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는 시절이면 우리의 오감이 가장 먼저 변화를 느낀다. 라디오에서도 이에 맞춰 적절한 음악을 틀어준다. 어느덧 10월도 지나고, 11월이다. 가을도 절정에 이르렀다. 10월이 오면 라디오에선 약속이나 한 듯 김동규가 부르는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들을 수 있다. 이제 11월이 되면? 여전히 진행 중인 가을에 가장 자주 들을 수 있는 고전 음악은 아마도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아닌가 싶다.오래 전 클래식 음악을 처음 듣던 시절을 기억해 보면 비발디 ‘사계’는 클래식 음악 입문자들에게
한 아버지가 자식 둘을 살해했다.아이들과 동반자살을 하려다 실패했다 한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고등학생 딸과 중학생 아들이 영문도 모른 채 아버지 트럭 안에서 화를 당했다. 아버지는 자살하려고 했지만 미수에 그쳤다. 그는 지금 감옥에 있고 피 끓는 청춘은 한 순간에 생이 멈춰버렸다. 스무 명 남짓한 반 친구들은 하루 아침에 그들 시야에서 사라진 친구의 안부를 영원히 물을 수 없게 되었다."선생님 ㅇㅇ도 선생님 학생이었어요?“"아니. 얼굴 보면 알 수도 있어. 그런데 왜?“"그 친구가 주말에 아버지랑 누나랑 캠핑간다고 갔는
늦여름부터 초가을에 비가 잦아 가을농사가 늦게 시작되었습니다. 그 궂은 지난 계절의 날씨와는 달리 깊은 가을 날씨는 연일 맑아서 고맙다고나 할까요? 짧은 기간에 가을 파종을 하려 하니 곁눈질 한번 못하고 내리 일해야 했습니다. 귀촌한 지 4년째 접어든 이웃도 농사의 양을 조금 늘렸습니다. 풍경 좋은 바닷가 펜션 마을에 이사를 했더라면 필경 펜션 일을 했을 분들이, 공기 좋다고 우리 마을로 이사 온 바람에 농사꾼 이웃과 더불어 살며 텃밭농사를 조금 늘리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거의 전업농 수준으로 거듭났습니다.새내기 농사꾼 부부는 갑자기
국제통화기금(IMF)은 7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4%로 발표했다. 이는 지난 4월 발표보다 0.1% 낮아진 결과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2년 연속 평균 성장률이 2%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문재인 정부 시기 3.03%에도 못 미친다. 내년 경제 상황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IMF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2.4%에서 2.2%로 다시 낮췄고, OECD는 한국의 내년 잠재성장률은 1.7%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1년 잠재성장률이 5.4%였던 것을 고려하면 20년 만에 3분의 1 토막 난 것이다.우
"고성읍 시장 근처에 가면 원래의 실비집들을 볼 수 있습니다. 맥주 한 병 시키면 안주 좀 주고 더 시키면 안주가 더 추가되는 식의... " 요즘 진주에는 실비집이 사라져 가는 듯하다는 나의 페이스북 글에 페친이 단 댓글이다.요즘은 고성 사천 삼천포 등지에 원래의 옛날식 실비집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진주에는 실비집이 많이 없어졌다. 인터넷에 실비집을 검색하면 '삼천포 실비집', '사천 실비집'이 가장 앞에 뜨고 '진주 실비집'은 저 뒤로 밀려 보이지 않는다. 물론 실비집은 전국 바닷가 도시에는 대부분 있다. '군산 실비집', '마
금목서 향기에 취한 가을, 진주시 진양호로 한 가정집에서 금목서 한 그루를 보았다.나무 한 그루에서 퍼지는 향기가 바람결에 날려 유혹하는데 입소문 타고 가까이 가봤다.딱 2주만 향기를 뿌려주고 금가루가 툭툭 떨어지듯 일제히 떨어진다고 한다.1982년 주인장(최진화/75세)이 처음 심었을 때 가슴까지 왔던 나무가 이제 우람하고 튼실하게 자라 향기에 이끌린 사람들이 한 둘 찾아오더니 사진도 찍고 신기해하며 지난다고 한다.그동안 앞집 때문에 보이지 않다가 집이 허물어지고 주차장이 들어서면서 시민들 눈길을 끌었다.나무 아래 담장에 벽화 그
교사로 돌아온 지 2주를 넘기고 있다. 그런데 몸과 마음이 갈수록 피폐(疲弊)해진다. 수업이 힘들어서도 적응이 어려워서도 업무가 힘들어서도 아니다. 교실에서 수업을 하며 바라보는 우리 아이들과 학교, 지방 교육 권력, 정부, 교육 관료들의 이상(理想)과 심각한 괴리에서 오는 피곤함 때문이다.인문계 고등학교 2, 3학년 수업을 담당하는 나는, 날 것 그대로의 그들을 본다. 어떤 장식도 어떤 필터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그들을 본다. 4년 동안 교실을 떠나지 않았다고 자부했지만 중학교에서 했던 일주일 두 시간의 수업은 그저 장식 수준이었
