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이하 RATM)의 셀프 타이틀 데뷔 앨범을 처음 접했던 기억은 지금도 또렷하다. 1963년 6월11일,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 고 딘 디엠의 불교 탄압에 맞선 틱꽝득 스님. 마치 전태일처럼, 제자들이 가솔린을 뿌린 곳에 가부좌를 튼 그의 분신자살 모습을 커버로 선택한 RATM의 음악은 그 자체로 분노(rage)와 혁신이었다. 수전 손택의 를 읽기 전, 사진이라는 매체가 가진 힘과 의미를 나는 이 앨범을 마주하며 제대로 배웠다. 그날 흑백 처리된 사진 속 화염은, 나에게 적지 않은 질문과 의문
선거철 출마자들이 제일 많이 하는 소리가 경제를 살리겠다는 말씀일 테다. 이 말은 매번 해대는 발린 소리라, 아니꼬우면서도 행여 무슨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비쌔는 태도로 곁눈질하게 만드는 마성의 구호가 아닐 수 없다. 난다 긴다 하는 인사들이 죄 이런 구호를 외치는 이유일 게다.그러나 나는 살아난 경제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누구도 못 살렸으니 여태 살리겠다, 왜장치고 있는 거 아닌가. 아마 다들 비슷하지 않을까? 그러니 우리는 살아난 경제가 무슨 일을 벌일지도 잘 모르는 채 경제를 살리겠단 선동에 따라가고 있는 셈
신기한 눈과 귀 여국현음성이 와 그렇노뭔 일 있나귀도 안 좋다 싶은 양반이 귀신같이 알아챈다아들 목 잠긴 소리엔방울이라도 달린 겐지엄마에게 아들 목소리는늘 뭔 일이 있는가 싶었고볼 때마다 아들 얼굴은반쪽이 되어 있었다아직 남아 있는 게 기적이라며가끔 타박을 해도그때뿐늘 그렇게 뭔 일 있나 싶고얼굴은 볼 때마다 반쪽이 되는신기한 엄마의 눈과 귀두 딸의 아비가 되고 나서야내게도 그 신기한 눈과 귀가솟아났다* 5월은 가정의 달이라 한다. 부모와 자식의 교감이 풍부하라고 일부러 만든 달이지 싶다. 부모가 되면 자식이 하는 모든 일에 눈과
코로나19에 의한 공급 애로,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3월 유엔식량농업기구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2014-2016=100)가 159.3으로 상승했다. 1년 전에 비해 33.6%나 뛰었다. 곡물가격지수는 170.1, 유지류가격지수는 248.6으로 올랐다.세계 식량 가격이 치솟은 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다. 두 나라가 전 세계 밀 공급량의 30%, 옥수수의 20%, 해바라기씨유의 80%를 담당했는데 전쟁이 나면서 우크라이나 수출용 곡물 3,000만 톤이 묶였고,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비우호국에 대한
우리에게 비빔밥은 너무나 평범하고 자연발생적인 음식이지만 한반도를 벗어나면 흔하지 않은 독특한 음식이다.내장탕이나 동치미, 고등어찜과 해물탕, 돼지족발과 곱창구이 등 우리나라 사람만 먹을 것 같고 왠지 외국인들은 먹지 않을 것 같은 것들도 사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들 먹고 있다. 다만 음식의 이름이 다를 뿐이다. 물론 기후와 환경에 따라, 종교문화적 특성에 따라 먹지 않는 지역이 있고 호불호도 당연히 있다. 자연환경에 따라 식재료를 구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당연히 그런 식재료 음식은 탄생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냉장기술이 발달하지
“철학을 공부하여 얻는 효용이 그저 어떤 심오한 논리학의 문제 등에 관해 어느 정도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그것이 일상생활의 중요한 문제들에 관한 생각을 개선시키지 않는다면, 그것이 자신의 목적을 위해 위험한 말들을 사용하는 여느 기자들보다 우리를 더 양심적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철학을 공부할 필요가 무엇이겠는가!”《비트겐슈타인이 제자이자 친구인 노먼 맬컴에게 보낸 편지에서》나의 졸저 ‘중학교 철학’의 마지막 교정을 보고 있다. 교정을 보면서 위 비트겐슈타인의 말이 다가온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성장하여
