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은 먹혔으나 민주당의 독주는 저지됐다.’22대 국회의원 총선거 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투표당일인 4월 10일 오후 투표소 출구조사에서는 국민의힘이 지역구와 비례위성정당(국민의미래)을 합해 100석 아래로 떨어지고, 범야권(더불어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조국혁신당+진보당) 의석이 개헌저지선인 200석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뒤늦게 개봉된 사전투표함에서 보수표 결집현상이 나타나 여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것으로 집계됐다.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새벽
합계출산율 0.72명의 초저출생이 기후위기와 함께 한국사회 가장 큰 문제로 등장하자 여당·야당이 총선 저출생 공약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배우자 출산휴가 1개월 의무화', '육아휴직 급여 인상', '늘봄학교 확대' 등을, 더불어민주당은 '신혼부부 가구당 1억 원 대출과 자녀수에 따른 탕감', '17세까지 월 20만 원 아동수당 지급', '분양전환 공공임대 주택 제공'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공약에는 근본적인 해결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긴 노동시간과 수도권 집중, 사교육, 과열 경쟁 구조 등 출산과 양육을 어렵게 하는 사회구조 전
'김영란법'이 제안되고 논란을 거쳐 마침내 시행된 것이 2016년이다. 국민권익위원장이던 대찬 법률가 김영란이 처음 입을 떼고 4년 만이다. 깎이고 발려 본래 정신에 흡족하게 부합하지 못했다 하나 그럼에도 그것은 구태의연한 세상을 회까닥 뒤집는 획기적인 법이었다. 법 같은 거 백 촌이 넘는 소시민의 눈으로 보기에 저건 단순히 법안 하나를 시행하는 것 이상의 기념비적 '사건'이라 여겨 나는 이 법을 '천지개벽법'이라 불렀다.민주화 이후 큰 변화가 있었지만 하급 관료들의 행악은 소시민이 노상 맞닥뜨리는 것이 오랜 폐습이었다. 인허가를
이번 22대 총선에서 가장 큰 이변은 아마도 ‘조국혁신당’이라는 돌풍일 것이다. 물론 4월 10일 밤 또는 11일 새벽까지 모든 투표함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겠지만, 비례전용 정당으로 다소 늦게 닻을 올린 조국혁신당의 지지도는 시간이 갈수록 상승하는 분위기라 못해도 10석 이상은 가져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지난 2020년 총선이나 22년 대선처럼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양대진영으로 나뉘어 서로를 ‘종북 빨갱이’와 ‘친일매국노’로 비난하며, 선거판을 ‘한일전’혹은 ‘남북전’으로 끌고 갈 것으로 예상됐지만 조국혁신당의 출현으로 조금
며칠 전 낯선 젊은 여성이 농사 관련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연락을 해왔습니다. 그런 연락은 처음인지라 약간 당황했지만, 되레 이쪽에서 더 궁금증이 생겨서 일정을 잡아 만났습니다. 앳된 용모를 한 그 여성은 한 5년 전쯤 지역의 작은 협동조합과 얘기를 나눈 인터뷰 내용을 보고서 연락을 취했다고 했습니다.농사에 대해 고민을 갖게 된 것은 아토피 피부염을 심하게 앓으며 자연스럽게 먹거리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먹거리는 결국 농업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농사를 직접 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답니다. 어린 나이지만 참으
현장 교사들에게 2월은 이래저래 마음이 번잡한 달이다. 3월부터 시작하는 신학기에 자신이 담당해야 할 수업의 시간 수와 업무, 그리고 기타 관계의 설정이 2월에 거의 결정이 된다. 공립학교의 경우 학교 이동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도 2월에 거의 이루어진다. 요즘 들어서는 학교의 업무를 조정하는 과정이 예전과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해방 이후 학교 업무의 연못은 배수구가 없거나 막혀 있어 해마다 업무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업무를 분장한다는 말은 사실 매우 건조하다. 한자 分은 나눈다는 뜻인데 글자 속에 칼도刀가 들어있으니 평균적인
