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커플링 할까?”어제저녁 아내가 ‘경상사진마을 흔적’ 정기사진전 포스터를 본 뒤 내게 던진 말이다. 오늘 커플링 사진을 찾아 경상대학교로 갔다. 무료주차장은 대학 축제 ‘개척대동제’ 주점들이 차지하고 있어 창업보육센터 운동장에 차를 세웠다. 농악 소리가 차에서 내리는 나를 반기는 듯 들려온다. 교양학관을 지나 중앙도서관 쪽으로 걸었다. 싱그럽다. 진녹색의 나무가 드문 갈잎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 흔적 없는 긴 의자에는 어떤 이야기를 품었는지 모른다. 20여 년 전 정문에서 교양학관으로 걸어가던 샛길
만사가 귀찮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축 처진 기운을 차리기 위해 화끈하게 맛있는 낚지 볶음으로 원기를 회복하려 하기도 한다.그러나 싸움만큼 재미나고 힘을 안겨주는 것은 없다. 더구나 두 눈 부라리며 두 마리의 황소가 ‘쩌어억’ 소리를 내며 이마를 부딪치는 힘 겨루는 소싸움만큼 화끈하게 원기회복해주는 것이 또 있을까. 하늘이 하늘거리는 시월의 둘째날 경남 진주시 진양호 근처에 있는 진주 전통 소싸움 경기장을 찾았다. 경기장 문을 통해 누런 황소가 고삐를 쥔 소 주인의 손에 이끌려 들어선다. 양쪽 소 주인과 함께 입장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담은 사진전, 흔적 정기사진전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라. 자기 생각으로 삶을 살아가라.“피카소의 말처럼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생각을 담은 사진전이 경상대학교에서 열립니다.오는 6일(화)부터 8일(목)까지 중앙도서관 1층 홀에서 경상사진마을 흔적 제25회 정기사진전 있습니다.뜨거웠던 지난여름을 식히는 가을비와 함께 찾아온 시월, “새 학기 시작하고 짧은 기간 동안 부지런히 준비했다.”는 최슬기 흔적 부회장의 말처럼 경상대학교에 가시거든 들러서 젊은 열정을 격려해주시면 고맙겠습니
사흘 연속 밤 근무의 피로도,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도 나를 붙잡지 못했다. 셀 수조차 어려운 시간 너머 지구의 기억을 고스란히 보여줄 테니 함께하자는데 마다할 수 없었다. 진주문화연구소에서 이라는 주제로 12일, 진주교육대학교 서승조 명예교수와 함께하는 문화기행을 열었다. 촉석루 아래에 있는 돌 벼랑과 의암, 망진산 절벽을 둘러보고, 백악기 화석 산지를 찾아본 뒤, 새와 공룡발자국이 있는 진성면 가진리를 거쳐, 고성군 공룡박물관과 해안절벽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평소에는 5분 더 자고 싶은 잠도 막상 쉬는 날에는 알람 소리보다 먼저 눈을 뜬다. 쉬는 날 6일도 그랬다. 가족들이 자고 있을 때 문을 열고 나왔다. 가을바람이 솔솔 불면 그냥 발길 닿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숭숭한 마음을 채우러 떠났다. 승용차를 몰아 진주 남강을 가로질러 망경동과 신안동을 연결하는 천수교 남단 입구에 이르렀다. 진녹색의 까칠한 시멘트벽 배수로 구멍 사이로 고사리가 녹색 잎을 드러낸 생명력이 싱그럽다. 간밤에 내린 비 덕분에 익어가는 대추나무의 대추 알이 물을 송골송골 머금었다. 하얀 벽면에 큼지막한 컬러 파마머
제 10회 진주인권학교가 ‘경남 진주출신 강덕경 할머니를 통해본 일본군 성노예의 삶’이란 주제로 오는 14일부터 15일까지 오후 7시, 가좌동 경상대학교 정문 앞에 있는 진주미디어센터에서 진주인권회의가 주최하고 진주인권교육센터(센터장 권춘현) 주관으로 열린다. “일본은 그냥 물러갈 친구들이 아니야, 또 올 수밖에 없어”‘일본군 성노예 출신 화가’라는 별칭을 가진 고(故)강덕경 할머니가 살아생전에 한 말이다. 할머니는 1929년 진주에서 태어나 지금의 진주초등학교인 요시노국민학교를
푸른 바람이 훅하고 얼굴을 덮을 즈음 사각사각 노래하는 대나무 노래가 정겹다. 답답했던 마음이 뻥 뚫리는 시원한 기분. 대나무 숲은 그래서 눈물겹도록 아름답다. 진녹색의 풍경은 삶의 에너지를 채워준다. 여름에 방전된 내 몸과 마음을 충전하기 위해 도심 속의 대나무 숲으로 떠났다. 9월 9일, 용기를 내었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간 요즘 머리가 띵하고 가슴이 답답한 내게 위안을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평소 그냥 지나쳤던 가좌동 남부산림연구소를 찾았다. 공사 중이라 산림과학관은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움을 잠시
