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 어느 날 밤 느닷없는 국제전화가 와 스팸전화일지 몰라 끊은 적이 있다. 바로 전화가 다시 와 ‘아! 아는 사람 전화구나’하는 생각에 받았더니 체코에서 온 전화였다. 여행사에서 TC로 근무하는 친구였다."근종씨, 지금 제가 프라하 어느 레코드점에 있는데요. 저한테 딱 7분의 시간이 있는데 혹시 갖고 싶은 CD 있으면 얘기하세요!" 반사적으로 “라파엘 쿠벨릭이 체코 필을 지휘한 스메타나의 ‘나의 조국’ 있으면 사다 주세요”라고 했다.프라하 시내 레코드점이니 체코의 국영 음반사인 SUPRAPHON CD는 당연히 있겠다 싶어
TV 꼴은 쳐다도 보기 싫어 옻나무작대기 피하듯 배돈 지가 어느새 1년이라. 어쩌다 간 식당 벽에 걸린 그것이 뉴스랍시고 이러고 저런 소릴 주절거리는 것도 봐내기 역해 왼고개를 틀던 봄에 주말연속극 하나에 재미를 붙였더라. 찬탄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배우 전도연이 오랜만에 출연하고 그것도 그간 그녀가 단골로 맡아왔던 비극적 배역과는 달리 로맨스 코미디극이 목하 한창이라니 입맛이 당긴 것이다. 줄거리의 허리께에 고개를 디밀어도 어렵잖게 앞뒤가 꿰지는 이 드라마의 고갱이는 수험생 엄마인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과 이 나라 사교육 1번지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작년 12월 21일 기획재정부로부터 첫 새해 업무 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2023년을 개혁을 추진하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이 노동개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노동시장에서의 이중구조 개선, 합리적 보상체계, 노·노 간 착취적 시스템을 바꿔나가는 것이야말로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난 2월 2일 임금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한다며 상생임금위원회가 출범했다. 임금체계 개편은 근로시간 유연화와 함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를 위한 핵심의제가 됐다.
모내기가 끝나자마자 미뤄뒀던 밭일에 비로소 눈을 돌립니다. 어느새 키가 훌쩍 자란 고추는 여차하면 가지가 쳐질 판입니다. 얼른 줄을 쳐야 고추가 주렁주렁 달릴 터이고, 소독소독 자란 참깨도 솎아줘야 합니다. 밭고랑 사이에 풀은 또 어찌나 빨리 자라던지, 자꾸 손을 잡습니다. 바쁜 일이 끝났다 해도 자잘한 일들이 넘치는 농촌 늦유월의 복판을 삽니다.젊은 시절에는 농사일이 힘들어서 가급적 일을 적게 하고 쉬고 싶은 마음이 많더니, 희한하게도 나이가 들수록 농사일이 더 재미있고 애착이 가기도 합니다. 그것이 농민으로 살아온 세월의 증거라
날씨가 더워지면 냉면이 당기듯 여름이면 유독 자주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다.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나라 스웨덴 핀란드 출신 음악가들의 곡이다. 매번 여름이면 소개했으니 이번에는 누구나 다 아는 음악가 베토벤을 골랐다.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곡가로 평가받는 루드비히 판 베토벤은 수많은 협주곡과 독주곡, 교향곡을 남겼다. 9개의 교향곡, 30개가 넘는 피아노 소나타 또 5개의 피아노 협주곡 등이 있지만, 바이올린 협주곡은 딱 한 곡만 남겼다. 바이올린 소나타를 10곡 남긴 것에 비하면 의외의 숫자가 아닌가 싶다.거의 모든 클래식 장
가계부채가 증가하여 경기침체를 유발하고 있는데 정부의 전세금 반환용 대출 규제 완화가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말 1505조원이었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1750조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2020년 112.3조원, 2021년 107.5조원 증가했으나 2021년 하반기부터의 금리 상승 영향으로 2022년에 8.7조원 감소했다. 여기에 2022년말 1058조 원으로 늘어난 세입자 전세보증금(임대인의 부채)을 더하면 총 가계부채는 2022년말 2925조 원에 달한다.경제규모 대비 가계부
1929년 12월 발간된 '별건곤'이라는 잡지에 진주 지역의 명물로 진주비빔밥이 소개되었다. “... 새파란 채소 옆에는 고사리나물 또 옆에는 노르스름한 숙주나물 이러한 방법으로 가지각색의 나물을 둘러놓은 다음에... (중간 생략) 육회를 곱게 썰어 놓고 입맛이 깔끔한 고추장을 조금 얹습니다.” 에서 박현수는 "식민지시대에도 새벽뿐 아니라 문을 닫지 않고 24시간 영업하는 설렁탕집 역시 드물지 않았다."고 한다. "100년 전만 해도 서울사람들 대부분은 냉면을 몰랐다. 불고기는 192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등장한다.
