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든 겨울 온난화에 봄철 냉해, 봄 가뭄을 견디고서 속속들이 농산물 출하가 시작되었습니다. 땅이 얼었다 녹았다 하는 초봄에 심은 완두콩도 진즉에 선을 보였고 마늘종이며 올양파, 심지어 마늘도 경매시장을 채웁니다.우리지역이 가장 아랫녘이므로 노지농사 중에서는 뭐든 일찍 수확해서 시장으로 출하되는 것이지요. 그렇더라도 가격으로 수확철 보람을 맛보기에는 좋은 시절이 아니어서 거저 일을 마무리한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는 꾸역꾸역 수확과 동시에 시장으로 내보냅니다. 정성스레 키우고 알뜰살뜰 다듬은 농산물을 출하
박노정(朴魯貞, 1950~2018) 선생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분의 삶을 이야기해야 제가 맺은 인연에 대한 의미도 부여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노정 선생님은 1950년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해에 경남 진주시 봉곡동에서 태어났습니다. 진주교육장을 지낸 부친과 중등학교 교장을 지낸 형이 있는 교육자 집안이었습니다. 경상대학교 농과대 농학과를 졸업하고 1973년 학군장교(ROTC)로 임관해 전방에서 육군보병 소대장을 지냈으나 폭압적인 군대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군병원에 입원했다가 의가사로 제대했습니다.이후 출가하고 입산해 팔공산
1987년 진주유월민주항쟁의 역사에서 ‘6․26국민평화대행진'(이하 진주6․26평화대행진)은 하마터면 묻힐 뻔하였다. 「서부경남유월민주항쟁약사」(진홍근)가 첫 기술인데, 김주완(경남도민일보) 등 몇몇 후술들이 이 문건을 인용하고 있을 뿐이다. 사실 「서부경남유월민주항쟁약사」는 유월민주항쟁 20주년행사에 즈음하여 급히 제출된 소책자 형식의 문건이었다.6‧26평화대행진은 전국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유월민주항쟁과정에서 가장 큰 마지막 군중운동이었으며, 특히 진주6․26평화대행진은 당시 전두
코로나는 인류에게 자연이 투척하는 최후의 통첩이다.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로 지구를 무자비하게 공격해온 자본주의에 대한 자연의 ‘대역습’이다. 코로나 이후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류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패닉과 공포에 빠진 세계 각국의 이런저런 전문가들이 앞다투어 예측과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지금 누구의, 어떤 말도 믿기 어렵다. 코로나를 예측하거나 대비하지 못한 주제에, 어떤 공언과 허언을 믿으라는 건가.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것 말고 없는 듯하다. 먼저 자연 앞에 그동안의 과오와 실패를 사죄하는 것. 다시
사십대 문 모씨는 얼마 전 양조장에 들러 증류주 한 항아리를 샀다. 적지 않은 양에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었지만 일 년에 한 번 약간의 보관료를 내면 기한에 상관없이 양조장에 보관을 해주고 언제든 내 술을 보러 와도 된다는 말에 마음이 끌렸다. 양조장에서는 보관뿐만 아니라 구매자가 필요할 때 원하는 만큼 병입(술을 병에 넣음)과 라벨링을 직접 해서 내 술을 만들어 준다는 데 더 특별함을 느꼈다.딸아이의 결혼 때는 결혼을 축하하며 딸과 사위의 이름을 라벨에 적어 축하를 건네고 아들이 성년이 되는 날에 부자가 마주 앉아 마실 술병을 기
우한 폐렴이라고 부르다가 코로나19로 불리는,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사태를 넉 달 남짓 겪고 있다. 그동안 어떤 낯선 일들이 일어났는지 생각해보자.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혼란과 부담을 쉽게 잊을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은 벌써 ‘포스트 코로나’를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박멸한 포스트 코로나는 있을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적절하게 통제하는 포스트 코로나가 있을 뿐이고 그래서 지금은 새로운 나날을 준비해야 할 때라고 한다. 코로나 19로 인하여 새롭게 알게 된
