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의 경제력 지표라는 1인당 GDP 수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2018년 3만2천 달러 수준으로 4만 달러의 일본에 비해 크게 뒤떨어지지 않으며 유럽의 스페인보다도 높다. 역사상 가장 높은 국민소득을 자랑하는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 수준은 그 어느 때보다 낮지 않을까 생각된다. 방송과 신문을 보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 같다. 각종 강력 사건, 부모자식, 친구, 이웃 간의 끔찍한 살인, 묻지 마 살인, 마약, 도박, 게임 중독, 성 폭력 등으로 도배된 뉴스를 보기가 두려운 세상이다. 콩 한 조각도 나누어 먹던 우리의 공동
요즘 ‘토착왜구’라는 말이 유행이다. 역사학자 전우용이 SNS에서 처음 소개한 이 말은 1910년 조선이 일본에 강제로 병탄되는 혼란스런 정국에서 나왔다. 전우용에 따르면 1910년 대한매일신보에 실린 ‘토왜천지(土倭天地)’라는 글에서 토왜를 ‘나라를 좀먹고 백성을 병들게 하는 인종(人種)’으로 규정하고 일본의 앞잡이 노릇하는 고위 관료층과 일본의 침략과 내정 간섭을 지지한 정치인, 언론인 등이 여기에 속한다고 했다. 대한매일신보는 토왜를 한마디로 ‘얼굴은 한국인이나 창자는 왜놈인 도깨비 같은 자’라고 정의했다. 이 말이 유행처럼
쿠데타로 집권한 전두환이 부정적 여론을 덮고 민초의 환심을 사려는 꿍심으로 여러 유화책을 내놓는데 그중 통행금지 해제는 약발 받는 특효의 처방이었다. 일 년에 오직 하루 크리스마스 전날 밤을 제하고는 야간 통행을 금지하는 이 조치는 해방되던 해 맥아더의 포고령에 의해 시행됐다. 표면적인 목적은 변환기의 치안 유지였지만 실제로는 이어지는 정권 내내 백성을 옥죄는 억압의 도구로 쓰였다. 그 가쇄가 풀린 것이 점령군 사령관이 제멋대로 선포해 밤길을 막은 지 36년 만에 보안사령관 출신의 전두환에 의해서니 그 숫자의 생김새나 풀어준 자의
남편의 직장을 따라 진주로 삶의 터전을 옮겨 살아 온 지 올해로 서른다섯 해 째이다. 내 삶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진주에서 보냈다. 진주에서 살면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저 바쁜 대도시에서보다는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 같아서 매사에 마음이 조금은 더 여유로울 수 있었던 것이다. 또 하나 진주에서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바쁘지 않아서 아이들을 덜 재촉하면서 키울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 풍부한 자연환경과 역사를 경험하게 함으로써 고향의 기억을 갖게 해 줄 수 있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일본제품은 사지도 말고 팔지도 말자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일본맥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사람들, 자신이 운영하는 매장에서 일본제품을 진열대에서 치우는 업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단순히 일본맥주를 마시고 안 마시고를 따지기 전에 우리가 짚고 넘어가야 할 것들이 있다. 몰라도 되지만 알고 나면 머리 아픈 사실들이 일본맥주에 숨어 있다.우리가 아는 일본맥주는 아사히, 기린, 삿뽀로, 에비스, 산토리 정도가 아닐까. 한국은 수입량, 수입액 모두 일본맥주 최대 수입국으로 몇 년 전부터 수
여름이면 생각나는 음식을 꼽으라할 때, 보통 주저 없이 냉면을 꼽는다. 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에도 냉면같은 음악이 있다. 여름에도 서늘한 느낌이 나는 북유럽의 음악들인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곡이 아마 시벨리우스의 곡들이 아닌가 싶다. 핀란드의 작곡가 쟝 시벨리우스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교향곡 제2번은 항상 내 곁에 있는 음악이다.시벨리우스는 7개의 교향곡을 썼는데 가장 자주 연주되는 것이 두 번째와 다섯 번째 교향곡이다. 그리고 교향시 핀란디아가 유명한데 1899년 시벨리우스가 나이 34세 때 초연한 “Finlandia”는