작년(2022년)부터 시행된 교육기본법 제14조(교원) 제 ①항은 이렇게 되어 있다. 학교교육에서 교원(敎員)의 전문성은 존중되며, 교원의 경제적ㆍ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존중’이나 ‘우대’는 법률용어가 아니다. 왜냐하면 법률용어는 ‘제한’과 ‘금지’ 또는 ‘의무’, 그리고 ‘요건’ 등을 가능한 가치개입이 없는 매우 건조한 용어로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왜냐하면 가치개입이 시작되는 순간 법질서는 흔들리게 되고 동시에 당해 법, 또는 법 조항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이다. 가치개입이 없는 매우 건조
최저임금 심의 기초자료로 활용되는 ‘무주택 1인 가구 노동자’의 한 달 평균 생계비가 241만원이라는 실태조사가 공개돼 내년 최저임금이 어떻게 결정될지 관심이 높다. 최저임금법 4조 1항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 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최저임금위원회는 생계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번에 조사된 ‘비혼 단신근로자 생계비’ 241만원은 전년보다 9.3% 오른 것으로 노동계의 요구에 근접했다. 노동계는 2024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4.7
언제부턴가 새로운 만남, 새로운 관계가 꺼려진다. 어쩔 수 없이 부부동반 모임이라도 할라치면 도축장에 끌려가는 소마냥 뒷걸음질 치고 빠져나갈 핑계 궁리를 하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진취적이고 도전적이던 젊은 날엔 새로운 사람이 늘 궁금하고 사람 몇 명이 모이면 금세 세상을 바꾸기라도 할 성 싶었다. 가슴도 뛰었던 것 같다.하지만 나이가 서른 마흔 어느새 쉰 줄에 들고 보니 그런 게 다 부담이고, 때때로 역겹기까지 하다. 알던 사람들과 하던 거 하는 게 편해지는 거야 당연한데, 역겨울 것 까지는 뭔가 할지 모르겠
"현증조고학생부군신위(顯曾祖考學生府君神位), 현조고학생부군신위(顯祖考學生府君神位), 현형학생부군신위(顯兄學生府君神位), 현고학생부군신위(顯考學生府君神位)......"제사 때가 되면 아버지는 벼루에 먹을 갈아 지방을 썼다. 한지를 정성껏 잘라 가는 붓으로 한자 몇 자를 일렬로 썼는데 돌아가신 분이 누구냐에 따라 글자가 달라진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벼루는 나무 벼루집에 먹물을 머금고 담겨 있었다. 먹 하나, 가는 붓 두 개가 늘 같이 들어 있었고 누런 한지는 족보책 속에 늘 있었다.국민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아버지가 설 추석 때,
마늘과 양파 등 봄 수확이 한밤중입니다. 뒤이어 이모작 파종까지 마치려면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는 지경이지요. 그렇게 또다시 농촌의 오월이 흘러갑니다. 제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도 살림이 나아지지 않는 까닭이 뭘까요? 정말이지 주변 사람 중에 게으른 사람들은 아무도 없던데, 부지런하면 잘 산다는 신화는 어디서 기인한 것일까요?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농가소득은 4,615만3,000원으로 전년(4,775만9,000원)보다 160만6,000원 감소했다 합니다. 특히 전체 4,000만
‘건폭몰이’를 통해 건설노조 故양회동 지대장을 죽음으로 내몬 보수신문이 반성과 사과는 커녕, 반헌법적 보도로 윤석열 대통령의 반노동 정치를 부추기며 민주주의 근간을 훼손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은 23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고 공공질서를 무너뜨린 민노총의 집회 행태는 국민들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정부는 그 어떤 불법 행위도 방치・외면하거나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정부가 불법 집회, 불법 시위에 대해서도 법집행 발동을 사실상 포기한 결과”라며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진주는 유명한 음식 이름 앞에 자기 이름을 내건 도시이다. 그것도 두개씩이나. '진주냉면'과 '진주비빔밥'이 그것이다. 한반도에서 냉면과 비빔밥은 흔하디흔한 대중 음식이다. 어디를 가나 먹을 수 있는 이 두 음식에서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것이 육전과 육회이다. 육전과 육회의 식재료는 쇠고기이다. 비교적 고급 식재료인 쇠고기가 올려질 수 있었던 것은 이들 음식이 대중화될 당시에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진주에는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었다. 일부 백정들은 중앙시장 내에 상설 정육점을
