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법관들이 일을 냈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현직 판사들에 대해 탄핵소추 절차를 검토해야 한다고 의결한 것이다. 법관회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특정 재판의 진행 방향을 논의하며, 일선 재판부에 특정한 내용과 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의견을 제시한 행위가 중대한 헌법 위반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번 의결안은 대구지법 안동지원 소속 판사 6명이 지난주 “명백한 재판독립 침해 행위에 대하여 위헌적인 행위였음을 우리 스스로 국민에게 고백해야한다”고 호소한 것이 계기
팩트체크(Fact Check)라는 말이 요즘 유행해서 뜨끔했던 나는 지난 1년 사이 단디뉴스에 쓴 칼럼 40여 꼭지의 팩트를 최근 뒤늦게 일일이 체크해 보았다. 내뱉은 게 과연 사실에 부합하는지 의심이 들었다. 주장은 온당했는지도.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고 나 역시 발이 저리다 보니 이 과업에는 인터넷이 큰 도움이 됐다. 이 나이에 더 이상은 뛰어야 할 필드가 나에게는 없었기 때문이다. 남들은 백세 인생이라는데...아이템(공보계 계약직 공무원이 복사해서 나눠줬다) 쪼가리도 없고 팩스(기계가 삐이이 음과 함께 수시로 서거나 종이가 씹
으로 남북한이 평화 정착의 대로로 나가겠다고 다짐하는 계획이 발표된 후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 문제로 주변 국가 사이에 ‘분란’이 일고 있다.먼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24 대북 제재조치 해제를 검토한다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그들은 우리의 승인 없이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기자들이 “그들(한국)이 당신과 (5·24 조치 해제와 관련해) 접촉해왔느냐”고 묻자 “그렇다. 그들은 우리 승인 없이는 아무 것도 안 한다(They do nothing without our app
한 때 ‘대동세상’이라는 말이 대학가에서 유행한 적이 있다. 대충 90년대쯤으로 기억하는데 대학의 축제라는 축제는 모두 ‘대동제’라는 이름을 달고 열렸다. 민족경대 가을 대동제, 멀구슬 대동축제 등등이 그러하였다. 노조의 파업에도 ‘대동’이라는 단어가 등장해 자본가들이 경기(驚氣)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의 ‘대동’이라는 구호는 지금 생각해 보니 그냥 구호에만 그쳤을 뿐 그로부터 30년쯤 세월이 흘렀는데도 대동세상을 가져오지는 못 했다. 이 사회를 지탱하는 키워드는 그동안의 우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동’이 아니라 여전히
이 세상에 집 없는 동물이 있을까. 달팽이는 아예 집을 자랑스레 들고 다니고, 저녁이면 새들은 비좁지만 새끼를 키우기에는 모자람이 없는 둥지로 너나없이 날아간다. 들짐승 산짐승도 저마다의 굴혈이 있어서 오소리 기름을 얻으려면 입구에 나뭇단을 쌓고 불을 질러 연기를 오소리 굴집에 넣어야 한다. 길가의 비둘기도 하다못해 사람들이 만들어 준 것일지언정 산뜻한 집이 엄연히 있고 물고기들도 마찬가지로 시냇물 바위틈에 서식처가 있다. 그들이 집 문제로 죽을 때까지 고뇌하고 있다는 얘기를 나는 과문한 탓인지 아직은 들어 본 적 없다. 구름(구름
1991년 27살. 군대 첫 휴가를 나왔다. 울진 버스정류장. 버스를 기다리는데 핫도그가 보였다. 휴가 나오면 짜장면을 먹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우연히 본 핫도그 5개를 사서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았다. 버스는 7번 국도 동해안를 따라 남으로 달렸다.동해 바다 경치도 주변 승객도 첫 휴가 나온 27세 육군 일병의 눈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핫도그 5개를 다 먹고 아차 싶어 정신을 차려보니 주변 승객들은 이해한다는 듯 나에게 불편한 시선을 주지 않았다.그 때 그 맛과 분위기는 아직도 내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나에게 고속버스 휴
15만 평양시민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감격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마음으로 받아들였으며 우리는 그들의 환호와 박수에 흐르는 눈물을 감추느라 애를 썼다. 백두산 천지에서 양 정상이 맞잡은 손은 더 이상 그들과 우리가 둘이 아닌 하나임을, 같이 살아야 할 동포임을, 똑같이 평화를 갈망하는 한 겨레임을 온 세계에 선포하는 시그널이었다.70년 이상 얼어붙었던 거대한 빙벽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는 굉음에 우리는 소스라치며 깨달았다. 그리고 일말의 의구심을 날려버리게 됐다. 물론 한순간일 수는 없다. 오랜 세월 미세한
“오늘 우리 두 정상은 백두에서 한라까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했습니다. … 나는 이 자리에서 지난 70년 적대를 완전히 청산하고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한 평화의 큰 걸음을 내딛자고 제안합니다.”문재인 대통령의 2박3일 평양방문은 파격과 감동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동양에서 가장 크다는 능라도 5.1경기장에 운집한 15만 명의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민들을 상대로 한 대한민국 대통령의 연설은 특히 역사에 남을만한 일이었다
