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서 걸었던 8월의 초록걸음, 비가 와도 우리가 초록걸음을 멈추지 않고 걷는 까닭은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있는 그대로의 지리산'을 지키기 위해서다. 또한 비 오는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잘 알기 때문이다. 비 내리는 숲에선 나뭇잎들이 받아내는 빗소리와 함께 숲의 기운을 온전히 느끼기에 최적이라는 걸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이번 초록걸음은 피아골 직전마을에서 시작해서 삼홍소를 지나 구계표교까지 왕복 6Km 거리였는데, 이번 길동무들은 유달리 부부 참가자가 많아 5쌍이나 되어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과 더불어 초
강원도에서 시작한 물길이 경상도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는 낙동강은 어떤 아픔의 역사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낙동강에 얽힌 이야기를 찾아봤다.1950년 6월25일 시작된 한국전쟁, 8월초에는 북한군이 낙동강까지 밀고 내려왔다. 낙동강을 가운데 두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낙동강 둘레에 살고 있던 창녕 사람들은 전쟁을 피해 가까운 밀양으로 피난을 떠나게 되었다. 4,5일만 지나면 집으로 돌아올 수 있겠지 하고 떠난 피난이었지만, 10월초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두 달이 걸렸다.창녕에서 밀양으로 한꺼번에 몰린 피난민들은
인디언 식으로는 ‘열매가 빛을 저장하는 달, 7월’. 초록걸음 길동무들과 함께 추성리에서 출발해 칠선계곡 용소를 들렀다가 장군목 넘어 두지동에서 점심을 먹고는 백무동계곡까지 대략 6Km의 거리를 걸었다. 그리곤 백무동계곡 그 맑은 물에 몸을 첨벙 담그며 무더위를 식혔다. 오르막 숲길을 걸으며 땀 흘리고 난 다음에 만나는 계곡물의 짜릿한 참맛을 느낄 수 있었다. 비록 역대급 가뭄이지만, 지리산의 계곡들은 결코 마르는 일이 없다. 백무동과 칠선계곡의 물들은 용유담 지나서 쉼 없이 흘러 엄천강이 되고 경호강이 되어 진양호에 다다르고 다시
진주하면 떠오르는 곳이 진주성이고 진주성을 대표하는 건물은 촉석루입니다. 진주성은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맞서 싸운 곳으로 이름나 있지요. 진주성 촉석루처럼 아름다운 누각이 있는 곳이 밀양입니다. 진주가 임진왜란 때 일본군에 맞서 싸운 곳이라면, 밀양은 일제강점기에 조선 독립을 위해 싸운 독립운동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장입니다. 조선시대에 진주에 촉석루를 짓고 난 뒤, 밀양 사람들은 촉석루를 본받아 영남루를 지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촉석루가 미군 폭격에 불타자 다시 영남루 본을 보고 촉석루를 짓습니다. 촉석루와 영남루는 서로 거울
극심한 봄 가뭄이 여전히 이어지던 6월 셋째 토요일, 하동 적량면에 자리한 구재봉자연휴양림에서 초록걸음 길동무들과 걸음을 시작했다. 지리산 둘레길 삼화실-대축 구간 중 신촌재에서 먹점마을로 가는 본선과는 달리 구재봉과 구재봉 활공장을 지나는 지선 구간은 초록걸음 길동무들과는 처음으로 걷는 구간이었다.구재봉(767m)은 지리산 남쪽 끝자락 하동읍·악양면·적량면 등 3개 읍·면이 만나는 곳에 있는데 산의 형상이 거북이가 기어가는 모습을 닮아 구자산으로 불리다 구재봉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구재봉은 지리산 둘레길 21개 구간 중 조망이 가
세월호 사고를 비롯한 여러 안전사고를 겪고 난 뒤,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이 많이 나아졌습니다. 아울러 기후위기를 몸으로 겪으면서 생태환경에 대한 관심도 나날이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사립 유치원에서 영어학교라는 이름을 내걸고 어릴 적부터 영어교육을 시키는 것에 대해 찬반 여론도 있습니다만, 어릴 적 영어 교육 못지않게 생태환경교육을 시키는 학부모들이 많이 늘어났습니다. 교육 열의가 높은 도심권 학부모들은 생태환경 교육을 어릴 적부터 하고 있습니다. 이런 학부모들 요구에 따라 유치원 가운데 숲유치원 이름을 내거는 곳도 있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5월의 지리산 둘레길을 걸었다. 삼화실에코하우스에서 출발, 버디재를 넘어 서당마을 이팝나무 아래서 맛난 점심 도시락을 먹고는 바람재를 지나 하동읍까지 12Km의 거리를 길동무들과 함께 걸었다. 마삭줄, 때죽나무, 찔레 그리고 아까시나무까지.. 