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알려진 곡 중 하나가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아닐까 싶다.바이올린 협주곡만 해도 엄청난 분량을 남기고 있는데 그 중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이 “사계”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번호 8번의 12곡 중 첫 네 곡이다.비발디는 이 네 곡으로 계절의 묘사를 탁월하게 했는데 그게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라디오에선 빠지지 않고 들려주는 음악이 됐다.제목은 몰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 많다.게다가 광고에도 자주 쓰이기도 했지만 광고의 특성상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
영화 ‘타짜’의 주인공, 고니가 도박꾼 평경장의 도움으로 빚을 다 갚게 되었을 때, 평경장은 그에게 애초 약속대로 손가락을 자르고 도박판을 떠나라고 한다. 고니는 손가락을 자르려다가 ‘인생, 관 뚜껑 닫혀봐야 아는 거 아닌가.’라고 뇌까리며 손가락 자르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는 전문 도박꾼이 되어 타짜의 인생을 살아간다. 여기서 관 두껑을 닫혀봐야 안다, 라는 말은 한 사람의 온 삶을 평가한다는 뜻이다. 그런 평가는 보통 한 인간의 행위와 시대의식의 화학적 반응을 보면서 나오는 것인데, 얼마 전 말 그대로 관 뚜껑 닫을 일이
10월에 30도를 넘고 며칠 사이에 남도까지 첫서리가 내리는 등의 널뛰는 날씨 때문에 농사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지만, 그래도 얼추 수확이 마무리되는 즈음입니다. 수확 시기에 농민의 시간은 분 단위로 나눠 써도 모자라고 또 모자랍니다. 그렇게 정신없이 보내던 전쟁 같은 시간이 지나고 나니 이 생각 저 생각 상념에 빠집니다.일전에 세계 여성농업인의 날 행사가 온라인으로 생중계되었고, 여러 행사 가운데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 있었으니, 오전에 있었던 국제 청년여성농업 정책토론회였습니다. 마늘 심을 준비를 하려고 창고에서 마늘쪽 분리 작업
얼굴 한번 뵌 적 없는 큰댁 어른은 살아 생전에 인물이 훤했다 한다.대목수급 재주를 타고 나셔서 집에 쓸 세간들은 손수 짜 만드셨고 참나무 책상을 하나 만들어도 어찌나 야물게 만드시는지 가히 국보급이라 했다.그런 어른이 어느 해 집 짓는 일 하러 떠나 소식이 없자 큰댁 안어른(남편 큰어머니)이 수소문해서 찾았더니 어떤 색시랑 살고 있더란다. 집 놔 두고 왜 이래 사냐며 큰어머님이 두 사람 다 데리고 돌아왔는데 시할아버지가 기가 막혀 어쩌지 못하고 한집에 살았더란다. 처음엔 큰 며느리(큰어머님), 작은 며느리(우리 어머님) 애갱띠랑
1896년 경상도가 남, 북으로 분리된 다음 진주는 1925년까지 경상남도 도청의 소재지였다. 그러나 진주와 한양까지는 이른바 천리길로 불려질 만큼 먼 거리였기 때문에 관리나 공문서의 왕복은 상당한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다. 조선 후기까지 진주와 한양 간의 이동로는 통영별로(統營別路)가 주로 사용되었다. 통영별로는 서울에서 한강을 건너 수원-평택-천안-공주-논산-완주-전주-임실-남원-함양-산청-진주-사천-고성-통영으로 이어지는 옛 길이었다. 그러나 1905년 경부선과 마산선 철도가 개통되면서 진주와 서울 간의 이동로는 철도로 급
종일 쏟아져 범람하는 '코로나'와 대장동 소동과 주르르 늘어선 이른바 대통 '깜'들의 징글징글한 낯짝 틈새로 들린 가느다란 뉴스 한 가닥이 숨을 헉! 막히게 한다. 오영표를 재판장으로 하는 대전지법 재판부가 육군 하사 변희수가 육군참모총장을 상대로 낸 전역 처분취소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는 것이다.그러나 변희수. 그녀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이제 겨우 스물셋 파릇한 생명이 한을 품은 채 스러졌다.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이리 뛰고 저리 헤매며 눈물로 하소하던 병사를 죽음 앞에 서도록 내몬 육군 결정을 이제
해마다 이 맘 때쯤이면 그 해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된다. 6개 부문으로 시상되는 노벨상은 1895년 시작되었지만 경제학상은 1968년에 제정되었다. 노벨의 유언에 따르면 물리학상이 처음 언급되었고 다음으로 화학, 생리 의학, 문학, 평화상의 순서이다.(처음엔 경제학상은 없었다.) 노벨상을 수상한다는 것은 그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의미이지만 노벨의 염원처럼 평화와 인류발전에 공헌한 업적이 선결요건이어야 한다. 이런 취지와 전통 탓에 노벨상은 인류 최고의 상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노벨상을 우리는 아직 받지 못하고 있다. (평화
