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평구가 하늘을 나는 수레(飛車)를 타고 왜병에 포위된 성 안으로 들어가, 친구를 구하여 30리 바깥으로 날아 빠져나갔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약 150년 또는 200년이 지나 쓰여진 야사의 이 한 줄이 그로부터 다시 200년이 지난 오늘날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2016년부터 민간단체 ‘비차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비거(또는 비차) 복원과 문화콘텐츠 제작 사업에 진주시가 본격적으로 가세,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다.한류드라마의 시초격인 ‘대장금’이라는 명작 드라마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안에 반대해 26일부터 2차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으며, 의료취약지와 일부 전문분야에 의사들이 부족한 것은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의료전문가인 자신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첫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2017년 기준 2.3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천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갑작스런 실종과 주검의 확인, 그 사이 여비서로부터 고소됐다는 사실이 전해지고 이후 장례식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사회적 논란을 보며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86년 부천서 성고문 사건과 1995년 서울대 신 모 교수의 조교 성희롱 사건 등 성적으로 핍박받는 여성의 편에 서서 집요하게 싸웠던 ‘인권변호사 박원순’이 수십 년 후 정반대의 모습으로 나타날 줄이야. 인간의 모순성을 이렇게 극적으로 보게 될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은 지난 6월 25일, '종전'을 언급하며 북한에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럴 듯하게 들리지만 대단히 무책임한 유체이탈화법이다.갑자기 뜬금없이 왜 미국이 아닌 북한에게 종전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하는가. 이는 열흘 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했던 “북한, 과거의 대결 시대로 되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 “평화의 약속을 뒤로 돌리지 않으려면 남북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한다. 탈북자들의 대북
굴축시럽게 “바다를 봐야겠다”란 생각이 스멀거리면 행장이라고 차릴 것도 없이 나서서 닿는 곳이 대개 남해의 ‘노량’이거나 아니면 삼천포의 ‘실안’ 언저릴 훑곤 했다. ‘새 길’에 대한 갈증이 있었지만 오랜 시간 그 길을 다녔다. 그러다 찾은 길이 고성으로 이르는 해안도로다. 삼천포로 가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나 수력발전소 앞에서 상족암 쪽으로 내닫는 코스가 아기자기했다. 그러나 그건 메인 코스로 들기 전의 행로가 길고 건조한지라 사천 읍내서 정동초등학교를 지나 고성 쪽 내륙으로 내쳐 달리다가 산 하나를 넘는 길을 택했다.
2017년 7월 단디뉴스 편집장을 맡았다가 지난 5월 내려놓고, 편집이사라는 다소 어정쩡한 소임을 맡게 됐다. 아무리 소규모 지역 언론이라 하더라도, 하루 9시간 이상 공장에 매여 기계와 씨름해야 하는 사람이 편집장을 해왔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 되는 일이다. 내세울 일이 아니라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늘 생각하고 있었다.하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현실이고 그것이 단디뉴스의 본 모습인 것을. 처음 직책을 맡을 때부터 ‘이가 없으니 잇몸으로라도 버틴다’는 생각이었고, 책임 있는 기자에게 편집인을 물려주겠다고 생각했으니, 순리대로 일이
