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쌀,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김백근이라는 사람이 있다. ’노래하는 농부’라 불리는 그는 밴드 ‘이방인(Foreigner)’에서 활동하며 서울 생활을 거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 아내와 함께 30년 넘게 쌀농사를 지었다. 새벽 4시부터 밤 10시까지 1만 8천 평 논과 4천여 평 밭을 직접 경작하는 그는 ‘백작수수쌀’을 개발한 육종가이기도 하다. 김백근의 집안은 300여 년간 8대가 경기도 광명시 가락골에 터를 잡아왔다.광명시에선 해마다 ‘논두렁 음악회’가 열린다. 가족들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의 끈을 놓지
작년 말부터 올해 초에 이르기까지 모 종편에서 방송한 싱어게인이란 프로가 인기리에 종영되었다. 프로그램은 데뷔앨범이나 몇 개의 앨범을 내고도 주목받지 못한 무명가수들을 대중에게 소개한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대신 오디션 형식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감춘 채, 번호로 불리며 심사위원과 카메라 앞에 서야했다.다른 오디션 프로그램과 다르게 우선 따뜻한 시선이 녹아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차별점이었다. 길든, 짧든 무명생활이 주는 박탈감과 생활적 스산함이야 쉬 상상해 볼 수 있는 노릇이었다. 거의 모든 분야가 그렇듯 연예계라는 곳도 기
우리 역사에서 전통사회와 근대를 나누는 기준은 다양하지만, 역사학계에서는 1876년 ‘조일수호조규’(朝日修好條規=강화도조약)’를 근대의 출발점으로 보는데 큰 이견이 없다. ‘조일수호조규’에 따라 1876년 처음으로 부산항이 개항되고 1879년 원산, 1880년 인천이 개항됐다. 이에 따라 조선의 급속한 근대화도 진행됐다. 주지하듯 개항장을 중심으로 근대적인 변화를 주도한 세력은 우리가 아닌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외부인들이었다.그렇다면 진주는 언제부터, 어떤 세력에 의해 전통도시에서 근대적 상업도시로의 변화 과정을 거쳤을까? 크게
입춘도 지나고 여기저기서 꽃 소식이 들리는 2월이다.흔히 바이올린 협주곡이라 하면 거창한 작곡가들의 곡을 떠올린다. 얼마 전 서울발(發) 음악회 글을 보고 오랜만에 중국 작곡가 첸 강, 허 잔하오의 바이올린 협주곡 Butterfly Lovers 음반을 꺼냈다.Butterfly Lovers는 중국에서 전해오는 이야기이다. 위키백과의 설명을 따르면 “세도가의 천방지축인 축영대(祝英台)를 시집보내기 위해 그녀의 부모는 남자만 학생으로 받는 서원에 축영대를 남자로 변장시켜 입학시킨다. 축영대는 그 곳에서 운명적으로 양산백(梁山伯)을 만나
“아버지. 다음 주 월요일엔 절대로 술을 마시면 안 돼요. 알았죠.” “아, 알았어. 그래 알았다고.” 며칠 전부터 보름이는 나만 보면 다음 주 월요일 술 마시지 말라는 다짐을 받고 있었다. 화요일에 보험회사에서 간호사가 건강검진을 나온다는 거였다. 건강검진이래야 심전도검사와 혈압검사에 소변과 혈액을 채취하는 게 전부일 거라 했다. 주사공포증이 있어서 혈액채취라는 말에 마음이 찜찜했다.“아버지. 아버지가 건강하시지만 그래도 연세가 있으시니 실손보험이라도 하나 들어야지 않을까 해서요.” 며칠 전부터 보름이와 아내가 상의를 했다면서 보
진주는 통일신라시대 이후 오랜 기간 영남지역의 거점도시로 기능했다. 그렇기에 영남의 중심이었던 진주 역사는 진주지역과 영남은 물론, 다양한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진주의 근대사는 조선시대 병영이 있던 진주성과 관아가 있던 대사지 북쪽지대(현재의 계동, 평안동, 중안동, 대안동)를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아쉽게도 지난 100여년 옛 모습은 대부분 사라졌다. 남은 기록도 적어 진주의 근대사를 소상히 알기는 어려운 실정이다.그럼에도 우리가 우리 고장의 역사를 아는 것은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의 과거가 현재를 만들었고,
도교육청에서 공문이 왔다. 제목은 '2021. 함께 만들어가는 민주적 학교문화 조성에 관한 공문'이다. ‘민주적’ 학교 문화는 무엇에서 출발하는지 생각해 본다. 초중등 교육법 제20조(교직원의 임무) ①항에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 · 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 는 규정이 있다. ‘통할’이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통할’이란 ‘모두 거느려 다스린다’는 뜻이다. ‘거느린다’는 말은 ‘부양해야 할 손아랫사람을 데리고 있다.’ 혹은 ‘부하나 군대 따위를 통솔하여 이끌다.’라는 뜻이다. 이 말은 결코 민주적
