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8일자로 지리산 둘레길이 세계 최장(295.1Km) 들꽃길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세계 최대, 최초라는 것에 너무 매달리느라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던 우리나라의 여러 사례들이 떠올라 걱정과 우려의 마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론 지리산 둘레길이 산속 깊이 들어가지 않고 그냥 걷는 길섶에서도 숱한 들꽃들을 만날 수 있는 길이기에 나름의 의미는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무튼 이번 초록걸음은 가을 들꽃에 좀 더 초점을 맞추어 걷기로 했다. 이번 초록걸음의 출발지 단속사지는 문화재 발굴 작업이 한창
가을이 익어갑니다. 가을이 뿌린 가을빛은 두 눈 가득 안고 가슴속 깊은 곳으로 들어와 물들입니다. 요즘 진주 남강에 가을이 내려왔습니다. 진주남강유등축제와 개천예술제, 드라마 페스티벌이 강낭콩보다 더 붉게 남강을 물들입니다. 10월 5일과 6일 저녁에 가을이 내려앉은 현장을 찾았습니다. 먼저 5일 날은 진주공설운동장 주위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진주성으로 향했습니다. 목적지가 가까워질수록 명절 고향을 찾는 이들처럼 주위는 사람이 물고기 떼처럼 움직입니다. 천수교 아래 공룡을 주제로 한 등들이 음악분수대의 화려한 물줄기 사이로 모습을
단어만 떠올려도 설레는 게 소풍입니다. 소풍 전날 비가 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원하며 잠든 추억이 있습니다. 이처럼 설레게 하는 소풍에 관한 이야기가 경상대학교 박물관에서 ‘호주 매씨 가족의 경남 소풍 이야기’ 특별전이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열립니다. 호주 선교사 맥켄지 가족이 찍은 사진이 주를 이루는 특별전은 일본 제국주의 강제 점령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경남과 부산지역에 머물며 한센인과 임산부, 백정, 고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의술과 교육을 펼친 이들 가족의 기록입니다. 2016년 경기대학교 소성박물관에서 열린
태풍 타파가 북상한다는 소식에 초록걸음을 신청했던 길동무들의 참가 취소가 속출했지만 그래도 초록걸음을 멈출 순 없었다. 단촐한 길동무들은 지리산 동쪽 끝자락 웅석봉 산행이 시작되는 지곡사에 모여 걸음을 시작했다. 비옷을 챙겨 입은 모습들이 마치 각양각색의 꽃송이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걷는 이들의 뒷모습이 아름답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비 내리는 날 둘레길을 걷는 길동무들의 뒷모습은 시작부터 더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지곡사에서 수액 채취를 위해 설치된 고무호스가 지금까지도 방치되어 있는 고로쇠나무 길을 따라 10여분을 걸어 도착
두루마기에 중절모까지 쓰시고 아침 일찍 나서시는 할아버지를 향해 할머니는 자주 이렇게 툭 던지셨다. “할일 없는 장에 볼 일 없이 뭐하러 가요?'” 내가 장마실에 참여한 지도 벌써 여러 달이 지났다. 어느덧 조금은 기다려지고 설레기도 하는 자그마한 즐거움이 되어버린 장마실, 전통장날 기행...이번 달은 함안 가야읍장이다. 일요일 아침, 이부자리에서 뒹굴며 리모콘을 만지작거릴 수 있는 호사를 마다하고 모인 회원들은 소풍가는 아이들 마냥 다들 즐거워 보였다. 함안까지 가는 사십 여분, 다들 웃음거리를 풀어놓으며 시간 가는 줄 모
문을 열면 가을이 와락 안기는 요즘입니다. 어디로든 가야 할 듯 가을은 우리의 등을 떠밉니다. 여름을 건강하게 보낸 나 자신을 위해 조금 느려도 괜찮은 시간 사치를 넉넉하게 누리려 진주와 의령의 경계를 이루는 의령 장박마을로 향했습니다. 진주 시내를 에둘러 흐른 남강이 진주를 완전히 벗어나 의령과 함안으로 만나는 곳이 장박마을입니다. 진주 지수면에서 남강을 가로지르는 장박교를 건너면 의령입니다. 사람들에게만 있는 경계는 남강은 의미를 두지 않습니다. 남강 물길이 진주시 지수면 청담리에 닿으면 진주, 의령, 함안 세 지역이 경계를 이
