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육성을 야심차게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고, 머잖아 농촌사회에 유의미한 진전이 올 것이라 여기며 1기 전문강사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활동에서 간간이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여성농업정책이나 농촌현실을 이야기하며 농촌사회의 불평등을 말해왔습니다만, 부족함이 많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공부하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그쪽 분야에서 쟁쟁한 경험을 가진 이론가나 정책가, 또는 실천가들이 강사로 편성돼 그동안 강사로서 부족했던 점을 보충
“추석 명절 업시모 조컸따.”세상 여론이 없어지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가족이 가족 같지 않고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많은데 나눠 가지긴 싫고 서로 몸 부대끼기 싫고 궁핍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명절이 두렵고 싫은 시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오랜 시간 습관처럼 치러 왔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속마음까지 명절을 짐으로 여기게 될 줄은 몰랐다.어머니 세대에 풍성한 음식과 가실 끝에 맞는 뭔지 모를 든든함, 타지에서 온 사촌들에 대한 호기심, 비좁지만 정겨운 이부자리, 고향에 온 작은 아버지들이 부르는 권주가, 말술이 익는 고방. 그런 풍
술은 문명의 시작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모든 문명사회와 공동체에는 음주문화가 있다. 고대에 술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분열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술의 생산 분배 소비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제사나 의식 또는 중요한 행사 때 귀하게 사용되던 술이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 필요할 때와 같이 유흥과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술이 유대 강화, 협력관계 유지, 소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두뇌 기능의 일부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소수의 수렵채집 사회가 다수의 정착 농경 사회로
요즈음 친구들을 만나서 나누는 주된 이야기는 노후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다. 다들 “병을 피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장기요양 수급자 4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재가급여 이용자 50%는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사는 집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인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하고 싶다는 응답은 각각 29%, 18%에 그쳤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은 분 102만명 중 자택요양 노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사는 것을 나는 ‘거의’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차로 30분만 달리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 지리산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고, 남쪽으로 핸들을 꺽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수역 남해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유래한 덕천강과 덕유산이 발원지인 경호강이 만나 흐르는 남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진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석 진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빛이 난다.그런데 왜 나의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이 아니라 ‘거의’에 머무르고 마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고장에서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표라
며칠 전 또 선생님이 자살을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가능한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왜냐하면 원인 규명과 대안에 대한 의견이 많아질수록 사태 해결은 조금 더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나의 의견 또한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 아니며 나의 분석이 역시 완전히 새로운 분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이런 복잡한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개인적으로 교장에서 교사로 돌아온 나는, 새로운 학교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인문계 고교인 지금 학교는 전체 교직원 60명 이상이 각각의 학년실에
채수근 일병. 그의 어머니가 나이 41세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낳은 외아들이다. 대학에 입학해 1년간 캠퍼스 맛만 보고 바로 해병대에 입대한 이 청년은 지난 7월 소속 부대 인근의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생을 마감했다. 입대한 지 4개월이 채 안 됐고 갓 스무 살이었다. 해병 일병 채수근은 사흘 뒤 해병대 제1사단장 '권한'으로 '상병'으로 추서 진급되어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고 현충원에 안장됐다.국가가 징집해 데려간 귀한 자식이 주검으로 돌아왔으니 그 부모가 느낄 참척의 고통은 얼마큼이며 그건 극복이 가능한 아
우리 마을에 산 지 꼭 15년째입니다. 하늘빛과 산그늘은 그대로인데, 속살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품앗이로 심던 마늘은 양도 많이 줄었고, 품앗이 문화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빈 밭의 풀도 못 봐주던 그 부지런함은 어데로 가고, 예사로 밭고랑에 풀이 자랍니다. 당연하게도 그 무서운 풀을 감당할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일하면 이틀은 병원에 다녀와야 하는 처지다보니 풀보다 몸을 챙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무엇보다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날씨에 농사일을 할 수가 없다보니, 노동의 평준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농민 모두 부지
제주지사 시절 원희룡이 1인당 16만원하는 저녁식사비를 공금으로 지출했다는 논란 덕분에, 고급 일식 메뉴 중 요리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오마카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에게 오마카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이모카세'가 있다. 모든 것을 '이모'에게 믿고 맡기는.말이 나왔으니 이 지역의 ‘이모카세’ 주점들을 언급해보자면 진주의 , 통영의 , 마산의 이 거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이라는 다찌의 변형된 형태의 ‘이모카세’가 음주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애주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역사란 지난 날 무한히 흘러간 시간 속에서 한가닥 흐르는 맥을 찾아 헤매는 작업입니다. 시간이란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으로 과도기란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1987년 대학 3학년 2학기 전공 수업으로 한국문학역사를 들었다. 사범대학 려증동 교수 강의를 한 학기 들었는데 많이 혼란스러웠다. 학력고사 치르듯 일사분란하게 주입된 교육내용이 깡그리 무시당하는 수업이었다. 문학사를 가르는 연대와 용어도 달랐고 시각도 달랐다. 자기 글에 남의 문헌을 인용하여 주를 다는데 힘을 쏟는 학자들과는 달리 어려운 한자말 풀어쓰기 두음법칙 부정하기,
