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동지팥죽도 해 먹었고, 빈독에 넣어둔 홍시도 물러진 채 다 떨어져 가고, 동치미는 한창 맛이 들었습니다. 이제 통장에 공공비축미 정산대금만 들어오면 진짜 한 해가 마무리되는 셈입니다. 돈이 들어오면 이자를 해결하는 농가도 있을 테고, 아니면 농약방에 밀린 외상값을 갚아야 할까요? 농가 살림 규모가 클수록 세밑이 무섭겠지요. 암요, 올 한 해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처음 결혼하고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선배 언니들이 여성농민을 무급 종사자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말뜻을 몰랐습니다.
오늘날 한국에서 집은 주거 공간에 그치지 않고 투자, 투기 대상이다. 주택에 대한 우리 사회의 기조는 ‘빚내서 집에 투자하라’다. 과거에는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의 비중이 크지 않았는데 지금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가 70%(조정대상지역 50%)나 된다. 다주택자들이 많이 하는 갭투자도 전세자금 반환의무가 있으니 빚내서 투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도 이러한 기조를 바꾸지 않았고, 부동산 금융에 대한 핀셋 규제, 뒷북 규제에 그쳐 집값 폭등을 막지 못했다,빚내서 집 사는 것은 불평등과 빈곤 때문이다. 불평등이 심할수
1876년 개항 이후 곡물수출이 확대되면서 농촌 내에 새로운 금융 수요를 불러일으켰다. 쌀의 주된 판매자인 지주층은 쌀 가격이 오르자 큰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미곡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토지매입에 열중하는 한편, 소작인에게 전세를 부담시켜 지대수취량을 늘리고 곡물의 계절적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판매수익을 극대화하였다. 이렇게 축적된 자본을 토지에 재투자함으로써 지주들은 부를 확대해 나갈 수 있었다.반면 대다수의 농민층은 수확기에 소작료, 조세, 부채 등을 갚고 나면 수확을 하여도 1년 동안 먹을 식량조차 제대로 마련할 수
1. 머슴특정한 조직 내에서 매우 열심히 자신의 역할을 다할 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꺼리는 일이나 일의 마지막 부분까지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로서 폄하의 느낌이 살짝 느껴지기도 하는 말이다. 조선 초부터 있어온 제도이기는 하지만 갑오개혁 이후 신분제 타파(노비가 사라졌다)가 되면서 농촌경제의 실질적 역할을 수행한 사람들로서 정상적인 임금 노동자의 우리식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대 사회에 들어오면서 이 단어는 대단히 정치적인 수사로 변화했다. 툭하면 머슴이라고 자칭하는 정치인들이 얼마나 많은가!현대에는 고용주
토요일 근무는 오후 2시까지다.식당 찾아가는 시간이 있으니 토요일 점심식사는 2시 반부터 시작된다.토요일의 늦은 점심식사는 나에게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지난 한 주 동안 최선을 다했다는 만족감과 내일은 휴일이라는 해방감이 함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약간 과식하게 된다. 50대 중반인 나는 당뇨 체질이라 음식을 가려 먹는다. 쌀, 밀 같은 녹말음식을 적게 먹는다. 밥의 양은 줄이고 국수, 라면 등은 피하는 대신 다른 것을 그만큼 더 먹는다. '혈당'할 때 '당'은 '포도당'을 말한다. 포도당은 식물이 태양 에너지를 이용해
한 기사에 달린 단 하나의 댓글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다. 이 댓글을 다수의 말이라고 생각해본다면 아마 반은 농담, 반은 진담일 거라고 보면 될 것 같다. 한편으로는 맞는 말이다. ‘죽도록 노력해서 좋은 대학가고, 어영부영 시간 보내다 허접한 대학 간 거 맞지 않냐’, ‘그렇게 불러주는 게 하나의 보상 아니냐, 그게 공정한 거 아니냐’ 그런 것을 공정한 보상이라고 받아들인다고 해도 우리나라의 깊은 병은 입시 이후의 노력을 전혀 인정해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한번 명문대출신이면 영원히 패스, 지잡대 출신이면 그는 영원히 자기 능력을
