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팅'은 편을 나누어 승부를 겨루는 운동경기에서 제 편의 전의를 북돋우고 다지는 데 쓰여 온 구호라. 말 뿌리의 변이를 온전히 알 수는 없으되 용례로 미루어 보건대 'fight'에서 나온 말 같다. 알파벳 'f'를 소리 내는 것이 '순치 마찰음'이란 난삽한 명찰을 단 국어에는 없는 발성이라. 이른바 'ㅍ'과 'ㅎ'의 중간 어디쯤 그러니까 '윗입술을 살짝 뒤집고 앞니 사이로 바람이 나가는 느낌으로' 소리 내야 한다는 정밀함이라니. 우리로선 애매하고 거북하기 짝이 없는 이 '입짓'을 아예 'ㅍ'으로 해버리자고 '외래어 표기법'에다
대선 투표일이 2주 내로 다가왔다. 지금 우리 사회의 최대문제는 불평등과 기후위기다. 불평등 문제가 대선을 통해 어떻게 해결될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 소득 불평등, 자산 불평등은 심화되었다. 소득 불평등은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악화되었고 정부의 재분배 역할 확대로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개선되었다. 소득 불평등을 재는 지니계수는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4년 0.397에서 2020년 0.405로 상승했는데,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는 2014년 0.363에서 2020년 0.331로 하락했다. 소득5분위배율은 시장소득 기준으로 2014년 1
“모두의 적이 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입사초 고령의 선배와 낮술 한 잔 걸치며 내뱉었던 말입니다. 기자는 미움 받기 십상인 직업이니, 미움 받는 것에 크게 개의치 않겠다는 의미였습니다. 허세 가득한 이 말에 선배는 이렇게 답해주었습니다. “모두의 적이 되지 말고, 모두의 편이 돼라. 있는 그대로 보도하면 모두의 편이 될 수 있다.”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새해라고 특별한 감회를 느끼지는 않습니다만, 지난해를 돌아보고, 올 한해를 다짐합니다. ‘단디뉴스’가 지켜야 할 가치도 고심합니다. 사실, 공정, 균형, 품위. 언
넷플릭스 증후군이란 것이 또 고약한 신종 병증이라. 그 실시간 상영관에 접속하면 화면 그득 방방하게 들어찬 각양각색의 연속극과 영화가 간택을 기다리는데 그걸 한눈에 찍어 고르지 못하면 넥타이 빼곡이 진열된 방에 들어선 혼돈에 빠진다. '미드' '영드'라 불리는 연속극에 엎어지면 그 밑도 끝도 없는 중독에 빠질까 시작이 겁나고, 서양 단편은 쓰레기가 너무 많아 옥석 가리기가 쉽잖고, 충무로 영화는 안 본 것 찾기가 어려우니 이거야말로 풍요 속의 빈곤이라. 골라서 보는 시간보다 검색으로 미적이는 시간이 더 길어 종내에는 눈알이 욱신거려
오늘날 한국에서 집은 주거 공간에 그치지 않고 투자, 투기 대상이다. 주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조는 ‘빚내서 집에 투자하라’다. 과거에는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의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70%(조정대상지역 50%)나 된다. 다주택자들이 많이 하는 갭투자도 전세자금 반환의무가 있으니 빚내서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부동산 금융에 대한 핀셋 규제, 뒷북 규제에 그쳐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빚내서 집 사는 것은 불평등과 빈곤 때문이다. 불평등이 심할수
뻥을 좀 치자면 세상이 온통 사람 반 검사 반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셋이 나와 겨루다 그중 하나가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만을 두고 말함이 아니다. 갖가지 궂고 음습한 현안에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검사 명색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각축하는 여야 대통령 후보가 서로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는 두 개의 사건에 등장인물 거의가 전·현직 검사다. 의당 모두 검찰 손으로 넘어갔으니 수사가 진행되면 대선 판이 검사 처분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질 지경으로 가고 있다. 그 구덩이 또한 검사 알알이 네 편 내 편으로 갈래를 지어 서로를 못 미더워하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해남에서 첫발을 내디뎠고 경남에서는 12월 1일 창원, 2일 진주에서 행진과 토론회가 계획되어 있다. 캠페인 추진자들은 농촌이 급박한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역(농촌)소멸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농촌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농촌주민수당 지급’, ‘농촌주민자치의 실현’ 등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농산어촌 개벽, 농업·농촌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농가소득 보장이 핵심이다. 젊은이가 농촌을 떠나는
