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오후 시간대 KBS 채널을 틀면 화면 조정시간이란 게 있었다. 요즘 세대들은 모르겠지만 70~80년대 생들은 알 수 있을 법도 하다.그때 나왔던 음악들이 바흐의 관현악 모음곡 제2번의 몇 곡이었다. 어떨 때는 이 음악 들으려고 TV를 틀어놓은 적도 있었다.그 음원이 아마 이 음반, 칼 리히터 지휘의 뮌헨 바흐 오케스트라인 듯하다. 다른 버전의 연주를 들으면 어린 시절의 그 느낌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흔히들 “음악의 아버지”라 부르는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J. S. BACH)의 음악 중에는 우리가 알게 모르게 접하는 곡
“아~ 아~ 알리겠습니다. 골프장 문제로 회의할 것이 있으니, 각 가정에서는 한 분씩 모날 모시에 마을회관에 모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민주공화제가 시작된 지 몇백 년이 흘렀고, 그 사이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특히 여성들의 참정권에서 눈부신 변화가 있었다고 하겠지요. 민주주의의 상징인 고대 그리스의 광장에서도 여성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못했고, 18세기 말에 시작된 유럽의 민주공화정에서도 여성들은 선거에서 제외되었습니다. 그러다가 19세기부터 20세기 중반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여성들도 온전히 투표권을 가질 수 있게 되었고, 스위스
‘인권’이란 개념이 배태도 못한 시절인 1923년의 진주에서 천민이었던 백정들이 신분해방과 차별철폐를 부르짖으며 나선 것이 형평운동의 시작입니다. 운동은 삽시간에 들불이 되어 전국에 번졌습니다. 불합리한 제도에 희생되어 오랜 시간 깎이고 발리며 천대받아 처절한 한을 품고 흩어져있던 44만 백정들의 핏발선 시선이 진주에 모였습니다.당시 인구 2만도 채 안 되던 일제치하의 변방 진주가 운동의 발화점이 된 것은 도축업으로 자산가가 된 백정과 깨친 양반계급의 양심과 고뇌하던 백정 지식인의 만남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세 축을 대표하는 인물
벌써 벚꽃이 아홉 번 피었다가 졌다. ‘벌써’라는 말은 맞는 말일까. 우리는 어디까지 왔고 어디만큼 살아낸 것일까. 적어도 기성세대에게 학교는 ‘애도’를 가르치지 않았다. 교육을 관장하는 국가는 애도의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죽지 않기 위해 살아라!’ 가르치는 것은 그런 식으로 주입되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발버둥 쳤고, 세상은 경쟁과 적자생존의 판을 거듭해서 깔아주었다.국가는 애도하지 않는다. 국가에게 국민과 시민, 흩어진 객체, 알아서 생존해야 할 뿐인 개인의 죽음이란 치워야 할 대상일 뿐이다. 죽음은 가뿐하게 지워지고 주검은
우리처럼 작은 학교는 음악이나 미술 과목 중 한 과목은 반드시 겸무(여러 학교를 겸직) 선생님이 수업을 하신다. 이를테면 우리 학교에 미술 선생님이 계시면 우리 학교 미술 선생님이 다른 학교로 가시는 날 다른 학교 음악 선생님께서 오시는 일종의 순회방식이다.그러다 보니 학교 수업의 최종 책임을 지는 교장으로서 음악 미술 수업이 늘 걱정이 된다. 그 걱정의 핵심은 음악 미술로 대표되는 학교 예술 교육이 자칫 소홀해질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하여 학교 예술 교육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해 본다.갈수록 희미해져 가는 중고 예술 교육의 현실
나는 물리학을 좋아하지 않는다.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현실 세계 밖의 현상을 기술하는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이론을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일부 이해한다 하더라도 우리의 감각 세계를 벗어나고 상식을 벗어난 그러한 이론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거나 말거나, 받아들이거나 말거나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이론은 실험적으로 증명되고 있다.전자의 운동은 지구가 태양 주위의 정해진 궤도(orbit)를 도는 것처럼 원자핵 주위를 정해진 궤도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동시에 두 공간에 존재할 수 있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자 감세’ 여론 형성에 앞장선 보수신문이 ‘전기・가스 요금 딜레마’에 빠진 정부와 여당을 대신해 전기요금 인상을 위한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지난 31일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 협의 이후 2분기 전기・가스 요금 인상안을 유보했다. 정부·여당은 그동안 한전・가스공사 누적 적자가 심각해 요금의 단계적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당정이 전기・가스 요금 인상 문제를 결론 내지 못한 것은 지난해 겨울 ‘난방비 폭탄’으로 악화한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부자 감세와 경기 둔화로 세수 결손이 현실화하자, 긴축