[사과문]지난 2019년 7월10일 에 실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여성 서사가 필요하다”는 제목의 이장원 씨 칼럼은 원 저작자인 박한아 씨가 온라인 매체 ‘브런치’에 기재한 3편의 글을 무단으로 도용하여 작성된 글임을 밝힙니다. 이 일로 인해 정신적인 충격과 상처를 입었을 박한아 작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리며, 를 믿고 아껴주시는 독자여러분들께도 죄송한 마음을 전합니다.저희는 7월 12일 오후 원 저작자 박한아 씨로부터 메일을 받고나서야 해당 칼럼이 다른 사람의 글을 도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해당 칼럼은
의령으로 장 마실을 나섰다. 날은 맑고 좋았다. 일요일 흥건한 낮술에 취해볼 계산을 하며 나선 이들도 있다. 얼굴엔 기대감이 번득거린다. 술을 좋아하는 회원들이다. 이해가 된다. 주 중의 매일, 12시간 이상 몸을 빼지 못하고 자영업에 종사하는 그 답답함을 벗어나는 시간이니 그렇기도 하겠다.이번 나들이에는 아이들이 넷이나 된다. 날이 더워졌으니 아이들과 걷기보다는 시원한 데를 들어가야 한다. 의령읍장 입구에서 모여 의논을 한다. “오늘은 먹빵이다. 의령소바 먹고 좀 걷다가 다시 의령 소고기 국밥!” ‘의령소바’라는 체인점이 유행할
골뱅이무침은 오이 당근 양파 삶은 오징어 등을 양념과 버무려 내오는 음식이다. 물론 골뱅이가 당연히 들어가고 소면이 얹혀 나온다. 골뱅이는 요즘 캔 형태로 준비된 것을 사용한다. 얼마 전 평거동 주점 장터목, 경상대 비정규교수 파업 지지방문 다녀온 진주같이 회원들 뒤풀이에 참석했다. 골뱅이 무침과 부침개 등 안주와 소주 맥주가 들어왔다.소주파 맥주파 쏘맥파 맹물파로 나뉘어 건배를 하고 골뱅이무침과 부침개를 먹는데 한 후배가 얼굴을 찌푸리며 음식이 이상하다고 했다. 나는 아무 이상이 없었다. 다른 후배가 감별사로 나섰다. 아무 이상이
연기 자욱한 주방. 열기 가득한 지옥. 온 몸의 근육과 온 몸의 기력을 다 쏟아 부어야 하는 열사의 공간에서 하루하루를 견뎌야 했던 당신들, 사흘이라는 짧은 투쟁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 당신들. 앞으로도 당분간은 더 견뎌야 하는 당신들. 지켜질지 모르는 약속 한 마디에 너그러이 투쟁을 접고 아이들에게 돌아온 당신들. 이 땅의 어머니들. 당신들에게서 희망을 봅니다. 당신들을 존경합니다.덜덜거리며 힘겹게 돌아가는 환풍기의 검은 날개와 그을음이 덕지덕지 묻어 ‘피카소의 추상화’가 그려진 희끄무레한 타일벽을 가끔씩 올려보며 당신들은 목 디스
“공룡 발자국 화석산지 현장공개는 불가합니다. 문화재청 전문가 검토회의는 연기됐습니다. 그만 나가주세요” 진주에서 발견된 ‘세계최대’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배경이다. 뿌리산단측은 화석산지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를 막아섰다.진주 정촌에서 공룡발자국 화석이 발견됐다는 소식은 들렸지만 화석에 대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시행사인 (주)뿌리산단이 관련 정보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렸기 때문이다. 기자의 현장출입 통제는 물론 화석 발굴조사 담당교수를 통해서도 아무런 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지난 4월, 화석산지 천연기념물 지정을
나의 커피에 대한 기억은 80년대 중반 대학을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3월 어느 날 오전 실험실습과 관련된 악몽으로 시작된다. 생맥주와 마찬가지로 대학 입학 전까지 나는 커피를 마셔본 기억이 없다. 객지 생활에 적응 안 된 20대 초반의 깡마른 남학생에게는 어젯밤 과음으로 인한 숙취가 그대로 남아있었다. 자취생으로서 당연히 아침을 굶은 공복상태였다. 봄이지만 저 위쪽은 추웠고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입지 못한 약골에게 그 추위는 진주의 한겨울 못 지 않았다.때마침 같이 기다리던 같은 실험실습 조의 천사 같은 그러나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
경상대 법학과 84학번 김종찬. 그가 지난 6월 18일 오후 10시 49분 삼천포에서 쓸쓸히 생을 마쳤다. 그에게 그날은 허영자 시인의 ‘어떤 날’보다 더 “아주 쓸쓸한 날”이어서 그가 벌판을 넘어 강변에서 머물지 못하고 기어이 생의 강을 건넌 것일 테다. 1984년 그는 대학내 진보적 독서토론서클 풀무회에 가입하여, 1985년 대학가을축제 풀무회 주관 학술토론에서 당시 시국에 대하여 주제발표를 하고 지체 없이 민주주의를 쟁취하자는 자기주장을 내놓은 바 있다.(풀무회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자료실 열사정보에 의하면 향년 33세에 운명
