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16년 한해도 무르익어간다. 찬바람에 옷깃을 여민다. 겨울바람은 스산하다. 세상사 시름도 잠시 잊고 마음속 찌꺼기도 훌훌 털어버릴 한 해를 보듬는 겨울 풍경을 만나러 산청 단계를 찾았다. 작은 면 소재지인 단계에서는 고려 시대 불상도 있고 조선 시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흔적도 있다. 무엇보다 세월을 품은 정다운 돌담길이 함께한다. 12월 7일, 경남 진주에서 산청 가는 일반국도 3호선에서 원지에서 합천 방향으로 빠져 신등면쪽으로 향했다. 신등면보다는 ‘단계’라고 하면 더 많이들 안다. 고려 성종 때 단계현으로 불렸다가
뜨끔했다. 월간 형태로 발행하는 진주지역 청소년문화공동체(http://www.ifeeltong.org/)에서 펴내는 신문에서 ‘우리 학교 안에 문화재가 있었어?’ 기사는 마치 진주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죽비를 내리치듯 정신이 번쩍 들게 했다. 몇 해 전의 기억을 더듬어 12월 4일, 신문 기사를 복기하듯 길을 나섰다. 먼저 찾아간 곳은 진주시 이현동 숙호산 자락에 있는 대아고등학교. 정문을 들어서자 한쪽에는 일요일 아침부터 축구를 하는 사람들이 공 따라 물결처럼 일렁인다. 학교 건물에는 행정고시 합격과 장군 진급, 장관 발탁
그냥 지나칠 뻔했다. 아무도 눈길을 제대로 주는 이 없다. 바람을 가르며 쌩하고 지나갈 뿐이다. 진주에서 합천으로 가는 일반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이 길은 더욱 사람들의 눈길과 발길이 줄었다. 하지만 그곳에는 우리가 결코 잊지 말아야할 강직한 이의 넋을 달래는 비문이 있다. 12월 4일, 일요일 아침. 늦게까지 잠을 자는 가족 몰래 집을 나왔다. 명신고를 지나 옛 합천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갔다. 경남예술고를 지나 5분도 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차를 세웠다. 비록 옛길이라고 하지만 차들이 여전
쉬는 날에도 출근하듯 집을 나섰다. 출근하며 얼핏 설핏 봤던 그 길을 찬찬히 둘러볼 참으로 아침 먹자 운전대를 잡았다. 시원하게 뚫린 4차선 일반국도 3호선에서 벗어나 옛 진주-산청 구간을 지나가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진주와 산청의 경계를 이루는 진주 명석면에서 다리를 지나 에둘러 신안면 원지마을로 들어가 적벽산을 감아도는 길은 호수처럼 맑은 경호강이 함께하고 바위 벼랑이 운치를 더한다. 경호강을 가로지르는 단성교를 건너면 지리산 품에 안긴다. 신선 세계에 접어드는 첫걸음이다. 조선 전기 문신이자 학자인 탁영 김일손은
“옷은 화사한 거로 미리 챙겨두세요.”카카오톡으로 날라온 박혜정 집행위원장의 당부에 하루 입은 검은 색 겨울 잠바를 벗고 다소 밝은 톤의 잠바를 장롱 속에서 꺼내 입었다. 진주인권교육센터(센터장 권춘현) 주관으로 열린 ‘경남 인권로드- 길에서 만난 평화’에서 경남 내 일본군‘위안부’ 피해할머니를 기리는 기림상을 찾아보고, 피해할머니를 직접 만나는 시간을 통해 이 땅의 인권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11월 26일 있었다. 이날 경남 진주시청 앞에서 모인 초중고
가을이 농익었다. 지리산 자락에 들어서자 불붙듯 활활 타오르고 있다. 11월 10일. 경남 산청 대원사 계곡 가는 길에 만나는 황금빛 나뭇잎들의 인사가 정겹다. 농염하게 익어가는 은행에 마음 뺏겨 삼장초교에 차를 세웠다. 지난여름 가족 피서지로 다녀온 송정 숲은 그때보다 더 맑고 고운 물이 조용히 흐른다. 불타듯 뜨거웠던 여름의 추억을 산과 물은 푸른 하늘과 붉고 노란 단풍잎들로 뒤덮었다. 명상삼거리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돌리자 대원사 가는 길이다. 대원사 계곡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20여 분 걷다가 아주 먼 옛날 호랑이가 살았다
도둑이 판치는 세상이다. 남의 집 담을 넘어 훔쳐가는 게 아니라 숫제 나라를 도둑질한 최순실의 국정농단’에 입맛이 씁쓰레하다. 시대가 만든 영웅, 도둑을 찾아 11월 9일 지리산을 찾았다. 임걸룡을 찾아 지리산으로 가는 길은 온통 단풍으로 물든 산자락 속으로 들어가는 길이다. 조선 시대 성호 이익은 에서 연산군 때의 홍길동, 명종 때의 임꺽정, 숙종 때의 장길산을 조선 3대 도적으로 꼽았다. 조선 3대 도적에 들지는 못하지만, 삼남지역 큰 도적으로 손꼽히는 이가 산청 출신의 임걸룡이다. 임걸룡의 출생지가 지리산 천왕봉 가