지루한 여름이 어느새 지나고 라디오에선 매일 브람스의 선율이 흘러나온다. 독일 작곡가 요하네스 브람스와 가을은 한 몸처럼 느껴질 만큼, 가을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작곡가가 아닌가 싶다. 전에 소개한 클라리넷 오중주는 물론이고 가을에는 그의 교향곡들을 자주 들을 수 있다. 오늘은 또 라디오에서 몇 번이나 나올지 모르겠다.왜 가을엔 브람스일까? 스승 로베르트 슈만의 미망인 클라라 슈만을 평생 흠모해 끝까지 독신으로 살며 헌신해 온 그의 음악이 구석구석에 배어 있어서일까? 후에 만날 기회가 있다면 꼭 한 번 물어보고 싶은 대목이다.가을
철도노조가 지난 9월 14일 총파업에 들어가자 보수신문은 ‘시민 불편’만을 강조했고, 더 나아가 “‘민영화’ 가짜뉴스로 국민 발목 잡은 노조 파업은 명분 없다”라며 정부의 강경 대응을 주문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철도 파업) 현장 점검에서 “철도노조는 실체조차 없는 민영화라는 허상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며 “검토한 적도 없는 민영화에 대해 정부가 무엇이라고 답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철도노조는 17일 을 통해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러온 부분과는 다른 점이 있다”라며 “이번 파업의 원인은 국
2020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농촌특화형 성평등 전문강사 육성을 야심차게 진행해 오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꼭 필요한 사업이고, 머잖아 농촌사회에 유의미한 진전이 올 것이라 여기며 1기 전문강사 과정에 등록했습니다. 물론 그동안의 활동에서 간간이 여성농민을 대상으로 여성농업정책이나 농촌현실을 이야기하며 농촌사회의 불평등을 말해왔습니다만, 부족함이 많던 차에 좋은 기회가 생긴 것이지요.공부하는 과정은 재미있었습니다. 그쪽 분야에서 쟁쟁한 경험을 가진 이론가나 정책가, 또는 실천가들이 강사로 편성돼 그동안 강사로서 부족했던 점을 보충
“추석 명절 업시모 조컸따.”세상 여론이 없어지는 쪽으로 가는 것 같다. 가족이 가족 같지 않고 물질적으로 가진 것은 많은데 나눠 가지긴 싫고 서로 몸 부대끼기 싫고 궁핍한 사람들은 그들대로 명절이 두렵고 싫은 시대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오랜 시간 습관처럼 치러 왔는데 시대가 바뀌었다고 속마음까지 명절을 짐으로 여기게 될 줄은 몰랐다.어머니 세대에 풍성한 음식과 가실 끝에 맞는 뭔지 모를 든든함, 타지에서 온 사촌들에 대한 호기심, 비좁지만 정겨운 이부자리, 고향에 온 작은 아버지들이 부르는 권주가, 말술이 익는 고방. 그런 풍
술은 문명의 시작부터 인류와 함께했다. 모든 문명사회와 공동체에는 음주문화가 있다. 고대에 술은 공동체를 유지하고 분열을 방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으므로 술의 생산 분배 소비는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제사나 의식 또는 중요한 행사 때 귀하게 사용되던 술이 이제는 맛있는 음식을 즐기고 친구들과 어울릴 때, 문제 해결을 위한 만남이 필요할 때와 같이 유흥과 소통의 도구가 되었다. 술이 유대 강화, 협력관계 유지, 소통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두뇌 기능의 일부에 변화를 주기 때문이다.소수의 수렵채집 사회가 다수의 정착 농경 사회로
며칠 전 또 선생님이 자살을 했다.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나는 지금 상황에 대한 이야기는 가능한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왜냐하면 원인 규명과 대안에 대한 의견이 많아질수록 사태 해결은 조금 더 멀어지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동시에 나의 의견 또한 완전히 새로운 대안이 아니며 나의 분석이 역시 완전히 새로운 분석이 아니었기 때문이다.)이런 복잡한 일이 일어나는 와중에 개인적으로 교장에서 교사로 돌아온 나는, 새로운 학교에서 일주일을 보냈다. 인문계 고교인 지금 학교는 전체 교직원 60명 이상이 각각의 학년실에
우리 마을에 산 지 꼭 15년째입니다. 하늘빛과 산그늘은 그대로인데, 속살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품앗이로 심던 마늘은 양도 많이 줄었고, 품앗이 문화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빈 밭의 풀도 못 봐주던 그 부지런함은 어데로 가고, 예사로 밭고랑에 풀이 자랍니다. 당연하게도 그 무서운 풀을 감당할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일하면 이틀은 병원에 다녀와야 하는 처지다보니 풀보다 몸을 챙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무엇보다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날씨에 농사일을 할 수가 없다보니, 노동의 평준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농민 모두 부지