올해의 수능일은 11월 18일(목)이다.한 달 남짓 남았다. 지금부터 컨디션 점검에 들어가야 한다. 2017년 11월 15일, 포항 부근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다음 날 16일 실시하려던 2018학년도 수학능력시험이 일주일 연기된다. 수능일에 맞추어 모든 정신적 신체적 컨디션을 조절해 왔던 수험생들은 '멘붕'에 빠졌다. 예상치 못한 사태로 생리주기 조절에 실패하여 낭패를 본 여학생들도 있었을 것이다. 수능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한 1999년 생들이 태어날 때부터 IMF사태의 경제적 환경에서 성장했다면, 올해 수험생들은 고등학교
우리 민족은 한반도에 터를 잡고 고래로부터 농업을 근본으로 삼아 삶을 영위해 왔다. 거개의 아시아 민족들이 그러한데, 유독 우리 민족의 땅 사랑은 유달시럽다. 산투성이 좁은 반도에서 살아왔기 때문이 아닌지 싶다. 작은 땅덩어리 두고 다투던 고대 삼국시대부터 분단, 땅 투기로 얼룩진 현대사를 보면 그럴싸해 보이는 가설이다.여하튼 알곡이 땅땅 여물어가는 가을날임에도 농부들은 궂은 가을 날씨 탓에 풍년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데, 서울, 수도권, 도심권에 아파트 한 채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천정부지 치솟는 부동산 값 덕에
우연히 이 음반을 1년쯤 전에 손에 넣었다.알라딘 중고 서점에 검색해 보니 용케 이 음반을 파는 사람이 둘씩이나 있었다.내가 묘한 작곡가 에릭 사티를 알게 된 건 아마도 전경 생활할 때였을 것이다.무용평론가 김영태 선생이 쓴 "음의 풍경화가들"이란 책 속에서 에릭 사티를 만났던 것 같다.클래식 음악을 처음으로 들을 때는 거의 카세트테이프로 들었는데 이 음반 역시 그랬다.당시 삼포니란 레코드사에서 라이선스로 나왔는데 정말 많이 들었다.이 테이프는 한때 내 자장가나 다름없었다.테이프가 돌고 다시 뒷면까지 돌고 나면 나는 어김없이 잠이
일전에 모임이 있어서 한 언니를 태워 약속장소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귀농한 지 8년 남짓 된 언니, 중년 언니들의 로망인 연금 타는 남편과 사는데도, 어찌나 농사일을 열심히 하는지 주위 사람들이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귀농하면서 택한 작목이 고사리입니다. 새싹이 눈을 틔우는 이른 봄부터 늦봄까지 고사리를 꺾는데, 고사리를 꺾는 시간보다 사이사이의 풀을 매는 시간이 더 많기도 합니다. 그렇게 첫정을 들인 고사리 농사는 아무리 힘들어도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며 애지중지 농사를 짓습니다.그렇다고 고사리 농사만 짓는 것은 아닙니다.
대동강 희미한 수평선 위에저녁 안개 달빛을 가리는구나흐르는 물, 작은 물결에 출렁이고,배 따라 꽃바다로다.물새 나는 곳, 그곳은 대동강달 그림자 속으로 배 저어가세.머리 위 풍파에 연기 핀 달 흔들리고,안개 속 우리네 배 일엽처럼 팔랑인다.바람은 피리소리에 따르고,작은배는 지나는 구름 빠르게 따른다.이 배가 어디 가는지 묻지 마라은빛강을 향해 노저어간다. 대동강 타령 아리랑 2에서 일요일 한낮 전국노래자랑 끝나고 점심을 먹고 나면 어머님은 창가 의자에 앉아 금산 못둑을 내려다보거나 동네 풍경 내려다보는 게 일상이다
달전을 부치다 / 신혜경 달전을 부칩니다신혼 때부터 즐겨 먹던 것입니다애호박을 썰어 부친 것을 달전이라 합니다달처럼 둥글다고 해서지요비탈진 언덕 호박꽃 같은 신혼집에서벌처럼 붕붕 대며늦은 저녁과 함께 부쳐 먹곤 했습니다남편은 달전을 먹으며호박처럼 둥글둥글 살아가자고 했습니다보름달처럼 환하게 살자고도 했습니다달덩이 같다는 말은 때때로 뚱똥하다는 말로 들리기도 하는데내 얼굴이 보름달 같아 다행이라 생각했습니다어둡고 험한 삶의 언덕 더듬더듬 넘을 때마다달전 부쳐놓고 남편을 기다립니다하늘이 달을 띄워 밤길 열어주듯 밥상 가득 달을 띄웁니다
시골 실업계 고등학교와 농촌 인문계 고교를 거쳐 2017년 인구 40만의 중·소도시 시내 인문계 고교로 발령을 받아 근무하면서, 교사로서 참으로 생경스런 풍경을 자주 목격했다. 이를테면 이런 일들이 나를 당황하게 만들었다. 학기 중에 ‘공로상’을 준단다. 이유인즉 고3학생들이 학년말이 끝나고 공로상을 받으면 대학 수시 전형에 불리하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란다. 형평을 맞춰야하기 때문에 1, 2학년은 1학기 말에 ‘공로상’을 받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공로상’은 말 그대로 1년 동안 학급 및 학교에 공로가 있는 학생을 시상하
