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중앙시장의 큰길을 따라 걷다 꿀빵 가게 앞에서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어둑한 공간을 하나 마주하게 된다. 한눈에 둘러볼 수 있는 이곳은 새벽에 수산시장이 열리는 장소이다. 낮에는 마치 잠자듯 조용하지만, 오전 1시쯤 되면 활기를 띤다. 야트막한
올해 봄은 더 힘들었다. 농토가 많이 늘기도 했지만 봄나물 뜯는다고 산에도 자주 다녔다. 얼굴엔 가시덤불 헤집고 다니다 긁힌 자국이 선명하다. 겨우내 볼록하게 나왔던 아랫배가 쑥 들어갔다.어제는 다래순을 따러 갔었다. 봄철 숲에서 채취하는 나물 중 최고로 치는 것이 다래순이었다. 평상에 모이는 성샌과 영남아지매가 내 뒤를 따랐다. 젊은 시절 산을 자기네 안방 드나들 듯 했을 이 두 이웃은 그러나 이제 많이 늙어있었다. 산을 다녀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무릎도 허리도 좋지 않다면서도 내 뒤를 졸졸 잘 따라다녔다.여느 봄나물이
주변 이들에게 자주 되풀이하는 말이 있다.“나 있잖아. 십대 후반, 이십대 때, 삼십 너머 삶이 있다고 생각을 안했던 것 같아. 사람의 삶으로 생각이 안 들었어.“ 이런 생각이나 느낌 공감될 것이다.장 마실 나들이는, 예상치 않았지만 그 늙음과 직면하는 것이다.날은 꽃 피고 새 우는 춘삼월, 세월호 참사 5년 행사가 있어 마실 나들이를 잠시 망설였지만 모임 대표라는 책임이 앞섰고 가까운 곳이라 무겁지 않게 나섰다. 사월의 목적지는 진주시 (일)반성 장이다. 반성 장은 진주에서 면단위에서 서는 장 가운데는 가장 큰 장이다. 그리고 내
“요즘 사는 게 재미가 없어요.”밥 먹다 말고 아들이 툭 던진 한마디에 나는 잠시 숟가락질을 멈췄다. 놀라거나 걱정해서가 아니었다. 저 말의 배경이 짐작되었기 때문. 그 사이 머릿속에선 5G 속도로 계산기가 돌아갔다. 남편이 먼저 반응을 보였다. “아빠도 그렇다.” 이런. 선수를 빼앗겼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었는데.남편의 얼굴에선 불경기의 여파를 감내하는 가장의 책임감이 무겁게 배어났다. 아빠의 속뜻을 백분의 일이라도 알 턱이 없는 아들은 이내 생글생글한 표정이 되어 말했다. “아빠도 그래요? 나랑 똑같네! 그럼 우리 같이 게임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남다른 한복을 만드는 계기? 발품 파는 게 최선한복들이 멋스럽게 전시된 거리를 지나 명신주단이라고 적힌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보통 한복집이라 생각하면 여 사장님을 예상하는데 푸근한 웃음으로 남자 사장님께서 반겨주신다. “반갑습니다, 어서오세요” 정
아침 이른 시간부터 대밭 아래 노샌댁에서 쿠릉쿠릉 포클레인 소리가 요란했다. 무슨 일인가고 달려가니 새 집을 짓는다며 살던 집을 허물고 있었다. 홀로 사는 옛 집이니 볼품이야 없었지만 늦가을 처마아래 곶감을 주렁주렁 걸어놓으면 가장 폼 나는 집이기도 했다. 포클레인 삽날이 아직 지붕까지 쓰러뜨리지는 않았고 작업하기 좋으라고 주변을 정리하는 중이었다.내 눈길은 방문에서 멎었다. 아직은 쓸 만한 문짝이 그대로 달려있었다. “아니, 저 방문은 어쩌려고요.” “방문은 왜요? 그냥 치우려는 참인데.” 건축업자가 팔짱을 낀 채 작업하는 포클레
"이 걸이 저 걸이 갓 걸이, 진주(晋州) 망건(網巾) 또 망건, 짝발이 휘양건(揮項巾), 도래매 줌치 장도칼(장독간), 머구밭에 덕서리, 칠팔 월에 무서리, 동지 섣달 대서리."157년 전 진주농민항쟁 때 백성들이 부른 우리나라 최초 혁명 가요다. 이 노래는 2년 뒤 동학농민항쟁 때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로 이어졌다. 세상을 바꾸려는 이들의 흔적을 따라 나섰다. 역사를 기억하는 장소를 찾아 진주시 수곡면으로 향했다. 찾아가는 아침, 진양호는 안개를 얕은 이불인 양 덮고