약산 김원봉 선생은 내가 존경하는 분 가운데 최상위에 위치하시는 분이다. 칼 같은 외모의 장엄한 기품도 그렇거니와 평생을 항일 항제 투쟁으로 일관하신 분. 일신을 초개같이 여겨 풍찬노숙을 수십 년 즐겨 하신 분. 일제로 하여금 최고액의 현상금을 내걸게 하시고 아울러 못 잡아 안달하게 하신 분. 그 거지(?) 같았던 중경 임시정부와 흔쾌히 좌우합작을 이뤄내고 꿈에도 그리던 해방을 드디어 맞아 이제는 민주 조국을 건설하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며 고향(남한)으로 돌아오신 분.하지만 고향에서는 걸맞은 대접을 전혀 받지 못 하신 분. 단지
지금까지 인류 먹거리 확보 투쟁의 역사, 농업의 역사는 먹거리 다양성과 먹거리 유전자풀의 다양성을 상실해가는 과정의 역사였다.내년에는 삼겹살 가격이 폭등할지도 모른다. 아니 아예 돼지고기를 먹지 못할 수도 있다. 치사율 100%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중국 등 아시아로 확산되어 우리나라에도 조만간 닥칠지 모르기 때문이다. 백신도 치료제도 없고 대처 방법은 오로지 살처분 뿐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번지면 양돈업계는 초토화될 것이다. 현재는 이 바이러스에 취약한 돼지 품종만 사육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면역물질
그때 이후의 한국 축구는 그만저만했다. 그러므로 애어른 할 것 없이 그저 붉은 티 한 장씩 걸치고 팔짝팔짝 뛰던 2002년의 성취는 다만 ‘기적적’이었음을 증명해주는 듯했다. 크고 작은 대회마다 4강이 원대한 목표였으나 4강이란 것이 한번 해봤다고 단골로 오를 수 있는 높이는 아니었다. 당차게 벼르고 장도에 올랐으나 빈번히 16강의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그때의 번뜩이던 기운으로 솟아올랐던 박지성 이영표 차두리도 이미 은퇴했다. 박항서 감독이 일으킨 바람으로 동남아의 ‘용’이 된 자국의 전사에 환호하며 붉은 대열을 이뤄 경적 울리며
먹거리와 먹거리 획득 방식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 거기에 맞게 몸이 만들어지고 사회조직이 재편된다. 채식을 하는 동물은 창자가 길어지고 어금니가 많아진다. 반면 육식을 하는 동물은 창자가 짧아지고 날카로운 송곳니가 발달한다. 잡식 동물인 인간은 대략 그 중간정도 이다.수렵채집 시대 사회조직은 50명 정도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생계와 안전을 위해 느슨하게 조직된 소수의 핵가족 집단을 문화인류학에서 'band 밴드'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SNS '밴드'는 사실 문화인류학적 밴드의 개념
쌍욕(차명진)과 빈정거림(이언주)에 개무시(김문수)까지 당한다면 드디어 그건 당하고 당해서 한 없이 쭈그러든 몸에 모욕의 오물을 마침내 끓어 퍼붓는 것이 될 터. 청정한 마음과 티끌 하나 안 묻은 신체와 정신을 유지하려 그렇게 애써 왔는데 세월의 더께에 오물이 끼얹어지고 티끌이 거머리처럼 달라붙는다면 인간은 드디어 한계에 봉착한다. 그래도 진(瞋)과 치(痴)를 떨쳐야 하는 건 성깔이 없어서도 아니요 힘이 모자라서도 아니다. 그냥 어이가 없어서이다.오랜 세월 수모와 모욕, 무시와 천시를 겪으며 미진수(微塵數)를 하나둘 쌓아왔던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맹렬한 의열단 활동으로 일제의 군경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약산 김원봉 선생을 평가한데 대해 자유한국당(이하 자유당)과 그 기관지 역할을 하는 조선일보 등 수구신문이 일제히 비난을 퍼붓고 나섰다. 이들이 문재인의 연설 중 문제를 삼은 대목은 다음과 같다.“임시정부는 1941년 12월10일 광복군을 앞세워 일제와의 전면전을 선포했습니다. 광복군에는 무정부주의세력과 한국청년전지공작대에 이어 약산 김원봉 선생이 이끌던 조선의용대가 편입되어 민족의 독립운동역량을 집결했습니다. 그 힘으로
봄여름이 가면가을겨울이 온다는 걸저희는 알지 못 합니다 시간은 지남도 없고멈춤도 없고세월은 흐르지도 않고흐르기도 하는 까닭을저희는 알지 못 합니다 오늘 먹으면 내일은 굶고내일의 양식은오늘의 양식이 아닐진대그 아님을저희는 알지 못 합니다. 이 놈이 잡아도 좋고저 놈이 잡아도좋은 세상은 없고없는 것도 없는이치를저희는 알지 못 합니다 같이 사는 게 좋은지우리끼리만 사는 게 좋은지저희는 알지 못 합니다 민주가 좋은지독재가 좋은지우리의 민주가 좋은지님의 독재가 좋은지저희는 알지 못 합니다 국가보안법이 없어졌는지아직도 있는지저희는 알지 못 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