흰 꽃들의 그 진한 향기에 정신이 아득해질 지경이었다. 5월의 지리산 둘레길은 초록에 물들고 흰 꽃들의 향기에 흠뻑 취했던, 말 그대로 초록걸음 그 자체였다. 고봉밥 같았던 풍성한 꽃들을 모두 내려놓았지만 길동무들에게 초록 그늘을 내어주는 서당마을 350세 이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 지원하는 첫 번째 여행를 떠났습니다.이번 답사 주제는 '낙동강, 쌀과 소금 뱃길' 이야기입니다.낙동강에 다리가 놓이기 전에는 사람들 오가는 주요 강어귀에는 나루가 있었습니다. 그 나루 자리에 국도가 지나가면서 다리가 놓였고, 그 다리 옆에는 나루가 있을 때부터 지킴이 노릇을 하고 있었던 느티나무, 팽나무들이 옛 기억을 간직하고 우뚝 자리하고 있습니다. 강을 가다가 큰 나무가 강 양쪽에 있으면 나루가 있었던 곳입니다. 교통수단이 발달되기 전에는 무거운 물건은 강을 통해 옮
2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유지되었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맞는 첫 토요일, 주변 산들이 연초록 나뭇잎으로 출렁대는 하동호에서 길동무들을 만났다. 여전히 마스크를 쓴 채로... 4월 초록걸음은 청학동 계곡의 물들이 모이는 하동호에서 출발, 청암천을 건너고 존티재를 넘어 삼화실 지리산 둘레길 안내센터까지 걷는 지리산 둘레길 11코스 구간 9.4Km였다. 봄빛으로 완연했던 그 둘레길을 사진으로 따라가 본다. 정겨운 징검다리로 청암천 건너 관점마을로... 돌배가 특산품인 명사마을 입구에서... 소의 조사료용으로 재배되고 있는 귀리밭
서울 둘레에서는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하철역을 가까이 둔 아파트를 역세권이라고 한다. 지하철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아파트 단지가 그만큼 가격이 높다는 것이다. 몇 년 전부터는 숲세권이라는 말도 생겼다. 아파트 단지 옆에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숲이 있으면 아파트 가격이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문명의 편리만큼 자연조건이 차지하는 주거 조건이 높아졌다.학교숲도 마찬가지다. 운동장을 줄이고 자연 숲을 만들어, 아이들이 숲에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학교가 늘어간다. 거기다가 가까운 숲을 활용해서 생태체험을 하는 곳도 있다.
지금껏 마을엔 예닐곱 명이 확진되었다. 모두 백신 3차 접종까지 마친 노인네들이었다. 이웃으로 마실 다니는 발자국소리는 끊겼다. 마을은 쥐죽은 듯 고요했다. 가끔 논밭을 나가는 이웃들은 너나없이 마스크를 꼭 끼고 다녔다.얼마 전 서하 얼굴이 불그스름하게 보여 손을 짚어봤더니 열이 있었다. 서하가 다니는 유치원 원생 열에 일고여덟이 확진되거나 가족 확진으로 등원을 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던 터라 덜컥 겁이 났다.“서하 열이 있네. 자가검사키트 한 번 해보지.”예감이 안 좋아 나는 얼른 마스크를 챙겨 꼈다. 할아버지라면서 하는 꼴이 너
겨울철 정비기간을 마친 지리산 둘레길이 다시 북적대기 시작했다. 여우가 시집가고 호랑이가 장가가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반가운 초록걸음 길동무들과 다시 만났다. 초록걸음은 해마다 둘레길을 걸으면서 사용할 펼침막을 준비한다. 올해는 “지리산의 마음과 지리산의 가르침으로...”를 펼침막 문구로 정하고 길동무들과 함께 길을 걷기로 했다. 2022년 첫 초록걸음으로 악양 들판을 한 바퀴 도는 평사리 둘레길을 택했다. 그 시작점은 2018년 여러 작가들이 골목길 미술프로젝트를 진행했던 악양면 하덕마을이다. 동네 사람들은 하덕마을을 ‘섬등’
몇 십년 전까지만 해도 농촌에서는 본격적인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회치'라는 이름으로 들과 산을 찾아 즐겁게 놀았던 시절이 있었다. 회치는 들놀이 혹은 회식을 뜻하는 경상도 말이다. 옛 기억을 살려 경남생명의숲 회원들과 창원 장복산 편백숲을 찾아 봄기운을 받고 왔다.납작한 만두모양 잎을 가진 측백나무과에 편백은 일본을 통해 들어오면서, 피톤치드를 내는 대표나무로 자리하고 있다.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내는 향균기능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향을 싫어하는 균과 곤충은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어떤 사람들은 편백을 자기만 아