요즘 ‘코로나19’를 빼놓고는 우리 삶을 말할 수도, 생각할 수도 없을 지경이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작은 바이러스의 위력 앞에 인간은 순간 무력해져 혼돈의 시간을 살아내고 있다. 학교는 몇 달째 문을 닫았다가 진통 끝에 열기 시작했지만, 이태원발 감염 확산이 발목을 잡고 있다. 하루하루 버티듯 살아가던 어려운 이들은 더욱더 살기가 팍팍해졌다. 위기 상황에서 우리 사회의 약한 고리가 무엇이었는지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우리가 그동안 의심 없이 살아온 삶의 방식에 일대 전환이 필요함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코로나19가 더 나은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두의 바람이다. 그것도 건강하게 오래 사는 무병장수는 모든 인간의 기본욕망이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종교와 문화마다 나름의 건강 장수 비결이 있지만 일관되고 공통적인 것은 적게 먹고 부지런히 움직이는 것이다.실험실에서 쥐나 초파리의 먹이를 일정 수준 줄이면 수명이 50% 가까이 늘어난다고 한다. 50%라는 수치를 떠나서, 기아 상태가 아닌 적당한 소식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수의 가장 확실한 방법임에는 틀림없는 듯하다. 물론 쥐와 초파리와 인간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다. 지구상 대
요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1928∼) 할머니의 기자회견으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앞서, 우리가 이제껏 소홀했던 주변의 기림비를 되돌아본다.남해군 남해읍에 있는 위안부 기림비 ‘평화의 소녀상’을 아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평화의 소녀상은 남해 출신의 피해자 박숙이(1923∼2016) 할머니를 기리는 것으로, 양손 가득히 동백꽃을 안고 한없이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이다. 동백꽃은 할머니가 특히 좋아했던 꽃으로, 사죄를 바라고 평화를 염원하는 할머니의 마음을 담고 있다.
Music: 김과 밥알로 은유한 사랑김밥은 한국인이 좋아하는 가장 경제적인 음식이다. 여기서 경제란 ‘비용’과 ‘노동’이 아닌 ‘방식’과 ‘질’의 경제다. 만드는 사람은 조금 힘들지 몰라도 먹는 사람에겐 이만큼 간편한 것이 없고 또 맛난 게 없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속을 골라 넣을 수 있으니 과연 김밥은 ‘취향의 민주화’에도 기여한 바 큰 음식일 게다. 바로 이 경제적이고 민주적인 음식, 김밥을 주제로 한 노래가 있다. 스물한 살 자두(김덕은)와 스물네 살 강두(송용식)로 구성된 혼성 그룹 더 자두(The Jadu)가 부른 20
안타깝고도 다행인 선거가 끝났습니다. 코로나19의 혼란스런 정국에서 차분하게 선거를 치러내는 것만으로도 전 세계가 놀라는데, 선거결과를 보더라도 큰 틀에서는 참 다행인 셈이지요. 툭하면 정권 발목잡기를 일삼는 보수야당을 야무지게 심판했으니 진정 국민들이 선거의 주인입니다.그렇더라도 그 면면을 살펴보면 또 할 말이 참 많습니다. 난데없는 위성정당 출현으로 거대 양당체제가 확장됐으니 군소정당이 설 자리가 없어졌고, 예측대로 소수정당, 다양한 목소리가 정치권에 발붙이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도 정치가 더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이 "아름다운 오월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가는 누구일까? 로베르트 슈만의 "시인의 사랑" 절창을 남긴 프리츠 분덜리히가 떠오른다. 그러나 역시 첫 번째는 구 소련 출신의 첼리스트인 미샤 마이스키이다. 그의 성씨인 "마이스키-Майский"는 러시아어로 "5월의"라는 뜻이다. 그러니 이름이 "오월의 미샤"인 셈이다.미샤 마이스키 음반은 몇 되지 않지만 그의 공연에 나는 몇 번 다녀왔다. 아마도 첫 내한공연이었던 것 같은 서울에서의 공연도 보러 갔었고 진주에서도 두 어번은 다녀왔다. 미샤가 연주한 바흐 무반주 첼로
김연아와 트리플 악셀, 금융위기와 파생상품, 평창 동계올림픽과 컬링. 우리는 이제까지 스포츠를 즐기거나 세상 돌아가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매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혀왔다. 세월과 시대에 뒤지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거기까지는 좋았다. 이제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살아남기 위해,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알아야 할 것이 넘쳐난다. KF94, 비말 감염, 바이러스 표면 돌출 단백 구조 '스파이크' 그리고 너무나 생소한 ACE2 단백질.에스트로겐이 임신과 출산뿐만 아니라 뼈 대사에도 관여하고, 갑상선 호