바이올린 협주곡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곡이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이다.역시 수많은 명반이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연주는 맨 처음 들었던, 키릴 콘드라쉰이 지휘하고 빈 필이 반주한 정경화의 연주다.전설적인이란 수식어가 붙는 다른 음반들을 들어보아도 이 연주만한 것이 없다.예전에 경남문화예술회관에서 작곡가 최영섭 선생이 오셔서 음악감상회를 연 적이 있는데 해설과 함께 이 곡을 틀었다.사람들은 실제 연주장이 아닌데도 곡이 끝나자 박수를 쳤다. 최영섭 선생님이 이 모습에 감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평가하는
이준석이 해냈다. 장애인 단체인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는 욕설 전화가 쏟아지고 지하철 시위 현장에선 휠체어 행렬을 향해 침을 뱉거나 욕지거리를 퍼붓는 적대와 겁박의 수위가 높아졌다. 그 빨간 옷 당의 새파란 정치인이 이른바 혐오 배설의 도덕적 브레이크를 제거해준 덕이다.20대에 정치입문 후 험악한 그 바닥에서 10년을 버텨 당 대표에 오른 만큼이나 그가 부리는 술수의 주도면밀함은 묵고 노회한 '꾼'을 웃돈다. 하루에도 몇 차례 SNS 질을 해대길 "선량한 시민 최대 다수의 불편을 야기해서 뜻을 관철하겠다는 일부 장애인들의
날씨가 포근해지면 장 보는 발걸음도 가벼워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찾아간 장터엔 색색의 야채에 과일도 풍성하다. 오늘 살 것은 그중 잘 익은 토마토와 가지, 그리고 주키니 호박. 바로 프랑스 프로방스 지역의 가정식 라타투이에 필요한 재료들이다.프로방스 지역의 대표 요리인 라타투이는 여름 제철 채소인 가지와 호박, 피망, 토마토 등에 허브와 올리브 오일을 넣고 뭉근히 끓여 만든 채소 스튜(Vegetable Stew)로 알려져 있다. 스튜란 한데 섞은 재료를 소스 팬에 넣고 푹 끓여 만드는 국물 요리로, 채소를 한꺼번에 넣어 익히기도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때 너는 작은 소녀였고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음 음 음 음 음 음 음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때 너는 많이 야위었고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면 내게 말했지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음 음 음 음 음 음 음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창 너머 먼 눈길 넌 웃으며 내게 말했지아주 한밤중에도 깨어있고 싶어음 음 음 음 음 음 음- 조동진 노래 [제비꽃] ♧ 한밤중에 동생이 경기가 들었어. 엄마는 우는 아이를 업고 마루며 마당이며 왔다갔다 밤을 새웠지. 윗마
얼마 전, 근자에 돌아가신 분의 살림을 정리하는 일을 우연히 하게 되었습니다. 생전에 딱 한 번 뵌 적은 있지만, 가까이서 유심히 보지 않았던 터라 그분의 성정이 어떠한지는 도통 몰랐는데 유족과 함께 살림 정리를 하면서 자연스레 고인의 속살을 엿보게 된 것입니다. 아 물론 노인분의 살림이라 야무지게 정돈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더라도 어떤 것을 귀하게 여기고 무엇에 신경을 많이 쓰며 사셨는지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가 누구였던지 간에 누군가의 한 생애를 돌아볼 기회를 가지는 것은 그 또한 사색의 좋은 계기가 되곤 합니다.
가끔 반려견 데리고남강 둔치 산책 나오시는 임씨 할배오늘은 혼자시다"명랑이는 예?""보름전 하늘나라 갔어""에구! 우짜노""괜찮어 할멈도 먼저 보내고 잘 살고 있는데 뭐“임씨 할배 회색빛 눈에 잠깐 서리는 물빛봄기운 흐르는 깊고 푸른 강변으로쌍쌍이, 혹은 동무끼리 간간이 지나간다남강물 여전히 쉼 없이 흘러가고너도 나도 건강 산책한다고 바쁜 세상어느 누구도 임씨 할배한테 관심 없고어깨 처진 할배 뒷모습 저녁 내내 걸린다 ***** 저녁 무렵 가끔 남강 둔치로 산책을 나간다. 산책이라기 보다는 건강 운동이다.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다.