살구꽃 바람에 날리고 / 도경회 이 세상에 여자 서러분 기 뭐시냐 하면내 몬사는 거 친정 몬사는 거 시집간 딸년 몬사는기라막내딸 병구완 오신 외할머니허리 기역자로 굽은 외할머니하얀 먼지 길 신작로 따라저 위뜸 외율까지 갔다가 십리 길 되돌아오셨다저만치 물러서는 끝물의 저녁 빛 비스듬히 끌고지팡이를 또닥거리며 찾아오셨다하나둘 꽃스런 등불 켜지고서러움도 그만그만해질 때까지봄마루에 앉아아득히 휘어지며 장독대에 수북수북 날리는 꽃잎살구꽃잎 바라보시다가 ***** 이제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외할머니가, 어머니가 생각나는 시다. 못 사는
위드코로나 한 달여 만에 일일 확진자가 오천 명대에 이르고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방역 당국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다시금 다중이용시설 이용제한과 집합금지 조처가 시행된다고 한다. 이런 노력과 고민에는 많은 박수와 찬사가 뒤따라야 할 테지만 그렇게만 상찬하기에는 새로운 방역대책에 아쉬운 점이 너무 많다. 새로운 방역대책 중 눈에 띄는 몇 가지는, 이용제한 시설 지정,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을 제한하는 소위 백신패스 조치, 그리고 12세 이상의 청소년 백신 접종이다. 다시 모임을 제한하는 시설로는 카페, 식당 따위의
벌써 12월이다.해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음악을 뭐로 하면 좋을까 생각한다.그냥 반사적으로 베토벤의 ‘합창’을 듣지만 추운 러시아의 겨울을 느껴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몇 년 전 방송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설문조사한 적이 있다.당시 당당히 1위를 한 곡은 의외로 러시아 작곡가 세르게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제2번이었다.나 또한 아주 좋아하는 곡이었지만 이 곡이 1위를 할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었다.사실, 러시아의 음악은 우리 주변에 많이 들어와 있다.그도 그럴 것이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협주곡 2번은 많
Music "가황 싱어송라이터 나훈아의 사모곡 '홍시'“최홍기는 1947년 부산의 무역상 선원 집안에서 태어났다. 달리기와 태권도를 잘했던 그는 중고교 시절 야구를 좋아해 전국 대회 우승도 두 번이나 했다. 노래를 좋아한 부모님 영향이었는지 소싯적 최홍기는 부산과 경남지역 가요 경연대회에서 늘 상을 탔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1966년, 작곡가 한동훈의 사무실을 드나들며 잔심부름을 하던 최홍기는 또 다른 작곡가 심형섭의 눈에 들어 곡 '내 사랑아'를 취입, 본격적인 가수 생활을 시작했다. 최홍기는 이때 '나훈아'로 이름을 바꾼다.
철학에서 쓰는 말로 타자(他者)가 있다. 내가 아닌 다른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도 나를 잘 모를 때 자신도 타자가 될 수 있다. 어쨌든 내가 없으면 타자도 없다. 그런데 타자는 ~이 아닌 존재라는 부정으로 규정되기도 한다. 아무튼 철학의 타자나 타자성(他者性)을 말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정체성과도 관련 있어, 나와 다른 무엇을 통해 자신을 찾게되는 이야기는 영화에서 원재료라 할 수 있다.2011년 이후 윤재근 감독의 두 번째 영화 는, 앞에서 말한 정체성이나 타자성과는 사실 그다지
불과 얼마 전만 해도 혼자 사는 남성 노인들의 집에 더부살이하려는 여성 노인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온갖 집안일에 농사일까지 하며 살림을 꾸려가거나, 마을주민들과 낯이 익을 때까지 두문불출하고서 살림만 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노인 돌봄 노동을 위한 재혼, 혹은 동거를 하게 된 것이고, 이는 마땅한 생활 수단이 없는 여성 노인들의 최후 선택이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자녀들이 사회성이 좋은 경우는 어머님 소리도 듣고 존중받으며 살았지만, 간혹 아버지의 재산을 어떻게 할까봐 잔뜩 경계하며 무시당하기도 했습니다.잘 살면 다행
"저가 촉석루 아이가? 저 계단 밑으로 이암 바위 저태 서답 이고 왔다 아이가!""예? 저기까지 빨래하러 오셨다고요?"얼마 전 남가람박물관에서 진주성 풍경화를 보시던 어머님께서 반가움에 겨워 말씀하셨다.강 이쪽 저쪽에 남강에서 빨래하는 아낙들이 보이고 조각배도 두어 척 보이는 그림 속에서 어머님은 새댁시절 풍경을 떠올리신 모양이었다.열일곱 시집 오던 해 동네 못 안 마을까지 빨래하러 갔는데, 겨울 가뭄에 못물이 없을 때에는 빨래 소쿠리를 이고 말티고개 넘어 성 안까지 걸어 오셨다 한다."행님하고 둘이서 멋모르고 왔는데 이암(의암)