5년 전 4월 16일.그리고 해마다 다가오는 그 날.깊은 슬픔으로 각인되어버린 안타까운 날이다.슬픔이란 건 시간이 지나도 쉽게 잊기 어렵다. 다만 살면서 조금씩 무디어질 뿐이지만...슬플때는 한없이 슬퍼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슬픔은 슬픔으로 치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오랜만에 비탈리의 샤콘느 음반을 꺼냈다.도입부부터 흘러 나오는 장중한 오케스트라 그리고 이어 나오는 애절한 바이올린의 울림.이것 하나만으로도 슬픔은 위로가 될 수 있다.많은 유명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샤콘느를 연주했지만 프랑스 출신의 지노 프란체
눈물마저 죄가 되었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흉터, 제주 4.3의 흔적을 찾아 4월 2일부터 4일까지 다녀온 역사탐방을 3회에 걸쳐 나눠 적는다. 역사탐방은 제주도 초청으로 경남을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 파워블로거와 SNS기자단, 공무원 90여 명의 에 경상남도 인터넷뉴스 명예기자 자격으로 다녀왔다. 팸투어 이야기를 3회로 나눠쓴다.글 싣는 순서1. 섬뜩한 진실과 마주하는 제주 4.3기념관(클릭)2. 꽃 피워라 제주 4.3정신(클릭)3. 4월 동백을 본다면 제주 4.3을 떠올려보자
눈물마저 죄가 되었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흉터, 제주 4.3의 흔적을 찾아 4월 2일부터 4일까지 다녀온 역사탐방을 3회에 걸쳐 나눠 적는다. 역사탐방은 제주도 초청으로 경남을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 파워블로거와 SNS기자단, 공무원 90여 명의 에 경상남도 인터넷뉴스 명예기자 자격으로 다녀왔다. 팸투어 이야기를 3회로 나눠쓴다.글 싣는 순서1. 섬뜩한 진실과 마주하는 제주 4.3기념관(클릭) 2. 꽃 피워라 제주 4.3정신3. 4월 동백을 본다면 제주 4.3을 떠올려보자 정부의
툭 하고 동백이 질 때면 제주도로 떠나야 한다. 동백을 보러, 흉터를 보러 갈 때다. 시간이 흐르면 그날의 기억은 흐려진다. 알지도 못하고 알고 싶지도 않았던, 더구나 침묵을 강요받았던 그 날의 상처는 이제 봄이면 동백으로, 대한민국 현대사의 흉터로 다가온다. 흉터는 그날을 떠올리게 한다. 눈물마저 죄가 되었던 대한민국 현대사의 흉터, 제주 4.3의 흔적을 찾아 4월 2일부터 4일까지 다녀온 역사탐방을 3회에 걸쳐 나눠 적는다. 역사탐방은 제주도 초청으로 경남을 비롯한 전국 14개 시도 파워블로거와 SNS기자단, 공무원 90여 명의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믿음만으로 시작된 구두장이의 삶덕미양화점은 중앙시장 터줏대감 격이다. 그만큼 오래된 곳이다. 인터뷰 할 곳을 추천 받기 위해 시장번영회를 찾았을 때도 첫 번째로 추천 해준 곳이 덕미양화점이었다. 점포는 시장 외곽에 위치해 있는데, 공영주차장을 기준
"잘 먹을 게요. 열심히 하세요.” 피자를 배달해주고 가는 젊은이의 등에 대고 내가 한 말이었다. 이 산골에 들어오고 십이 년이 흘렀지만 이렇게 집에서 피자를 시키기는 처음이었다.며칠 전 오후 낯선 젊은이가 마을에 나타났었다. 한 묶음의 전단지를 겨드랑이에 끼고, 제법 많은 스티커를 손에 쥐고 있었다. 그 젊은이가 마을을 돌아나간 뒤 우리집 우편함에 전단지가 꽂혔고 스티커 한 장이 붙어있었다. ‘지정환피자 지리산점 오픈’ 임실치즈로 유명한 지정환피자를 이 산골짝에서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짠~ 이게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중앙시장 2층 비단길 청년몰 옆, 줄지어 있는 조용한 한복점들이 눈에 들어온다. 문 앞마다 아지매들의 신발들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약속시간에 맞춰 문을 두드리니 반갑게 맞아주시던 박정순 아지매. 아지매 만큼 방안을 환히 비추는 햇살이 참 따뜻했다.