1910년 8월 29일, 일제는 한일병합조약을 발표했지만 조선총독부의 업무 준비는 완전히 갖춰지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일제는 약 1개월이 경과한 9월 30일 ‘조선총독부 및 소속 관서 관제’를 공포하고 10월 1일부터 이 조약을 시행했다. 아울러 지방제도도‘조선총독부 지방관 관제’에 따라 통일했는데,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조선을 13도로 나눈 ‘도제’는 그대로 유지되나, 도의 최고 직인 ‘관찰사’의 칭호는 ‘도장관’으로 바꾸고 각 도에는 장관관방과 내무부·재무부를 둔다. 둘째, 도 이하 12부 317군 지역은 일제강점 이전
지난달 26일, 진주 혁신도시에 있는 한 빌딩 12층에서 경상남도 서부권 돌봄노동자 지원센터가 개소식을 했다. 26일이 코로나19 백신 2차 예방접종이 예약되어 있는 날이라 그 전날 시간을 내어 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여전히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충무공동의 모습을 보여주는 한갓진 한 지역에서 그 빌딩을 찾을 수 있었다. 빌딩 12층을 찾아 올라가 개소식 준비로 소란스러운 지원센터를 만났다. 깔끔하고 아담하게 디자인된 인테리어 속에 교육장, 상담실, 돌봄노동자가 찾아와 쉬면서 차도 마실 수 있는 카페 쉼터, 돌봄노동자들의 건강을 체크
행복과 관련하여 두 가지를 고르라면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선택하겠다.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다. 이렇게 사랑의 기쁨과 먹는 즐거움의 합이 행복의 크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이 떠난 자리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해 맛있는 음식을 찾기도 하고 실연의 아픔을 잊고자 맛의 쾌감에 마음을 맡기기도 한다. 우리는 사랑을 갈망하고 맛을 추구하며 음식에 중독되기도 한다. 먹는 즐거움과 사랑의 기쁨은 서로를 보완하고 위로한다. 하지만 충분한 보완과 완벽한 대체는 없다. 생존과 생
여야당의 대선 경선이 한창이다. 후보들의 과거 행적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시대적 과제인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을 기준으로 대선후보를 평가해야 할 것이다. 불평등은 가계부채 증가와 부동산 거품, 상위권 대학 진학 열풍, 저출산 등 온갖 경제, 사회문제를 일으킨다. 불평등의 핵심은 소득 불평등이고, 임금 격차가 큰 몫을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혁명의 여망을 받아 ‘노동존중사회’를 공약했다. 이를 실현하려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임금격차를 축소시켜야 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을 이전 정권에 비해서도 크게 올
이번엔 흔히 가곡의 왕이라 부르는 슈베르트의 노래들을 골랐다.최근에 풍월당에서 펴낸 책 슈베르트 평전을 읽었다.내가 좋아하는 작곡가이기도 하고 그의 일생이 궁금하던 차에 선물까지 받게 됐으니 비록 아주 두꺼운 책이지만 그의 일생을 알아가는 것이 즐겁기도 했다.이 두꺼운 평전과는 반대로 그가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건 음악사에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다.짧은 생(1797~1828)을 살면서도 9개의 교향곡과 15개의 현악 4중주곡 그리고 21개의 피아노 소나타를 남겼다.이 곡의 수로만 보면 정말 초인적인 능력이 아니었나 싶기도
진주시 금곡면 밀알영농조합에서 만든 앉은뱅이 밀국수 세 봉지, 밀가루 두 봉지를 샀다. 아니 열혈농부 김영미 때문에 의무감에 샀다고 봐야 겠다.농식품박람회, 책보따리 행사, 각종 문화 행사 등 안 가는 곳이 없는 그이 발걸음 따라 다니며 눈여겨 봤던 이름은 당연히 앉은뱅이밀이었다.마트에서 가끔 사먹던 하얀 국수와 어떻게 다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어릴 때 먹던 그 국수 맛일까 하는 마음이 더 컸다.국수 맛을 볼 때는 끼미에 멸치육수를 끼얹어 완벽한 상태에서 보는 게 아니라 끓인 국수를 찬물에 헹굴 때 먼저 맛보는 그 찰나를 놓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