지난 4월 1일은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 되는 날이었다. 몇 년 전 KBS 클래식 FM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 중 1위를 차지한 곡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이었을 정도로 그는 사랑받는 작곡가이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도 그의 음악을 들으면 금방 빠지게 된다. 멜로디가 마음을 차분하게 한다.그런 만큼 할리우드나 영국, 프랑스에서 영화음악을 작곡해달라는 의뢰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영화를 위해 쓴 곡은 없다. 그럼에도 그의 음악은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많이
"1975년 4월 24일. 그날 진주 유치장에서 어떤 기자는 고문을 당하였고, 어떤 교수들은 울었고, 어떤 교수는 자신의 제자를 유치장에 인계하였다. 우리의 정학, 제적 소식을 듣고 어떤 학생들은 울었고 나머지는....“국립경상대학교 72학번 이인희 회고록을 읽었다. 2월에 쓴 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끝부분에 잠깐 쟁였던 회고록이다.1972년은 제4공화국이 출범, 유신헌법이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던 시기였다. 통일주체국회의란 단체가 박정희 유신헌법을 지지하며 찬성률 91.5%를 기록했다.유신시대는 전국에
공부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는 않는데, 가끔 TV에 역사·교육·건축·과학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강의하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공부가 되기도 합니다. 게다가 얼굴이 제법 익은 연예인들이 가벼운 질문을 하고 답변을 하는 방식인지라 부담 없이 꽤 양질의 강의를 안방에서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또 출연하는 강사들의 면면도 그렇고, 내용도 미래지향적이며 다수의 이익과 철학에 부합하는지라 전체적으로 호평을 받는 것 같습니다.며칠 전에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때마침 농업분야였습니다. 농업에 관한 내용으로 TV에서 대중 강좌가 이뤄진
1990년 2월 14일,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며 지구로 카메라를 돌려 찍은 사진을 인류에게 보내왔습니다. 수많은 별들 속에서 희미하고 작지만 푸르게 빛나는 별 지구를 보고, 의 저자 칼 세이건은 '창백한 푸른 점'이라고 표현합니다.다른 별들과 달리 유독 지구는 푸른빛을 띠고 있습니다. 산도 푸르고 들도 푸르고 바다도 푸른빛입니다. 태초에 지구가 푸른 것은 아니었습니다.지구가 푸른빛을 띠는 것은 '남세균(Cyanobacteria)'이라는 아주 작은 생명체 때문입니다.얼마 전 (전)MBC 사장, (현)뉴스타파 최승호
일반직 공무원과는 달리 교사들은 2월 28일, 8월 31일에 퇴직을 한다. 어제 낮에는 명예퇴직을 하시는 우리 학교 선생님 두 분의 조촐한 퇴임식과 점심 식사가 있었다. 밤에는 진주시 중학교 교장 선생님들의 정년 및 명예 퇴임식이 있었다.퇴직이란 말 그대로 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퇴임은 임무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영어 retirement 역시 어원을 살펴보면 뒤로 물러선다(act of retreating, act of falling back, 후퇴하는 행위, 뒤로 물러서는 행위)는 의미로부터 출발한다.그러면 과연 물러섬이란 무엇인
1979년 10월, 나는 상업고등학교 3학년 신분으로 부산진역 맞은편 건물의 3층에 있는 ‘여원타자 경리학원’(지금은 전산학원으로 바뀌었다)에 타자 강사로 실습과 취업을 동시에 했다. 1980년 1월 1일, 새해 첫날 새벽을 주산 강사를 하던 친구 용태(이십대에 암으로 먼저 떠났다)와 강의실 책상 위에서 맞았다.1980년 3월까지 실습생 신분이었던 우리는 월급이 없었고 학원 뒤편의 시장 골목에 있는 밥집에서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 전부였다. 단칸방도 얻을 수 없었던 우리는 연탄난로를 피워놓은 채 강의실 책상을 붙여놓고 침대로 활용