댐 아래서부터 금산 다리에 이르기까지 남강을 따라 닦인 둔치에 조성된 여러 시설이 갈수록 맞춤하고 세련되어지는 것이 보기에 뿌듯하다. 세심한 행정이 주는 혜택이다. 잔디 심어 파릇한 둑 아래 우레탄인지 아스콘인지로 색을 입힌 산책로로 한가롭게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하다. 도심으로 꿀 같은 강이 흐르는 진주사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다.강변 걷기는 이맘때가 제일 좋다. 물고기가 뛰는 저녁답에 점층적으로 전개되는 녹색의 ‘바림’을 누리며 걷는 것은 고단한 삶 중의 대단한 호사다. 남강을 따라서라면 어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노랫말이 있듯이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노동절을 이틀 앞두고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에서 38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이고, 외국인 노동자도 섞여 있다. 이들 중 9명의 신원은 아직까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비정규직, 일용직의 불안한 노동으로 채운 위험하고, 값싼 노동, 안전장치가 풀려 사고를 부르는 노동현장이 근본 원인이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의 최초 원인제공자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현장
‘한일’전이라 하면 흑백 텔레비전으로 보던 ‘프로레슬링’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박정희가 경찰과 군인, 공무원 조직으로도 모자라 깡패까지 동원해 폭압적인 공포정치를 펼치던 그 시절, 사람들의 눈과 귀를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프로레슬링이었다.귀화 일본인 역도산의 제자 김일이 반칙을 일삼는 일본 레슬러들을 박치기 하나로 제압하는 장면을 보며 사람들은 열광했고, 암울하고 고통스런 현실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당시만 해도 축구나 야구와 같이 경제력과 조직력이 뒷받침돼야 어느 수준에 오를 수 있는 스포츠는 일본에
수목원의 오른편 들머리 연못가 홍매는 환장할 정도로 매혹적이다. 그이가 언제 피어나나 하고 2월 말께부터 조바심치다가 코로나 비상이 걸린 와중에 달려가 텅 빈 수목원을 한가롭게 만끽했다. 다음은 목련 차례인지라 움트기 전의 목련원을 잠시 기웃거리며 까르르 웃듯이 터뜨릴 그 상앗빛 청초를 연상하며 돌아왔는데 그만 넘기고 말았다. 모두 몸이 근질거리지 싶다. ‘홍쌍리’네서 ‘다압’에 이르는 길에 진동하는 매향이나 쌍계사 들머리의 십 리 터널이 눈앞에 어른거릴 것이다. 그러나 고투하는 서양의 그네들처럼 봉쇄나 이동 제한의 강제 없이 여태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의 상황과 처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는 ‘성노예’라는 단어를 2020년 현재를 보도하는 미디어에서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다. 최대 26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담자들, 피해자들을 노예 혹은 물건처럼 다루며 온갖 학대와 요구를 하는 가해자 등, 매체를 통해 보도되고 있는 범죄의 형태가 너무 끔찍하여 놀라고 화난 가슴이 진정되지 않는다.그러나 ‘성노예’라는 단어가 처음 적용되었을 뿐, 이러한 범죄는 2020년 오늘 갑자기 나타난 것은 아니다. 장자연 사건, 김학의 사건, 버닝썬 사건, 양진호의 웹하드 카르텔,
참으로 점입가경이요, 갈수록 태산이다. 무법‧탈법‧불법의 종합판이며, 체면이고 원칙이고 내팽개친 지 오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자한당)에서 이름을 바꾼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이 준연동형비례대표 정당을 두고 벌이는 진흙탕싸움이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통합당의 전신인 자한당이 미래한국당(한국당)이라는 비례대표 정당을 만들 때만 해도 사태가 이 정도로까지 발전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하지만 한선교 대표가 독자적으로 비례대표후보를 공천하고 통합당의 통제권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감지되자 황교안
1995년에 개봉돼 세상에 파문을 일으킨 란 영화가 있다. 당시 대학 4년생이던 나는 지역에서 가장 시설이 좋았던 진주극장에서 이 영화를 봤는데, 이후 며칠간 악몽에 시달릴 정도로 큰 충격을 받았다.영화는 말을 못하는 주인공이 우연히 촬영을 끝낸 세트장에서 비밀스럽게 영화를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위험에 빠지는 이야기를 다룬 스릴러물이다.그들이 비밀리에 만드는 영상물은 다름 아닌 ‘스너프 필름’이었다. 처음엔 실제 섹스 장면을 찍는 포르노 영상물인줄 알지만 촬영 도중 갑자기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흉기로 찔러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일각에서 비례 위성정당 활용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와 윤호중 사무총장 등 5명이 26일 저녁 마포구의 한 식당에서 비례대표 위성정당 창당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중앙선관위가 지난달 13일 비례한국당 등록을 서류상 창당요건을 갖췄다는 이유로 받아주자 민주당도 앉아서 당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발동된 것으로 보인다.