제주지사 시절 원희룡이 1인당 16만원하는 저녁식사비를 공금으로 지출했다는 논란 덕분에, 고급 일식 메뉴 중 요리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오마카세'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에게 오마카세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이모카세'가 있다. 모든 것을 '이모'에게 믿고 맡기는.말이 나왔으니 이 지역의 ‘이모카세’ 주점들을 언급해보자면 진주의 , 통영의 , 마산의 이 거기에 해당하지 않을까 싶다. 요즘은 이라는 다찌의 변형된 형태의 ‘이모카세’가 음주문화를 풍요롭게 하고 애주가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역사란 지난 날 무한히 흘러간 시간 속에서 한가닥 흐르는 맥을 찾아 헤매는 작업입니다. 시간이란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으로 과도기란 것이 있을 수 없습니다."1987년 대학 3학년 2학기 전공 수업으로 한국문학역사를 들었다. 사범대학 려증동 교수 강의를 한 학기 들었는데 많이 혼란스러웠다. 학력고사 치르듯 일사분란하게 주입된 교육내용이 깡그리 무시당하는 수업이었다. 문학사를 가르는 연대와 용어도 달랐고 시각도 달랐다. 자기 글에 남의 문헌을 인용하여 주를 다는데 힘을 쏟는 학자들과는 달리 어려운 한자말 풀어쓰기 두음법칙 부정하기,
"강도왜로!"왜로(倭虜)란 말은 힘의 원리로 사는 짐승 무리를 뜻하는 말입니다. 역사를 거슬러 멀리 신라, 고려까지 가지 않더라도 1876년 병자년 겁탈조약부터 일본은 조선을 잠식침략했고 1910년 우리 국권을 강탈했습니다.1945년 우리가 국권을 회복했어도 그들의 야욕은 끊이지 않았으며 오늘까지 우리 바다와 땅을 탐하고 있습니다. 동해를 뺏고 독도를 뺏고 그 다음 무엇을 뺏을까요?폭행이나 협박으로 남의 재물을 빼앗는 자를 강도라 합니다. 일본은 그런 나라입니다.2023년 8월 24일 후쿠시마 핵오염수를 바다에 버리려는 야만행위와
입추가 지나, 이제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처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길고 긴 장마와 그 뜨겁던 무더위도 끝이 나 가는 느낌이다. 이제 아침, 저녁으로는 조금씩 서늘한 기운이 돌아, 듣기 편안한 피아노 소품집을 골랐다. 피아노 연주자는 정명훈.피아니스트 정명훈은 요즘 거의 지휘자로 활동하지만, 사실은 대단한 피아니스트이다. 1974년 소련에서 열린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를 하고 금의환향한 적도 있다. 지휘자로의 꿈을 키우고는 줄곧 앞만 보고 달려온 지휘자이지만 그의 근본은 피아노 연주였다.1994년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 자리에
1. 집권 여당, 교육부, 기타 등등의 착각서이초 교사의 죽음을 두고 문제 해결 방법으로 학생 인권 조례를 들먹이는 집권 여당, 교육부, 그리고 일부 인사들의 망발을 들으며 이들이 지향하는 곳이 어딘지 다시 한번 확인한다.이들이 공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은, 놀랍게도 자본의 확대 재생산을 위한 근대적 훈련방식이다. 거기에는 오로지 지침과 수행의 단선적인 절차만 있을 뿐이다. 더러 창의적 발상도 존중되지만 그것은 자본의 증대에 이바지했을 경우만 해당한다.이런 관점은 교육이 추구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은 거의 없다. 따라서 학생 인권이니 하
딸기는 우리나라 농업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주요 소득작목이다. 수출도 크게 늘고 있다. 딸기는 유통과정에서 신선함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래서 수출딸기는 70% 익을 때 수확하고, 국내 딸기도 덜 익었을 때 수확해 품질의 손실을 감내한다. 딸기의 신선도 유지기간이 매우 짧음으로 상인들은 신선도 하락의 위험(Risk)를 피하기 위해, 농업인은 신선도가 유지되어 좋은 가격을 받기 위해, 1주일에 6일 매일 출하한다. 딸기 수확이 집중되는 때에 농업인들은 원하는 시기에 쉬지 못하며, 아파도 안 된다. 새벽부터 오후 5시까지, 출하를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