뻥을 좀 치자면 세상이 온통 사람 반 검사 반으로 보인다. 검사 출신 셋이 나와 겨루다 그중 하나가 야당 대통령 후보가 된 것만을 두고 말함이 아니다. 갖가지 궂고 음습한 현안에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검사 명색이 걸리지 않은 곳이 없다. 각축하는 여야 대통령 후보가 서로 연루되었다고 주장하는 두 개의 사건에 등장인물 거의가 전·현직 검사다. 의당 모두 검찰 손으로 넘어갔으니 수사가 진행되면 대선 판이 검사 처분에 따라 유불리가 정해질 지경으로 가고 있다. 그 구덩이 또한 검사 알알이 네 편 내 편으로 갈래를 지어 서로를 못 미더워하
1937년 7월, 중일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부족한 병력을 보충하기 위해 식민지였던 조선인과 대만인을 대상으로 1938년 2월 22일, 「육군특별지원병령」을 공포했다. 식민지 젊은이들에게도 그들의 성스러운 전쟁에 참여해 목숨 바칠 기회를 준다는 취지였다. 진주지역의 특별지원병에 대한 기록은 1939년 제2차 시험에서부터 찾아 볼 수 있다. 특별지원병을 뽑는 2차 시험에 지원한 진주와 진주 인근 4개 군의 지원자 수는 모두 203명이었다. 지역별로 진주 57명, 사천 27명, 남해 78명, 하동 23명, 산청 18명이다. 참고로, 당시
2012년 3월 21일에 개정된 초 중등 교육법 제41조 중학교 교육의 목적은 참 애매하다. 중학교 교육의 목적에 대하여 41조에는 이렇게 명시되어 있다. “중학교는 초등학교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 위에 중등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여기서 ‘초등 교육에서 받은 교육의 기초’라는 것도 참으로 애매하고 또 일방적으로 제시된 ‘중등교육’이라는 것 또한 애매하기 마찬가지다.그나마 교육부에서 발행한 2015 교육과정 총론 부분에 ‘중등 교육’에 대하여 좀 더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중학교 교육은 초등학교 교육의 성과를 바탕으로, 학
11월은 곶감을 깎았고, 겨울에는 홍시를 먹었다. 추운 겨울 하얀 떡과 함께 먹었던 빨간 홍시에 대한 기억은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함께 달콤하게 남아있다.식물 잎 엽록소는 빛 에너지, 물,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포도당을 만든다. 이것을 광합성이라 하고 이때 만들어지는 포도당이 모든 음식의 출발점이다. 식물은 포도당을 에너지로 소비하거나 전분으로 비축한다. 또 설탕을 만들어 다른 조직에 보내기도 하고, 사탕수수나 사탕무처럼 보관하기도 한다. 일부는 과당으로 바꿔 이용한다.특히 감, 사과, 수박 같은 과일은 과당을 다량 함유하는데 거기에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 대행진'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해남에서 첫발을 내디뎠고 경남에서는 12월 1일 창원, 2일 진주에서 행진과 토론회가 계획되어 있다. 캠페인 추진자들은 농촌이 급박한 기후위기, 식량위기, 지역(농촌)소멸위기에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농촌주민의 행복권 보장’, ‘공익적 직접지불 확대’, ‘먹을거리 기본법 제정’, ‘농촌주민수당 지급’, ‘농촌주민자치의 실현’ 등 다섯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농산어촌 개벽, 농업·농촌위기 해결을 위해서는 농가소득 보장이 핵심이다. 젊은이가 농촌을 떠나는
담배 / 천지경1천둥번개가 극성스러운 날, 어머니가 담배를 피우고 있습니다. 그렁그렁 고인 눈물 감추려고 두 눈을 깜박이며 담배를 뻐끔뻐끔 피우고 있습니다. 구멍 뚫린 가슴에 습기 듬뿍 스민 장마철, 아버지가 둘째 오빠의 시신을 지게에 지고 나간 날부터 어머니는 담배를 배우셨다고 합니다. 막바지에 이른 죽이 빠글빠글 끓는 듯한 애달픈 가슴도 담배 한 모금에 차분히 가라앉곤 했다네요. 우등생이었다는 둘째 오빠는 담배 연기가 되어 어머니 가슴속을 들락거리며 수십 년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2아버지 무덤가에서 어머니가 담배에 불을 붙입니
클래식 음악사를 통틀어 가장 알려진 곡 중 하나가 이탈리아 작곡가 안토니오 비발디의 바이올린 협주곡 “사계”가 아닐까 싶다.바이올린 협주곡만 해도 엄청난 분량을 남기고 있는데 그 중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곡이 “사계”를 포함하고 있는 작품번호 8번의 12곡 중 첫 네 곡이다.비발디는 이 네 곡으로 계절의 묘사를 탁월하게 했는데 그게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라디오에선 빠지지 않고 들려주는 음악이 됐다.제목은 몰라도 알 수 있는 부분이 많다.게다가 광고에도 자주 쓰이기도 했지만 광고의 특성상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