영화 ‘파묘’를 아직 보지 않았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가 온라인에 쓴 글을 읽고,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 중 하나가 소위 ‘일본 쇠말뚝설’임을 알고는 영화 보러 가고 싶은 마음이 아예 없어졌다.‘쇠말뚝은 없다’는 제목으로 시작되는 김 기자의 글에 따르면, 일제강점기에 일본인이 한국의 주요 명산에 쇠말뚝을 박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목적은 대개 측량을 위한 표식이거나 등산로 개발을 위한 것일 뿐 ‘민족정기 말살’을 목적으로 설치한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다.‘일본 쇠말뚝 논란’의 진실을 밝힌 것이 김훤주 기자가 처음은 아니다
“지방에는 먹이가 없고, 서울에는 둥지가 없다”라는 비유가 정곡을 찌른다. 저출산의 원인은 일자리와 저소득, 주거비용, 교육비 부담, 양육 부담 등인데, 지방에서는 좋은 일자리 부족, 서울과 수도권에서는 높은 주거비용이 문제다.국토연구원의 ‘저출산 원인 진단과 부동산 정책방향’(2024.1)에 따르면 매매가와 전세가가 오를수록 출산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주택시가총액이 일정하게 유지되던 시기(2005-2014년)에는 출산율도 유지되었는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주택시가총액이 급증하고, 출산율은 하락했다. 주택매매가격이 1% 오를
축구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날들이다. 우리 국가대표팀이 아시안컵 8강전에 이르기까지의 전황은 곳곳에 극적 반전을 정교하게 장치한 한 편의 잘난 연속극이다. 사흘거리로 아라비아의 마당에서 연출하는 이 꿀맛 같은 한밤의 드라마는 곤한 일상을 버티는 공동체에 모처럼 생기가 돌게 하는 엔도르핀이다. 나라 안팎으로 반길만한 소식보단 궂고 험한 소리만 들려오고 날씨마저 꽁꽁 얼어붙은 고달픈 세월이라. 91분, 94분, 99분, 96분에 결승 골을 넣는 '뒤집기 쇼'라니, 엄동설한을 박박 기는 국민 제위께 삼가 위로를 드려야겠다는 '국대'된 자
현재 우리 사회 최대문제는 저출생과 인구 감소다. 통계청은 지난 14일 '장래 인구추계' 중간 수준 시나리오에서 합계출산율은 올해 0.72명에서 내년 0.68명, 2025년 0.65명으로 저점을 찍고, 2030년 0.82명으로 반등한 뒤 2036년에는 1.02명, 2050년 1.08명까지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출산율은 1970년 4.53명에서 급감해 2002년부터 1.3명 미만인 초저출산 수준이 지속됐다. 2018년 0.98명으로 1명 선이 깨졌고, 이후 2020년 0.84명, 2022년 0.78명으로 추락했다.통계청은 지난해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그간 행적을 보건대 공식 석상에서 심하게 화를 낼 정도로 감정 관리를 허투루 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 그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기사가 뜻밖이라 이리저리 연유를 살펴보니 고개가 주억거려진다.지난 4일 오전 경기도청 지사 비서실에 검찰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게라. 지사는 오전 업무보고를 받던 중이었고 "컴퓨터에서 손 떼고"라고 외치는 검찰관과 정면으로 시선이 마주쳤다 한다. 지사는 압수수색이 진행되는 와중에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민선 지사의 뒷배는 국민이니 의당 거기에 하소연할밖에. 지난해 7월 지사 취
2024년 예산안의 국회 심의가 시작되었다. 정부 예산안은 총 656.9조원이다. 올해 대비 18.2조원 늘어났다. 증가율 2.8%는 역대 최저 수준이다. 3% 중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물가상승률보다 낮고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인 4.9%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건전재정이라고 하지만 국내총생산 증가보다 적게 늘어나니 확실히 긴축재정이다.긴축재정의 큰 이유는 세수 감소에 있다. 지난 5월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으로 인한 재정 부담 증가 규모는 앞으로 5년간 91.8조원으로 감세정책의 세수 감소는
북사동은 진주와 사천이 경계로 삼은 두량못 가장자리에 옹기종기 둘러붙은 마을이다. 거기 보건진료소에서 36년을 소장 소임으로 녹아 산 이가 박구경 시인이다. '진료소가 있는 풍경'이 공무원 문예대전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받으며 북사동은 박구경과 함께 두루 알려졌다.한가락하는 서울의 문사들이 겨끔내기로 북사동을 댕겨갔다. 박구경은 천릿길 찾아온 이 노객들 시봉에 지극정성이었고 진주의 동류들은 함께 어울렸다. 구중서, 신경림, 민영, 박시교, 정희성, 김영재, 황명걸, 박이엽, 배평모 등 유명짜한 원로의 육필이 진료소 골방 방명록에