가을이 농익어 간다. 훅하고 떠나버릴 가을을 찾고 싶었다. 어딜 가도 아름다운 이 계절이 주는 즐거움을 온전히 느끼고 싶어 경남 산청 대원사로 11월 9일,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다.지리산 대원사 계곡의 농익는 가을r 진주에서 산청으로 가는 길가 산들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지리산으로 한 발 더 다가서자 산자락마다 다홍치마 걸친 듯 울긋불긋하다. 본격적인 대원사 계곡 입구인 주차장에서 30여 분 거리에 있는 대원사로 향했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쉽게 걸음을 옮길 수 없다. 대원사 계곡에서 펼쳐지는 경치는 걸음을 멈추고 휴대전화
거제는 제주보다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바다를 벗 삼아 느릿느릿 함께하는 풍경은 바람과 구름이 함께한다. 구석구석 사람 이야기가 숨어 있다. 거제는 사람들을 품었고 우리 역사를 온전히 담은 숨결에 바다는 더없이 넓고 깊다. 어머니 품처럼 넓고 깊은 품에 안기고 싶어 거제로 어머니와 함께 10월 25일 길을 나섰다. 대전-통영 고속도로 덕분에 경남 거제는 훨씬 가까워졌다. 아침 7시에 경남 진주에서 출발했는데도 아침 8시가 못돼 통영을 지나 견내량에 이르렀다. 한산대첩의 출발점인 견내량을 건너는 거제대교를 지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성큼 다가선 가을이 낯설다. 유난히도 더웠던 여름이 그렇게 물러날 줄 몰랐다. ‘훅~’하고 여유롭고 풍요로운 가을도 빨리 지나갈까 아쉬워 숲을 찾았다. 가을에 걷기 좋은 길, 일상의 찌든 때를 잊고자 길 떠났다. 과거 보러 가는 선비 마음이 이랬을까. 집 나서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티셔츠 포켓 주머니에 꽂힌 볼펜을 확인하듯 만졌다. 10월 15일 함양에서 열리는 과거 재현과 농월정에서 거연정까지 걷는 걷기대회에 참가하는 나는 벌써 선비가 되었다. 걷는 선비문화 탐방로는 과거를 보러 무수히 많은 선비가
조금은 느긋한 마음을 가져도 좋을 햇살 가득한 가을. 결혼 17년 시간을 곰 삭인 우리 부부는 설움도 다디달게 익어가는 젓갈처럼 살아왔다. 바쁜 오전의 직장일 때문에 연차를 온전히 사용하지 못하고 점심 무렵부터 반 차를 사용한 아내와 10월 11일 짭조름한 젓갈 냄새 물씬 풍기는 전북 부안으로 떠났다. 신혼여행을 제외하고는 둘만의 1박 이상의 여행은 처음이었다. 초중고에 다니는 아이 셋을 키우며 ‘가족’이라는 형태로 전국 각지를 즐겨 나들이 다녔지만 정작 우리 부부만의 온전한 나들이는 이번이 처음인 셈이다
늘 이맘이면 설렜다. 한때는 해마다 하는 축제라 무시했다. 요즘은 신성한 의무감이 깃들고 내 마음의 평화를 얻는다. 아침 이슬보다 더 고운 ‘진주’에서 보석처럼 열리는 유등축제를 찾아 10월 4일 어둠이 몰려올 무렵 집을 나섰다. 진주농산물도매시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셔틀버스를 탔다. 진주농산물도매시장에서 출발한 셔틀버스는 진주성 인근에 재깍 나를 데려다줬다.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 20분쯤 출발했지만 정체는 없었다. 진주교를 지나며 건너편 앵두등 터널도 봤다. 멋지다. 지난해와 달리 완전 가림막이 아니라 드문드문 남강과 유등이
휴~. 숨 한번 돌릴 때다. 유난히 무더웠던 지난여름을 이겨낸 열매들이 여물대로 알차게 여문 요즘 부지런히 내달려온 나와 아내를 특별히 위로하기 위해 특별한 동네, 산청군 특리에 있는 동의보감촌을 10월 3일 찾았다. 9월 30일부터 시작해 10월 10일까지 ‘산청 한방약초축제’가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이다. 산청읍 내를 지나 금서면 특리로 가는 굽은 길가에는 들국화라 불리는 구절초가 하얗게 피어 바람에 일렁이며 반긴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동의보감촌으로 타박타박 두 손 잡고 걸었다. 비가 내렸다. 근처