장마와 태풍이 끝나고 걷는 8월의 초록걸음은 흘린 땀을 보상받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하기에 상사폭포가 있는 둘레길 5코스를 택했다. 함양 동강마을에서 산청 수철마을까지의 이 구간은 함양과 산청의 경계를 넘는 길로 아픈 지리산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산청함양사건추모공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산청 방곡마을에 자리하고 있는 이 추모공원은 한국전쟁 당시 통비분자로 몰려 국군들에 의해 집단학살 당한 700여 원혼과 유족들을 위로하기 위해 2005년에 조성되었다.이번 초록걸음은 동강마을도 수철마을도 아닌 산청 가현마을에서 길동무들에게
이 칠 장이 서는 함양으로 나들이를 떠났다. 휴가철, 비 예보가 있었지만 참여자가 열 명이 넘었다. 비오는 날 마실은 그 나름의 매력이 있다. 거기다 날이 뜨거운 때니 비가 오면 오히려 다니기에 수월하다. 함양 읍장 구경을 하고 상림을 들렀다가 지리산 오도재를 들를 것이다. 비오는 날의 상림공원을 기대한다.읍장답게 규모 있게 장이 섰다. 때를 맞아 나온 물외, 고구마줄기, 콩잎, 여주, 다슬기 등이 눈을 즐겁게 하고 이야기거리를 만들어내었다. “아, 나 콩잎김치 진짜 좋아하는데.. 우리 엄마가 해주셨는데..” “저 다슬기 보래, 푹
태풍 다나스로 인해 지리산 초록걸음을 시작한 지 8년 만에 처음으로 일정을 일주일 연기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이번엔 장맛비가 기다리고 있었다. 비 내리는 지리산은 또 다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길동무들은 기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안상학 시인의 ‘장마’라는 시를 가슴에 품고서...세상 살기 힘든 날 / 비조차 사람 마음 긁는 날 / 강가에 나가 / 강물 위에 내리는 빗방울 보면 / 저렇게 살아 갈 수 없을까 / 저렇게 살다 갈 수 없을까 / 이 땅에 젖어들지 않고 / 젖어들어 음습한 삶내에 찌들지 않고 / 흔
비 맞은 듯 땀 흘리는 요즘. 뜨거운 햇볕에 몸과 마음은 지쳐간다. 지친 마음에 쉼표 하나 그릴 수 있는 곳이 진주 금산면 금호지(일명 금산 못)다. 어디에서 서도 금호지의 넉넉한 품은 아늑하다. 금호지는 넓어 쉽사리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금호지는 언제 만들어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신라 때 형성된 자연 못이라고 전해오는데 현재 전제 면적 20만 4937㎡, 평균 수심 5.5m이다. 전설에는 워낙 깊어 명주실 구리 3개가 들어갔다고 한다. 금호지 근처 커피숍에 차를 세우고 주위의 풍광을 두 눈 가득 꾹꾹 눌러 담았
6월의 지리산 초록걸음은 말 그대로 외도(外道)를 했다. 지리산을 벗어나 함양의 화림동 계곡 선비문화탐방로를 걸었기 때문이다. 선비길로 불리는 이 길은 함양군 서하면 거연정에서 시작해 농월정 거쳐 안의면 광풍루까지 총 연장 10.6Km로 금천을 따라 화림동 계곡을 지나게 된다. 화림동 계곡은 남강의 발원지인 참샘이 있는 남덕유산(1508m)에서 시작해 서상·서하면으로 흘러내리면서 이룬 하천으로 24㎞가 넘는다. 이 계곡은 기암괴석과 어우러진 절경의 정자가 많아 우리나라 정자 문화의 보고로 꼽힌다. 이번 초록걸음에는 진주의 연극인 3
“산을 보고 물을 보고 옛사람을 생각하고 그 사람이 살았던 시대를 생각하자(간산간수 간인간세‧看山看水 看人看世)”라고 6월 21일, 진주를 떠나 함양 안의면으로 향해가는 관광버스 안에서 진주문화원 강동욱 향토사연구실장은 말문을 열었다. 진주시립 서부도서관 주최로 열린 ‘길 위의 인문학 – 진주지역 항일 의병 활동’ 답사가 강동욱 향토사연구실장을 길라잡이로 삼아 함양 노응규 의병장 생가와 남계서원, 산청 대원사 계곡 등으로 다녀왔다. ‘간산간수 간인간세(看山看水 看人看世)’는 지리산을 12번이나 올랐던 조선 중기
p.p1 {margin: 0.0px 0.0px 0.0px 0.0px; text-align: justify; font: 10.0px Helvetica}사람들은 묻는다. 클래식 음악을 듣고 싶은데 어떤 음악부터 어떻게 들어야 하냐고. 내 생각은 이렇다. 책 읽으며 정말 공부까지 해 가며 듣는 것도 좋지만 사실 그렇게 듣는다면 음악의 좋은 부분을 놓치기도 하고 쉽게 지치고 만다.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으면서도 돈 안드는 방법은 라디오를 열심히 듣는 것이다. 심지어 가끔씩 선곡한 음악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뿐 아니라 여러 사연들까지 들려준다.