지난 칼럼에서 승자독식으로 극단적 대립을 낳는 대통령제에서 의원내각제로 정치체제를 전환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대선에서 한계 드러난 대통령제, 의원내각제로 바꿔야”, 단디뉴스, 2022. 4. 4). 의원내각제를 실시하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는 정당이 집권하게 되므로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한다. 민의를 잘 대변하도록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국민들의 뜻, 국민들이 정치에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불평등 해소, 완화이다. 어떻게 국회의원을 뽑는 것이 불평등 해소에 유리할까? 비례대표제가 불평등 개선에 유리 소선거구
냉면은 독특하다.주식인 밥과는 확연하게 구분된다.가정집에서 면을 뽑고 육수를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얼음을 넣어 국수를 먹는 것은 흔치 않은 음식문화이다. 유래한 지역과 발전한 지역이 명확하고, 유래하고 발전한 배경에 작동하는 자연환경과 정치사회 환경에 대한 합리적 설명이 가능하다.비빔밥은 평범하다.주식인 밥과 함께 간다. 준비과정이 별거 없다. 먹다 남은 밥이나 나물 등을 그냥 비비면 된다. 그러므로 특별한 유래라는 게 있을 수 없다. 전남 함평같이 도축장이 있으면 육회비빔밥, 절 근처에는 산채비빔밥, 통영에는 멍게비빔밥
남도에 봄은 이미 중턱을 넘어서고 있다. 낮에는 덥고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하다. 전형적인 봄 날씨다.내가 근무하고 있는 지수면에 오늘 K-기업가센터가 개관식을 가졌다. 내가 지수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해오던 2019년에 이미 시작한 공사였는데 그동안 코로나 탓에 드디어 오늘 문을 연 것이다. 새롭게 개관하는 시설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해서 몹시 미안하지만 중학교 교장으로서 이 상황을 생각해보면 참 암담하고 답답한 일이다.먼저 오늘 개관한 장소는 구 지수초등학교 자리다. 대한민국 어디나 그렇겠지만 작은 시골 면 소재지의 중심은 초등학교다.
에세이와 음악이 함께 있는 최용호의 데뷔작 ‘내 노래 드림’. 그는 진주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자랐다.최용호는 경남 진주시에서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고등학교 때부터 성악을 시작했다. 중앙대학교 성악과를 졸업, 독일 함부르크 국립 음악대학교에서 유학한 그는 세종문화회관에 오른 오페라 ‘마탄의 사수’에서 막스 역으로 공식 데뷔했다.이후 최용호는 SBS 예능 프로그램 ‘스타킹’과 “크로스 오버 남성 4중창 결성을 위한 프로젝트”를 모토로 걸었던 JTBC 오디션 프로그램 ‘팬텀싱어’에 출연하며 조금씩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대
봄이 오는 길목에서 듣는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교향곡 제 6번 “전원-Pastorale”.유난히도 지루했던 겨울과 지독했던 겨울 가뭄이 지나고 나니 부지불식간에 봄이 찾아왔다.그래서 이 생동하는 봄을 즐길 수 있는 곡 하나를 골랐다.제목만으로도 봄에 들으면 좋을 것 같은 베토벤 교향곡 '전원'이다.이 곡은 흔히들 운명 교향곡이라고 말하는 제5번 교향곡과 같은 시기에 쓴 작품이다.보통 교향곡은 4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전원 교향곡은 다섯 개의 악장으로 이루어져 있다.아래 각 악장의 주제를 생각하며 듣는 것도 좋은 감상의 지름길
대통령 선거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0.73% 초박빙 승리로 끝났다. 양당제를 강화하고 제왕적 대통령을 낳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난 선거였다. 선거전은 상대방을 악마화하면서 갈라치기, 네가티브 공격, 후보 단일화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이재명 후보는 대장동 개발 폭리 책임 등으로 민주당 지지표도 다 얻지 못했다. 조국사태, 부동산 가격 폭등 등으로 정권교체 여론이 55% 정도나 되었지만 검찰공화국 조성 우려 등으로 윤석열 후보는 이것을 다 흡수하지 못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하고 선거후 양당이
그리도 메마르던 날이, 지난주부터 내린 비로 온 대지가 촉촉해져 이제 좀 걱정을 않게 되었습니다. 이러고 말 것을, 비가 내리지 않을 때는 온통 시름투성이였습니다. 온 산과 들이 체에 친 밀가루인 양 폴폴 날려서 뭐 하나라도 싹이 트고 자랄 수가 없었으니 애가 탔던 것입니다. 게다가 전에 없이 오래간 산불도 걱정을 보탰습니다. 길어도 사흘이면 끌 수 있었던 웬만한 대형 산불과 다르게 일주일이 더 걸렸으니, 장기산불도 이제 남의 나라 얘기만은 아니지 싶었던 것입니다.산다는 일이 온통 걱정하는 일이라고, 불완전한 세상에 불완전한 생명체
민들레, 씀바귀 , 냉이 , 고들빼기 , 돈나물 쑥 , 미나리 ,머위 .....어머님이 집 앞 밭두둑을 잠깐 지나오신다. 손에 한 움큼 풀들이 가지가지 비닐종이 조각에 싸인 채 뜯겨온다. 초록빛 식물도감을 보는듯 부엌 바닥을 내려다 보면 어머님 밥상이 봄풀에 성찬이 될 것을 안다.남편이 마트에서 사온 공산품과 그에 딸려온 비닐포장 쓰레기 한 되박이 극대조를 이루는 풍경.봄날이거나 가을이거나 어머님 바깥 나들이 끝에 난 부자가 된다.이런 봄날 또 부자가 된다. 이름모를 풀들이 이름을 달면 풍요로워지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어머님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