내가 이 산골에 들어오기로 작정하고 이삿짐을 쌀 때는 나이 51살이었다. 모두들 한참 일할 나이라고 했다. 나도 그렇다고 여겼고, 이후 이 산골에서 진주시내까지 통근했다. 대중교통으로 오가려니 왕복 네댓 시간이 걸렸다.아침 6시 조금 지나 2km를 걸어 버스정류장으로 나갔고, 지리산 칠선계곡에서 나오는 첫차를 받아 타고 읍내 버스터미널로 가고, 거기서 진주행 버스를 탔으니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출근길 역순으로 퇴근하면 밤중이었다.그래도 나는 이 집이 좋았다. 직장을 버릴까, 이 집을 버릴까 하는 고민 끝에 나는 직장을 버렸다
봉투엔 삼십만 원이 들어있었다.지난 이틀 고사리뿌리 캐는 일에 날품을 팔고 받은 임금이었다. 해마다 이맘때면 이 일로 품을 팔아 춘궁기를 넘어왔다. 며칠 뒤에 또 하루 이틀 일감이 있다고 하니 그걸로 이 봄을 넘기기엔 충분할 것 같다.“김 사장. 고사리뿌리 캐는 일이 있는데 어쩔 거여.”열흘쯤 전부터 시끄러비아지매가 일꾼을 구하러 다녔다. 매년 며칠씩 다니던 고사리뿌리 캐는 날일을 지난해는 하루도 나가지 못했다. 농사가 늘었고, 가족의 만류도 심해서였다. 계속 일을 해오던 몸이라면 괜찮겠지만 겨우내 묵혀온 몸에 이른 봄 고사리뿌리
선거가 다가오면 곤혹스러웠다. 이웃들과는 정반대의 정치관을 가져서 무슨 말을 하기조차 조심스러웠다. 이웃들과 함께 사랑방에 모였어도 정치이야기를 할 수준은 아니지만 어쩌다 텔레비전 뉴스채널이라도 켰을 때면 그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다.촉촉이 봄비가 내리고, 사랑방엔 어김없이 몇몇 이웃들이 모여 있었다. 군불을 많이 넣었는지 방이 후텁지근했다. 뜨거운 곳을 좋아해서 언제나 내 자리는 정해져 있었고, 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던 아랫담 최 씨가 자리를 비켰다.“김 사장. 대관절 코로나는 어찌 되는 기요?”“아유, 오늘 읍내 확진자가 팔
올 겨울은 삼일이 추우면 사일이 따뜻한 날이 이어지는 전형적인 겨울 날씨다.사온이 끝나고 삼한이 시작되는 날에, 김해 봉하마을을 경남생명의숲 회원들과 찾았다.봉하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잔디광장에서 신나게 놀고 오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겨울 바람에 기를 못 펴고 살펴보는 시간만 가졌다.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 둘레에 있는 생태체험장과 화포천은 생태를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노무현 대통령 묘역과 둘레에 있는 이야기 중에, 이번에는 민속이야기를 살펴보기로 했다.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처음 찾는 사람들이 많
올해도 표고버섯 심을 참나무 준비하는 걸 놓치고 말았다. 차일피일 미루고, 할까 말까 망설이다 세월만 보내 버렸다.산언저리를 몇 번이나 맴돌면서 몇몇 참나무를 찜해 두었지만 정작 나서지 못했다. 우리 산이 아닌 데다 마을 사람들 눈치가 보였고, 아내의 만류도 심해 나무를 자를 수 없었다. 표고버섯 심을 나무는 12월에 잘라야 하는데 우물쭈물하다 세월은 흘러 어느새 입춘(立春)이 지나 버렸다.소한 대한 지나면 나무가 활동을 시작하고, 수피에 물이 오른다. 그때는 잘라봐야 쓸모가 없다. 그렇게 늦게 자른 나무는 표고버섯 종균을 넣어두어
- 04:20잠을 깼다. 곤히 잠든 아내가 깰까봐 조심스레 방문을 열었다. 거실은 한기로 가득하다. 찬물을 한 모금 들이키고 밖으로 나갔다. 마당에 내려서자 겨울별자리는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다. 천지사방이 고요하다. 입춘(立春)이 닷새도 남지 않았다.다시 들어와 자리에 누웠다. 내일이 설날이다. 명절이 와도 딱히 갈 곳이 없다. 명절차례를 없애고 기제사만 지내기로 한 탓에 부산 큰집에 갈 일도 없다. 이 나이에 처가도 찾아보기 어렵다. 오늘은 집 안팎을 청소하고 명절음식 만드는 아내를 도와야 한다. 해마다 그래왔듯 제사가 없어도 아
지방에 있는 성곽 중에 온전히 보전되어, 사람들이 많이 찾은 곳을 꼽으라고 하면, 순천 낙안읍성, 공주 공산성, 해미읍성, 그리고 진주성을 이야기할 수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무너지거나 사라진 성곽을 복원해서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찍부터 진주는 진주성을 중심으로 개천예술제와 유등축제를 만들어, 진주를 대표하는 문화로 만들어왔다. 타 도시 사람들은 남강과 진주성을 가진 진주를 부러워한다.오랫동안 아이들과 함께 진주성을 찾으면서,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갖춘 진주성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체험교육 장소로 더 많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