새 학기가 시작되고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아들은 이제 중3. 드디어 벗어날 수 있는 건가. 실체는 없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중2병에서.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고 화를 내다가도 PC방 갈 돈이 필요하면 쪼르르 달려와서 불쌍한 표정을 짓는 그런 증세. 식탁에서 동생이 자기보다 큰 햄을 먹었다고 분노하는 그런 증세. 그러나 중2병은 단순히 학년의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 아들의 책상에서 그 사실을 입증할 단서를 발견했다. 그것은 A4용지 한 장을 빡빡하게 채운, 어떤 목록이었다.맨 위에는 제목이 크게 적혀있었다. ‘2019 버킷리스
p.p1 {margin: 0.0px 0.0px 0.0px 0.0px; text-align: justify; font: 10.0px Helvetica}p.p2 {margin: 0.0px 0.0px 0.0px 0.0px; text-align: justify; font: 10.0px Helvetica; min-height: 12.0px}어린 시절 수업시간에 배운 노래들 중에 봄만 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노래들이 있다. 그 중 하나의 가사는 대충 이렇다.“솔솔 부는 봄바람 쌓인 눈 녹이고, 잔디밭엔 새싹이 파릇파릇 나고요. 시냇물은 졸졸졸
통영 주변에는 무수한 섬들이 위성처럼 산재하고 있다. 북쪽에 두루미 목만큼 좁은 육로를 빼면 섬과 별 다름 없이 사면이 바다이다. 벼랑가에 얼마쯤 포전이 있고, 언덕배기에 대부분의 집들이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지세다.박경리 소설 김약국의 딸들 배경에서 통영은 송이버섯처럼 들앉은 집들이 먼저 그려지는 동양의 나폴리라는 별칭을 안고 있는 도시. 충무 자개와 소반, 통영갓, 통영누비, 통영꿀빵. 바닷가이니 해산물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문학, 미술, 음악이 고루 다 갖추어진 도시. 거기에 조선수군의 위용을 가진 역사적인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옛날부터 진주 장시는 면포, 종이 등 수공업품 생산지로서 지위가 높았다. 그 가운데 종이를 활발히 유통했던 ‘진주 중앙지업사’는 1950년대부터 68년 정도 운영되고 있다. 할아버지에서 친정어머니를 거쳐 조현숙 아지매까지.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
‘오늘 품삯 받는다. 퇴근할 때 족발 하나 사오너라. 실상사 앞 한생명에 들러 서하 좋아할 만한 라면도 좀 사고.’ 오후 쉴참을 먹고 아들께 문자를 보냈다. 내가 처한 난감한 상황을 벗어나려면 어떻게든 판을 만들어야 했다. 엊그제 읍내에 나가 자목련과 백목련을 한 그루씩 사와서 심어준 것으로 아내의 켕긴 마음을 풀어주기에는 많이 모자란 듯했다. “이번엔 여행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결혼기념일 저녁이었다. 밥상을 앞에 놓고 아내가 중얼거렸다. “우짜노, 할 수 없지. 일이 그렇게 되어버렸는데.” 내 목소리엔 피곤함과 짜증이
[편집자 주] 진주지역 청년들(진주중앙유등시장 청년기록단)이 지난해 12월부터 1월말까지 진주중앙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 작은 책자를 펴냈다. 책자 이름은 ‘시장, 추억을 쌓다’이다. 총 8편의 기록을 단디뉴스가 기사화한다. 젊은 청년들의 눈에 중앙시장은 어떻게 비춰졌을까? 진주중앙유등시장에서 30년간 ‘쌀’이라는 품목 하나로 자리를 지켜온 문보금 아지매. 중앙시장만큼이나 오랫동안 한자리를 지켰다. 중앙시장 청년 기록단의 한 명으로 아지매의 시간을 기록하고자, 선봉 쌀 상회를 찾았다.“집에 남편이 도매업으로 쌀장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