진주는 아름답다. 아름다운 진주(晉州) 속 진주(眞珠)를 찾아가는 가 진주문화연구소 주최로 6월 8일 열렸다. 진주문화사랑모임에서 1999년 선정한 진주 팔경은 제1경 진주성 촉석루를 비롯해 남강 의암, 뒤벼리, 새벼리, 망진산 봉수대, 비봉산의 봄, 월아산 해돋이, 진양호 노을이다. 이날 『진주 팔경(지식산업사 출판사)』 저자이자 시인인 강희근 경상대학교 명예교수를 길라잡이로 삼아 진주 팔경 중에서 비봉산과 새벼리를 제외한 6곳을 둘러보았다. 12경이나 10경이 아니라 8경을
시천면은 지리산 천왕봉이 위치한 지역이다. 중산리, 내대계곡이 있으며 남명 조식 선생이 말년에 제자들을 길렀던 곳이기도 하다. 사리에는 조식 선생의 산천재가 있고 외공리는 1951년 2~3월 무렵 대규모 민간인 학살이 자행된 곳이다. 2008년과 2015년을 합쳐 700 여구의 유해를 발견하였다 한다.비가 제법 주룩거리는 일요일, 장터 마실의 목적지는 시천면 덕산장이다. 덕산장은 4, 9장이다. 비오면 나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며 취향도 변한다. 못 먹던 음식을 먹게 되는 것처럼 예전에는 말도 섞지 않던 사람이랑 친교
5월 봄 가뭄을 해소할 만큼의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운무 속 지리산을 만날 거라는 기대와 함께 비옷과 길동무들에게 들려줄 ‘봄비’라는 시 한 편도 챙겼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 비오는 둘레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봄비 / 박라연사는 일이 너무 깜깜해,아-악 소리치고 싶을 때꽃잎 발소리처럼 빗소리 들리면쩍쩍 금이 간 마음 너무 가벼워,차라리 불지르고 싶을 때비, 내려 나 아닌 다른 것들이라도 적시면벚꽃 떨어져 이리저리 헤맬 때혼자서는 흘러갈 수 없는 가느다란 봄비그녀의 가냘픈 다리로꽃잎, 그 헤맴을 감아올리려고 애간장 태우는
초록이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오월의 마지막 주말이면 진주에서는 의기 논개를 기리는 진주 논개제가 열린다. 5월 24일부터 26일까지 논개제가 열렸다. 25일 진주성 서장대 아래쪽 나불천 복개도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성으로 들어갔다. 서문을 들어서면 호국사가 정면에서 반기고 오른쪽으로는 계단이 성벽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서장대 가는 길이 나온다. 호국사 앞 아름드리나무 곁을 지나 초록이 깊어 진녹색으로 변해가는 성벽 쪽으로 걸었다. 야트막한 언덕으로 계단이 이어진 곳이 나온다. 동북아국제전쟁(임진왜란) 때 순절한 충무공 김시민 장
봄을 빛내는 존재는 단연 꽃입니다. 봄이 농익어가는 요즘, 새빨간 꽃양귀비의 유혹에 꽃길만 걸을 수 있는 축제가 있습니다. 5월 17일부터 26일까지 하동군 북천면 일대에서 열리는 제5회 꽃양귀비 축제가 그곳입니다. 연둣빛이 초록으로 짙어지는 요즘, 들녘마다 붉은 기운으로 가득한 북천면. 진주에서 하동 북천에 들어서는 입구부터 붉은 기운이 반갑게 인사를 건넵니다. 하동 북천 꽃양귀비 축제장하동 꽃양귀비 축제는 올해로 다섯 번째입니다. 북천 일대 들판 25만㎡가 꽃양귀비 천지입니다. 꽃대궐입니다. 지역민들이 생산한 각종 농산물과 공산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晋州)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매 줌치 장도칼(장독간),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 섣달 대서리."157년 전 진주농민항쟁 때 백성들이 부른 우리나라 최초 혁명 가요다. 이 노래는 2년 뒤 동학농민항쟁 때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로 이어졌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흔적을 따라 나섰다.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를 찾아 진주시 수곡면으로 향했다. 찾아가는 아침, 진양호는 안개를 얕은 이불인 양 덮고
5년 전 4월 16일.그리고 해마다 다가오는 그 날.깊은 슬픔으로 각인되어버린 안타까운 날이다.슬픔이란 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기 어렵다. 다만 살면서 조금씩 무디어질 뿐이지만...슬플때는 한없이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오랜만에 비탈리의 샤콘느 음반을 꺼냈다.도입부부터 흘러 나오는 장중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어 나오는 애절한 바이올린의 울림.이것 하나만으로도 슬픔은 위로가 될 수 있다.많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샤콘느를 연주했지만 프랑스 출신의 지노 프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