. 수전 손택의 를 읽기 전,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과 의미를 나는 이 앨범을 마주하며 제대로 배웠다. 그날 흑백 처리된 사진 속 화염은, 나에게 적지 않은 질문과 의문
선거철 출마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소리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씀일 테다. 이 말은 매번 해대는 발린 소리라, 아니꼬우면서도 행여 무슨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비쌔는 태도로 곁눈질하게 만드는 마성의 구호가 아닐 수 없다. 난다 긴다 하는 인사들이 죄 이런 구호를 외치는 이유일 게다.그러나 나는 살아난 경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누구도 못 살렸으니 여태 살리겠다, 왜장치고 있는 거 아닌가.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살아난 경제가 무슨 일을 벌일지도 잘 모르는 채 경제를 살리겠단 선동에 따라가고 있는 셈
신기한 눈과 귀 여국현음성이 와 그렇노뭔 일 있나귀도 안 좋다 싶은 양반이 귀신같이 알아챈다아들 목 잠긴 소리엔방울이라도 달린 겐지엄마에게 아들 목소리는늘 뭔 일이 있는가 싶었고볼 때마다 아들 얼굴은반쪽이 되어 있었다아직 남아 있는 게 기적이라며가끔 타박을 해도그때뿐늘 그렇게 뭔 일 있나 싶고얼굴은 볼 때마다 반쪽이 되는신기한 엄마의 눈과 귀두 딸의 아비가 되고 나서야내게도 그 신기한 눈과 귀가솟아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한다. 부모와 자식의 교감이 풍부하라고 일부러 만든 달이지 싶다. 부모가 되면 자식이 하는 모든 일에 눈과
우리에게 비빔밥은 너무나 평범하고 자연발생적인 음식이지만 한반도를 벗어나면 흔하지 않은 독특한 음식이다.내장탕이나 동치미, 고등어찜과 해물탕, 돼지족발과 곱창구이 등 우리나라 사람만 먹을 것 같고 왠지 외국인들은 먹지 않을 것 같은 것들도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들 먹고 있다. 다만 음식의 이름이 다를 뿐이다. 물론 기후와 환경에 따라, 종교문화적 특성에 따라 먹지 않는 지역이 있고 호불호도 당연히 있다. 자연환경에 따라 식재료를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그런 식재료 음식은 탄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철학을 공부하여 얻는 효용이 그저 어떤 심오한 논리학의 문제 등에 관해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위험한 말들을 사용하는 여느 기자들보다 우리를 더 양심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비트겐슈타인이 제자이자 친구인 노먼 맬컴에게 보낸 편지에서》나의 졸저 ‘중학교 철학’의 마지막 교정을 보고 있다. 교정을 보면서 위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다가온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성장하여
바이올린 협주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역시 수많은 명반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맨 처음 들었던, 키릴 콘드라쉰이 지휘하고 빈 필이 반주한 정경화의 연주다.전설적인이란 수식어가 붙는 다른 음반들을 들어보아도 이 연주만한 것이 없다.예전에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오셔서 음악감상회를 연 적이 있는데 해설과 함께 이 곡을 틀었다.사람들은 실제 연주장이 아닌데도 곡이 끝나자 박수를 쳤다. 최영섭 선생님이 이 모습에 감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평가하는
날씨가 포근해지면 장 보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간 장터엔 색색의 야채에 과일도 풍성하다. 오늘 살 것은 그중 잘 익은 토마토와 가지, 그리고 주키니 호박. 바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가정식 라타투이에 필요한 재료들이다.프로방스 지역의 대표 요리인 라타투이는 여름 제철 채소인 가지와 호박, 피망, 토마토 등에 허브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뭉근히 끓여 만든 채소 스튜(Vegetable Stew)로 알려져 있다. 스튜란 한데 섞은 재료를 소스 팬에 넣고 푹 끓여 만드는 국물 요리로, 채소를 한꺼번에 넣어 익히기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음 음 음 음 음 음 음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음 음 음 음 음 음 음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음 음 음 음 음 음 음- 조동진 노래 [제비꽃] ♧ 한밤중에 동생이 경기가 들었어. 엄마는 우는 아이를 업고 마루며 마당이며 왔다갔다 밤을 새웠지. 윗마
얼마 전, 근자에 돌아가신 분의 살림을 정리하는 일을 우연히 하게 되었습니다. 생전에 딱 한 번 뵌 적은 있지만, 가까이서 유심히 보지 않았던 터라 그분의 성정이 어떠한지는 도통 몰랐는데 유족과 함께 살림 정리를 하면서 자연스레 고인의 속살을 엿보게 된 것입니다. 아 물론 노인분의 살림이라 야무지게 정돈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어떤 것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에 신경을 많이 쓰며 사셨는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누구였던지 간에 누군가의 한 생애를 돌아볼 기회를 가지는 것은 그 또한 사색의 좋은 계기가 되곤 합니다.
가끔 반려견 데리고남강 둔치 산책 나오시는 임씨 할배오늘은 혼자시다"명랑이는 예?""보름전 하늘나라 갔어""에구! 우짜노""괜찮어 할멈도 먼저 보내고 잘 살고 있는데 뭐“임씨 할배 회색빛 눈에 잠깐 서리는 물빛봄기운 흐르는 깊고 푸른 강변으로쌍쌍이, 혹은 동무끼리 간간이 지나간다남강물 여전히 쉼 없이 흘러가고너도 나도 건강 산책한다고 바쁜 세상어느 누구도 임씨 할배한테 관심 없고어깨 처진 할배 뒷모습 저녁 내내 걸린다 ***** 저녁 무렵 가끔 남강 둔치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이라기 보다는 건강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냉면은 독특하다.주식인 밥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가정집에서 면을 뽑고 육수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얼음을 넣어 국수를 먹는 것은 흔치 않은 음식문화이다. 유래한 지역과 발전한 지역이 명확하고, 유래하고 발전한 배경에 작동하는 자연환경과 정치사회 환경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비빔밥은 평범하다.주식인 밥과 함께 간다. 준비과정이 별거 없다. 먹다 남은 밥이나 나물 등을 그냥 비비면 된다. 그러므로 특별한 유래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전남 함평같이 도축장이 있으면 육회비빔밥, 절 근처에는 산채비빔밥, 통영에는 멍게비빔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