방학식이 있는 날, 큰아이는 학교에 다녀오자마자 기침을 심하게 하며 목이 갑갑하다고 울어댔다. 대충 하던 일을 수습하고 부랴부랴 동네병원으로 향했다. 짧은 거리에 별의별 생각을 다 한다. 물론 코로나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지만 진짜 걱정은 코로나의 병증을 한참 벗어나 있었다. 아이가 당할 육체의 고통보다는 코로나 확진자에게 따라붙게 될 신상털이와 터부시가 더 걱정스러웠던 탓이다.사실 병이야 적절히 치료만 한다면 확률로 볼 때 크게 우려할 것이 없다. 그러나 확진자에게 가해지는 신상털이와 집단 따돌림은 아이나 우리 가족에게 오래고 오래
실업의 계절 / 천지경 한결같이 몸이 비틀리고 뭉개져재떨이에 던져진 담배꽁초책상 아래 추락한 빈 담뱃갑은온몸이 구겨져 나뒹굴고빈 가슴 더 허하게 하는컴퓨터 속 바둑판 돌 얹히는 소리입만 열면 가계비용 나열하던 아내일주일째 침묵하고 있다저 혼자 침울한 담배 연기갈 데 없는 방귀 냄새 역겨운 창밖엔입 하나 없는 나목만이시퍼렇게 눈 뜬 하늘 아래하릴없이 서 있을 뿐이다 의아한 듯 아비를 바라보는 여린 눈망울들등짝을 후려치는 눈을 피해 도망친 거리바삐 오가는 사람들 열기가 닿아도더 시려만 오는 어깨노숙자들 모여드는 역 광장 전광판남쪽 어느
올 겨울은 제법 춥습니다. 거의 재난 수준입니다. 남쪽 지역은 어북 따뜻해서 한겨울에도 영하 10도를 밑도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주택설비나 시설들의 배관장치가 영하 5~6도를 견뎌낼 정도로 설치돼 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영하 10도를 밑돌게 되니까 축사로 가는 관도 얼고, 지하수를 퍼 올리는 관도 얼고, 상수도도 얼고, 화장실도 얼고, 실내에 있는 세탁기도 얼어서 일상생활이 안 될 지경이었습니다.마을 상수도도 수원지 계곡물이 얼어붙어서 일체 물을 먹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몇 년 전, 인근 지자체의 상수도를
학교 교육이 산업 역군을 길러 내는 것을 목표로 하던 시절이 분명 있었다. 바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화가 가속화되던 7~80년대의 이야기다. 제조업 중심의 숙련 노동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그 시절, 학교는 교육이라는 이름 아래 숙련된 산업 역군을 양산했다. 그것이 국가 교육 목표이기도 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와도 연결되었기에 학교는 그러한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문제는 현재의 학교 교육과정에도 이 시기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는 것이다. 현행 2015 교육과정의 핵심 내용은 ‘바른 인성을 갖춘 창의 융합형 인재’를 키워내는 것
동종 영업을 하는 두 업체 A, B 가 있다. B는 A의 위반 사실을 알아내기 위하여 A 영업장 내부를 몰래 촬영할 수 있는 CCTV를 설치하였다. A는 이와 같은 사실을 알고 고소 및 민사소송을 제기하여 B가 일부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얻어냈다. 평소 A, B를 이용하는 고객들도 A와 B간의 분쟁에 대하여 알고 있어 판결을 받자 A는 그 사실을 알리기 위하여 자신의 SNS에 B의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 내용을 게시하였다. A에 대하여 명예훼손죄가 성립할까? 과연 A를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는 것이 법 감정에 반하는 면은 없는 것일까
Music “엘비스 프레슬리에 반한 영국 공룡 밴드의 일탈”흔히 ‘헤비메탈의 조상’이라 일컫는 밴드들은 모두 영국 출신이다. 블랙 사바스, 딥 퍼플, 모터헤드, 그리고 레드 제플린. 몇몇 곡들의 성향만 따질 땐 ‘보헤미안 랩소디’의 퀸도 이 명단에 끼곤 한다.‘핫도그(Hot Dog)’는 그중 레드 제플린의 비교적 덜 알려진 곡으로, 1979년에 발매된 그들의 마지막 정규작 ‘In Through The Out Door’에 실렸다. 레드 제플린 하면 사람들은 으레 ‘Stairway To Heaven’의 웅장한 서사나 그 곡이 담긴 레드