"강도왜로!"왜로(倭虜)란 말은 힘의 원리로 사는 짐승 무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멀리 신라, 고려까지 가지 않더라도 1876년 병자년 겁탈조약부터 일본은 조선을 잠식침략했고 1910년 우리 국권을 강탈했습니다.1945년 우리가 국권을 회복했어도 그들의 야욕은 끊이지 않았으며 오늘까지 우리 바다와 땅을 탐하고 있습니다. 동해를 뺏고 독도를 뺏고 그 다음 무엇을 뺏을까요?폭행이나 협박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자를 강도라 합니다. 일본은 그런 나라입니다.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야만행위와
입추가 지나, 이제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길고 긴 장마와 그 뜨겁던 무더위도 끝이 나 가는 느낌이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돌아, 듣기 편안한 피아노 소품집을 골랐다. 피아노 연주자는 정명훈.피아니스트 정명훈은 요즘 거의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사실은 대단한 피아니스트이다. 1974년 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금의환향한 적도 있다. 지휘자로의 꿈을 키우고는 줄곧 앞만 보고 달려온 지휘자이지만 그의 근본은 피아노 연주였다.1994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자리에
1. 집권 여당, 교육부, 기타 등등의 착각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두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학생 인권 조례를 들먹이는 집권 여당, 교육부, 그리고 일부 인사들의 망발을 들으며 이들이 지향하는 곳이 어딘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이들이 공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놀랍게도 자본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근대적 훈련방식이다. 거기에는 오로지 지침과 수행의 단선적인 절차만 있을 뿐이다. 더러 창의적 발상도 존중되지만 그것은 자본의 증대에 이바지했을 경우만 해당한다.이런 관점은 교육이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학생 인권이니 하
딸기는 우리나라 농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소득작목이다.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딸기는 유통과정에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출딸기는 70% 익을 때 수확하고, 국내 딸기도 덜 익었을 때 수확해 품질의 손실을 감내한다. 딸기의 신선도 유지기간이 매우 짧음으로 상인들은 신선도 하락의 위험(Risk)를 피하기 위해, 농업인은 신선도가 유지되어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1주일에 6일 매일 출하한다. 딸기 수확이 집중되는 때에 농업인들은 원하는 시기에 쉬지 못하며, 아파도 안 된다. 새벽부터 오후 5시까지, 출하를 마
공영방송 정상화의 길을 걷던 MBC가 또 다시 위기에 처했다. 최근 한 달 동안 ‘TV수신료 분리 징수’,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지명’,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감사’, ‘공영방송 이사 해임 추진’ 등 공영방송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사건들이 발생했다. 그리고 9일 조선일보는 KBS 이사장에 서기석 전 헌법재판관이, MBC 방문진 이사장에 차기환 전 MBC・KBS이사가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차기환은 이미 방문진 이사를 두 차례 지냈고, KBS 이사도 한 차례 지낸 적이 있다. 그는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북한군
새마을금고가 흔들리고 있다. 연체율 급등에 뱅크런 우려까지 나왔다. 정부가 나서서 예금자 보호를 선언하며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1294개 금고, 금융 자산 규모 284조 원, 거래 고객 226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기초자치단체별로 거의 하나 이상 영업하고 있다. 경남에도 97개의 새마을금고가 있다.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4월 기준 258조 원으로 지난 3~4월 두 달간 무려 7조원이 감소했다. 새마을금고 뱅크런은 치솟은 연체율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 이상으로
얼마 전, 농업부문상 수상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 활동을 했습니다. 감히 농민이 농민을 심사할 수 있는지, 그 자격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덥석 참가했습니다. 워낙 권위가 있는 상인지라 두말할 나위가 없기도 했지만, 또 다른 사심은 다른 농가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이다 싶어 냅다 수락하였습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른 세 사람, 서류상으로는 대상자의 공적을 충분히 알기 어려웠기에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이 심사과정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도 세 사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1910년 조선이 멸망했다. 교방도 폐지되었다. 냉면은 교방을 벗어나 부유층과 일본인들을 대상으로 부분적이지만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일본인들과 부자들은 요정 등에서 유흥을 마치고 나면 음주 후 냉면을 먹었다.그리고 1920년대가 되자 일반인들도 비빔밥뿐만 아니라 냉면을 접할 수 있는 외식업의 대중화가 시작되었다.1920년대 냉면과 비빔밥이 대중화될 시기에,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었던 진주에서, 육전과 육회가 올려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러나 우시장과 도축장만 있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축하고 해체하고 판매, 유통,
중학교 아이들과 철학수업을 하면서 겪게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어려운 철학 용어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일이다. 대부분의 철학용어들이 외래어인 데다가 그나마도 한자로 만들어진 단어들이 한글로 표기되어 있어 중학교 수준의 어휘능력으로 한계가 있다.하지만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알게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이 있는 터라 매우 다양한 방법으로 개념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처음 써본 방법은 철학수업 시간만 휴대폰을 허락하여 어려운 용어를 스스로 찾아보게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용어를 찾아 종이에 옮겼다. 처음에는 약간의
국민의힘과 정부는 12일 ‘실업급여 제도 개선 공청회’를 열고 실업급여 제도 개선 방안을 밝혔다. 현재 최저임금의 80%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60%로 낮추거나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일하는 사람이 더 적게 받는’ 기형적인 현행 실업급여 구조는 바뀌어야 한다는 원칙에 뜻을 같이 했다”며 “실업급여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의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기준 월 최저 실업급여는 184만7040원으로 최저임금 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