얼룩말에 집착하고 짜장면과 초코파이에 넋을 잃는 5살 지능의 20살 청년 얘기를 그린 영화 「말아톤」은 우리 사회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다. 영화는 실화를 토대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와 연기자 조승우 김미숙 등의 열연에 힘입어 2005년 개봉 50일 만에 500만이 넘는 흥행기록을 세웠다. 본시 ‘장애’를 주제로 다룬 영화란 것이 그 품은 의도는 갸륵하나 막상 상영관에 올리면 죽을 쑤기 마련인데 이런 반응을 얻은 것은 전에 없던 놀라운 일이었다.영화는 자폐증을 앓고 있는 실존 마라토너 배형진과 그 어머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하루 한 끼를 먹네 마네 하다보면 어느 순간 어떤 지경에 이르는데 먹어도 살고 안 먹어도 숨은 붙어있는 경지가 바로 그것이다. 먹어도 하루가 가고, 말아도 하루가 가는데 조금만 더 가면 배고픔이 무엇인지 모르고, 거기에서 조금만 더 가면 내 몸에 위장이 과연 있었는지조차 헷갈리게 된다. 왜?처음엔 쪼르륵 쫄쫄 위장이 온갖 몸부림을 치다가 그 소음이, 그 절규가 시나브로 사라지고 적막의 단계로 진입하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니까. 그러면 위장은 애초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데 이게 바로 열반이고 견성이 아닐까. 이 단계에 들어서면
마치 양파껍질이라도 벗기는 것처럼 까도, 까도 비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 관련 얘기다.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수록 그동안 시민들이 사법부와 그 구성원인 판사들에 대해 얼마나 어리석고도 순진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 이제 ‘인권과 사회정의를 수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사법부의 개념정의는 달라져야 한다. 또 ‘헌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재판한다’고 믿었던 판사들에 대한 고정관념도 신기루였음이 드러나고 있다. ‘사법부의 이완용’, 양승태의 경우에는 ‘독립적이어야 할’ 판사들을 군대식의
족히 100년은 땅 속에 묻혀 있었을 돌들이 밝은 태양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그저 돌무더기만 나와도 고마울텐데, 쌓아 올릴 당시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위풍당당한 자태였다.이야기로만 그림으로만 보아오던 진주성 외성의 실체를 눈앞에 마주하고 보니 벅찬 감격에 전율이 올랐다.진주성 역사는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가 ‘거열성’이란 이름의 토성을 지은 것이 시초다. 이후 1379년 고려 우왕 때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돌로 다시 쌓았고, 우리가 익히 아는 임진왜란까지 수차례 걸쳐 왜군을 막아내는 역할을 감내했다. 처음엔 내성만
대한민국에서는 절대로 망하지 않는다는 ‘불패의 사업’이 몇 가지 있다. 교육사업, 종교사업, 보험사업, 그리고 부동산이다. 물론 속설일 뿐, 무한경쟁 시대에 ‘절대’ 망하지 않는 사업이 있을 리 없다. 하지만 개별 사업가들의 흥망성쇠는 있을지라도 이 네 가지 사업 영역은 이 지독한 불황 속에서도 여전히 ‘건재’하다.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이는 이 네 가지 사업은 실은 모두 같은 자양분을 먹고 자란다. 바로 사람들의 ‘불안’이다.교육은 인격 형성과 학문 탐구라는 본래 기능 보다는 자녀의 계급 상승 또는 계급 수호를 위한 ‘투자처’로
문희상 국회의장이 모처럼 국민을 웃겼다. 민주당과 자유당 등 거대정당 원내대표들을 배석시킨 가운데 문희상은 “말썽 많은 특수활동비(특활비)를 없애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이것은 의정사에 남는 쾌거”라고 낯 뜨거운 공치사를 늘어놓았다. 하지만 진실이 아니었음이 곧 드러났다. 특활비를 완전히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62억 원의 특활비 가운데, 15억 원에 해당하는 교섭단체에 대한 특활비만 폐지하는 안이었다. 국회의장단과 상임위원회 몫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었다.이렇게 실제로는 4분의 1만 폐지하면서 겉으로는 ‘완전 폐지’한 것처럼 과
고향을 떠나는 순간 우리는 모두 난민이다. 전쟁을 피해 먼 땅을 찾아나서든, 먹을 게 없어 도시빈민으로 편입하든 난민이 되는 순간부터는 내일을 기약하지 못 한다. 고단한 몸 누일 방 한 칸 없고 우여곡절 끝에 한 끼를 먹으면 다음 한 끼는 저 멀리 있어서 무슨 일이든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항상 긴장해야 하고 배고파 울부짖는 자식 아가리에 옥수수 한 알이라도 넣어주려면 우리는 마지막에는 도둑질이라도 해야 한다. 사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고 했다. 오늘 맞아 죽어도, 내일 굶어 죽어도 후손은 살아야 했다. 우리도 난민이었다.