전라도와 경상도 할 것 없이 도계를 넘어 전국적으로 통일된 하나의 결이 있었으니 그것은 농사일에 있어서 남녀임금의 차등 지급입니다. 이것은 하나의 신화와 같아서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거룩한 질서인 듯합니다. 혹 누군가가 문제의식을 느끼더라도 그것을 깡그리 눌러주는,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한마디가 있었으니 바로 ‘남자는 힘든 일을 하니까 돈을 더 줘야 한다’는 것이지요. 없잖아 그런 측면도 있었습지요. 돌을 쌓거나 아주 무거운 짐을 들거나 하는 일들 말입니다.하지만 오늘날에는 대부분 힘이 아주 많이 드는 일은
나는 아웃사이더다. 일종의 사회문제다. 자꾸 벽 구멍을 통해서만 세상을 들여다본다. 은밀하고 고독한 반사회적이고 반체제적인 핍쇼(훔쳐보기 쇼)를 즐긴다. 그러는 바람에, 한국에서는 사회문제가 되었다. 나라는 한국인 자체가, 또 하나의 한국사회가 되고 말았다. 고로 나는, 늘 한국혁명을 꿈꾼다. 그것도 실현불가능하고 황당무계하고 허무맹랑한 판타지가 아닌, 얼마든지 현실에서 이룩하고 향유할 수 있는 멀지 않은 미래의 다큐로. 일단 당장은, 이렇게 B급 좌파소설 같은 형식이라도 빌어서라도 말이다. 일단 ‘경제혁명’이 절실하다. 이제 나는
2021년 새해를 맞았다. 2020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마스크를 써서 숨쉬기가 불편했고, 사람들을 잘 만나지 못하는 고통을 겪었다. 자영업자는 큰 타격을 입었지만 고통분담을 위한 건물주의 임대료 자발적 인하는 드물었다. 한편 우리 모두 배달, 의료, 돌봄, 환경미화 등 필수노동자의 소중함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같은 2020년이지만 자산가들에게는 자산가격 급등으로 축복의 한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전국 주택가격은 올해 1~11월 누적 기준 전년대비 6.18% 올랐다. 지난 2011년(5.98%) 이후 최대 상승폭이다. 수
매년 2월에 해 오던 졸업식을 올해는 1월에 미리 당겨서 하기로 했다. 2019년 말에 선생님들과 결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늘 해오던 방식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 탓에 아무도 초청하지 않는 아주 단출한 졸업식이 될 예정이다. 중학교를 마치면 아이들은 유치원을 포함하여 거의 10년 이상의 정규 교육과정을 거친 것이 된다. 10년 동안 아이들이 배운 지식과 경험은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 교육의 바탕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 10년 동안의 교육은 향후 교육의 성과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점이
딱 10년 전으로 기억한다. 친구 한 녀석과 지리산을 종주했다. 사실 웅석봉을 빼고 짧은 거리를 1박 2일로 다녀온 거라 종주라고 말하기에 무리가 있다만, 노고단에서 출발해 능선을 타고 벽소령에서 1박, 세석,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내려왔으니, 대강의 지리산 줄기는 눈으로라도 다 탄 셈이라 여긴다. 이 산행 중, 천왕봉에서 중산리 방향으로 길을 잡고 내려가는데 그보다 몇 년 전 올랐을 때는 못 본 나무계단을 발견하고 썩 불쾌했던 기억이 있다.천왕봉을 오르기 직전 가파른 너덜겅(돌이 많이 깔린 비탈)에 철제 구조물을 놓고 방부목으로
척 / 윤준경 못생긴 것은내 인생의 가장 큰 딜레마인데나는 어떻게든 나를 감추고털고 닦고 깎고 칠하며 척, 하고 산다척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있는 척아는 척착한 척뒤에서는 호박씨 까지만아닌 척아무짝에 쓸모없는 나를 봐주는 건그래도 척 때문인데척은처 억 탄로가 난다못생긴 것은 아무리 가려도1분 안에 탄로가 나고무식한 것은 한 달 안에착하지 않은 것은 1년 안에, 그래서 나는 누구에게도 1년 이상남지 못한다끊임없이 척을 생산해야 한다1분에 한 시간씩 한 달씩 1년 씩오늘도 나를 지탱해주는 척! *****사람은 누구나 척 하고 사는 게 아
‘박현채’를 만나고 한국이‘불행사회’가 된 근본적 원인을 찾았다. ‘민족경제론’을 주창한 박현채의 역저 ‘한국경제구조론’만 한 번 잘 읽어보면 된다. 그 해방 전후사 부근을 두 눈 부릅뜨고 꼼꼼히 살펴보니 손아귀에 ‘물컹’하고 잡히는 게 있다. 바로 ‘국가관과 민족애와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의 적폐다. 그러니까, 오늘날 불행한 한국사회는 ‘반민족적 친일파·숭미파 관료체제’의 구조악으로부터 발아됐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총독부 근무자 출신의 친일파, 지주, 기업가 출신의 미국, 영국 등 유학파, 그리고 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