노란 달맞이꽃이 환하게 반긴다. 달맞이 옆에는 꽃땡땡이가 하얗게 피었다. 200여 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만든 문을 나왔다. 느티나무보다 더 높은 아파트 숲을 지났다. 도착한 곳은 경남 진주시 초장동 청동기 유적지, 이곳은 현재까지 확인된 청동기 시대 무덤 중에서는 가장 최대 규모라고 한다. 공휴일이 아니더라도 이곳은 한적하다. 아파트 단지에서 진주시내와 집현면 방향으로 가려는 차들이 생생 지나는 차도와 달리 인도와 공원은 조용하다. 불과 몇백m 앞에는 아파트들이 펼쳐져 있다. 삶과 죽음이 이렇게 가까이 있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더웠다. 머리에서 흘러나온 땀은 얼굴에 멈출 기세도 없이 그대로 흙바닥에 떨어졌다. 바싹 마른 흙은 내 땀방울을 흔적조차 없이 한껏 빨아들였다. 비가 온다는 일기 예보가 내려진 8월 11일, 이날은 또한 음력 6월 27일이다. 나는 이른 점심을 먹었다. 마치 연애하는 마음인 양 내 사랑을 만나러 가는 설렘에 오후 1시 정각 경남 진주시 하대동 집을 나섰다. 422년 전 오늘을 만나러 떠났다. 그날 진주성은 6만여 군관민이 왜적에 맞서 싸우다 순절한 날이다. 하대동 집을 나서 시내로 향
“밥 안 먹어요”다이어트가 아니다. 밥 먹으면 민감한 장이 놀라서 운전대 잡는 1시간 동안 참을 수 없단다. 진주 시내버스를 7년째 운전하고 있는 장길녀 씨(진주시민버스). 운전 중 생리 현상을 예방하는 방법이다. 진주 시내버스 여성 운전기사 1호인 장 씨에게 난폭운전에 대해 물었다. #시내버스는 연중무휴인데 근무시간은?- 오전 근무조가 아침 5시 50분에 시작해서 오후 2~3시까지 시내버스를 운행합니다. 오후조는 오후 1시 30분~3시부터 밤 11시 40분 사이를 운전하고요. 제가 운전하는 350번(구 35번) 버스
진주교육인권센터는 3일 오후 7시 진주시 평거동에 있는 ‘꽃각시’에서 모여 2015 인권학교에 대한 논의를 했습니다. 이날 논의에서는 일정과 장소, 주제 등을 얘기했는데 큰 테두리만 얘기됐습니다. 먼저 9월 9일(수) ~10일(목)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오후 7시 ~ 9시 ‘2015년 진주인권학교’를 열겠다는 결의를 하고 준비를 해나가기로 했습니다. 주제는 ‘강덕경 할머니를 통해 본 일본군 성 노예의 삶’(가칭)으로 잡았습니다.첫째날은 『그림 속으로 들어간 소녀』이라는 일본군 성 노예의 이야기를 기록한 저자를 모시고
칼처럼 날카롭고 톱처럼 삐죽삐죽한 이빨을 가진 티라노사우루스가 없다. 한번 물면 어떤 사냥감이라도 놓치는 법이 없는 티라노사우루스가 없는 쥬라기 공원이라니. 믿기지 않는다. 튼튼한 꼬리와 뒷다리를 이용해 사냥감을 향해 높이 뛰어올라 뒷다리에 있는 날카로운 발톱으로 사냥하는 벨로키랍토르도 없다. 그런데도 쥬라기 공원이다. 쥬라기공원을 찾아 진주 도심 속 대학으로 갔다. 350여m 메타세쿼이아 길을 천천히 걸었다. 눈도 맑아지고, 폐도 깨끗해지고 머리도 똑똑해진 기분이다. 곧게 뻗은 거목 메타세쿼이아 사이로 난 길은 보기만 해도 가슴이
경남 진주시 혁신도시 내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찾았다. 진주 신사옥에 국내 유일의 토목건축과 주거문화 주제박물관인 토지주택박물관이 지난 1일 문을 열었다. 더구나 기획전시실에는 개관을 기념 특별전으로 '토지주택박물관의 진주(眞珠)'전을 연다. 진주(晋州) 속 진주(珍珠)를 구경하는 즐거움은 내리는 빗줄기도 시원하게 했다. 7월 17일, ‘별의 별집’이 다 있는 그곳을 들여다보기 위해서다. LH 사옥 정문을 지나 오른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건너편 공감동(共感棟)으로 걸음을 옮겼다. 외부에서 찾는 나를 배롱나
천 년이 넘는 경남 진주 도심을 송구스럽게도 7월 4일 단숨에 둘러보았다. 진주 생활정치 시민네트워크 내 소모임 ‘마실’에서 유월 모임에서 나를 길라잡이로 세웠다. ‘고지도 속에서 숨겨진 진주 속의 진주’를 찾아 나선 길이었다. 길라잡이로 나선 이날은 배워서 남을 준 날이다. 덕분에 비우고 채웠다. 따로 책을 구매하고 공부했다. 또한, 함께 길을 묻고 길을 걸으면서 배웠다. “그냥”큰아들은 오후 4시가 약속 시각 1시간 전에 집을 나서는 게 이상한지 현관문을 나서는 나에게 왜 벌써 가려는지 의