종일 쏟아져 범람하는 '코로나'와 대장동 소동과 주르르 늘어선 이른바 대통 '깜'들의 징글징글한 낯짝 틈새로 들린 가느다란 뉴스 한 가닥이 숨을 헉! 막히게 한다. 오영표를 재판장으로 하는 대전지법 재판부가 육군 하사 변희수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그러나 변희수.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제 겨우 스물셋 파릇한 생명이 한을 품은 채 스러졌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헤매며 눈물로 하소하던 병사를 죽음 앞에 서도록 내몬 육군 결정을 이제
지난달 26일,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 빌딩 12층에서 경상남도 서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가 개소식을 했다. 26일이 코로나19 백신 2차 예방접종이 예약되어 있는 날이라 그 전날 시간을 내어 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여전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충무공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갓진 한 지역에서 그 빌딩을 찾을 수 있었다. 빌딩 12층을 찾아 올라가 개소식 준비로 소란스러운 지원센터를 만났다. 깔끔하고 아담하게 디자인된 인테리어 속에 교육장, 상담실, 돌봄노동자가 찾아와 쉬면서 차도 마실 수 있는 카페 쉼터, 돌봄노동자들의 건강을 체크
여야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후보들의 과거 행적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시대적 과제인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기준으로 대선후보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불평등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거품, 상위권 대학 진학 열풍, 저출산 등 온갖 경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불평등의 핵심은 소득 불평등이고, 임금 격차가 큰 몫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여망을 받아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임금격차를 축소시켜야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이전 정권에 비해서도 크게 올
공군 전투기의 엄호를 받으며 우리 땅에 들어서는 독립군 대장 유해를 보며 여러 감정이 겹친다. 밥술이나 먹고 산다고 으스대던 것이 우금 언젠데 나라 위해 몸 바쳐 싸우다 객사한 투사의 백골을 거두는 데 78년이나 걸렸더란 말인가. 영정으로 돌아오신 홍범도 장군은 흑백 초상만으로도 그 위의가 느껴진다. 군 창설 이후 숱하게 생산해내 주렁주렁 별을 달고 위세 부리던 같잖은 똥별들 품새와는 감히 견줄 수 없는 위엄이다. 그건 을지문덕 연개소문 강감찬 계백 등 전설적 장군의 위풍에서 맡아보던 우뚝 선 당당함이라.'독립군'에 대해 가졌던 막
8월 14일은 세계위안부기림일이다. 1991년 위안부 피해자 김학순님이 최초로 증언한 날을 기념해 2012년 제정한 세계위안부기림일은 올해로 9회째 진행된다. 특히 올해는 ‘위안부 제도’의 설치도 강제연행도 부정하는 일본을 향해 김학순님이 “내가 증거다”라며 용기 있는 증언을 한 지 3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30년 동안 위안부 피해자들과 활동가, 연구자들이 세계를 다니면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증언하고 그 참상을 알려 왔으며, 국내에서도 수요시위나 강연, 연구 등의 활동을 통해 ‘위안부’ 제도와 강제연행에 대한 증거를
지난달 30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대선후보 지지율을 보면 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그런데 윤석열이 지난 6월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내세운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사회'가 못내 우려스럽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의 상식은 철저히 적자생존, 승자독식이기 때문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처럼 세계 보편적인 상식은 성립하기 어렵고 나라마다 통하는 상식이 있다. 윤석열이 말하는 상식은 한국 사회의 상식일 것이다.한국에서 상식은 무엇인가. 한국에서 온갖 불평등, 불공정은 상식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살의 청년 정치인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당원투표에서 37.4%로 나경원 후보(40.9%)에게 뒤졌지만, 여론조사에서 58.8%의 압도적 지지를 받은 데 힘입어 대표에 올랐다. 2030세대 남성의 압도적 지지와 정권교체를 향한 당원들의 열망이 결합한 결과로 보인다. 이준석 대표는 ‘능력주의’와 ‘공정한 경쟁’을 강조한다. “저는 엘리트가 세상을 바꾸고, 그것이 사람들의 삶을 행복하게 만든다고 믿습니다” “할당제와 불합리한 가산점제를 재조정하고 공정한 경쟁의 가치를 살리자는 말은