댐 아래서부터 금산 다리에 이르기까지 남강을 따라 닦인 둔치에 조성된 여러 시설이 갈수록 맞춤하고 세련되어지는 것이 보기에 뿌듯하다. 세심한 행정이 주는 혜택이다. 잔디 심어 파릇한 둑 아래 우레탄인지 아스콘인지로 색을 입힌 산책로로 한가롭게 걷고 있는 사람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푸근하다. 도심으로 꿀 같은 강이 흐르는 진주사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하는 모습들이다.강변 걷기는 이맘때가 제일 좋다. 물고기가 뛰는 저녁답에 점층적으로 전개되는 녹색의 ‘바림’을 누리며 걷는 것은 고단한 삶 중의 대단한 호사다. 남강을 따라서라면 어
#11941~1945년 사이, 일본은 우리 여성들을 억지로 데려다가 ‘종군 위안부’라는 미명 아래 성노예로 삼아 인권을 유린하는 ‘야만’을 저질렀다.1992년부터 시작된 일본대사관 앞에서의 ‘수요시위’는 2020년 4월 29일 현재 1,437차 집회를 했다. 28년째 위안부 할머니들은 일본 정부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여전히 궤변을 늘어놓으며 사과를 하고 있지 않다. #21923년 9월 1일, 도쿄를 중심으로 한 간토(관동)지역에 진도 7.9급의 초강력 지진이 발생하였다. 이름하여 ‘관동대지진’이라고 한다.민심은 흉흉
부부가 이혼을 하게 되면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을 정하는 문제가 따라 나오는데, 위자료나 재산분할 등을 당사자가 협의를 하는 경우가 있고, 재판을 통해 정해지는 경우가 있다. 국민연금법상 노령연금도 부부공동재산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고, 국민연금법에서도 분할연금수급권에 대하여 규정하고 있는데, 당사자가 협의를 하면서 협의서 내지 합의서를 작성하거나 재판에서 조정을 하는 경우 유의할 필요가 있다.분할연금수급권과 관련하여 국민연금법 제64조 제1항은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인 자가 배우자와 이혼하였을 것(제1호), 배우자였던 사
“38선은 38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는 노랫말이 있듯이 세월호 참사는 2014년 4월 16일에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노동절을 이틀 앞두고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공사 현장 화재에서 38명의 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이고, 외국인 노동자도 섞여 있다. 이들 중 9명의 신원은 아직까지 파악조차 되지 않고 있다.비정규직, 일용직의 불안한 노동으로 채운 위험하고, 값싼 노동, 안전장치가 풀려 사고를 부르는 노동현장이 근본 원인이지만, 경찰과 소방당국은 화재의 최초 원인제공자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현장
2020년 3월, 우리는 언론과 SNS를 통해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 ‘대구 방문 후’, ‘대구 여행 후’ 등과 같은 표현으로 가뜩이나 힘들어하는 대구시민에게 깊은 상처를 준 적이 있다. 혐오 표현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보도자료에서 ‘대구 코로나19’라는 문구로 특정 지역에 대한 혐오를 부추겼다. 이러한 편견이 차별을 낳고, 차별은 지역을 따돌리는 정치적 선동을 초래했다.이제는 모두를 위해 함께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 자기존중에서 출발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자기존중에서 타인을 향한 인
Music: 달콤한 어쿠스틱 기타로 속삭이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음반을 파는 곳에서 음반에 관해 글 쓰는 일을 할 때였다. 좋아하는 음악을 실컷 들을 수 있었고, 그 음악들을 들으며 음악에 관한 글까지 쓸 수 있었으니 남부러울 것 없던 시절이었다. 그 시기, 나는 약속이나 한 듯 괜찮은 어쿠스틱 앨범 두 장을 만났는데 한 장엔 검푸른 빛 상심 어린 표정의 한 남자가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풍 그림과 나란히 있었고, 다른 한 장엔 통기타를 쥐고 커다란 망고나무를 바라보는 사람 실루엣이 노란 바탕 위에 그려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올해만큼 실감나는 해가 있었을까? 해마다 봄이 되면 이 다섯 글자를 들먹이고는 했다. 꽃샘추위를 맞으면서, 황사나 미세먼지가 지독할 때도 썼다. 그러나 잠깐 그러다가 곧 지나갔다. 그런데 올해는 아니다. 꽃이 피어도 고운 줄 모르겠고, 날씨는 포근해도 거리는 싸늘하기만 하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 게 아니라 흩어지면 살고 뭉치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하게 된다. 봄꽃 축제를 열고 관광객을 한 사람이라도 더 맞이하려고 애를 쓰던 지자체들인데, 제 발로 오는 관광객을 막기 위해 안절부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