그동안 밝히기를 꺼려해 온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한 문건 196건이 공개됐다. 그러나 아직도 상고법원 설치 로비대상이었던 20대 국회의원의 성향과 관련 재판 진행상황을 정리한 내용 등 민감한 부분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의 ‘부산 법조비리 은폐 의혹’ 관련 자료 제출 요청도 다시 거부됐다. 하지만 나온 것만 가지고도 양승태 사법부의 정세분석과 정보취합, 대응전략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예상했던 대로였다. 양승태가 법원행정처를 동원해 청와대 등 소위 힘깨나 쓰는 사회 요로에 뻗친 손길은 상상을 초월했다
*** 이 세상 가장 낮은 곳에서 마음으로 우리와 함께 했던 그 분은 ‘부드러운 진보’의 대명사이다. 오랜 세월 투명인간이었고 지금도 그러한 청소노동자들이 대열의 맨 앞에서 그 분을 통곡으로 맞을 때 나 역시 흐르는 눈물을 감추지 못 했다. 투쟁의 최전선에서 청춘을 보냈고 진정한 민주주의 구현에 일생을 바친 그 분은 이 시대의 전태일이다. 하지만 머지 않아 잊힐 것이다. 그게 세간(世間)의 상정(常情)이다. 급기야 홍 모라는 덜떨어진 인간이 입에 담지 못 할 망언을 내뱉었다. 그래서는 안 될 일이기에 뒤늦게나마 졸문(拙文) 하나 급
한때 진주 상평공단에서는 방직공장이 문 닫은 곳에 공작기계 한두 대 놓고 임가공 하는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지금도 그런 사업장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주로 자동차 부품 물량 3차 밴드 업체들이다. 경기도나 구미공단 1차 밴드에서 다 쳐내지 못하거나 일하기 까다로운 물량이 인근 창원공단으로 갔다가, 창원에서 다시 진주로 넘어온 일감이다. 단가는 두 단계로 떨어져 형편없었지만, 빈 공장 터에 월세 들어 24시간 주야 맞교대로 공장을 돌리면 임대료와 은행 이자, 세금 등을 떼고 사장이 마진을 가져갈 수 있기에 그런 일이라도 받아
봉산탈춤과 수영야류, 가산오광대의 공통점은? 당대의 지배층인 ‘양반놈’의 허위의식을 풍자하고 그들의 이중적 행태를 조롱하며 끝내는 그들을 연희(演戲)라는 무기로 까부수는 민중의 서사(敍事)가 그 줄거리라는 데 있다.조선 8도 어디에도 탈춤이 없던 곳은 없었으며 ‘양반놈’들도 기분은 매우 지저분했으되 웬 만큼의 희롱은 분을 삭이며 마지못해 허용했다. 노골적인 패설(悖說)에 더 이상 안 되겠다 싶으면 가끔은 잡아다 볼기를 치기도 했지만 마당에서 한 번 놀도록 한 뒤 밥은 먹여서 보냄으로써 혹시 있을지 모를 후환(後患)에 대
내년도 최저임금이 10.9% 인상률에 8,350원으로 확정됐지만, 노동자는 노동자대로, 또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불만을 터뜨리고 있어 갈등의 골이 좀체로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큰 문제는 편의점 주인들을 비롯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대선 공약인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에 대해 사과했다.이번 최저임금 인상안의 가장 큰 문제는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바람에 실제적인 최저임금 인상 효과가 무력화됐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