LH 직원들이 직위를 통해 얻은 정보를 이용해 개발지역 농지에 투기한 사실이 폭로되면서 이를 막기 위한 농지법 개정 논의가 활발하다. 3월말 정부가 발표한 농지제도 개선방안의 핵심은 농지 취득자격 심사 강화, 투기우려 농지 취득에 대한 사전·사후 관리체계 정립, 농지 불법행위 제재 강화 및 부당이득 환수제 도입 등이다. 의원들이 제출한 개정안에는 주말체험용 농지 소유 금지, 비농업인의 농지 취득 제한, 농지 전수조사 실시 등의 내용이 들어 있다. 국회 농해수위는 4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와 의원들이 제출한 농지법 개정안들을
2021년 새해를 맞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써서 숨쉬기가 불편했고, 사람들을 잘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자영업자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고통분담을 위한 건물주의 임대료 자발적 인하는 드물었다. 한편 우리 모두 배달, 의료, 돌봄, 환경미화 등 필수노동자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같은 2020년이지만 자산가들에게는 자산가격 급등으로 축복의 한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은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전년대비 6.18% 올랐다. 지난 2011년(5.98%)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수
진주시가 예산을 지원하고 허가해 단행됐던 진주시 이·통장들의 제주연수로 코로나 감염증이 대거 확산되자 을씨년스러운 풍경이 지속되고 있다. 상점가는 저녁 9시면 불이 꺼지고, 시민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을까 몸을 싸맨 채 외출을 삼간다. 사람들은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수 있다며 그 자신마저 불신, 감염확산의 주범이 될까봐 노심초사다. 지역 소상공인들은 물론, 대리운전 근로자, 일용직 노동자 등도 수입이 줄어 연말다운 모습은 눈을 씻고도 찾아볼 수 없다.이 같은 상황에서 9일 진주시는 재난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최고 100만원
가난했던 것 같다. 아니 가난했다. 어린 시절 기억나는 첫 집은 단칸 월세방, 5명의 가족이 한데 엉켜 잠들고는 했다. 5살 때쯤 진주로 이사와 처음으로 우리 집을 가졌다. 작은방 3개가 있는 소위 ‘달동네’에 있는 집. 주변에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이 많이 살았다. 가난했지만 열심히들 일했다.아버지는 공무원 박봉에, 홑벌이. 아이 셋을 키워야 했다. 팍팍한 살림에 아들, 딸 모두 대학에 진학하며 적지 않은 고민을 했다. 어디로 가야 돈이 덜 들까. 성적 따라, 기호 따라 비싼 사립대를 가는 건 꿈꾸지 못할 일이었다.
“정평구가 하늘을 나는 수레(飛車)를 타고 왜병에 포위된 성 안으로 들어가, 친구를 구하여 30리 바깥으로 날아 빠져나갔다” 임진왜란이 끝난 지 약 150년 또는 200년이 지나 쓰여진 야사의 이 한 줄이 그로부터 다시 200년이 지난 오늘날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2016년부터 민간단체 ‘비차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추진하던 비거(또는 비차) 복원과 문화콘텐츠 제작 사업에 진주시가 본격적으로 가세, 1천억 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비거테마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나서면서다.한류드라마의 시초격인 ‘대장금’이라는 명작 드라마가
코로나19 확산 속에서도 의료계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설립안에 반대해 26일부터 2차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공의를 비롯한 의사들은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으며, 의료취약지와 일부 전문분야에 의사들이 부족한 것은 충분한 보상이 따르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 등 의료정책을 의료전문가인 자신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첫째,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2017년 기준 2.3명으로 OECD 평균 3.5명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