윤석열 정부와 보수신문은 ‘깜깜이 조합비’라며 노동조합 전체를 비리집단으로 몰고 있지만 실제로 노동조합은 조합비 사용에 대해 일반 기업의 공시 자료보다 훨씬 자세하게 공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7일 개최된 정기대의원회에서는 2022년 결산보고서를 공개했다. 결산보고서는 67P에 걸쳐 임차보증금과 일반회계・특별회계 등 총 자산 현황과 수입지출 내역을 자세하게 공개했다. 민주노총은 결산보고서에서 일반회계 통장 잔액과 희생자구제기금, 전략조직기금, 직선제기금 등 각 기금별 통장번호와 잔액, 보유하고 있는 모든 통장번호까지 공개
우리가 흔히 아는 ‘사계’의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는 정말 많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사계’이고 한 때 서울 지하철 환승역 안내 음악으로 쓰인 음악도 비발디의 음악이었다. 그리고 영화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도 곳곳에 비발디 음악이 쓰였다.오늘 소개할 이 음악 또한 많이 들어본 음악일 것이다. 비발디의 ‘두 대의 첼로를 위한 협주곡(RV 531)’이다. 비발디는 바이올린 협주곡뿐 아니라 첼로를 위한 협주곡도 다수 남겼는데 그 중 이 음악은 두 대의 첼로를 위해서 쓴
1931년생 김두영 아저씨는 1968년에 덕산에 후생당약방을 열었다.안의면에서 국민학교를 다녔고 가세가 빈한하여 담임선생님 도움으로 겨우 학업을 했지만 중학교를 계속 다닐 수 없어 중퇴를 하고 덕산으로 이사를 왔다. 외숙 문의원 도움으로 20여 년간 병원 조무원 일을 하며 1967년 약종상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약방 면허를 얻어 문을 열었다. 시천면, 삼장면 사람들은 거의 이 약방을 이용했고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에게는 왕진까지 가서 봐주었다.덕산 버스 정류소 맞은편에 약방이 있어 나는 진주 가는 버스를 탈 때마다 멀미약을 사러
유난히 한파가 잦았던 긴 겨울이 끝나가고, 이제 새봄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봄은 농심에 제일 먼저 오는 것 같습니다. 반짝 추위가 찾아와 재차 겨울옷을 꺼내 입고도 공연히 빈 밭에 가서 쥐구멍에 무너진 두렁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살피게 되고, 나무 눈이 움트는지 유심히 바라보게 됩니다. 본다고 봄이라하기도 한다더니, 봄맞이는 이렇게 살필 일이 많습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농민들은 올해를 살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됩니다.이렇게 새봄이 시작될 때, 지난겨울에 봤던 인상적인 장면이 있어 정리하고 넘어가려 합니다. 이곳은 연
생명체는 유기체다. 유기체(organism, 有機體)는 유기물(organic compound, 有機物)로 이루어진 조직체다. 유기물은 '탄소(carbon)를 기본 골격으로 하여 생명 활동에 참여하는 화합물'을 말한다. 결국 생명체는 탄소 화합물이 기본이고 생명 현상은 탄소 화합물의 대사 과정이다.화학적 진화는 탄소를 기본으로 하는 포도당, 아미노산, 지방, 핵산 같은 유기물을 만들었다(고 추측된다). 포도당은 모든 탄수화물의 기본 벽돌이 되었고 아미노산은 모여서 단백질이 되었다. 핵산은 DNA, RNA 같은 정보 분자가 되었으며 지
학교에서 폭력이 없는 상황은 좀체 어렵다. 폭력을 물리적인 강제력에서부터 정신적·심리적인 압박을 가하는 모든 상황으로 정의한다면 학교에서는 늘, 어떤 방식으로든 폭력적인 상황이 전개된다. 학교라는 조직을 살펴보면 가르치는 사람(교사)들 사이의 권력관계와 가르침을 받는 사람들(학생)의 권력관계가 양립하고 거기에 두 집단 사이의 긴장관계가 개입되어 복잡한 양상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배경이나 원인은 두 집단의 바탕이 되는 사회(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다.퐁티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폭력은 인간 삶의 불가피한 요소(모리
최근 국토교통부는 건설 현장 불법 행위 조사를 통해 전국 1194개 현장에서 2,070건의 피해가 신고됐다고 밝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이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월급 이외에 지급하는 월례비(59%)였다. 철근콘크리트 서울・경기・인천사용자연합회는 회원 건설사 49곳을 대상으로 2020년 1월 1일부터 이달 18일까지 706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지불한 월례비를 집계한 결과 1361억842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원희룡 건설교통부 장관은 ‘월례비’를 근거로 민주노총 건설노조를 “경제에 기생하는 독, ‘조폭’”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