온 누리를 물들일 가을 햇살이 너무 고와서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었다. 발 닿는 곳마다 온통 붉게 물들 가을을 앞두고 조붓하게 걷고 싶었다. 느긋하게 다가올 가을을 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경남 산청으로 9월 20일 길을 떠났다. 경남 산청여행의 일 번지는 동의보감촌이다. 불교 신자라면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세운 겁외사가 먼저고 조선 선비의 기개를 찾는다면 남명 조식 선생의 산천재가 좋다. 아름다운 경치 구경하기에는 내원사 계곡이 딱 맞다. 나는 산청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 조각공원과 목아전수관, 산골박물관을 다녀왔다. 함양에서 산청
바야흐로 떠날 때다! 가을, 어디로든 떠날 때다. 성큼 다가온 가을을 즐기기 위한 특별한 방법을 찾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특별한 동네를 9월 20일 찾았다. 어디론가 떠나야 한다면 경남 산청군 특리에 있는 동의보감촌이 딱이다.경복궁 근정전을 닮은 동의보감촌 동의본가 동의전에 이르자 마치 임금이라도 된 양 기분이 좋다. 기와 담장 아래 하얀 구절초가 소담하게 피었다. 동의전 뒤 북쪽 산기슭에 있는 가락국 제10대 왕의 능이라 전하는 ‘전(傳) 구형왕릉’에서 유래한 왕산이 있다. 왼편으로는 산봉우리가 붓끝을 닮았다는 필봉산이 감싸고 있
위로가 필요로 한 나를 위해 이 가을 훌쩍 떠나고 싶다면 경남 함양 상림으로 가자. 누군가 못내 그리워지는 이 가을, 붉은 마스카라 칠한 여인의 속눈썹처럼 요염한 유혹에 즐겁게 넘어갈 수 있다. 붉은 물감을 확 뿌려 놓은 듯 붉게 빛나는 꽃무릇 레드카펫에 이르면 이 세상의 중심에 선 기분을 느낀다. 민족의 명절 추석 다음 날 아침부터 비가 주적주적 내렸다. 경남 함양 상림공원에는 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람들로 붐볐다. 근처 비 내리는 하늘을 향해 호미를 힘차게 움켜쥔
눈을 뜰 수 없었다. 하늘은 시리도록 새파랗다. 바람은 등을 떠밀 듯 시원하게 불었다. 등 떠밀 듯 시원하게 부는 바람 덕분에 소담소담 걷기 좋은 산청 남사 예담촌 돌담길을 찾아 8월 29일 나섰다.진주-산청 일반국도에 차가 오르자 곧 명석면 소재지를 지나자 급할 게 없는 나는 차를 세웠다. 용호정원으로 걸어갔다. 담벼락의 주황색 능소화를 지나자 연꽃들이 파란 하늘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진분홍빛 색을 더해가고 벌들이 향을 찾아 날아들었다. 연잎에는 밤새 내린 물방울들이 알알이 맺혀 움푹 패인 곳으로 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당
덥다고 선풍기, 에어컨 바람에 취하기 싫었다. 시원한 계곡에 발 담근 모습을 떠올리면 지금도 마음이 콩닥거린다.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귓속에서 졸졸졸 젖어든다. 8월 14일 우리 가족 모두는 경남 산청 송정숲에서 흐르는 물에 발 담그러 갔다. 더위를 내려놓고 자릿세 걱정 없이 시원하고 좋은 추억만 담아 왔다. 산청군 삼장면 삼장초등학교에서 현수교처럼 생긴 예쁘장하게 생긴 다리를 건너면 송정숲이다. 우리 가족은 이른 시간에 출발해 도착했지만 송정숲 계곡 옆에는 벌써 사람 반 물 반이었다. 4만3500㎡ 규모의 자연 발생 유원지인 송
남강 끝자락이다. 낙동강이 가까워질수록 물 흐름이 느리고 편안하다. 함안군 대산면 3.4km 장포 둑방길 끝에는 합강정과 반구정이 있다. 용화산 자락 강가 두 개의 정자이다. 남강과 낙동강 두물머리를 톺아보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먼저 남강 물길보다 낙동강 자락에 붙어 건너 창녕군 남지를 바라보는 곳이 반구정(伴鷗亭)이다. 반구정은 조선중기 학자인 두암(斗巖) 조방(1557 ~1638)이 지은 것이다. 두암은 임진왜란 당시 의병장으로 활약했으며 기강나루를 지키고 곽재우와 함께 정암전투를 같이 치렀다 한다.
저물 무렵이면 내처 걷고만 싶은 악양둑방길이다.둑방은 남강 물길을 따라 곧장 낙동강 방향으로 이어지다가 이내 함안천에서 끝난다. 함안천은 함안군 남쪽 샛강들인 검암천·신음천·운곡천·옥열천 등 물길을 다 보태 북쪽 남강으로 흘러왔다. 함안군 법수면과 대산면의 경계를 이루며 이곳에서 남강 물길과 합수하고 있다.=바위 틈 빠져나오니 푸른빛, 그리고 악양루함안천과 남강이 합수하는 두물머리 강변 언덕에는 악양루(岳陽樓)가 있다. 있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초행길에서는 좀체 찾기가 힘들다. 악양둑방을 나와 악양교를 건너와 도로변에서 표지판을 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