각급 학교의 경영책임을 담당하고 계시는 교장 선생님들에게 원활한 학교 경영은 선승들이 늘 부여잡고 있는 화두에 가깝다. 하여 여러 방향의 연수를 듣고 독서를 통해, 그리고 공부 모임을 통해 부단히 노력하시는 장면을 자주 보게 된다. 존경스럽다.이러한 교장 선생님들의 노력과 열정에 정말 쓸데없고 아주 건방진 나의 기우가 있다. 그 쓸데없는 걱정은 다음과 같다.학교 경영의 목적은 당연히 좋은 교육 여건의 조성과 그것을 기초로 한 다양한 교육적 행위의 실현이다. 즉, 여러 방향에서 아이들의 삶을 향상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 학
연속극 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배우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두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평론가 김갑수의 논평이 일으킨 파장이다. 수상 장면을 지켜본 나는 그간 띄엄띄엄 흘겨봤던 배우 '박은빈'에 대한 호감도가 한층 높아졌다. 갑수 씨 말마따나 눈물 콧물을 추스르느라 끊어질 듯 근근이 이어진 수상소감이었으나 만만치 않은 사색이 담긴 단단한 문장이 뼈대를 받치고 있다는 느낌에 볼륨을 높여 귀를 세우고 들었다.각종 영화상이나 연말연시 방송사 연예 대상 시상식은 이른바 '스타'들을 방 가득 불러 모아 벌이는 한판 잔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며 스스로 자신의 몸에 불을 붙이고 분신한 철근공 양회동 지대장이 끝내 운명했다. 양회동 지대장의 분신 소식이 전해진 5월 1일, 건설노조 김태완 경인건설지부장은 “우리는 조직폭력배가 아닙니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노동조합 이름 팔아가지고 같은 노동자들 피 빨고 갈취했던 ‘건폭’들이 실제로 있다”면서, 하지만 “민주노총 건설노조는 아니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사측을 만나서 교섭을 하다가 노동조합 입장을 말하면 강요죄라고 하고, 교섭이 결렬돼서 집회 신고하고 집회를 하겠다고 하면 협박이
"천차만별의 천시를 철폐하자“1928년 형평사 제6회 정기대회 포스터에 쓰인 외침이다.출생에서 죽음까지 전 생애에 걸쳐 차별을 받았던 백정들이 1923년 4월 25일 진주청년회관에서 형평사를 만들었고 양반, 백정, 사회운동가들이 "저울처럼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했다.갑오억변(개혁)으로 백정을 비롯한 천민계급에 대한 차별을 없애고자 했지만 같은 동리사람들은 물론 일제강점기에도 백정에 대한 천시 풍조는 여전하였다. 학교 입학 원서나 이력서에, 호적에 백정은 도한이나 적점을 표시하여 차별하였다.이름자는 석(石), 돌(乭), 피(
오래 전 오후 시간대 KBS 채널을 틀면 화면 조정시간이란 게 있었다. 요즘 세대들은 모르겠지만 70~80년대 생들은 알 수 있을 법도 하다.그때 나왔던 음악들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2번의 몇 곡이었다. 어떨 때는 이 음악 들으려고 TV를 틀어놓은 적도 있었다.그 음원이 아마 이 음반, 칼 리히터 지휘의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인 듯하다. 다른 버전의 연주를 들으면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흔히들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 S. BACH)의 음악 중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는 곡
나라 재정에 빨간 불이 켜졌다. 재정적자가 커지고 국가채무도 증가했다. 감세와 경기후퇴 영향으로 올해 들어 세수가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제정으로 지출을 조정(축소)해 재정위기를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재정지출 축소는 이미 심각한 저출생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기후위기 대응도 어렵게 할 뿐이다.지난달 4일 국무회의에서 심의 의결한 '2022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제외한 통합재정수지는 64조6000억원 적자를 냈다. 적자폭은 1년 전보다 34조 1천억원 확대됐다.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