1970년 12월 7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쌀쌀한 겨울, 독일 총리 빌리 브란트는 무릎을 꿇었다. 폴란드 바르샤바 유대인 위령탑 앞에서. 나치 독일이 전쟁을 벌인 지 25년이 지난 뒤였다. 나치 독일에 가장 큰 피해를 당했던 폴란드 국민의 마음을 움직여 두 나라는 관계를 정상화했다. 문득 40여 년 전의 먼 나라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때문이다. 올해는 한일수교 50주년이다. 그러나 일본의 아베 정권은 아직도 일본군 성노예를 인정하지 않고 침략전쟁을 사과하지 않는다. 잊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남 사천 선진리
매번 지나가는 길이라도 문득 다른 느낌으로 만날 때가 있다. 진주시 신안동, 평거동 남강 변을 따라 있는 신안-평거 산책로가 그곳이다. ‘천당 밑에 분당’이라는 우스갯말이 있지만, 분당 밑에는 그곳은 또 다른 초록 바다의 천국이다.도심 속에서 초록빛 이파리를 달고 반짝이는 초록의 숲길에 6월 11일 들렀다. 온몸으로 초록빛이 쏟아져 샤워한 듯 정신이 맑아졌다. 어느새 몸과 마음마저 초록으로 물들었다. 진주시 신안동 KBS 진주방송국 앞에는 소나무 몇 그루를 가운데에 두고 길은 원을 그리듯 나 있다. 소나무
좁다란 골목길. 이 길을 따라 올라가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5월 22일 아내를 출근시키고 아이들 밥 먹여 등교 보낸 뒤 부리나케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경남 진주시 상봉동 경진고등학교 앞이었다. 학교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야트막한 산을 올랐다. 학교 옆 골목길에는 하늘 나는 갈매기와 매화가 벽면에 그려져 있다. 하얀 조팝나무 덕분에 길 잘못 들면 돌아가지 뭐하는 자신감을 가졌다. 골목길은 어느새 시멘트로 포장된 농로가 되었다. 노란 봉지에 열매를 싼 배나무밭이 나왔다. 학교 운동장으로 빠지는 샛길이 나
이사는 진저리가 난다. 결혼하고 내 집을 마련하기까지 여러 번 옮겼다. 이삿짐을 싸고 바뀐 환경에 적응하기는 은근한 스트레스다.그런데 아쉬울 것이 없는 살림을 가지고 탄탄하게 사는 사람이 서울을 떠나 천릿길을 마다치 않고 경남 진주로 왔다. 지나가면서 늘 궁금했다. 또한, 조선 14대 왕 선조가 신하를 위해 제사를 지내준 이유가 알고 싶었다. 스승의 날을 하루 앞둔 5월 14일 진주시청 뒤편 옛 도동길을 찾았다. 진주도동초등학교 지나 진주시립 연암도서관 가기 전 좁다란 입구의 갈색 이정표는 ‘선조사제문비(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이었다. 416년 전 그날도 오늘(4월 6일)처럼 비가 내렸을까. 내가 찾은 길은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로다. 충무공 일행은 1597년 4월 1일 '백의종군' 처분을 받고 서울 의금부 옥문(지하철 종각역 인근)을 출발해 경남 진주까지 121일간 640.4㎞를 걸었다.진주는 충무공 백의종군의 마지막이다. 이곳에서 다시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을 받았다. 조선 수군은 칠전량 해전에서 전멸했지만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있습니다.”라고 상소를 올리고 300여 척이 넘는 왜군의 수군을 물리친 명량대첩
“이렇게 까는 거야”삶은 꼬막과 멍게로 온 가족이 저녁 식탁에 둘러앉아 있었다. 꼬막 껍데기 까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시범을 보였다. 숟가락을 들고 꼬막 껍데기 한가운데를 힘주어 비트니 꼭 다문 꼬막 껍데기가 딱 벌어지는 것이다.아내가 건네준 삶은 꼬막을 먹으면서 큰아들에게 나는 툭 던졌다.“언제 할까? 아빠는 네 나이쯤에 했는데···."“뭘요?”....아이 참, 그건 유대인들 풍습이래요. 그리고 하기 싫다고요.”아주 잠깐 의아스러워하던 큰아들은 금세 눈치 채고는 완강한 거부반응을 보였다.“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