요즈음 친구들을 만나서 나누는 주된 이야기는 노후를 어떻게 잘 보낼 수 있을지다. 다들 “병을 피할 수는 없지만 가능하면 요양시설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장기요양 수급자 45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보면, 재가급여 이용자 50%는 “건강이 악화돼도 현재 사는 집에서 생활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인요양시설이나 요양병원에 입소하고 싶다는 응답은 각각 29%, 18%에 그쳤다.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22 노인장기요양보험 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장기요양등급을 인정받은 분 102만명 중 자택요양 노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진주에서 사는 것을 나는 ‘거의’ 언제나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차로 30분만 달리면 대한민국 최고의 명산 지리산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고, 남쪽으로 핸들을 꺽으면 우리나라 최고의 청정수역 남해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리산에서 유래한 덕천강과 덕유산이 발원지인 경호강이 만나 흐르는 남강이 도심을 관통하는 진주는 그 자체만으로도 보석 진주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빛이 난다.그런데 왜 나의 감사하는 마음은 ‘항상’이 아니라 ‘거의’에 머무르고 마는가. 이토록 아름다운 고장에서 순박하게 사는 사람들이 대표라
채수근 일병. 그의 어머니가 나이 41세에 시험관 시술로 어렵게 낳은 외아들이다. 대학에 입학해 1년간 캠퍼스 맛만 보고 바로 해병대에 입대한 이 청년은 지난 7월 소속 부대 인근의 수해 실종자 수색에 나섰다가 급류에 휩쓸려 생을 마감했다. 입대한 지 4개월이 채 안 됐고 갓 스무 살이었다. 해병 일병 채수근은 사흘 뒤 해병대 제1사단장 '권한'으로 '상병'으로 추서 진급되어 보국훈장 광복장을 받고 현충원에 안장됐다.국가가 징집해 데려간 귀한 자식이 주검으로 돌아왔으니 그 부모가 느낄 참척의 고통은 얼마큼이며 그건 극복이 가능한 아
새마을금고가 흔들리고 있다. 연체율 급등에 뱅크런 우려까지 나왔다. 정부가 나서서 예금자 보호를 선언하며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고객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1294개 금고, 금융 자산 규모 284조 원, 거래 고객 2262만 명에 이를 정도로 커졌다. 기초자치단체별로 거의 하나 이상 영업하고 있다. 경남에도 97개의 새마을금고가 있다.새마을금고의 수신 잔액은 4월 기준 258조 원으로 지난 3~4월 두 달간 무려 7조원이 감소했다. 새마을금고 뱅크런은 치솟은 연체율 때문이다. 새마을금고 연체율이 6% 이상으로
TV 꼴은 쳐다도 보기 싫어 옻나무작대기 피하듯 배돈 지가 어느새 1년이라. 어쩌다 간 식당 벽에 걸린 그것이 뉴스랍시고 이러고 저런 소릴 주절거리는 것도 봐내기 역해 왼고개를 틀던 봄에 주말연속극 하나에 재미를 붙였더라. 찬탄을 자아내는 매력적인 배우 전도연이 오랜만에 출연하고 그것도 그간 그녀가 단골로 맡아왔던 비극적 배역과는 달리 로맨스 코미디극이 목하 한창이라니 입맛이 당긴 것이다. 줄거리의 허리께에 고개를 디밀어도 어렵잖게 앞뒤가 꿰지는 이 드라마의 고갱이는 수험생 엄마인 반찬가게 열혈 여사장과 이 나라 사교육 1번지에서
가계부채가 증가하여 경기침체를 유발하고 있는데 정부의 전세금 반환용 대출 규제 완화가 상황을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말 1505조원이었던 가계대출 잔액은 작년 말 1750조원으로 늘어났다.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2020년 112.3조원, 2021년 107.5조원 증가했으나 2021년 하반기부터의 금리 상승 영향으로 2022년에 8.7조원 감소했다. 여기에 2022년말 1058조 원으로 늘어난 세입자 전세보증금(임대인의 부채)을 더하면 총 가계부채는 2022년말 2925조 원에 달한다.경제규모 대비 가계부
연속극 로 백상예술대상을 받은 배우 '박은빈'의 수상소감을 두고 갑론을박이 무성하다. 평론가 김갑수의 논평이 일으킨 파장이다. 수상 장면을 지켜본 나는 그간 띄엄띄엄 흘겨봤던 배우 '박은빈'에 대한 호감도가 한층 높아졌다. 갑수 씨 말마따나 눈물 콧물을 추스르느라 끊어질 듯 근근이 이어진 수상소감이었으나 만만치 않은 사색이 담긴 단단한 문장이 뼈대를 받치고 있다는 느낌에 볼륨을 높여 귀를 세우고 들었다.각종 영화상이나 연말연시 방송사 연예 대상 시상식은 이른바 '스타'들을 방 가득 불러 모아 벌이는 한판 잔치