참석자들이 나눈 의견은 민주당이 주도하여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은 어렵고 민주당 외곽 지지자들이 비례용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활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인 것 같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진정국면으로 접어드는가 싶었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구 신천지 교회 신도들의 집단 발병과 이동 경로를 따라 전국으로 퍼져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 와중에 신천지 교회는 자신들 종파가 비난받을 것을 우려해 ‘감염이 되더라도 신고하지 말라’고 권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모두를 경악케 했다. 특히 감염이 의심되는 신도들이 연락을 끊고 잠적한 경우까지 생기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바이러스와 질병이 인간을 벌하는 신의 도구라 믿는 것까지는 그들의 자유에 속할지 모르지만, 대규모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는 질병관리
무서워 벌벌 떨던 ‘호환 마마’를 뺨치는, 족보에도 없던 역병이 흘러들어온 것이 1820년이었더라. 조선천지가 공포에 휩싸였던 그 시절의 묘사는 역사학자 ‘김신회’의 「19세기 콜레라 충격과 조선사회의 반응」에 조곤조곤 기록된 바, 아슴하나마 그때의 분위기를 짐작하여 오늘과 견주어 본다.“1800년 이전까지 인도 벵갈 지방의 풍토병이었던 ‘콜레라’가 1820년 중국 광동을 거쳐 이듬해 산동과 북경을 경유해서 조선에 들어왔다. 콜레라는 1821년 7월 말에서 9월 말까지 제주도를 제외한 지역에서 발생하고 이듬해에는 제주도를 포함한 조
21대 총선을 앞두고 여야 정당들이 부동산 공약을 내놓으며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했다. 서울 집값은 크게 오른 반면 지역 집값은 하락하는 양극화를 초래했다. 한국감정원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가격은 2017년 6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41.7% 올랐다. 강남뿐만 아니라 강북까지 서울 전역의 집값이 들썩였다. 서울 투기꾼들의 작전으로 대전 광주 대구 세종도 10% 내외로 많이 올랐다. 영남권 지역은 부산 -4.4%, 울산 –14.3%, 경남 –15.1%, 경북 –12.
하늘을 나는 새는 언뜻 보기에는 편하고 자유롭다. 하지만 중력을 이기는 양력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부단한 날갯짓으로 추진력을 내야만 한다. 뼛속을 비워서 몸을 가볍게 하고 온 몸을 덮은 비늘을 가벼운 깃털로 변환시키는 유전자적인 변형 없이는 육지 동물이 그렇게 하늘을 비행하는 조류가 될 수는 없었을 것이다.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들도 쉽고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는 듯 보이지만, 끊임없이 부력을 거스르는 체내 활동과 조류를 가르는 지느러미의 바쁜 움직임이 필요하다. 새가 날갯짓을 멈추면 일순간 활강만 하다 땅으로 곤두박질 칠 것이다. 물
신문이 ‘문’이라는 검약한 칭호로 날만 새면 대통령을 조져대도 누구 하나 잡혀가거나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말짱한 것이 요새 세상이다. 언감생심 대통령을 마른 명태 두드리듯 사사건건 다듬이질이라니 이승만 이래 처참한 통제의 시절을 보아온 터로선 격세지감을 느낀다. ‘국경 없는 기자회’가 집계해 매년 발표하는 대한민국의 언론자유지수가 2019년엔 180개국 중 41위란다. 이 순위는 대만과 이태리를 발밑에 두고 있으며 일본 미국보다는 한참이나 높은 지체다. 국제 시세로 시장가격이 이리 격상됐다 하니 이 나라 언론이란 것이 그 지위에
정부와 경남도, 진주시의 내년 예산이 확정되었다.지난 10일 국회를 통과한 중앙정부 내년 예산은 512조 원으로 지난해 대비 9.1% 증가했다. 경남도의회는 지난해 대비 14.8% 증가한 9조 4748억 원, 진주시의회는 12.7% 증가한 1조 4727억 원의 내년 예산을 의결했다.예산은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수단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행에 옮기기 위한 예산이 없으면 아무 소용 없다. 예산은 여러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복지예산으로도, 사회간접자본(SOC) 건설비용으로도 쓰일 수 있다. 시민 요구에 맞춰 효율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